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화엄의 바다로  

  바람이 분다.

 천지사방,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바람이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이 바람은 과연 어디서 오는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 개혁이다. 틈만 나면 울부짖는 선동가들의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은 조금도 변하지 않겠다는 불개혁의 표현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그들의 개혁이 성공한 예는 지구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지금 부는 봄바람은 판을 갈아엎기 위해서다. 백척의 간두, 한곳에 머물지 말라는 신호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 그래서 만물은 죽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동하고 또 이동한다. 

 입춘이 얼어 죽었다는 2월의 중순. 

 인사동 가는 길. 

 사람이 없다. 변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 변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세상을 지배한다. 서울에서 그래도 변하지 않는 곳, 값싼 기념품과 날림 이벤트로 때로는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래도 인사동은 아직 혼자 한 잔의 곡차를 마시고 조용히 숨을 골목이 존재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서울 짱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빌딩의 숲.

 청계천을 걸어 보신각 맞은편 인사동 초입으로 들어간다. 피맛골의 추억. 아하, 낯익은 간판 <인사동 뒷골목집>. 아직도 있다. 그래, 오래지 않은 옛날, 조계사에서 들러 참배를 하고 연탄불 아래 정담을 나누던 도반들도 모두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렇지만 오늘은 도반을 만나러 먼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승과 속이 공존하는 조계사 한켠 인사동의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사계절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가늠하는 만원 인파의 본점, 속칭 군중 속의 고독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그 인파 속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인파가 없다. 못된 역병 탓일까? 어쩐지 쓸쓸하다. 무릇 좋음과 나쁨의 경계는 공간의 역사가 해결한다. 역시 인사동의 덕목은 사람의 물결이다. 사람 냄새가 나야 인사동이 살아있다. 그러나 지금,  그 수 많던 인파를 감당하고도 남을 한 사람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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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빌딩.

 해방 후 몽양 여운형 선생이 <건국준비위원회> 간판을 걸었던 그 건물일까? 건물은 미로다. 두 개의 건물이 나란히 건국빌딩이다. 한참을 찾았다. 건국관 202호, 교림출판사다. 현관의 <화엄학 연구소>라는 글자가 반갑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르는 정겨운 나무계단 위에 그가 서 있다. 아하, 선책(善冊)의 숲, 그가 환하게 맞이했다. 살피고 간 정보로는 우리 나이 85세, 그러나 그는 아직도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가 그의 스승 탄허 스님을 처음 만난 곳. 아직도 그는 그렇게 수줍게 서 있다.

 처음 그와 마주 앉았다. 

 "그 자리가 노무현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올시다. 그 자리에 앉은 노대통령에게 스승님은 강하면 부러진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였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는 탄허 스님이 남긴 한 사람 제자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불가가 낳은 대강백, 대사상가 탄허 스님은 1934년 22세에 오대산 상원사로 출가했다. 이후 3년간 묵언참선의 용맹정진으로 수행했으며, 15년간 오대산 동구 밖을 나오지 않았다. 1936년 6월에는 선교겸수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상원사에 승려 연합수련소를 설치했고 한암 스님 앞에서 <금강경> <기신론> <범망경> 등을 강의했다. 탄허스님은 당시 주역을 손에 들고 500독을 하였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그는 1967년 조계종 초대 중앙역경원 원장을 지내면서 팔만대장경의 한글 번역작업에 직접 투신, <한글대장경〉 간행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공이 아니라 목숨을 걸었다. 

 왜였을까? 참 수좌를 키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 방법 중의 으뜸이 화엄경이었다. 사람이 보지 않는 경은 휴지로도 쓸 수가 없다. 그는 누구보다도 책의 무용을 알았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오직 책만이 갖는 유용을 안 이 나라 몇 되지 않은 선각(先覺)이었다. 

 해방 후 함석헌과 양주동은 탄허 스님으로부터 장자 강의를 들었다고 전하는데 양주동은 1주일간 장자 강의를 듣고 탄허에게 오체투지로 절까지 했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양주동은 탄허 스님을 가리켜 “장자가 다시 돌아와 제 책을 설해도 오대산 탄허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 학문적 깊이에 탄복했다.

