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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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확

4.3.3. 인경(人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어떤 비구가 혼자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비구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법을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선정에서 깨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비구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법을 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그대를 위하여 설명하겠다. 두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눈과 색이다. ...... 그것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눈이 색을 연하여 눈의 색별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부딪침이니, 부딪침에서 느낌 · 생각 · 의도가 함께 생긴다. 이 넷은 색이 없는 근간이오. 눈은 색의 근간이다. 이러한 법을 사람이라 한다. 이러한 법에 대하여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어 ‘중생 · 나라 · 마나바 · 사부 · 풋갈라 · 지바 · 잔투’라고 한다.

또 이와 같이 말한다. 즉, ‘나는 눈으로 색을 보고, 나는 귀로 소리를 들으며, 나는 코로 냄새를 맡고, 나는 혀로 맛을 보며, 나는 몸으로 촉감을 느끼고, 나는 의지로 법을 식별한다.’

그는 이와 같이 말하고 이와 같이 가르친다. 즉, ‘이 존자는 이러한 이름과 이러한 출신과 이러한 성이며, 이렇게 먹고, 이러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으며, 이렇게 오래 살고, 이렇게 오래 머무르며, 이렇게 목숨을 마쳤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곧 생각(想)이라 하고, 이것을 곧 마음의 기록이라 하며, 이것을 곧 말이라 한다. 이 모든 법은 덧없고 유위이며 마음의 바람(願)을 연하여 생긴 것이다.

만일 덧없고 유위이며 마음의 바람을 연하여 생긴 것이라면, 그것은 곧 괴로움이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다시 생기고 또한 머무르고 멸하고 자꾸 생기니, 일체가 괴로움이다.

그러나 만약 다시 그 괴로움을 남김없이 끊어 버려서 다하여 탐욕을 떠나 쉬어 마치면, 다른 괴로움이 다시 서로 이어지지 않고 생기지 않으니, 이것이 곧 적멸(寂滅)이고 이것이 곧 승묘(勝妙)이다. 이른바 일체의 남아 있는 것을 모두 버린다는 것은, 일체의 애욕이 다한 것이고 욕심이 없는 것이며 멸진이고 열반이다.

귀 · 코 · 혀도 그와 같으며, 몸이 촉감을 연하여 몸의 식별이 생기고,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부딪침이다. 부딪침에서 느낌 · 생각 · 의도가 함께 생긴다. 이 네 가지는 색이 없는 근간이요, 몸은 색의 근간이다. 이것을 사람이라 하며, ......멸진이고 열반이라 한다.

의지가 법을 연하여 의지의 식별이 생긴다.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이 부딪침이다. 부딪침에서 느낌 · 생각 · 의도가 함께 생긴다. 이 네 가지의 색이 없는 근간과 사대(四大)는 우리가 의지하는 것으로 이러한 법을 사람이라 하며 .......멸진이고 열반이다.

만일 이 모든 법에 대하여 마음이 따라 들어가서 그것이 일으키는 결박과 집착에서 해탈하여 머무르고 퇴전하지 않으면, ‘나’가 없게 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면 곧 법을 보게 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