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밭 갈고 씨를 뿌린다오 

                                                      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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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마중물 생각    

 매화 꽃망울이 부풀다가 활짝 만개하고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봄을 부르고 있다.

 겨우내 닫혀 있던 굴 같은 산중이 이제야 열린다고 해서 

 '개굴개굴(開窟開窟)' 노래하나 보다. 

 개구리가 동면하던 땅속의 굴이 열린다는 노래이기도 하고. 

 아무렴 때마침 봄비가 연못의 수련처럼 동그란 파문을 그리며 

 개구리 노랫소리에 화답하고 있다. 

 ‘좋지요, 좋지요’ 하고 메아리 같이 응답하고 있다.

 햇볕이 많이 드는 양지에는 동백꽃이 몇 송이 피어 있다. 

 꽃이 피는 것은 생명의 신비다.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다 드러내는 곡진한 실존들이다.

 바야흐로 산중농부들이 농사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산중농부들이 씨를 뿌리려고 다랑이논밭을 뒤엎고 있다.

 2천5백 년 전의 부처님도 ‘나도 밭 같고 씨를 뿌린다’고 하셨다.

 부처님 말씀과 침묵

부처님께서 마가다왕국 남산의 바라문촌에 머물고 계셨다. 

부처님께서 바라문 바라드바자 집으로 탁발 가셨을 때 

그는 마침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음식을 받기 위해 

한쪽에 서 있는 부처님을 보고 바라드바자가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에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지요.”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당신의 멍에나 호미 

그리고 작대기나 소를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고 하십니까? 

당신이 밭을 간다는 것을 

우리들이 알아듣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믿음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며, 

지혜는 내 멍에와 호미요 부끄러움은 쟁기자루며, 

의지는 잡아매는 줄이고 생각은 내 호미날과 작대기라오. 

몸을 근신하고 말을 조심하며 음식을 과식하지 않지요.

나는 진실을 김매는 일로 삼고 있다오. 

온화한 성질은 내 멍에를 벗겨주지요. 

노력은 내 황소이므로, 

나를 절대자유의 경지로 실어다 준다오. 

물러남 없이 나아가 그곳에 이르면 근심걱정이 사라지지요. 

내 밭갈이는 이렇게 이루어지고 단 이슬의 열매를 가져온다오. 

이 같이 농사를 지으면 온갖 고뇌에서 풀려나게 되지요.”

이에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커다란 청동 발우에 

우유죽을 하나 가득 담아 부처님께 올렸다.

                                                     ― 『숫따니빠따』      

 갈무리 생각

 나는 무슨 밭을 갈며 무슨 씨앗을 뿌리며 사는지

 바라문 바라드바자에게 하신 부처님 말씀을 거울삼아 사유해 본다.

 누구나 자기만의 밭이 있고 씨앗이 있을 터.

 나의 밭은 원고지요 써내려가는 글은 씨앗이며

 사색은 씨앗을 싹틔우게 하는 비와 햇볕이다.

 작가적 매의 눈으로 김매는 일(수정작업)을 하고

 노력과 인내는 나를 이끌어주는 황소이므로

 나의 생계를 해결해주고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마음이 편안해질 때 나는 가끔 차를 마신다. 

 발효차를 주로 마시지만 드물게 말차를 마시기도 한다.

 말차 가루를 샘물을 부어 놓은 다완에 넣고 

 대나무 다선(茶筅)을 능숙하게 휘저으며 거품을 낸다. 

 이를 격불(擊拂)이라 하는데, 신선한 공기는 차맛을 더 좋게 한다. 

 말차를 마신다는 것은 물과 차와 공기, 세 가지를 마시는 셈이다.

 말차를 목마를 때 물마시듯 빨리 마셔버려서는 안 된다. 

 급히 마시면 말차의 깊고 그윽한 아취를 느끼지 못하고 

 너무 늦게 마시면 말차의 고상한 맛과 향을 놓쳐버린다. 

 말차는 거품이 꺼지기 전인 1분 안에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