염정우 기자
bind1206@naver.com 2022-05-17 (화) 13:41대 강백 동학사 화엄학림장 경월일초 스님
바로바로 대조하며 공부하기 쉽도록 직역
지난 2016년 화엄경(실차난타 漢譯, 80권 본)의 게송을 모두 뽑아서 원문과 함께 현토·번역, 국내 최초의 『화엄경 게송집』을 출간, 독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경월 일초(동학사 화엄학림장) 스님이 6년 만에 대방광불화엄경 전 권을 현토·번역, 민족사에서 출간했다.
경월 일초 스님이 현토 번역한 대방광불화엄경(전 10권)은 실차난타가 7세기 말에 한역한 것으로 모두 80권 39품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흔히 80화엄이라고 하며, 신역(新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차난타는 695년에 낙양에 범본 화엄경을 가지고 와서 의정, 보리유지와 함께 번역하기 시작하여 699년 복례(復禮)와 법장(法藏)과 같이 번역을 끝마쳤다. 이 신역은 구역(舊譯)의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 일부 빠진 구절들을 보충하고 품을 세분화했으며, 특히 구역에서는 볼 수 없는 「십정품」 같은 내용을 보충, 화엄경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출가가 무엇인지, 불법이 무슨 말씀인지 들어본 적도 없었던 내가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절에 와서, 평소 책이 있으면 무엇이든 읽던 버릇대로 번역되어 있는 화엄경을 읽으면서 숨 쉴 수 없는 가슴의 먹먹함과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경전 중심의 교육이었던 승가대학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많은 학제와 더불어 경전을 보는 시간은 뒤로 밀리고, 우리 글로 번역된 경전을 고전 읽듯이 한 번 읽어 넘기는 것으로 배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소중한 보배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마음에 한없이 안타까웠습니다.”
한 페이지에 왼편에는 경전 원문, 오른편에는 번역문으로 2단 편집을 하고, 될 수 있으면 직역을 한 것도 경전 원문과 대조하면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가 익고 문리가 터질 수 있을 거라는 바람의 소산이다.
화엄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정각(正覺)을 이루시고 14일째 되는 날에,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시고 등각(等覺) 보살들을 상수(上首)로 하여 구름처럼 모여 온 대중들을 위하여, 당신의 깨달으신 내용, 곧 자기 마음속에 나타난 경계[自內證]를 그대로 털어 놓으신 것이다.
한편 「화엄경」은 부처님이 직접 설하시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주위에 모인 수많은 보살들이 삼매에 들어가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에 감득하여, 부처님의 가피에 힘입어 부처님 대신 보살들이 설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점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일곱 장소(7처), 아홉 번의 법회(9회) 형식을 빌어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광대하고도 황홀한 부처님의 세계와 그 세계로 향하는 보살들의 여정[普賢行]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있는데, 특히 화엄경의 결론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찾아 구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화엄의 세계는 진리의 궁전이다. 중중무진한 법계가 우주의 핵심이라면 우주는 법계의 영상이다. (중략) 일체 수다라 중 삼장십이부 오교십승의 법문이 오직 이 화엄경에 꿰어져 있다. (중략) 이 책은 일초 강백이 팔십 평생 간직한 감동으로 화엄경을 강설해 놓은 것이다. 옛적에 왕명간이 잠시 화엄경의 사구게를 읽고 지옥고를 벗어났다고 한다. 화엄경의 공덕이 이렇듯 큰데 하물며 화엄경 전체를 읽는 공덕은 말해 무엇 하랴.”
