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재가여성 장로가 된 ‘위사카’② 

마음껏 부처님과 부처님의 상가에 봉사할 수 있게 된 다음 날, 위사카는 곧바로 부처님을 초청해서 공양 올리기로 했다. 부처님이 위사카의 공양을 받기 위해 미가라 장자의 집으로 가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나체수행자들은 서둘러 미가라 장자의 집으로 달려와 장자를 둘러싸고 앉았다. 부처님을 맞이한 위사카는 먼저 깨끗한 물을 올리고, 시아버지 미가라 장자에게 시녀를 보내 말했다. 

“공양 올릴 준비가 다 되었으니 아버님께서 오셔서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시중드는 게 좋겠어요.”

미가라 장자도 부처님께 가고 싶었지만, 나체 수행자들이 나서 못 가게 막았다.  

“장자여, 사문 고따마에게 갈 생각은 전혀 하지 마시오.”

난감해진 미가라 장자가 시녀에게 말했다. 

“나는 사정이 있어 갈 수 없으니 며늘아기에게 혼자 시중들라고 해라.”

할 수 없이 위사카는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공양을 끝내자 그녀는 또 시녀를 보내 시아버지에게 전했다. 

“아버님께서 오셔서 부처님의 법문을 듣는 게 좋겠어요.”

장자는 지금 법문을 들으러 가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법문을 듣기 위해 일어나자, 나체 수행자들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사문 고따마의 법문을 듣고 싶다면 커튼을 치고 밖에 앉아 듣도록 하시오.”

하인들로 하여금 커튼을 치도록 지시한 장자는 커튼 밖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법문을 시작하셨다. 

“그대가 커튼 뒤에 앉아있든 벽 뒤에 앉아있든 산 넘어 앉아있든 온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앉아있든 나는 그대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과연 부처님의 말씀대로 부처님의 목소리가 마치 눈앞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됐다. 미가라 장자는 커튼 뒤에 앉아서 부처님의 법문을 집중하여 들었다. 무상, 고, 무아의 진리를 설파하는 부처님의 설법을 한 대목도 놓치지 않고 새겨듣던 장자는 법문이 끝날 무렵 반야의 지혜를 증득해 수다원이 되었다. 법문 한 번 듣고 성자의 흐름에 든 미가라 장자는 마침내 부처님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과 삼보에 대한 확고한 신심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커튼을 젖히고 나아가 위사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위사카, 오늘부터 그대가 나의 어머니일세.”

그리고는 실제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머니임을 확신시키기 위해 그녀의 가슴에 입을 갖다 대고 젖을 빠는 시늉을 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사람들은 위사카를 미가라마따(미가라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나중에 그녀는 아들을 낳자 이름을 미가라라고 지어 실제로 미가라마따가 되었다. 장자는 부처님께 가서 발아래 엎드려 발을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는 최상의 예의를 다하며 자기 이름을 세 번 아뢰었다. 

“제가 미가라입니다. 부처님. 제가 미가라입니다. 부처님. 제가 미가라입니다. 부처님.”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까지 부처님께 공양 올리면 무한한 공덕이 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오늘에야 저의 며늘아기 덕분에 부처님께 공양 올리면 무한한 공덕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며느리 덕에 저는 영원히 사악처의 고통에서 해탈하였습니다. 저의 며늘아기가 제 집에 온 것은 저에게 무한한 홍복입니다.”

