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기름 뒤집어쓰고도 상처 입지 않은 ‘웃따라’② 

얼마 후 라자가하의 또 다른 재정관이자 뿐나까가 하인으로 일했을 때의 주인인 쑤마나가 웃따라를 며느리로 선택하고는 자기 아들과 혼인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뿐나까는 이교도인 쑤마나 집안과의 결혼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나의 딸을 며느리로 선택한 것은 고마운 일이나 나는 당신의 아들에게 내 딸을 시집보낼 수 없습니다.”

뿐나까의 말에 놀란 쑤마나 재정관이 당황한 표정을 한 채 물었다. 

“아니, 이제까지 나하고 아주 가까이 지내며 살지 않았소? 많은 재산과 지위를 얻었다고 마음이 변한 것이오? 너무 그러지 말고 당신의 딸을 내 며느리로 주시오.”

“내 딸을 당신의 며느리로 줄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이교도이기 때문이오. 우리 딸은 하루라도 삼보와 떨어져서 살 수 없습니다. 늘 부처님을 존경하고,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며, 그분들의 가르침을 듣고 실천하며 살고 있소. 그러므로 내가 당신의 집안에 딸을 시집보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귀족과 고관대작들이 잇따라 찾아와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뿐나까를 설득했다. 쑤마나 재정관과의 우정을 깨뜨리지 말고 딸을 주면 여러 가지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결혼해 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거듭했다. 뿐나까는 결국 그들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아살하(음력 6월을 의미)의 보름날에 그에게 딸을 주었다.  

결혼식도 성대히 마쳤고, 쑤마나 집안과의 불편함도 사라지는 등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지만 문제는 웃따라였다. 웃따라는 시댁에 살게 되면서부터 비구, 비구니 등 수행자들을 만날 수 없고, 따라서 공양을 올릴 기회도, 법문을 들을 기회도 없게 되었다. 두 달 반쯤 지나자 웃따라는 자신을 시중드는 하녀를 불러 물었다.

“안거가 얼마나 남았지?”

“보름 남았습니다. 마님.”

웃따라는 심부름을 보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님, 어쩌자고 저를 이런 감옥으로 시집보냈어요? 이처럼 부처님을 멀리하는 집안으로 저를 보낸 것은 차라리 낙인을 찍어서 다른 사람들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이 집에 들어온 날부터 저는 비구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법문은 더더욱 말할 것도 아니구요. 단 한 번도 공덕을 지을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딸의 하소연을 들은 뿐나까는 기분이 우울해졌다. ‘오, 내 딸이 정말로 불행하게 살고 있구나.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뿐나까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1만 5천 냥이나 되는 많은 돈을 딸에게 보내며 이렇게 전달했다. 

“이 도시[라자가하]에는 씨리마(Sirimā)라는 기생이 살고 있다. 그녀는 하룻밤을 보내주는 데 천 냥을 받는다고 하는구나. 이 돈으로 그녀를 사서 남편을 시중들게 하고, 너는 그동안 공덕을 짓도록 해라.” 

씨리마는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기생이자, 지와까(Jivaka)의 여동생이기도 했다. 웃따라는 아버지의 전갈대로 시리마를 불러서 말했다. 

“이 돈을 줄 테니 보름 동안 내 남편을 잘 모셔줄 수 있겠습니까?”

“좋아요.”

씨리마가 계약에 동의하자 웃따라는 그녀를 데리고 남편에게 갔다. 남편이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씨리마를 데리고 온 웃따라를 보고 물었다. 

“아니, 무슨 일이오?”

“여보, 이 여인은 나의 친구입니다. 보름 동안 내 친구가 당신을 잘 모실 겁니다. 나는 보름 동안 공양을 올리고 법문을 듣도록 하겠어요.”

본래 방탕기가 있던 남편인지라 아름다운 기생 시리마의 미색을 보자마자 반해 벌써부터 표정에 욕정이 넘쳐흘렀다. 그런 그가 아내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소. 그렇게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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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따라는 곧바로 부처님과 비구들을 초청했다. 

“부처님이시여, 앞으로 안거 해제 날까지 보름 동안 다른 곳에 가지 마시고 여기로 오셔서 공양하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부처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자 그녀는 기쁨에 차올라 어쩔 줄을 몰랐다. ‘오늘부터 해제 일까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법문을 들을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부엌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하녀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했다. 

“쌀죽은 이렇게 끓여야 해요. 케이크는 그렇게 굽는 게 아닙니다.”

드디어 해제 일이 하루 전으로 다가왔다. 해제 일은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는 의식인 자자(自恣)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기녀 씨리마와 방탕한 나날을 보내던 남편이 창가에서 부엌을 내려다보며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아내를 보고 생각했다. ‘저 바보 같은 여편네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음식 준비에 땀을 뻘뻘 흘리는 아내 웃따라가 방탕한 남편에게는 그저 한심하게 보일 뿐이었다. 

‘저 여자는 저런 곳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이나 할 줄 알았지 이렇게 안락하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길 줄 모르는 바보야. 내일 해제 일에 까까머리 중들을 대접한다는 생각에 저렇게 기뻐서 설치고 돌아다니다니! 쯧쯧.’ 그는 비웃음을 지으며 창가를 떠났다. 

마침 가까이에 있던 씨리마가 그가 무엇을 보고 웃었는지 궁금해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 광경을 살펴보았다. 씨리마의 눈에 이리저리 오가는 웃따라가 보였다. 

‘이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보고 미소를 지었구나. 아마도 둘 사이에 있는 깊은 애정 때문에 웃었겠지?’ 

