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조  홍인 

 중국 선종 제5조는 홍인(弘忍大師, 601∼674)이다. 

 그의 속성은 주(周)씨이고, 태어난 곳은 호북성(湖北省) 황매현(黃梅縣)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무성(無性)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4조 도신이 황매현으로 볼 일이 있어 가던 중에 길에서 한 어린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의 풍모가 남달리 빼어났으므로 도신이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너의 성(姓)이 무엇인가?” 

 무성이가 대답했다.  

“불성(佛性)입니다.” 

 도신은 기특하게 여기면서 다시 물었다.  

“너는 무성이 아니더냐?” 

“불성은 공(空)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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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신은 이 아이가 큰 법의 그릇이 될 것임을 알고 부모의 허락을 얻어, 12살 어린 무성이를 제자로 삼고 불명(佛名)을 홍인(弘忍)이라 지어주었다.   홍인은 선천적으로 말이 적고 소박하였다. 낮에는 스승 도신이 시키는 일에 열중하면서, 말없이 노동에 힘썼기 때문에 같이 수행하는 사람들은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새벽까지 좌선에 힘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생활을 여러 해 계속하였다. 도신은 홍인의 인물 됨됨이를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마음을 써서 특별히 지도하였다. 

 홍인은 30여 년이나 스승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홍인은 경전을 읽은 바가 없었지만 스승의 가르침에 힘입어 배우는 대로 모두 터득하였으며, 걷거나, 앉거나, 멈추는 모든 곳을 바로 진리를 배우고 실천하는 장소로 여겨, 행동과 언어, 마음 모든 것을 통하여 일관되게 불법을 실천하였다. 달마, 혜가, 승찬, 도신을 통해 이어진 선불교적 상상력은 홍인에 이르러 삶과 결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실천하지 않는 선(禪)은 '죽은 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홍인 스님의 위대함은 스승 도신의 선사상을 더욱 확장한 데 있다.  홍인은 어느 날 학인으로 부터 질문을 받았다.

“수도자는 왜 도시나 마을에서 수도하지 않고 산림에 은둔해야 합니까?”

 홍인은 대답했다.

“훌륭한 건물의 재목은 원래 세속에서 자라지 않고 심산유곡에서 나온다.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칼이나 도끼에 찍히지 않고 하나하나가 빼어난 재목으로 자라난 뒤 비로소 귀중한 재목으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을 그윽한 산림에서 다듬고 혼탁한 세속의 먼지를 털어 낸 다음 수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리하여 깨달음의 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훗날 홍인 문하에서 수행하여 출중한 인물로 성장한 산간의 구도자들이 낙양과 장안에서 세속의 동량이 된 사실을 전제로 한 내용이다.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수의 뛰어난 인재가 배출된 것은 홍인의 독특한 지도 방침에 따른 수행의 덕이었다. 

홍인은 이처럼 철저한 수행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을 치열하게 점검하는 준엄한 선승으로서의 생애를 보냈다. 홍인은 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그대들이 스스로 본심이 바로 부처인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까닭에 너희들에게 간절히 권하기를 천경만론千經萬論이 각자의 본래의 진심을 지키는 것(守本眞心)만 못하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때 홍인이 표방하는 수본진심 사상은, 선사상의 면에서는, 도신의 사상을 한 단계 진보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도신은‘수일불이’를 통하여 마음을 집중하여 한 물건을 간看하게 하고 있을 뿐이지만, 홍인은 ‘수본진심’에서 한 물건에 집중하는 바로 그 마음을 내부의 자심으로 되돌려 본래의 진심을 지킬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스승인 도신의 수일불이설에는 마음이 속에 감추어져 있을 뿐이지만, 제자인 홍인은 수본진심설을 통하여 이 마음을 표면으로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사상은 '밖'에 어떤 대상을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찾는 '안'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다. 

 또한 홍인의 선법의 두 가지 특징은 선농겸수禪農兼修와 〈금강경〉의 중시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좌선하여 새벽에 이른다.”

 그는 수선과 노동을 둘로 보지 않고 병행하여, 수행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했다.

 “행주좌와가 모두 도량이고, 삼업(三業: 身·口·意)이 모두 불법이다.

 이것이 조사선祖師禪의 본질이다.

 ‘선禪이 곧 생활이다’라는 선가의 취지와 사상의 연원을 표현한 것이다. 

 홍인은 구체적인 좌선수행법으로 ‘일자간一字看’과 ‘일상관日想觀’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능가불인법지』에 다음과 같은 일절이 보인다.

     여기 한 채의 집이 있는데 그 안에 똥과 초토가 가득하다. 

     이것이 무슨 물건인가? 

     똥과 초토를 남김없이 다 소제하여 한 물건(一物)도 없는데, 

     이것이 무슨 물건인가?” 

 이는 간화선적인 요소가 짙은 선문답의 일절인데, 한 물건(一物)이 무엇인가?라고 의심하는“이뭣고(是甚)?”화두의 연원이 되고 있다. 

 홍인으로부터 많은 전법제자(소위 10대 제자)가 배출되는데, 그 가운데 신수와 혜능이 나와서 남.북종선으로 발전하게 된다. 중국 선종사에서 홍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홍인의 동산법문을 이어받은 제자들이 중국의 남과 북 각지로 진출화여 홍인의 교지를 확장함으로써 선종이라는 새로운 실천불교의 응집체가 여기저기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홍인의 혜안이 아니었더라면 돈오(頓悟)를 제창한 혜능(慧能)의 남종선(南宗禪)과 점오(漸悟)를 주장하는 신수(神秀)의 북종선(北宗禪)이 탄생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대 사람들은 도신이 주석한 쌍봉산을 서산(西山)이라 부르고 홍인이 주석한 풍무산을 동산(東山)이라고 불렀다. 홍인은 동산에서 700명의 제자를 가르쳐 크게 선풍(禪風)을 선양하였으며, 이로부터 우리는 홍인의 선을 동산법문(東山法門)이라고 부르게 된다.  

 부처의 사물을 보는 관점과 논리체계를 뒤로하고, 좌선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집단의 형성은 쌍봉산문의 개창과 동산법문의 융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면 붓다의 눈보다 지금 여기서 살아서 숨을 쉬는 수행자의 눈을 귀하게 여기는 선종의 입장이 홍인 문하의 뛰어난 제자들에 의해서 중국 전 지역에 널리 알려지고 공감을 얻게 된 것은 중국 불교의 새로운 진로를 여는 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6조 혜능에게 다음과 같은 전법게를 남긴다.

     有性來下種 

     因地果還生

     無情亦無種 

     無性也無生

     사랑으로 씨를 뿌리니

     그 사랑을 받을 땅이 있어 과실이 난다.

     사랑이 없으면 씨 또한 없어

     불성도 태어남도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