다음 날에도 위사카는 부처님을 초청했다. 이날엔 시어머니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수다원을 성취했다. 이날 이후로부터 위사카의 집은 비구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미가라 장자는 고마운 며느리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나는 며느리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었다. 며느리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을까? 무거운 장신구는 항상 몸에 걸치고 다니기가 어려울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걸칠 수 있는 가벼운 장신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

그는 세공사를 불러 십만 냥의 돈을 주고, 견고하고 세련된 장신구를 만들게 했다. 장신구가 완성되자 이를 기념하여 부처님과 비구들을 초청해서 풍부하게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위사카에게 열여섯 단지의 향수로 목욕하게 하고 장신구를 활용하게 했다. 그녀는 장신구를 착용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삼배를 올렸다. 부처님은 설법을 하고 거처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로 위사카는 자주 공양을 올리는 등 많은 공덕을 지으며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봉사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그녀는 부처님과 제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공양을 올리겠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전날 밤부터 쏟아진 폭우가 다음날 아침까지도 계속됐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부처님과 비구들은 빗줄기를 뚫고 위사카의 집으로 향했다. 쏟아지는 비에 비구들은 어쩔 수 없이 가사를 벗어 겨드랑이에 끼고 상반신을 드러낸 채 위사카의 집에 도착했다. 세존과 비구들이 공양을 다 마치자 위사카가 세존께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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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시여, 저에게는 여덟 가지의 소원이 있습니다. 제 소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부처님은 다짜고짜 소원을 들어달라는 위사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위사카여, 그 소원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위사카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저는 앞으로 일생 동안 부처님의 상가에 우기용 옷(비옷)을 기부하고자 합니다. 또한 저는 일생 동안 다른 곳에서 오는 비구에게 음식을 보시하고자 합니다. 또한 다른 곳으로 떠나가는 비구, 병든 비구, 병자들을 돌보는 비구들에게는 음식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병든 비구에게는 약을 제공하고, 승단에는 계속적으로 쌀과 우유를 제공하고, 또한 비구니들에게는 욕의(목욕 옷)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위사카의 청원을 들은 부처님께서 물었다. 

“그렇다면 위사카여, 당신이 지금 열거한 것과 같은 여덟 가지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부처님의 물음에 위사카가 대답했다. 

“저는 오늘 아침에 시녀에게 승원에 가서 식사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드리라고 보냈는데, 그녀는 비구들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쏟아지는 비에 몸을 씻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나체 수행자가 쏟아지는 비에 몸을 씻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녀는 나신을 드러낸 채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은 세존의 제자 비구들이 아니라 나체로 나다니는 고행자 들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제게 그렇게 보고했고, 저는 확인을 위해 그녀를 다시 승원으로 보냈습니다. 나체로 있는 비구들을 보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노릇입니다. 스승이시여, 저는 이 일을 겪고는 앞으로 일생 동안 우기용으로 특별히 만든 가사를 승단에 제공하는 것을 저의 첫 번째 소원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사실 위사카는 처음 시집을 왔을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수행자들을 보고 불쾌함을 느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위사카는 계속해서 나머지 소원들을 고했다. 

“스승이시여, 사왓티 시를 찾아오는 비구는 길을 모르기 때문에 음식을 탁발할 수 있는 곳을 몰라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앞으로 일생 동안 찾아오는 비구들을 위한 음식을 승단에 제공하는 것을 두 번째 소원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왓티 시를 떠나는 비구는 탁발을 하다가 때를 놓쳐 밥을 굶는 채로 길을 떠나야 하므로 애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앞으로 일생 동안 떠나는 비구를 위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세 번째 소원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병든 비구가 적당한 음식을 먹지 못하면 병이 악화되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구를 돕는 것이 저의 네 번째 소원입니다. 병자를 돌보는 비구는 자신의 음식을 탁발할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비구를 돕는 것이 저의 다섯 번째 소원입니다. 병든 비구에게 적당한 약을 먹이지 않으면 병이 악화되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구를 돕는 것이 저의 여섯 번째 소원입니다. 저는 세존께서 쌀과 우유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기아와 갈증을 없애주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좋은 영양식이 되고, 병자에게는 약이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일생 동안 계속해서 쌀과 우유를 승단에 공급하는 것을 저의 일곱 번째 소원으로 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비구니들은 아치라와티(Aciravatī) 강물에서 창녀들과 함께 나체로 목욕을 하는데, 그럴 때면 창녀들은 비구니들을 놀려대면서 ‘젊은 당신네들은 무엇이 좋다고 순결을 지키고 있지? 늙을 때까지 순결을 지킨다고 해서 젊음과 순결 두 가지가 지켜질까?라며 놀립니다. 하물며 비구니들이 이런 여자들 앞에서 나체를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민망하고, 구역질 나는 딱한 노릇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이유로 앞으로 일생 동안 욕의(浴衣)를 비구니에게 공급하는 것을 저의 여덟 번째 소원으로 삼겠습니다.”

