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우 기자
bind1206@naver.com 2022-03-08 (화) 07:34불(佛)·유(儒) 교섭과 회통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저작
사상 최초로 불교적 관점에서 『논어』 해석한
지욱 선사의 『논어점정』 역주서 국내 최초 발간
민족사 학술총서 제74번째 책, 『지욱 선사의 논어 해석』이 나왔다. 이 책은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 때의 고승 우익(藕益) 지욱(智旭, 1599-1655)이 승려로서는 최초로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를 주석한 『논어점정(論語點睛)』을 청말민초(淸末民初) 시기의 교육가 양복자(陽復子) 강겸(江謙, 1876-1942)이 보주(補注)한 『논어점정보주』 전편을 역주(譯注)한 국내 최초의 책이다.
지욱 선사는 불교적 사유의 기반 위에서 유교 경전과 도교 경전을 체계적으로 주석하고, 유교와 불교의 사상적 융화의 논리를 깊이 있게 제시했다. 지욱 대사의 『논어점정』은 불교와 유교 사이의 접점을 찾고자 한, 불(佛)·유(儒) 교섭과 회통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이 책 『지욱 선사의 논어 해석』은 역주자의 박사학위 논문 <『논어점정보주』 역주>를 토대로 기존 번역문을 가다듬고 연보와 주석의 내용을 충실히 보충하여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중국의 고승 우익 지욱 선사는 운서 주굉·자백 진가·감산 덕청 등과 함께 명나라의 4대 고승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지욱 선사는 일생에 걸쳐 계율에 기초한 참선과 아울러 염불과 참회 수행을 병행하면서 68종 225권에 달한 방대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그는 다양한 경론의 주석을 쓰면서 여러 학설의 상이점을 서로 융통시키고자 하였고, 그 융통의 귀결점으로 정토왕생을 위한 염불을 제시했다. ‘염불삼매(念佛三昧)’는 지욱 대사의 중심사상으로서 “나와 남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란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세 가지에는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이념을 기초로 한다. 또한 선사는 “유교와 불교의 두 학문이 집에까지 이르는 데 있어 비록 가는 길은 다를지라도 집의 대문에 들어설 때는 그 귀의처가 같다.”라는 가르침을 펴면서 유교 경전인 『주역(周易)』과 사서(四書)를 불교적 안목에서 주석했다.
지욱 선사는 『논어점정』을 주석하는 데 있어서 유교 경전·도교 경전·제자백가서·불교의 경·율·론 삼장 등 여러 경서의 훌륭한 가르침을 채택하여, ‘마음 깨침’을 밝혔다.
지욱 선사는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을 불교의 ‘여래장(如來藏){佛性}’으로 해석했으며, 공자의 ‘학(學){배움}’을 불교의 ‘각(覺){깨달음}’으로 풀이했다. 그리고 천태 지의(538-597) 선사가 부처님이 평생 설한 교법의 특징을 판별하여 해석한 오시팔교(五時八敎)의 교상판석(敎相判釋)을 중심으로 『화엄경(華嚴經)』·『원각경(圓覺經)』·『법화경(法華經)』·『능엄경(楞嚴經)』의 의리(義理)로써 『논어』를 이해하는 기초로 삼았다.
또 지욱 선사는 『논어점정』에서 『맹자』의 핵심 사상인 ‘양지양능(良知良能)’·‘집의소생(集義所生)’·‘천작천록(天爵天祿)’·‘行一不義, 殺一不辜而得天下, 皆不爲也’·‘광견(狂?)’·‘감기망(瞰其亡)’·‘성선(性善)’·‘존심(存心)’ 등을 불교 수행자의 관점에서 풀이했다.
상당수의 불교학자와 승려들이 유교의 불교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불교가 유교와 상반된 가르침이 아니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해명하는 호법론적(護法論的) 저술을 남긴 것과 달리, 지욱 대사는 『논어점정』에서 불교적 사유의 기반 위에서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을 체계적으로 주석하여, 유교와 불교의 사상적 융화의 논리를 깊이 있게 제시했다. 불교적 사유 기반 위에서 유교 경전의 가르침을 전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포용론의 당당한 자세를 각각의 경문에 대한 주석문으로써 보여준다.
