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듯이

                                                  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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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물 생각

 이불재 마당은 잡초들의 해방구이다.

 잔디밭 가꾸기를 포기했더니 풀밭이 됐다.

 그런데 잡초들이 자연의 선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3, 4월은 민들레 꽃밭, 5월이 되면 토끼풀 꽃밭이 될 것이다.

 자연이 나에게 멋진 꽃밭을 선사하고 있다.  

 의도대로 틀을 만들려는 잔디밭 관리가 공자적이라면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은 노자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처님 다운 것일까?

 민들레꽃이든 토끼풀꽃이든 다듬어진 잔디밭이든

 그것의 생로병사를 보고 집착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연꽃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듯이.

 부처님 말씀과 침묵

 사람들은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물건 때문에 근심한다. 

 자기가 소유한 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없어진다는 것을 알아, 

 집착과 소유의 집에 머물지 마라.

 ‘이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죽으면 저절로 잃게 된다. 

 눈을 뜬 사람이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이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다. 

 여래를 따르는 사람은 현명하게 이 이치를 깨닫고

 내 것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히지 마라.

 권세가 있던 사람도 죽은 후에는 그 이름만 남을 뿐이다. 

 내 것이라고 집착하여 욕심부리는 사람은 

 걱정과 슬픔과 인색함을 버리지 못한다. 

 평안을 얻은 성인들은 무소유의 삶을 살다가 떠난다.

 세속에서 물러난 청정 수행자는 

 멀리 떨어진 고요한 곳(寂靜處)을 즐겨 찾는다. 

 그가 생사의 굴레 속에 자기를 집어넣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에게 어울리는 일이다.

 성인은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또 슬픔도 인색함도 그를 더럽히지 못한다. 

 연꽃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듯이, 

 성인은 보고 배우고 사색한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다.

                                               ― 『숫따니빠따』

 갈무리 생각

 마당가에 봄까치꽃이 피었다. 눈길을 주면 꽃이 되고 눈길을 벗어나면 잡초라고 한다. 세상인심이 그렇다. 그러나 이 세상 만물은 제 나름대로 주인공, 어찌 생명의 무게가  무겁고 가벼우랴.  연못에 드는 물소리를 듣고 봄까치꽃이 활짝 웃고 있다.

 보라색 봄까치꽃들에게 눈을 준다. 꽃이 나를 유혹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봄까치꽃 앞으로 왔다. 그러니까 꽃이 나를 유혹했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꽃은 저 혼자 제 자리에 피어 있을 뿐이다. 

 내가 육하원칙 안에서 한 생각 일으켰을 뿐, 돌아서면 나는 꽃을 보지 않았던 것처럼 잊어버릴 터이다. <반야심경>의 조견 오온개공(照見 五蘊皆空)은 지당한 말씀이다. 꽃을 보고 깨닫는 아침이다. 

 세상의 다른 모든 기쁘고 슬프고 즐거운 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한 생각 일으켜 반응했을 뿐, 본질은 망각 저편에 있는 공(空)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집착한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어떤 것에도 걸림이 없는 이는 공(空)의 이치를 깨달은 지성인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