위사카의 간절한 청원을 들은 부처님께서 다시 물었다. 

“위사카여, 당신이 나에게 여덟 가지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이익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부처님이 묻자 위사카가 대답했다.

“스승이시여, 우기가 끝나면 이곳저곳으로부터 비구들이 세존을 찾아뵙기 위해 사왓티 시로 몰려들 것입니다. 그들은 세존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아무개 비구가 죽었습니다. 이제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세존께서는 ‘죽은 비구는 수행의 음덕으로 열반에 이르렀거나 아라한이 되었다’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스승이시여, 저라면 그런 경우에 이렇게 묻겠습니다. ‘그 죽은 비구는 과거부터 사왓티 시에 살고 있었던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면 저는 죽은 비구의 사망 원인이 우기에 옷이 허술했기 때문인지, 찾아오는 비구나 떠나는 비구가 굶주렸기 때문인지, 병든 비구가 적당한 음식을 못 먹었기 때문인지, 병자를 돌보는 비구가 굶주렸기 때문인지, 병든 비구가 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인지, 쌀과 우유를 계속해서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인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결론을 얻고 나면 저에게는 기쁨이 솟아날 것이며 따라서 저의 마음은 평안과 만족감으로 행복이 넘칠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제게는 덕행과 일곱 가지 지혜의 촉진제가 됩니다. 세존께서 저의 소원을 들어주실 때 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사카의 이야기를 경청한 부처님은 밝은 표정으로 위사카를 찬탄했다. 

“좋습니다. 위사카여,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런 이익을 바라고 내게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면 매우 잘한 일입니다.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자비는 비옥한 땅에 씨를 뿌려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번뇌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공양은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번뇌는 미덕의 싹을 말려죽이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여덟 가지 청을 받아들입니다.” 

이어 부처님은 위사카에게 다음 같은 시구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올곧게 살아가는 부인, 

알고 보니 나의 제자일세. 

베푸는 마음 즐겁고 너그러우니,

그녀의 천국 같은 공양물

슬픔을 없애주고 축복을 안겨주네.

그녀의 축복받은 생활, 

타락과 부정을 멀리하네.

선을 추구하는 그녀는 행복하고,

자비심 넘치는 그녀의 마음은 기쁨뿐이네.

위사카는 시아버지 미가라 장자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서 보시제일의 우바이로 거듭났다. 사실 수닷따 장자가 기원정사를 지을 때에도 거액의 재산을 보시한 바 있던 그녀는 기원정사 인근에 비가 내리는 우기나 햇볕이 뜨거운 건기에도 부처님과 천 명 이상의 비구들이 편안하게 수행하고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강당을 지어 보시하기로 결심했다. 

위사카는 사왓티 시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았다. 어느새 그녀는 행운을 가져오는 여인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사왓티 시의 사람들은 그녀를 제일 먼저 초청했다. 

어느 날 그녀는 사원으로 가는 도중에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값비싼 보석 장신구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주렁주렁 달고 사원에 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녀는 장신구를 벗어 망토에 싸서 꾸러미를 하녀에게 맡겼다. 위사카는 장신구를 맡기면서 말했다. 

“이 장신구를 들고 있어라. 부처님 법문을 듣고 나오면 다시 입도록 하겠다.”

그녀는 장신구를 하녀에게 맡기고 시아버지가 만들어준 가벼운 장신구를 입고 부처님께 가서 법문을 들었다. 법문이 끝나고 나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법당에서 나왔다. 그러나 하녀는 깜빡 잊고 장신구를 놔두고 그녀를 따라갔다. 