씨리마는 보름 동안 이 집에서 첩 노릇을 하며 살고 있었지만, 호사스러운 사치를 즐기다 보니 돈 받고 고용된 첩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자신이 안주인인 양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씨리마에게 웃따라에 대한 극도의 질투심이 일어났다. ‘그녀에게 고통을 주어야겠다.’고 중얼거리며 그녀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과자를 튀기느라 펄펄 끓고 있는 버터기름을 한 국자로 한가득 퍼서 웃따라에게 다가갔다. 웃따라는 다가오는 시리마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중얼거렸다. 

‘이 여인은 나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이 여인 덕에 나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법문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그녀의 커다란 친절에 비하면 이 세상이 오히려 좁고 범천은 오히려 낮다. 내가 지금 여기서 그녀에게 화를 낸다면 버터기름이 내 몸을 태울 것이고, 화를 내지 않는다면 태우지 못할 것이다.’

웃따라는 증오를 품고 다가오는 씨리마를 대상으로 삼아 자애로 마음을 가득 채웠다. 씨리마가 펄펄 끓는 버터기름을 머리에 끼얹었을 때 그녀는 버터기름을 차가운 물처럼 느끼며 몸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다음 국자는 더 시원할 것이다.”

씨리마는 빈정대며 두 번째로 버터기름을 국자에 가득 퍼서 웃따라에게 다가갔다. 씨리마가 세 차례나 웃따라의 머리에 끓는 기름을 부었으나 웃따라는 시원함을 느낄 뿐이었다. 이것은 자애삼매에 든 자만이 행할 수 있는 신통이었다. 

이 황당한 광경을 본 웃따라의 하녀들이 놀라 뛰어들며 씨리마를 쫓아내려고 소리 질렀다. 

“썩 꺼져라. 이 극악무도한 계집아! 네가 무슨 권리로 우리 마님에게 기름을 끼얹는단 말이냐?”

부엌에서 일하던 하녀들이 모두 달려와 그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바닥에 쓰러뜨렸다. 웃따라는 그녀들을 말리고 싶었지만, 끓는 기름을 뒤집어쓴 뒤라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가까스로 씨리마의 몸에서 하녀들을 떼어내며 말했다.

“왜 나에게 이런 나쁜 짓을 했어요?”

웃따라는 씨리마를 데리고 가서 뜨거운 물로 목욕시키고 얻어맞은 곳에 백 번이나 정성껏 약을 발라주며 치료를 해주었다. 

씨리마는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와 자신이 고용된 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화들짝 깨달았다. 

‘내가 너무나 나쁜 짓을 저질렀구나. 주인이 그녀를 보고 웃었다고 머리에 뜨거운 기름을 끼얹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를 붙잡으라고 하녀에게 명령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때리고 있는 하녀들을 밀쳐내고 치료까지 해 주었다. 그녀에게 용서를 빌지 않으면 내 머리가 쪼개지고 말 것이다.’

씨리마는 즉시 웃따라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말했다. 

“용서해 주십시오. 마님.”

“나의 아버지가 그대를 용서한다면 나도 용서하겠어요.”

“알겠습니다. 마님. 그럼 당신 아버지인 뿐나까 재정관에게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씨리마, 나에게는 아버지가 두 분이에요.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 세간의 아버지는 뿐나까 재정관이지만, 윤회를 여읜 출세간의 아버지는 따로 계십니다.”

“어느 분이 출세간의 아버지인가요?”

“올바로 스스로 위없는 깨달음을 얻으신 분, 부처님이십니다.”

“아, 그런데 나는 그분에게 신심이 없는데요.”

“한 번 만나보면 신심이 생길 것입니다. 내일 부처님께서 스님들과 함께 여기에 오십니다. 당신이 공양을 준비해서 올리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님.”

씨리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집으로 가서 500명의 기녀들과 함께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다음 날 그녀는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웃따라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감히 부처님과 비구들의 발우에 음식을 올리지 못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웃따라는 그녀가 준비한 음식을 비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드렸다. 공양이 끝나고 씨리마가 기녀들과 함께 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삼배를 올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무슨 잘못을 했는가?”

“부처님이시여, 어제 저는 웃따라 마님에게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웃따라 마님은 저를 때리는 하녀들을 말렸습니다. 저는 솔직히 웃따라 마님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그분의 친절과 자비에 고마움을 느끼며 용서를 구했는데, 그분은 부처님께서 용서를 해주시면 자기도 용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웃따라, 이 여인의 말이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부처님. 이 여인이 펄펄 끓는 버터기름을 제 머리에 끼얹었습니다.”

“그때 무슨 마음을 가졌는가?”

“‘이 여인의 크고 높은 친절에 비하면 이 세상은 오히려 좁고 범천 세계는 오히려 낮다.  그녀의 도움으로 나는 공양도 올리고 법문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만약 화를 낸다면 버터기름이 나를 태울 것이고, 조금이라도 화가 없다면 나를 태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자애로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두! 사두! 사두! 그것이 바로 화를 이겨내는 올바른 방법이다. 분노는 자애로 이겨내고, 비방과 중상은 비방과 중상을 참음으로써 이겨낸다. 인색은 자기 것을 보시함으로 이겨내고, 거짓말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이겨낸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분노를 여읨으로 분노를 이기고

착함으로 악함을 이겨야 한다.

보시로 인색을 이기고 

진실로 거짓을 이겨야 한다. 

부처님의 이 설법이 끝나자 씨리마와 그녀를 따라온 오백 명의 기녀들은 모두 흐름에 든 경지, 수다원과를 성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