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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가 된 여성수행자들24

이 학종 | | 2021-11-26 (금) 08:51

출중한 미모 때문에 출가한 비구니 ‘웁빨라완나’  


케마와 함께 고따마 부처님의 비구니 상수제자가 된 웁빨라완나(Uppalavaṇṇā) 장로니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오랜 전생을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오랜 전생 동안 그녀가 쌓아온 공덕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을 믿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웁빨라완나는 과거불인 빠두뭇따라(Padumuttara) 당시에 항싸와띠(Haṃsavati) 시의 한 훌륭한 가문에 태어났다. 성년이 되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빠두뭇따라 부처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들으면서, 빠두뭇따라 부처님께서 한 수행녀를 ‘신통을 지닌 님 가운데 제일[神通第一]’의 자리에 세우는 것을 보고는 칠일 동안 부처님과 그 상가에 많은 보시를 행하고 자신도 신통이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서원했다. 

그녀는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건전한 일을 실천하면서 천상계와 인간계 등 선처(善處)를 윤회하다가 깟싸빠 부처님 당시에 바라나씨 시의 까시(Kāṣi) 국의 왕 끼끼(Kiki)의 일곱 자매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 2만년 동안 청정한 삶을 살고 상가를 위하여 방사를 지어 보시했으며, 그러한 공덕으로 천상계에 태어났다. 그녀는 거기서 생을 다한 후 다시 인간계에 태어났다. 마을에서 손수 일을 하여 생계를 꾸려야 하는 집안이었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밭에 있는 움막으로 가다가 도중에 한 호수 위에 피어 있는 연꽃을 보고 호수 안으로 들어가서 연꽃잎을 땄다. 연꽃잎으로 볶은 곡식을 덮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움막에 앉아 곡식을 볶았고, 이것을 오백 개의 볶은 곡식으로 나누었다. 그때 간다마다나(Gandhamādana) 산에서 멸진정(滅盡定)에 들어 있다가 깨어난 한 ‘홀로 깨달은 님’[Pacceka(벽지불), 이하 존자]이 다가와 그녀와 멀지 않은 곳에 섰다. 그녀는 존자를 발견하고 볶은 곡식과 함께 연꽃잎을 가지고 움막에서 나와 존자의 발우를 받아 곡식을 넣고 연꽃잎으로 잘 덮은 뒤에 보시했다. 탁발 보시를 받은 존자가 저만치 걸어갔을 때 그녀에게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출가한 자에게 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꽃은 다시 가져와 치장이나 해야겠다.’ 그녀는 급히 달려가 존자의 손에 쥐어 있던 꽃을 빼앗았다. 그런데 그 순간 또 다시 그녀에게 정반대의 생각이 일어났다. ‘만약에 존자께서 꽃이 필요가 없었다면 발우 위에 놓은 꽃잎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 꽃은 존자에게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녀는 다시 존자에게 다가가 발우 위에 꽃잎을 덮은 후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는 ‘존자시여, 이 볶은 곡식을 드린 결과로 제게 그 알갱이만큼의 아들이 생겨나고, 이 연꽃을 드린 결과로 태어나는 각각의 장소에 걸음마다 연꽃이 솟아나길 바랍니다.’라고 서원을 세웠다. 존자는 그녀의 눈앞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간다마다나 산으로 가서 난다물라까(Nandamūlaka) 산에 존자가 밟고 다니는 계단의 발 걸레로 만들어 놓아두었다. 그녀는 이 행위의 결과로 천상계에 결생을 했다. 



면천 골정지에 핀 연꽃(사진=이학종)
 