법문이 끝나고 사람들이 다 돌아간 뒤에 아난다 장로는 큰덩쿨장신구가 남겨져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스승이시여, 위사카가 장신구를 잊어버리고 가버렸습니다.”

“아난다여, 한쪽에 치워 놓아라.”

아난다 장로는 장신구를 주워서 복도에 걸어두었다. 위사카는 사원을 둘러보며 오가는 스님들이나 병든 스님들이 약이나 다른 필요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위사카가 모든 병든 비구와 병든 젊은 비구들과 사미들을 돌보아주고 사원의 다른 문으로 나가서 하녀에게 말했다. 

“장신구를 다오. 여기서 입어야겠다.”

그 순간 하녀는 장신구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을 것을 기억해 냈다. 

“마님, 제가 깜빡 잊어버렸어요.”

“그럼 가서 가지고 오너라. 그러나 아난다 장로께서 주워 보관하고 있으면 가지고 오지 말고 아낌없이 보시하거라.”

위사카는 사람들이 놓고 간 물건을 보관하는 일이 아난다 장로의 소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녀가 돌아와 아난다 장로가 손을 대서 말씀대로 시주를 했다고 보고했다. 위사카가 잠시 생각하더니 하녀에게 말했다. 

“장로님께서 손을 댄 것을 입지 않고 아낌없이 시주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하지만 값비싼 장신구를 비구들이 처리하려면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차라리 팔아서 그 돈으로 승가가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 다시 가서 그 장신구를 가져오너라.”

하녀는 사원으로 돌아가서 장신구를 가지고 되돌아왔다. 위사카는 장신구를 입지 않고 금세공사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금세공사가 감정 결과를 말했다.     

“이 장신구는 구천만 냥의 값어치가 있고 세공비가 십만 냥입니다.”

그러나 그 가격으로 장신구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큰덩쿨장신구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잠부디빠를 다 둘러봐도 위사카와 말라족 반둘라 왕의 왕비와 베나레스의 장자의 딸 말리까 세 사람뿐이었다. 위사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돈을 내고 다시 샀다. 그녀는 구천십만 냥을 마차에 싣고 사원으로 가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난다 장로께서 나의 큰덩쿨장신구에 손을 대셨으면 이 장신구를 입지 않고 팔아서 공양을 올리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팔려고 내놓았는데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가격에 다시 샀습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돈을 여기 가져왔습니다. 세존이시여, 네 가지 필수품, 즉 의복과 약, 음식과 거처 중에서 무엇을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잠시 생각한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위사카여, 사왓티 성 동문 밖에 비구들의 거처를 하나 짓는 게 좋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을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기쁨에 찬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구천만 냥을 들여서 땅을 매입하고 구천만 냥을 더 들여서 비구들을 위한 거처를 짓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새벽 부처님께서 세상을 살펴보시다가 밧디야 성에 사는 장자의 아들 밧디야에게 수다원과를 성취할 인연이 무르익은 것을 아셨다. 밧디야는 전생에 천상에 살다가 죽어 그 가정에 태어났었다. 부처님께서는 수닷따(아나삔디까) 장자의 집에서 공양을 드시고 밧디야에 가기 위해 북쪽 성문을 나섰다. 

위사카는 부처님께서 북문으로 나섰다는 말을 듣자 즉시 달려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물었다. 

“스승이시여, 먼 길을 떠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스승이시여, 많은 재산을 들여 비구들을 위한 사원을 짓고 있습니다. 꼭 지금 떠나야 하시는지요?”

“위사카여, 한 번 나선 발길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유행(遊行)입니다.”

위사카는 순간 부처님께서 가시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스승이시여, 그러시면 떠나시기 전에 건물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장로님을 지명하셔서 공사를 감독하도록 해주십시오.”

“위사카여, 그렇다면 그대가 원하는 비구의 발우를 받아들으시오.”

