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김신용·문숙 공동 수상 

소설 부문 최은미 작가 … 선 문학 부문 성우 스님

2022년 제23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김신용, 문숙 시인, 소설 부문에 최은미 작가, 선 문학 부문에 성우 스님이 선정됐다.

현대불교문학상 심사위원단(조계종 문화부장 성공 스님,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장 수완 스님, 오세영 시인, 윤후명 소설가, 공광규 시인)은 아래와 같이 제23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작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각 1,000만 원이 상금으로 수여되는데, 시 부문은 공동수상이어서 500만 원씩 수여된다. 시상식은 코로나19 예방 및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차원에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김신용의 『너를 아는 것, 그곳에 또 하나의 생이 있었다』

불교적 제재와 체화된 사유가 은은히 엿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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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수상작으로 김신용의 『너를 아는 것, 그곳에 또 하나의 생이 있었다』(백조, 2021)와 문숙의 『불이론』(천년의시작, 2021)이 선정됐다. 2인 공동수상이다.

시집 『너를 아는 것, 그곳에 또 하나의 생이 있었다』는 짧은 시들의 모음이다. 우리는 그의 시집에서 맑고 투명한 심상의 서정을 음미해가다가 불교제재를 형상한 「목탁에 대하여」와 「연잎밥」을 만나면서 마땅히 수상자로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목탁은 물고기를 형상한 것이다. 물고기처럼 항상 눈을 뜨고 있으라는, 깨어있으라는, 쉼 없이 정진하라는 의미이다. 이런 비유적 진술 끝에 시인은 “목탁을 두드리는 것은,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끝없는 노크 소리”라는 문장을 덧붙인다. ‘노크소리’라는 현재언어가 새롭게 와 닿았다. 「연잎밥」에서는 소포로 받은 연잎에 싼 밥에 들어있는 밤과 대추와 잣을 고명으로 얹은 내용물이 무슨 ‘화두’ 같고 “이 뭣고?”하고 내미는 손 같다고 한다. 시 「물방울」에서 빈 몸의 소유가 꽃피우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시 「물의 뿌리1」에서는 낮고 낮은 겸허의 심상이 피워 올리는 꽃을 발견하고 있다. 「시선」에서는 미동도 없이 물속의 먹이를 응시하는 백로에게서 백척간두의 몰입을 발견한다. 시의 곳곳에 불교적 제재와 체화된 사유가 은은히 엿보인다.

문숙 『불이론(不二論)』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진리 일상에서 발견하는 안목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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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의 『불이론』은 제목부터 불교적 제재의 시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밤이 낮을 품고 낮이 밤을 품는, 선이 악을 품고 악이 선을 품는, 상반되어 보이지만 상반되지 않는,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인 불이의 원리를 생활일상에서 발견하는 눈을 가진 깊은 서정의 장맛을 우려내고 있다.

멋진 비약의 솜씨를 보이고 있는 “입질을 멈추자/ 비린내가 사라졌다”는 「묵언」의 시 구절에서는 언뜻 차갑고 깨끗하고 당돌한 선적 냄새를 풍긴다. 시 「낙우송」에서는 육지로 향한 나무뿌리를 “천 개의 불상”으로 보며, 거대한 낙우송을 “불가에 몸담고도 승속을 넘나드는 어느 스님”으로 형상화한다.

시 「수종사 부처」에서는 “절 마당에 검은 바위처럼 엎드려” “한 자리에서 오전과 오후를 뒤집으며 노는 개”를 부처로 본다. 마침 개 이름도 ‘무념’이다. 시 「경계를 넘는 일」은 밭의 경계를 넘어 호박을 매다는 호박넝쿨을 통해 무경계의 삶을 형상하고 있다. 화자는 무경계의 삶을 산 어머니에게서 “오지랖이 대천지 바다”를 유전으로 받았다고 한다. 시 「어머니가 병원에 가던 날」에서는 어머니와 관음보살을 병치시킨다.

두 분 모두 불교제재와 불교적 사유를 시로 잘 빚은 시편들을 시집에 담고 있다. 어느 한 분을 버리기가 어려워 올해는 두 분에게 공동수상의 영광을 안겨주기로 했다.