천상계에 태어날 때부터 그녀가 걷는 발걸음마다 커다란 연꽃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거기서 죽어서 산기슭에 있는 한 연못에 핀 연꽃받침 가운데에서 태어났다. 마침 그 근처에 한 고행자가 살았는데, 그는 아침 일찍 얼굴을 씻으려고 호수에 와서 그 꽃을 보고 ‘이 꽃은 다른 것보다 크다. 다른 꽃은 활짝 피었는데, 이 꽃은 꽃봉오리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그 꽃을 만졌다. 만지자마자 그 꽃이 활짝 피어났고, 고행자는 그 연꽃받침 안에 누워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는 그때부터 소녀를 딸이라고 여기고 연꽃과 함께 자신의 초암으로 데려가 침상 위에 뉘였다. 고행자의 딸로 자라며 성년이 된 그녀는 울금향의 더미와 같은 용모를 가졌고, 천신만큼은 아니지만 인간의 용모를 뛰어넘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초막을 찾아온 산림지기의 눈에 띄었고, 산림지기는 바라나씨의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왕은 초막을 찾아가 딸을 자신에게 보내준다면 왕비로 삼겠다고 요청했고, 고행자는 ‘얘야, 빠두마바띠(Padumavatti)야’라고 부르는 것으로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왕은 고행자에게 사례하고, 빠두마바띠를 궁으로 데려와 제1 왕비로 삼았다. 그러나 왕의 다른 부인들(5백 명의 궁녀)은 왕의 마음을 온통 빼앗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질투했다. 왕이 국경지역 부족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임신한 빠두마바띠를 궁에 남겨놓고 원정을 떠나자, 빠두마바띠는 머지않아 아이 500명을 낳았다. 마하빠두마(Mahāpaduma) 왕자는 홀로 태에 결생했고, 나머지 499명의 왕자들은 태에서 나와 습생(濕生)으로 태어났다. 출산한 빠두마바띠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누워있을 때 5백 명의 궁녀들은 태어난 각각의 왕자들을 각각의 목관에 숨겼다. 왕이 궁으로 돌아오자 궁녀들은 빠두마바띠는 인간이 아니며 아이가 아닌 나무 통나무를 낳았다고 왕에게 거짓으로 말했다. 궁녀들에게 속은 왕은 결국 빠두마바띠를 궁에서 내쫓았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누명을 벗은 빠두마바뜨는 불명예를 회복했고, 최상의 무늬로 장식된 양탄자를 밟으며 환궁할 수 있었다. 이때 빠두마바띠의 발걸음이 놓일 때마다 양탄자에서는 연꽃이 솟아올랐다. 그녀의 일시적인 몰락은 전생에 홀로 깨달은 님(존자)에게 공양한 연꽃을 잠시 회수했던 업보의 결과였다. 금의환향한 빠두마바띠에게 왕은 5백 명의 궁녀들을 하녀로 주었고, 이전의 모든 힘과 영광을 되찾게 해주었다. 나중에 마하빠두마 왕자와 그의 499명 형제가 모두 ‘홀로 깨달은 님(존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중으로 올라 난다물라까 산의 동혈로 날아갔을 때, 빠두마바띠는 ‘나는 많은 아들이 있었으나 이제 아들이 없어졌다.’라는 슬픔에 젖어 있다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웁빨라완나는 라자가하(Rājagaha) 시의 성문 밖에 수공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정에서 태어났고, 전생에 자신의 아들이었던 존자들을 초대해 유미죽과 여덟 송이의 푸른 연꽃을 공양하며 “존자들이여, 제가 태어날 때마다 몸의 용모가 이 푸른 연꽃의 씨방의 색깔처럼 되어지이다.”라고 서원을 세웠다. 이후 그녀는 살아 있는 한 착하고 건전한 일을 하다가 죽어서 천상계에 태어났고, 고따마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할 무렵 천상에서 죽어 사왓티 시의 한 은행가의 딸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 그녀는 푸른 연꽃의 씨방과 같은 색깔의 용모를 지녔기 때문에 웁빨라완나(푸른 연꽃)라는 이름을 얻었다. 성년이 되어 결혼할 나이가 되자 잠부디빠(인도)의 모든 왕자와 부자들이 웁빨라완나의 아버지에게 딸을 아내로 맞겠다며 청혼을 해 왔다. 몰려드는 청혼에 아버지는 딸을 누구에게 시집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혼한 사람은 많고 딸은 하나인데 누구에게 딸을 시집보낸단 말인가? 모두의 원을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어느 한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면 다른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원망을 사게 될 것이다. 아, 딸을 시집을 보내지 않는 방법은 없는가?’ 그는 청혼한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번민을 거듭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딸을 불러 물었다. 


“얘야, 너는 출가하여 수행자가 될 생각은 없느냐?”


아버지의 말을 듣는 순간 웁빨라완나는 머리가 수백 번 정제한 기름을 뿌리는 것처럼 맑아졌다. 과거생의 서원에 따라 금생이 열반을 성취할 마지막 삶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아버지. 저는 기꺼이 비구니가 되겠어요.”


아버지는 흔쾌하게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그녀의 출가를 축하해주기 위해 비구니들에게 올릴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 그러고는 그녀를 비구니 사원으로 데리고 가서 출가시켰다. 

