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 장편소설 <굿바이 붓다> 출간  

출간 직후 4쇄…그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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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에 출간했던 정찬주 장편소설 <니르바나의 미소>가 최근 <굿바이 붓다>(동국대 출판문화원 펴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가치가 충분한 책이 재출간되는 것이야 종종 있는 일이지만, 대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출간하자마자 3쇄를 넘어 4쇄를 찍었다. 초판을 소화하기도 어렵다는 이 시기에 도대체 이 책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일까?

필자는 10여 년 전의 한국불교와 오늘의 한국불교가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믿는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불교계에서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라는 질문은 낯선 것이었다. 이보다는 ‘부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음이 부처’, 또는 ‘마른 똥 막대기’ 등의 다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질문과 대답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전재성 박사와 각묵 스님, 대림 스님 등의 노력으로 빠알리 삼장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자연스럽게 위빠사나 수행법이 불교계 전반, 특히 재가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시나브로 바뀌게 되었다. 선불교의 가치와 효용이 여전히 탄탄하고, 한국불교의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의 위용에 큰 변화는 없지만,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 ‘그분은 어떤 삶을 살아가셨는가?’, ‘한 인간으로서 부처님이 보여준 삶의 여정과 교훈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불자들의 높아진 관심이 2600년 전 부처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삶의 여정, 한 인간으로서 출가 제자와 재가의 제자들을 대한 장면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옮겨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3년 가까운 시간을 버티며 사람들은 부쩍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하고 있고, 이기심이 가져온 인류의 불행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고통과 내 삶과 멀지 않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람들, 특히 불자들은 ‘부처님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어떤 해답을 주셨을까?’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눈길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 3개월 동안의 여정으로 향한 것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굿바이 붓다>는 법정 스님의 제자인 정찬주 작가가 2011년 출간한 소설 <니르바나의 미소>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재출간한 책이다. 더불어 정찬주 작가의 여러 책에 삽화를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윤경 씨의 그림을 더하여 글이 전하지 못하는 부분을 풍성하게 채워 넣었다.

이 소설은 부처님이 웨살리에서 비구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열반을 예고한 이후 꾸쉬나가라 변두리에 있는 살라나무 숲속에서 입적하기까지 제자 아난다와 주고받은 석 달 동안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그리고 있다. ‘부처님 마지막 가신 길’에 함께한 아난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직 아라한이 되지 못한 아난다는 ‘진리를 깨달아 완전한 존재가 된 부처님이 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들어 죽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런 아난다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모든 현상은 소멸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 소설의 모태가 된 <대반열반경>의 중심 사상은 ‘여래상주 무유변이(如來常住 無有變易)’로 표현되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이다. ‘여래는 늘 머물고 계시니,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작가는 여기에 착안해 열반은 부처님 육신의 소멸이기에 제목에 ‘굿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번뇌를 완벽히 제거해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不二)을 깨달은 자의 떠남은 슬픔이 아니라 기쁨[열반]이기에 부제를 ‘부처님 마지막 가신 길 – 웰컴 니르바나’라고 붙였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부처님을 초인(超人)으로 그리기보다는 인간다움에 우위를 두고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부처님은 아직 아라한이 되지 못한 비구들에게 정성을 더 쏟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연민의 정을 더 주고 있음이 보인다.”며 “이 소설을 쓴 나 역시 아난다처럼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으로서 부처님의 이와 같은 자비로운 모습에 크게 감동했고 무한한 존경심을 느꼈다”고 술회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죽음을 통해, 죽음을 넘어 완전한 행복[열반]의 길로 이끄는 감동적인 과정을 ‘구도소설’의 장르를 개척한 정찬주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 <굿바이 붓다>. 궁극적으로 부처님 역시 누구보다 사람다운 사람이었기에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