최은미의 「11월행」과 「점등」

상실의 빈 자리를 환히 밝히는 관계의 등(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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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수상작으로는 최은미의 「11월행」과 「점등」이 선정됐다.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에 실린 두 작품은 불교소설의 전범(典範)이다. 두 작품은 불교주제라는 이(理)와 불교제재라는 사(事)가 무애(無礙)하게 법계(法界)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11월행」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앞두고 ‘여자가 셋인데, 엄마 둘에 딸 둘’인 모계(母系) 삼대(三代)가 예산 수덕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오는 게 서사의 골자이고, 「점등」은 조계종 총무원 일반직 종무원인 경이 연등행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과의 인연을 회고하는 게 서사의 골자이다. 두 작품의 바탕에는 부재(不在) 내지는 상실(喪失)의 정조가 깔려 있고, 그 부재 내지는 상실의 빈자리를 다시 채우는 것은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리는 등(燈)이다. 「11월행」에서 규옥은 어린 나이에 죽은 먼 친척 동생을 기리며 인등을 달고, 「점등」에서 출가한 형을 그리워하다 죽은 민의 휴대전화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연꽃등으로 바뀐다. 민의 휴대전화 번호를 쓰고 있는 사람이 지금 광화문에 있다는 것을 안 경은 승복 두루마기를 입은 스님을 쫓아가면서 ‘작년 봄에 극락전 앞에 머물다 가진 않았나요.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당신도 오늘 내내 민이 생각을 했다고 말해주세요’라고 독백을 읊조리는 대목에서는 부재 내지는 상실의 빈자리가 연꽃등의 불빛으로 환하고 따듯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 하면 두 작품은 부재 내지는 상실의 시간이 즉여(卽如)의 시간으로 환치되기도 한다. 「11월행」에서 기해년 11월 11일 11시 11분은 시나브로 지나갔고, 은형은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여자가 올린 사진 속에는 은형이 텀블러를 들고 있지 않다. 「점등」에서 바뀐 민의 프로필 사진은 ‘작년 점등식도 재작년 점등식도 아닌 올해, 오늘의 점등식 사진’이다.

두 작품에서 부재 내지는 상실의 빈 자리를 등(燈)이 따뜻하고 환하게 채울 수 있는 까닭은 ‘사람이 등을 지키는 게 아니라 등이 밤새 사람을 지키’기 때문일 것이다.

수상작들뿐만 아니라 최은미 작가가 발표한 「목련정전」등 작품들은 불교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축복의 선물이 되고 있다.

선문학 부문 성우 스님의 「무산스님」

도반으로서 오현 스님에게 바치는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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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학 부문 수상작으로는 『승려시집 제7집』에 수록된 성우 스님의 「무산스님」이 선정됐다. 이 작품은 불교텔레비전 회장이자 조계종 원로의원인 성우 스님이 도반인 오현 스님에게 바치는 영결사(永訣辭)이다. 성우스님은 오현 스님에게 각 연마다 각기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한다. 1연에서는 ‘쏜살같이 지옥 가소서’라고 하고, 2연에서는 ‘도리천으로 가소서’라고 하고, 3연에서는 ‘설악산이 외로워하니 사바에 오소서’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토가 곧 정토임을 알고 있는 두 스님만이 주고받는 염화미소(拈華微笑)라고 할 수 있다.

선문학 부문은 수상작인 「무산스님」에게 주는 상인 동시에 오랜 세월 선시의 현대화에 기여한 성우 스님에게 드리는 상이기도 하다. 1969년 《월간문학》, 1971년 《중앙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이래 성우 스님은 입정(入靜)의 선(禪)과 해득(解得)의 시(詩)가 조우한 지점을 모색해왔으며, 에둘러 불교 교리를 전도하고 있는 교시(敎詩)와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의 경계에 진입하는 선시(禪詩)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성우 스님이 출간한 10여 권의 시집은 붓과 먹으로 쓰이지 않은 무량광명(無量光明)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