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 전체기사
‘종교편향 근절’ 『전국 승려대회』 열려
염정우 기자 bind1206@naver.com 2022-01-21 (금) 20:40
“오늘 우리 승가공동체의 결집은 불교계만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수호하기 위함”
조계종은 1월21일(금) 조계사에서 『전국 승려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비판하고,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전국 승려대회』는 정청래 민주당 국회위원의이 2021년 10월 5일 국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통행료’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문화재관람료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거론하면서, 이에 반발한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종 중앙종회, 조계종 중앙신도회, 조계종 교구본사주지, 해인사 등의 대국민 사과요구와 정청래 의원 제명 요구 등이 단초가 되어, 건국 이후 일어난 모든 종교편향 및 불교 왜곡을 짚고 넘어가는 자리가 됐다.
오늘 『종교편향 ·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종단 대표, 전국 교구본말사 주지 및 선원에서 동안거 정진 중이던 수좌, 사찰승가대학을 비롯한 학인스님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30개 종단 대표 스님 등 전국에서 상경한 4000여 명의 스님들과 대중들이 동참했다.
승려대회는 오후 2시 전국 사찰에서 명고와 명종 동시 타종으로 시작을 알렸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은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고불문에서 “일제강점기 이후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불교와 전통문화의 영향력을 위축시키고자 노골적인 종교편향과 차별정책을 펼쳤고, 오늘날까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위법망구의 파사현정의 원력으로 분연히 일어나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전국승려대회라는 승가 갈마를 열게 됐다”고 말하고, 이어 “오늘 내딛는 이 걸음이 교단의 자존과 자주를 성취하고 종교간 상호존중과 화합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게 해달라”고 부처님 전에 고했다.
봉행위원장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봉행사에서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오늘 우리 승가공동체의 결집은 불교계만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수호하기 위함”이라며 “편협하고 차별적인 사회를 향한 외침이며, 보다나은 미래를 위한 파사현정의 몸부림이며, 종교편향과 차별을 조장하는 분열의 세력에 준엄한 죽비경책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다름과 차별, 갈등과 분열이라는 검은 장막을 걷어내 차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정치권력에 의한 종교편향과 차별 방지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 상생과 화합, 통합의 거대한 물결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진행된 대회연설에서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은 “더 이상 한국불교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왜곡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존재했던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의 존엄을 다시 세우고 승가와 교단을 스스로 지키는 정법당간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 스님도 “오늘의 참담한 현실의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원종단과 사부대중 모두는 바로 오늘, 정치권력, 공권력에 대한 결연한 독립을 선언한다”고 말하고 “불법의 존엄을 세우기 위하여 백척간두 진일보하는 심정으로 부종수교, 파사현정하는 정법 순교의 길에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이어진 종교편향 및 불교왜곡을 규탄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승가 대중을 대표한 결의문에서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고 전통문화를 말살시키며 종교갈등과 사회갈등을 조장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행위”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종교편향 불교왜곡 사태 사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 수립 ▲전통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계승을 위한 특단의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서 정부여당은 현장에서 참회와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이날 승려대회에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은 예정된 식순과 달리 단상에 올라 “정부여당 측에서 대중들에게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간곡히 요청함에 따라 봉행위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주요스님들이 긴급 논의를 갖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이견이 있더라도 대화의 장을 열어주려고 하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섭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황희 문화체육부장관의 메시지가 대회장 영상을 통해 흘러 나왔으나 일부 참석 대중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황 장관의 영상메시지는 곧 중단됐고, 송영길 대표의 입장발표도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발원문에서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은 “모든 생명이 존귀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큰 물결이 되어 다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전통문화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파사현정의 깃발 높이 들고 한 치의 물러남 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서원하며 『전국 승려대회』는 마무리 됐다.
한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승려대회 현장을 찾았지만, 행사장 입구조차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이후 정 의원은 3시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몇 달간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란다”고 거듭 사과하고 “임인년 새해 첫 일정으로 10여곳의 천년 고찰을 찾았다. 큰스님들께서 많은 지혜로운 말씀을 주셨고 호국불교 애환과 불교문화를 지키고자 헌신한 스님들 고충도 알게 됐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국민과 불교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