 어디 그뿐이랴. 가장 현실적이며 직접적인 예언으로 유명한 탄허 스님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관해 언급하고 무엇보다도 주역의 원리에 의거해서 세계열강들의 관계와 미래상을 예측하였다. 하여 변화될 세계상으로 자연재해와 핵으로 인해 전 세계가 70% 정도의 타격을 입을 때 한국도 피해를 보나 한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서 우뚝 서게 될 것임을 주장하였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지구와 이 나라의 미래를 예견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수부족

 식량부족

 인물부족

 "남산에 물이 마를 날이 올 겁니다. 그리고 최고의 지도자가 소인일 때는 그에 따라 10퍼센트의 극악질(아주 악질형) 관리가 등용되어, 10퍼센트의 극선질(아주 선한 부류)은 모두 암혈에 숨을 수밖에 없어 백성은 도탄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늘 자신을 전무(錢無)라고 하였다. 우습게도 직책의 전무가 아니라 돈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그는 산문을 이끄는 중에도 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량부족은 바로 그런 얘기다. 도탄에 빠져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현실을 보는 그의 눈은 언제나 민중에게 있었다.

 당시 그가 국민을 이끄는 몇몇 위정자들에게 한 조언은 지금도 너무 유효하다. 출가 후 그는 새벽 2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반드시 참선을 하고 경전을 읽었다. 이를 입적하기 전까지 49년간 한결같이 했으며, 한암 선사에게 정식으로 승려가 되겠다고 삭발을 하는데, 선사로부터 ‘삼킬 탄(呑)’ ‘빌 허(虛)’라는 법명 ‘탄허’를 하사받았다. 특히 탄허 스님은 스승은 제자에게 “지식이 있는 자는 경을 배워 중생에게 이익을 주도록 해야 이 세상 업보도 갚는 것”이라며 경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 제자가 바로 우담이다. 그러나 오늘은 결코 탄허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 온 발길이 아니다. 탄허 스님에 대해서는 아직도 인구에 회자하는 너무나 많은 일화들이 난무하는 터. 그만큼 우리 불가에 그가 남긴 발자취는 굵고 깊다. 그렇지만.

 "오늘은 탄허 스님 얘기를 듣고자 온 것이 아닙니다."

 대뜸 말을 붙였다.

 그는 그냥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면 나와 이야기를 나눌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요?"

 "탄허 스님을 뵙고자 했으면 인사동을 오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은 선생님 이야기를 해주세요."

 싱긋 그의 표정에 민망이 지나간다. 잠잠 무언가를 생각한다. 아마도 그는 스승을 뺀 자신의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는 모양. 한참을 어리둥절이다.

 "몇 시에 출판사에 나오시고, 몇 시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50년 동안 왜 이렇게 사시는지요?"

 "나는 잠실에서 출발해서...... 그리고 여기 출판사에서......"

 결국 그는 또다시 탄허 스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처음 스님을 뵈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는 너의 과거는 모르고, 다만 내일은 책임진다."

 그래서 1960년 21살의 나이로 탄허 스님의 제자로 산문입성을 했단다. 그리고 여러 매체에 널리 알려진 대로 그가 왜 <한글대장경>에 매몰되었는지를 들려준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찾아와 ‘경을 좀 봤느냐’고 물었다. ‘눈가림으로 좀 보았다’고 했더니 또 ‘참선도 했냐’고 물어 ‘선방에서 좀 졸아봤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스님이 턱 밑에 고개를 들이밀고는 ‘하늘도 땅도 녹아지고 천지 만물이 녹아지는 경계를 봤는데, 당신도 그런 경계를 아느냐’고 대차게 물었다. 

 그래서 우담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내리쳤단다. 그러고는 “맹자가 ‘인유계견방 즉지구지 유방심 이부지구’(人有鷄犬放 則知求之 有放心 而不知求)라 했단다.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 알면서 어찌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 모르느냐’는 뜻. 한술 더 떠서 그 마음을 어디 두고 어디로 찾아 헤매고 다니느냐”고 일갈했단다. 