그녀는 아난다 장로를 특별히 존경하고 있었지만 목갈라나 장로가 큰 신통력을 갖추고 있어서 장로의 도움으로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하리라 생각하고 목갈라나 장로의 발우를 받아들었다. 장로가 부처님께 고개를 돌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갈라나여, 그대는 그대의 제자 오백 명과 함께 되돌아가거라.”

목갈라나 장로는 부처님이 분부대로 제자들을 데리고 되돌아갔다. 목갈라나 장로의 신통력으로 일꾼들은 오십, 육십 요자나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가서 나무와 돌을 구해 돌아왔다. 힘들지 않게 나무와 돌들을 수레에 실었고 수레바퀴 축이 부러지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이층 건물의 사원이 완성되었다. 사원에는 일층에 오백 개의 방, 이층에 오백 개의 방, 합해서 천 개의 방이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건물만 하나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주위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건물 주위에 대나무를 작은 꾸띠 오백 개와 작지만 화려한 건물 오백 채, 그리고 긴 회랑 오백 개를 지었다. 

부처님은 9개월을 유행하시고 사왓티 시로 돌아오셨다. 9개월이 지나자 위사카의 사원도 모두 완공되었다. 그녀는 육십 개의 물 항아리를 담을 만한 커다란 첨탑을 황금으로 만들어 건물 꼭대기를 장식했다. 

위사카는 새로 지은 사원에 머무는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4개월 동안 공양을 올리고 마지막 날에는 모든 비구들에게 가사용 천을 올렸다. 사미들에게도 각각 가사용 천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비구들의 발우에 상비약을 가득 채워주었다. 위사카는 땅을 사는 데 9천만 냥, 건물을 짓는데 9천만 냥, 음식과 가사와 약을 보시하는데 9천만 냥 등 모두 합해서 이억 칠천만 냥을 사용하였다. 이 세상에서 이교도의 집으로 시집을 가서 그 집안을 모두 불교로 개종시키고 이렇게 많은 재산을 시주한 여인은 없었다. 사원이 완공되고 낙성식이 열리던 날, 저녁 그림자가 서서히 길어질 때, 그녀는 자식과 손자와 증손자를 데리고 사원 주위를 돌았다. 그녀의 표정에 환희가 가득 차올랐다. 

이렇게 위사카는 부처님의 상가에 동원정사(東園精舍, 또는 ‘녹자모강당’이라고도 부름)을 봉헌했고, 최초로 재가여성 장로가 되었다. 부처님은 기원정사에 머무는 동안 낮에는 동원정사를 자주 찾았다. 그만큼 위사카 장로에 대한 부처님의 신뢰와 배려가 남달랐다.    

세월이 흘러 위사카의 집안은 마치 초승달이 점점 커져 보름달이 되듯이 아들과 딸들로 가득 찼다. 그녀는 열 명의 아들과 열 명의 딸을 두었다. 아들과 딸들이 또 각각 열 명의 아들과 열 명의 딸을 두었고, 손자·손녀들이 또한 열 명의 아들과 열 명의 딸을 두었다. 그래서 그녀가 백이십 살이 되었을 때 그녀의 직계로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과 증손자 증손녀들이 모두 팔천사백이십 명이 되었다. 그녀는 백이십 살까지 살았지만 머리에 흰 머리카락 없었으며 항상 열여덟 살의 소녀처럼 보였다. 

그녀가 손자 손녀들과 증손자 증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사원으로 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물었다. 

“이분들 중에 누가 위사카 장로님인가요?”

그녀가 걷고 있으면 사람들은 그녀가 걷는 모습이 아름다워 좀 더 오래 걸어가기를 바랐다. 그녀가 앉아 있으면 사람들은 그녀가 앉아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좀 더 앉아 있기를 바랐다. 그녀가 누워 있으면 사람들은 그녀가 누워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좀 더 누워 있기를 바랐다. 어떤 자세 어떤 모습에서도 그녀는 항상 아름답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