지욱 선사는 『논어점정』에서 심(心)과 성(性)을 핵심적인 기초로 삼아 불교의 유심론적(唯心論的) 견해를 밝혔고 공자(孔子)를 부처님 다음가는 성인(聖人)으로 극진하게 높였다.
지욱 선사는 그의 또 다른 저서 『주역선해(周易禪解)』의 서문에서 “내가 『주역』을 해석한 까닭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선(禪)으로써 유교(儒敎)에 들어가 유자(儒者)들을 이끌어 선을 알도록 권면한 것이다.”라고 언급하여, 유교와 불교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儒敎人에게 불교를 이해시키려는 방편임을 밝혔다.
지욱 대사는 이러한 불교적 관점을 바탕으로 『논어』를 비롯한 유교 경전을 해석하였기 때문에, 유교 전통의 해석과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독특한 해석을 하였다. 예컨대, 공자의 도맥이 증자(曾子)가 아니라 안자(顔子)에게 계승되었음을 지적하였고 『중용』이 『대학』에 앞서 저작되었으며 『대학』도 증자가 아니라 자사(子思)에 의해 저술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주자(朱子)의 견해와 상반된 입장을 견지했다.
지욱 선사의 『논어점정』(1647)은 중국 춘추시대의 대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論語)』라는 유교 경전을 불교적 관점에서 풀이한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주석서이다. 이런 지욱 선사의 『논어점정』은 동아시아 불교 사상사에서나 동아시아 유학사에 있어 유·불 교섭과 회통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논어점정』이 국내에 번역된 적은 없다.
이 책 『지욱 선사의 논어 해석』의 출간을 계기로 한국에서 동아시아 불교 사상사 및 동아시아 유학사에 있어 유·불 교섭과 회통이 지닌 사상사적 의의가 널리 조명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욱 , 양복자 강겸 (보주) , 김승만 (역주) 지음 ∥ 민족사
163 * 231 * 55 mm ∥ 808쪽
정가 : 48,000원
저자 : 지욱 명말청초明末淸初 때 인물로 운서주굉, 자백진가, 감산덕청 등과 함께 명대明代 4대고승으로 추앙받는다. 속성은 종鍾, 이름은 제명際明 또는 명성名聲, 자字는 진지振之이다. 법명은 지욱이고, 호는 서유西有 또는 우익藕益이며, 별호는 팔불도인八不道人이다. 어릴 때 유가의 경서를 읽고 불교와 도교를 멸할 것을 서원하였으나, 17세 때 주굉이 지은 「자지록서自知錄序」와 「죽창수필竹窓隨筆」을 읽고 감화되어 불교에 입문하였다. 20세 때는 「논어」를 주석하다가 공자와 안연이 말하는 유가의 심법心法을 깨달았다. 24세 때 꿈에 수차례 감산덕청을 보고는 덕청의 문인인 설령雪嶺법사에게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 그해 주굉의 제자인 고덕古德법사에게 「성유식론」 강의를 듣다가 의문이 생겨 참구, 성종性宗과 상종相宗이 회통됨을 깨달았다. 28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극진히 효자의 예를 다 하고는, 세상의 인연을 끊고 송릉松陵으로 가서 폐관하다가 큰 병을 얻는다. 그리하여 참선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염불로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를 구하였다. 지욱은 일생에 걸쳐 계율에 기초한 참선과 아울러 염불과 참회수행을 병행하면서 방대한 저술활동을 했는데, 다양한 경론의 주석을 쓰면서 여러 학설의 상이점을 서로 융통시키고자 하였고, 그 융통의 귀결점으로 정토왕생을 위한 염불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는 유교의 사서삼경을 불교적 안목으로 주석했을 뿐만 아니라 화엄, 유식, 천태 등 고도의 교학 체계와 선적 체험을 바탕으로 「주역선해」를 지었다. 「주역선해」는 불교적 안목으로 「주역」을 전면적으로 해석한 탁월한 명저로 정평이 나 있다. 57세 되던 1655년 정월에 병이 나서 가부좌한 채로 서방을 향하여 손을 들고 입적하였다. 