 3일 뒤 그 스님이 다시 찾아와 전날의 무례를 사과하며 속말을 했다. ‘30년 넘게 선방을 다녔지만, 무식해서 한자를 몰라 경 한 권을 제대로 못 봤는데, <화엄경> 읽어보는 것이 소원이니 한글 음을 달아달라’는 것이었단다.   

 이 말을 듣고 그는 애잔한 마음이 들어 불철주야 3년간 무려 59만여 한자에 음을 붙였다고 한다. 그때를 생각하는지 얼핏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사람을 알아보고, 이름을 짓는 것은 탄허 스님의 전매특허, 탄허 스님이 그를 놓칠 리 없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탄허 스님만 보고 살았다. 미련하고 어이없는 인생, 어느 누가 자신의 전 생애를 송두리째 한 사람에게 의탁하는가? 요사이 말로 '스승바보'다. 그것도 버젓 우리 공동체에서 제대로 된 대접 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그. 세월이 쌓일수록 빚도 정비례했단다. 그러나 어떻게 그 모진 세월을 견뎠느냐고 물어도 응답이 없다. 

 오직 할 일.

 스승님이 못다 한 우리 작업.

 그 일을 마치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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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어제 같아. 그렇지만 이 주름 얻으려고 80년을 살았지요. 이것이 없으면 젊은 사람을 이길 수 없어요. 지금 여기서 팔리는 책은 단 세 권 스승님이 직접 해석한 주역, 도덕경, 장자남화경 정도입니다."

 "그 세월을 어떻게 이 일만 하시고 사셨습니까?"

 "나를 지탱해준 세 분의 스승님들 덕분입니다."

 "셋이라니요?"

 탄허 스님이 아끼는 제자였기에 그는 수많은 선사들을 만났다. 그분들 중의 누구겠지. 과연 그분들은? 머릿속에 맴도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망상은 순식간에 깨졌다.

 "스승님이 아닙니다."

 "예?"

 1960년 21살 때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해 1976년 절을 떠날 때까지 탄허 스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던 그. 그런데 그 스승보다 자신을 지켜준 이들은 엉뚱한 스승들이다. 그리고 그의 짧으면서도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깊숙이 모자를 쓴 한 사람은 늘 탄허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갔다. 그런데 탄허 스님이 입적 후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찾아왔다. 놀랍게도 그는 얼굴은 물론 양손 손가락이 모두 허물어진 한센병 환자였다. 그 손에 얼개를 하고 화엄을 넘겼다. 우담은 땅을 쳤다. 

 두 번째 스승은 사형수였다. 그는 죽는 날까지 탄허 스님의 화엄경을 보듬어 안고 죽었다. 세 번째 스승은 엿장수였다. 문득 지금의 노숙자 차림의 한 사내가 교림출판사로 들어왔다. 교림사는 인사동과 낙원상가의 접경, 당시에는 거지들이 많았다. 우담은 늘 하던 대로 몇 푼의 돈을 쥐여주었다. 그러나 웬걸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을 쏟아놓았다. 화엄경 한 질 값이었다. 우담은 그에게 책은 무거우니 택배로 보낸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가 펄쩍 뛰었다. 어떻게 경전을 짐짝 취급할 수 있느냐며. 그는 그 무거운 책을 어깨에 지고 문을 나섰다. 그 후로 우담은 밤낮 매달렸다. 저들도 그러할진대, 그래서 지금도 자정에 일어나 아침까지 탄허 스님의 화엄경을 한글파일로 옮기는 작업을 17년째 계속하고 있다.  

 "고향은 가시고 싶지 않으세요?"

 으레 그 세월이면 당연히 고향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담담하다. 

 "가고 싶지 않아요."

 우문의 현답.

 더이상 다른 말을 붙일 수가 없다. 

