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주인이 되라

                                                       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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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마중물 생각

 정동채 전 문화부장관님께서 명절선물을 보내왔다. 채식을 주로 하는 산중 사람에게 필요할 법한 치즈 선물이다. 정 장관님은 나의 애독자이기도 하다. 나의 문학비가 보성군 대한다원 초입에 세워지던 날, 정 장관님은 사회자가 “정찬주 작가의 애독자입니다.”라고 소개하자 “나는 애독자가 아니라 광팬입니다.”라고 말했던 덕담이 생각난다. 가톨릭 신자인 정 장관님의 설 선물 인사말 서두가 평소에 좋아하는 불경 구절이어서 눈길이 간다.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 

  능화제세간(能畵諸世間)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모든 세상을 다 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려웠던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 희망 새 다짐, 마음먹은 대로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불자라면 다 알다시피 <화엄경>에 심여공화사(心如工畵師) 능화제세간(能畵諸世間) 오온실종생(五蘊實從生) 무법이불조(無法而不造)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여러 세상을 다 그려내며, 오온이 다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그 무엇도 만들어 내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같은 뜻이다.

 부처님 말씀과 침묵

 사람이 바른 마음을 쓸 줄 알면 

 천신(天神)들도 기뻐한다. 

 마음을 다스려서 부드럽고 순하게 하고 

 스스로 텅 비어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마음 가는 대로 한다면 

 온갖 짓을 다 할 것이다. 

 도를 얻는 것도 또한 마음이다.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며 

 귀신이나 축생 혹은 지옥도 만든다. 

 모든 것은 다 마음에 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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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거름과 같아서 한 번 태어나면 

누구든 죽어서 썩는다. 

세상이란 꿈과 같은데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이 변하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 

알고 보면 허망한 꼭두각시놀음임을 

스스로 깨달아 알아야 한다. 

                                              ― 『장아함長阿含 반니원경般泥洹經』

갈무리 생각

보름 전(1월 21일) 세계 4대 생불(生佛)로 불리던 틱낫한 스님이 입적했다. 나는 그분의 저서 중에 한 구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미소 짓는 순간에는 붓다가 된다.’라는 말씀이다. 입적하신 그분의 마지막 메시지가 울림이 크다.

저의 사리탑을 세우지 마십시오.

저를 태운 재를 병에 담지 마십시오. 

저를 병 안에 가두어놓고 저라고 하지 마십시오.

이 일이 여러분 중 일부에게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탑을 세워야 한다면 이런 표지를 붙이십시오.

‘나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어디에 있다면,

그곳은 바로 당신의 마음챙김 호흡과 

당신의 평화로운 발걸음에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말씀한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남방 불교어인 빨리어의 사띠(sati)를 영어로 번역한 말일 것이다. 빨리어인 사띠란 알아차림(awareness), 주의(attention), 기억(remembering) 등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순간순간을 알아차리는 것, 현재의 대상을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의식하는 것, 우리와 우리 안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마음으로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 때로는 주의를 조절하는 것, 삶을 순간순간 경험하면서 주의를 유지하는 것 등등이 ‘마음챙김’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음챙김’의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마디로 ‘마음의 노예’가 되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수행 내지는 명상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