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는 계를 받기 전, 삭발의식을 거친다. 세속을 떠나 부처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삭발은 출가정신의 상징적 행위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율문(律文)에도 출가자는 반드시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가자 삭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외도(外道)의 출가자들과 모습을 다르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속적 번뇌를 단절하는 것이다. 부처님 재세 시 인도에는 집을 떠나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전에서는 이들을 외도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머리를 기르거나 결발(結髮, 타래머리)을 한 사례가 많았다. 부처님은 제자들을 외도들과 구분하기 위해 반드시 머리와 수염을 깎도록 했다. 이런 정신을 근거로 제정된 율문은 ‘출가자가 머리와 수염, 손톱을 기르는 행위를 승모(僧貌)에 어긋난다.’고 하여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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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들은 처음 출가할 때 삭발하고, 그 뒤로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 삭발을 한다. 삭발은 체발(剃髮) 또는 낙발(落髮)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세속적 번뇌의 소산인 일체의 장식(裝飾)을 떨쳐 버린다는 뜻이다. 즉 세속적 번뇌와 얽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출가자의 삶이고, 이런 삶을 살아가겠다는 서원의 상징이 삭발이다. 불가에서는 출가자가 머리모양에 연연하면 출가의지가 흐려지고 무명(無明)을 증장(增長)시킨다고 하여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도 부른다.

출가자의 외형적인 특성은 삭발염의(削髮染衣), 즉 ‘머리를 깎고 옷을 물들여 입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모습으로 출가자가 승려(비구·비구니)임을 판별한다. 또 삭발을 하는 이유에는 번뇌와 교만심을 없애고 수행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다. 삭발에는 이렇게 숭고함과 맑음의 뜻이 담겨 있다. 

재가자들은 출가자를 당연하게 스승으로 대한다. 이런 배경에는 출가자만의 독특한 외양이 한몫을 차지한다. 그 독특한 모습이 바로 삭발염의이다.

삭발은 사실 대단한 각오가 아니면 실행하기 어렵다. 세속과의 결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삭발하고 출가하는 것을 ‘다시 태어남’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의 나는 삭발하는 순간 죽었고 그 순간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얼굴 모습이야 삭발 전후가 다르지 않지만 삭발 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출가자들은 거듭 태어난 자들이다. 출가 전에는 부모형제 등 세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 왔다면, 출가 이후 세상에서는 그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처럼 살아간다. 그 분기점이 삭발 순간이다. 

삭발과 염의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출가자의 위의(威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산자야의 제자였던 사리뿟따가 5비구 중의 한 분인 앗사지 존자의 경행 모습을 보고 존경의 마음을 낸 장면은 위의가 갖는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사리뿟따는 앗사지 존자의 탁발하는 모습만으로 그가 ‘거룩한 님’, 즉 아라한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삭발하고 가사를 걸친 수행자의 모습은 남루하다. 그러나 남루한 그 모습 속에 사람들에게 귀의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위의가 있다. 위의는 늘 깨어 있는데서 나온다. 그래서 <청정도론>에서는 분소의를 입고 탁발하는 수행자의 위의에 대하여 “마라의 군대를 항복받기 위해 분소의를 입은 수행자는 전쟁터에서 갑옷으로 무장한 왕족처럼 빛난다.(청정도론 2장 두타행)”라고 하였다.

종종 수염을 기른 스님들을 볼 수가 있다. 삭발은 했는데 수염은 멋지게 기른 모습이다. 달마도에 그려진 달마대사가 수염을 기른 모습이어서 그런지, 스님들이 수염을 기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스님들은 수염을 길러도 되는 것일까? <쭐라박가(율장소품)> ‘사소한 일의 다발’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 때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이 수염을 다듬고, 수염을 기르고, 염소처럼 긴 수염을 만들고, 사각모양의 수염을 만들고, 가슴에 털 모양을 만들고, 배위에 털 모양을 만들고, 구레나룻을 만들고, 음부의 털을 잘라냈다. 사람들이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수행승들이여, 수염을 다듬어서는 안 된다. 수염을 길러서는 안 된다. 염소처럼 긴 수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각모양의 수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슴의 털 모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배위에 털 모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구레나룻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음부의 털을 잘라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악작죄가 된다.’”

부처님은 수염 기르는 것을 악을 짓는 죄[惡作罪]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긴 수염을 기른다든가 구레나룻을 기르는 출가자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당연히 비난 받아 마땅한 악행이다.

수염과 몸에 난 털을 기르고 관리하는 것도 악작죄에 해당하거늘, 하물며 출가자의 위의를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인 삭발을 하지 않고 머리를 기르는 비구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쭐라박가>에 이와 관련된 부처님의 언급이 등장한다. 

“한때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이 머리를 장발로 길렀다. 사람들은 그들에 대하여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했다. 

‘어찌 사끼야[석가]의 아들인 수행자들이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는 재가자처럼 머리를 장발로 기를 수 있단 말인가?’

수행승들은 그 사람들이 혐책하고 분개하고 비난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수행승들은 세존께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것을 기회로 이것을 원인으로 수행승들의 참모임[상가]을 불러 모아 수행승들에게 물었다. 

‘수행승들이여,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이 머리를 장발로 기른 것이 사실인가?’

‘세존이시여, 사실입니다.’

존귀한 부처님께서는 견책했다. 

‘수행승들이여, 그 어리석은 자들은 적절하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고, 알맞지 않고, 수행자의 삶이 아니고, 부당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행한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어찌 그 어리석은 자들이 머리를 장발로 기를 수 있단 말인가?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청정한 믿음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를 더욱 더 청정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수행승들이여, 그것은 오히려, 아직 청정한 믿음이 없는 자를 불신으로 이끌고, 이미 청정한 믿음이 있는 자 가운데 어떤 자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그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을 여러 가지 방편으로 꾸짖어, 키우기 어렵고 부양하기 어렵고 욕심이 많고 만족을 모르고 교제를 좋아하고 나태한 것에 대하여 책망하고,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일깨워, 키우기 쉽고 부양하기 쉽고 욕망을 여의고 만족을 알고 버리고 없애는 삶을 살고 두타행을 하고 청정한 믿음을 갖추고 쌓아 모으지 않고 용맹정진하는 것을 찬탄하고, 수행승들을 위하여 그에 알맞고 그에 걸맞게 경책하여 법문을 하고 수행승들에게 일렀다. 

‘수행승들이여, 머리를 장발로 기르면 안 된다. 기르면, 악작죄를 범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른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쓰고 다니는 행위에 대해 부처님은 어떻게 대하셨을까?

출가자가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출가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니 두 말할 나위가 없거니와, 삭발을 했더라도 머리에 모자나 두건 같은 것을 뒤집어쓴 자에 대해 부처님은 <빅쿠빠띠목카(비구계본)>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계신다. 

“나는 환자가 아닌 한 머리에 터번을 두른 자에게 가르침을 설하지 않겠다.”

삭발을 했더라도 모자나 두건 같은 것을 쓴 수행승조차 사실상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하물며 기른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쓰고 다니는 행위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최근 불교계 안팎에서 한 승려가 머리를 기른 것을 두고, 종단 호법부에 고발장이 접수되는 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왜 그런 것인지 연유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한국불교 승가가 잘못 가고 있는 한 현상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