 "세상은 무정하지요. 세월이 흐르면 모두가 떠나요. 여직 살면서 섭섭한 일이야 어디 한둘이랴마는 이 작업만은 끝내고 가야 하는데......"

 탄허 스님이 의사들의 진단보다 더 정확하게 자신의 입적을 알고 난 후의 5년간, 후학을 위해 미친 듯 매달렸던 화엄의 바다. 그리로 그가 입적했을 때 비로소 우담은 옛 어른들의 피눈물의 의미를 알았단다. 3일 동안 혼절했던 그는 무심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훌훌 털었다.

 상황은 문제 되지 않는단다.

 계획을 가지고 일을 하지는 않는단다. 

 급하게 기회를 잡을 필요도 없단다.

 날이 저물면 가야 될 때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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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50년을 한 길이 아니라, 한 사람만 바라보고 살 수가 있을까? 그에게 스승은 그냥 스승이 아니라 부처님이다. 그의 우주다. 아직도 그는 가버린 스승 곁에서 그의 향기를 맡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바람 소리가 난다. 작은 체구, 그는 바람을 몰고 다닌다. 매일매일 이동해야 하는 까닭과 이유가 있다. 가만 앉은 것 같으면서도 그는 이상을 꿈꾼다. 스승의 저작을 모두 후세에 볼 수 있도록 하는 한글화 작업. 그의 눈이 빛난다. 간단한 전복비빔밥집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카운터 앞에 섰는데 점원이 이른다.

 "들어오실 때 선생님께서 계산하셨습니다."

 "??"

 "늘 그렇습니다."

 그는 너무나 현실을 잘 알면서도 고단을 내색하지 않는다. 너무나 원망스런 일을 많이 겪었으면서도 원망하지 않는다. 당연 자신의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의 고향은 부처님 경전이고, 그의 가족은 스승 탄허 스님이다. 

 다시 사무실로 가는 인사동의 한 골목.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야지요?" 

 그가 바로 손사래를 친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리고 총총 사무실 속으로 사라진다.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닌 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이 어지럽다. 모두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어리석은 소치, 헛된 아우성과 무도한 함성만이 판을 치는 연대, 그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끊임없이 부처님을 좇아, 평생 스승을 좇아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을 함몰시키는 그는 살아있는 유발 진불제자다. 이제 그와 같은 사람들이 떠난다면 우리는 누구를 붙잡고 지나간 전설을 오늘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뒷모습 바람 속에서도 그의 모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저 모자 속에 든 천변만화의 응어리들, 누가 그의 곁에서 그의 모자를 응원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기실 탄허 스님은 우리가 언뜻 아는 것과 다르게 자신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의 거개가 경속에 있는 말이다. 다만 그는 그 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범인들과는 달랐던 것이다. 청출어람, 비록 몸이 속가에 있어도 우담은 이미 화엄의 바닷물을 줄줄 마신 사람이다. 굳이 나폴레옹의 말을 빌지 않더라고 오늘의 불행은 철저하게 잘못된 과거의 보복이다. 몽양의 <건준>이 잘 되었더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 최고의 천재 유학자라고 불린 서화담이 다시 왔다는 뜻으로 스승 탄허 스님이 지어준 귀한 이름 우담(又潭). 그가 산문에 계속 있었다면, 그러나 강물과 역사는 야속하게도 회귀하지 않는다. 누구도 흘러간 물레방아의 물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게 일반법과 다른 부처님 법이다. 그는 법에 능하다. 어린 시절 법을 전공했기 때문일까? 한자를 해석하는 그의 솜씨는 가히 그 스승의 그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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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법은 가난한 사람들 편이 아닙니다. 오로지 부처님 법만이 세상 법이지요?"

 당대의 고승석학들과 유명 정치인들이 드나들었던 그 화엄연구소에는 오직 이제 그만 드나든다. 그런데도 그는 환하다. 가슴 속에 ‘모든 이치를 꿰뚫어 본래 마음을 밝힌다’는 ‘通萬法 明一心’ 등(燈) 하나를 달아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