저서로는 경전 연구의 안내서인 「열장지진」 44권을 비롯하여 「아미타경요해」, 「능가경의소」, 「능엄경현의·문구」, 「법화경회의」, 「금강경파공론」, 「범망경합주」, 「대승기신론열망소」, 「성유식론관심법요」 등 전 분야에 걸쳐 있으며, 문집으로는 「영봉종론」 38권이 전한다. 저자 : 김승만 (역주) 1980년 9월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서 출생하였다. 원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였다(2006.02). 학부 시절 불연(佛緣)을 통해 인연을 맺은 원불교학과 박맹수 교수의 인도(引導)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에 입학(2006.03), 박홍규 선생을 지도교수로 석사학위 논문 「삼봉 정도전의 불씨잡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완성하였다(2009.02). 고려대학교 고전번역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진학(2010.09), 수료 후 만 9년 만에 박사학위 논문 「論語點睛補注 譯注」를 완성하였다(2021.08). 2011년 3월에는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에 입학하여 연수과정 3년을 이수하고 2014년 2월에 졸업하였다. 현재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코베이옥션{천도교 수운회관 6층}에서 고전실 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전적과 고문서, 서화의 탈초ㆍ번역ㆍ해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2015-현재). 지금까지 13,000여 편의 작품을 해제하였다. 학술논문으로는 「우익지욱의 『논어점정(論語點睛)』에 보이는 경전주석 방식의 특징」ㆍ「陽復子 江謙의 『論語』 解釋의 特徵 -『論語點睛補注』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
목차 ㆍ추천사 유·불 회통의 사상사적 의의가 담긴 책- 박맹수(원광대학교 총장) … 005 불교와 유교, 붓다와 공자의 만남- 이영호(성균관대학교 교수) … 008 융·복합 시대의 필독서- 이상현((주)태인 대표 / 대한하키협회장) … 011 부처가 설했던 바른길만을 이야기하는…- 양재열(갯벌문학회 회장) … 013 ㆍ역주자 서문 … 014 Ⅰ. 解題 1. 序論 … 024 2. 구성과 해석학적 토대 … 030 1) 구성 방식 … 030 2) 불교적 관점에서의 『논어』 해석 … 040 3. 경전주석 방식 … 046 1) 佛敎 經典 引用 … 047 2) 陽明學派 經說 引用 … 052 3) 朱子 經說 批判 … 056 4) 注釋과 佛敎 公案의 接木 … 060 4. 結論 … 066 * 補論: 譯注의 方法 … 071 1) 飜譯文의 體裁 … 074 2) 飜譯文의 特徵 … 077 3) 原文 校勘과 標點 … 078 4) 原文 注釋 … 078 Ⅱ. 『論語點睛補注』 譯注 일러두기 … 084 「四書藕益解序」 … 087 「四書藕益解重刻序」 … 093 「論語點睛補注序」 … 107 1. 【學而 第一】 … 110 2. 【爲政 第二】 … 144 3. 【八佾 第三】 … 189 4. 【里仁 第四】 … 225 5. 【公冶長 第五】 … 255 6. 【雍也 第六】 … 285 7. 【述而 第七】 … 322 8. 【泰伯 第八】 … 370 9. 【子罕 第九】 … 391 10. 【鄕黨 第十】 … 422 11. 【先進 第十一】 … 437 12. 【顔淵 第十二】 … 469 13. 【子路 第十三】 … 497 14. 【憲問 第十四】 … 526 15. 【?靈公 第十五】 … 567 16. 【季氏 第十六】 … 604 17. 【陽貨 第十七】 … 621 18. 【微子 第十八】 … 648 19. 【子張 第十九】 … 663 20. 【堯曰 第二十】 … 680 ㆍ〔藕益 智旭 大師 眞影〕 … 684 Ⅲ. 【부록】 弘一大師 撰 『藕益大師年譜』 譯注 … 685 ㆍ참고문헌 … 7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