-설정 스님의 추천사 중에서
대승경전의 정수,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화엄경은 불교사상·교학뿐만 아니라 실천 보살행, 수행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전반적인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특히 한국불교는 화엄을 제쳐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엄사상은 삼국시대부터 원효 대사와 의상 대사와 같은 고승들에 의해 한국불교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신라 중흥기의 통일이념 또한 화엄사상에서 나왔으며, 더 나아가 화엄의 원융사상은 통일신라의 사회 통합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고려시대에는 화엄교학을 중심으로 화엄종이 성립되어 천태종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으며, 조선시대에도 화엄은 교종의 중심교학으로 조선불교를 이끌었다. 오늘날 사찰마다 신중기도를 올리고, 법회 때마다 화엄경 약찬게(80권본 화엄경의 골수만 뽑아서 인도의 용수보살이 756자 108행으로 간략히 줄여 놓은 게송)와 의상조사 법성게(화엄경의 도리를 신라의 의상 대사가 7언 30구 210자로 응축시켜 놓은 게송)를 독송하는 등 한국불교의 원융무애한 통불교적인 형태 또한 화엄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대하기로 유명한 화엄경, 옛 스님들은 화엄경을 단 한 글자로 축약하면 마음심(心)이라 하였다. 불교는 마음을 닦는 종교이다. 화엄경에서는 “만일 삼세의 모든 부처를 알고자 한다면, 법계의 본성이나 모든 것들은 오직 마음(心)이 지은 것인 줄을 알아야 한다〔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세 가지는 다르지 않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고 하면서 선용기심(善用其心), 그 마음을 잘 쓰라고 하였다. 화엄경은 이 세상 만물이 현상적으로는 서로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본질에서는 심불급중생, 평등함을 밝히면서 마음을 잘 쓰는 것, 보살행에 있음을 천명하였다. 남과 북, 동과 서, 흑과 백, 남녀, 세대, 정치 종교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엄경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모두가 화합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상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불기2566(2022)년 6월 14일(화) 오전 10시 동학사에서 경월일초 스님의 『대방광불화엄경』(10권) 출간을 기념해 동학사 ‧ 동학사승가대학 ‧ 화엄학림과 문하 제자들이 함께 출판 봉정식을 봉행한다.
경월 일초 스님 현토·번역 ∥ 민족사 펴냄
4×6배판(188*255mm) 양장본 / 총 3988쪽
값 360,000원(전 10권, 낱권 판매 불가)
일초(一超) 스님 저자 약력 일초(一超) 스님 1963년 광주 신광사로 출가.경인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64년 고암 큰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 수지. 1965년 7월 5일 동학사 전문강원 입학. 1968년 자운화상을 계사로 비구니계 수지. 1971년 동학사 전문강원 대교 수료. 1971년 동학사 전문강원 중강. 1977년 4월 10일 湖鏡 강백스님으로부터 전강 받음. 1977년 내원사 수선안거. 1980년 동학사 승가대학 학장 취임. 1986년 동학사 주지 역임. 1988년-2001년 BBS라디오 경전공부 강의. 초발심자경문, 선가귀감, 능엄경, 금강경오가해, 열반경 등 2002년 단일계단 도감 겸 교수사 역임. 2006년 14대 종회의원 역임. 조계종 고시위원 역임.중앙선거관리위원 역임. 2011년 교수사, 尼 존중아사리 역임. 2015년 尼 갈마아사리 역임. 2016년 현재 尼 갈마아사리. 동학사 승가대학원장 및 화엄학림 학장. 역저서로 『화엄경게송집(상·하)』, 『우리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대총상법문』, 『대승기신론소필삭기회편』, 『우리가 살아 숨쉰다는 것은』 등. |
차례 • 대방광불화엄경 제1권 (卷第一 ~ 卷第七) 제1 세주묘엄품 / 제2 여래현상품 / 제3 보현삼매품 / 제4 세계성취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2권 (卷第八 ~ 卷第十五) 제5 화장세계품 / 제6 비로자나품 / 제7 여래명호품 / 제8 사성제품 / 제9 광명각품 / 제10 보살문명품 / 제11 정행품 / 제12 현수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3권 (卷第十六 ~ 卷第二十三) 제13 승수미산정품 / 제14 수미정상게찬품 / 제15 십주품 / 제16 범행품 / 제17 초발심공덕품 / 제18 명법품 / 제19 승야마천궁품 / 제20 야마천궁게찬품 / 제21 십행품 / 제22 십무진장품 / 제23 승도솔천궁품 / 제24 도솔천궁게찬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4권 (卷第二十三中 ~ 卷第三十三) 제25 십회향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5권 (卷第三十四 ~ 卷第四十三) 제26 십지품 / 제27 십정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6권 (卷第四十四 ~ 卷第五十二) 제28 십통품 / 제29 십인품 / 제30 아승지품 / 제31 여래수량품 / 제32 보살주처품 / 제33 불부사의법품 / 제34 여래십신상해품 / 제35 여래수호광명공덕품 / 제36 보현행품 / 제37 여래출현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7권 (卷第五十三 ~ 卷第五十九) 제38 이세간품 • 대방광불화엄경 제8권 (卷第六十 ~ 卷第六十六) 제39 입법계품① ~⑦ • 대방광불화엄경 제9권 (卷第六十七 ~ 卷第七十四) 제39 입법계품⑧ ~⑮ • 대방광불화엄경 제10권 (卷第七十五 ~ 卷第八十一) 제39 입법계품⑯ ~㉑ / 제40 보현행원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