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란 무엇인가  

 신광은 남쪽으로 내려가 달마가 좌선하고 있는 컴컴한 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숭산 소림굴에서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달마를 신기하게 생각하여 찾아왔던 구경꾼들의 발걸음도 점점 잦아들었다. 저녁부터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했다. 짧은 겨울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인적 끊긴 산중에는 찬바람을 타고 온 눈발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광은 석상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옛 사람이 도를 구할 때에는 뼈를 깨뜨려서 골수를 빼내고 피를 뽑아서 주린 이를 구제하고, 머리를 진 땅에 펴고, 벼랑에서 떨어져 주린 호랑이를 먹였다. 옛 사람도 이러하였거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눈은 내리고 또 내렸다. 신광은 며칠 째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인도에서 왔다는 그 괴승, 달마 또한 한 번 들어간 오두막에서 나오지 않았다. 무릎을 꿇은 신광의 머리 위에 눈은 쌓이고 또 쌓였다. 살을 에는 바람은 불고 또 불었다. 그렇지만 신광은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다. 

 드디어 달마가 문을 열었다. 

“받아 주십시오.”

 신광이 머리를 숙였다. 

 달마가 신광의 꽁꽁 언 몸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의 뜻이 얼마나 깊으냐?”

 신광은 잠시 말이 없었다.

 달마가 민망히 생각하여 되물었다.

 "네가 눈 속에 오래 있으니, 무엇을 구하는가?"

 신광이 슬피 울면서 말했다.

 "바라옵건대 화상께서 감로의 문을 여시어 여러 중생들을 널리 제도해 주소서."

 달마가 대답했다.

 "부처님들의 위없는 묘한 도는 여러 겁을 부지런히 정진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을 참아야 하거늘, 어찌 작은 공덕과 작은 지혜와 경솔한 마음과 교만한 마음으로 참법을 바라느냐. 헛수고를 할 뿐이다."

 꿇어앉은 신광 곁에는 커다란 칼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신광은 달마의 말을 듣자마자 칼을 들어 한쪽 팔을 잘랐다. 붉은 피가 하얀 눈 위에 흩뿌려졌다. 신광은 떨어진 팔을 한쪽 손으로 집어서 달마께 공손하게 바쳤다. 

 달마는 비로소 혜가慧可라는 법명을 주며 말했다. 

 "부처님들이 처음 도를 구하실 때는 법을 위해 몸을 던지셨다. 네가 이제 내 앞에서 팔을 끊으면서 구하니, 가히 할 만한 일이다."

 단비구법斷臂求法. 팔을 잘라 법을 구했다는 유명한 이야기. 

 중국선은 초조 달마와 2조 혜가와의 이렇게 너무나 아름답고도 터무니없이 처연한 전법선화傳法禪話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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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禪)은 고대 인도인이 요가라고 하는 명상의 방법, 정신집중의 방법에서 나왔다. 산스크리트어인 ‘dhyana(명상)’의 음사音寫인 ‘선나’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까 선은 넓은 의미에서는 요가실습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양쪽 모두 마음을 일정한 대상에 결부시키는 것에 의하여 번뇌를 가라앉히고 밝은 지혜를 얻고자하는 목적은 같다. 

 이와 유사한 말로서 samadhi가 있는데 흔히 삼마지, 혹은 삼매로 표기되며 정定 또는 등지等持 등으로도 번역된다. 정은 선을 닦아서 얻어지는 결과를 가리키는 말이며 또한 선이 한층 향상되고 완성된 단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정의 개념에 선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둘을 함께 묶어 선정이라 한다.  

 인도불교에서의 선정사상은 불교수행 전반에 걸친 기본적 요소인데, 선정사상만을 취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종파가 발생하고 발전된 것은 중국에서이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순수한 디야나(dhyana, 명상)로서의 성격이 변질되어 인도와는 다른 중국적 색채가 농후한 새로운 의미의 선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다.  

 불교의 중국 전래와 함께 선 또한 거의 동시에 중국에 소개되었다. 인도에서 발생하여 불교수행의 기본이 되었던 선정이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그 신비한 매력에 이끌려 접근하므로써 불교의 확산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노자와 장자의 사상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져 자연관조의 낙천주의와 결부되기도 하였고, 심산유곡에서 불로장생술을 연마하던 도사들의 생활과 같은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또한 위진 육조시대의 은둔문학의 풍조와 결합하여 점차 중국적 색채가 농후한 특유의 경향을 띠게 되었다. 이어 모든 불경의 소개와 함께 그 깊이가 더해지고 여기에 중국인들의 현실주의적 성향과 유교, 도교 등과의 끊임없는 교섭, 그리고 다양한 사회변화에 맞추어 지극히 중국적인 선의 모습을 갖추어 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