비구니가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포살당에서 소임을 맡은 순번이 됐을 때였다. 포살당은 계를 설하는 계단[시마홀]로 상가가 정한 일정 지역(결계) 내에 사는 비구나 비구니들이 한 곳에 모여 포살 또는 자자를 하거나, 수계식과 징벌 등을 논의할 때 모여 대중공사를 하는 신성한 건물이다. 그녀는 포살당에 들어가 등불을 켜고 청소를 한 후 등불의 불꽃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녀는 거기에 서서 계속해서 불꽃을 바라보았다. 등불에 피어오르는 불꽃의 인상을 취하여 거듭 바라보면서 불 까시나(kasina)를 소연으로 삼는 사마타 수행을 통해 선정을 얻었다. 그녀는 선정을 성취하고 그것을 토대로 위빠사나 수행으로 전환해 거룩한 경지를 얻고, 거룩한 경지와 더불어 막힘없이 명료하게 이해하고 말하는 네 가지 능력[사무애해], 즉  가르침을 표현한 글귀나 문장을 막힘없이 명료하게 이해하고 말하는 법무애해(法無礙解), 귀나 문장으로 표현된 가르침의 의미를 막힘없이 명료하게 이해하고 말하는 의무애해(義無礙解), 여러 가지 언어를 막힘없이 명료하게 이해하고 말하는 사무애해(詞無礙解), 바른 이치에 따라 막힘없이 가르침을 설하는 변무애해(辯無礙解)와 신통력을 갖췄다. 완전한 성자, 아라한이 된 웁빨라완나는 자신이 이룬 경지를 감흥어린 시구로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전생의 삶을 알게 되었고

하늘눈은 맑아지고,

타인 마음을 읽는 지혜가 생겨났고

청각세계가 청정해졌다. 


신통이 나에게 깨우쳐졌고

일체 번뇌는 부수어졌다. 

여섯 가지 곧바른 앎이 이루어졌고

깨달은 님의 교법이 실현되었다. 


나는 마음을 제어했고

신통의 기초를 잘 닦았다.

여섯 가지 곧바른 앎을 구현했고

깨달은 님의 교법을 실현했다. 


-전재성 옮김 <테리가타>에서 인용


웁빨라완나 장로니는 특히 신통과 신변에서 자재한 능력을 갖추었다. 이 장로니는 이적대결을 제안하며 부처님과 상가를 비난하던 이교도의 도전에 응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쌍신변(雙身變)의 이적을 나투기 위해 사왓티 시의 성문 밖 깐담바 나무 아래를 찾았을 때, 스승에게 다가가 예경하고 말했다. 쌍신변이란 상반신에서 불꽃의 다발이, 하반신에서는 물결의 흐름이 솟아나오고, 또 하반신에서 불꽃의 다발이, 상반신에서는 물결의 흐름이 솟아나오는 등 신통력이 출중하지 않으면 시연할 수 없는 놀라운 이적행을 말한다. 


“스승이시여, 허락하신다면 이교도의 교만을 부수기 위해 제가 신통신변을 나타내 보이겠습니다.”


신통 시현 요청을 웁빨라완나가 게송으로 다시 읊었다.  


신통력을 행하여

네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四頭馬車]를 지어내어 

부처님의 발에 예경 올리나니

세상을 구원하신 그러하신 분이시네.


부처님은 웁빨라와나의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때의 일을 계기로 제따와나에 모인 대중들에게 웁빨라완나 장로니가 비구니 가운데 신통을 행하는 데 제일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후 많은 여성 수행자들이 웁빨라완나를 은사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웁빨라완나는 ‘비구니 지혜제일’ 케마와 더불어 부처님의 비구니 상수제자로 상가 안팎에서 큰 존경을 받았다. 비구 가운데 지혜제일 사리뿟따와 신통제일 목갈라나가 부처님의 상수제자였듯이, 비구니 가운데에는 케마가 지혜제일, 웁빨라완나가 신통제일로 비구니 상가를 이끌었던 것이다.  

웁빨라완나에게 이런 일도 있었다. 그녀가 여러 마을로 유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안다와나 숲에 들어가 머물렀다. 안다와나는 사왓티에서 남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숲으로, 홀로 수행하고자 하는 비구와 비구니가 자주 머물렀던 곳이다. 이 숲에서는 아누룻다 장로가 심하게 아플 때 머물렀고, 라훌라가 부처님으로부터 ‘라훌라를 가르친 짧은 경’을 듣고 아라한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때만 하더라도 비구니들이 숲속에 머무는 것을 금하기 이전의 시절이어서 재가자들이 출가수행자들을 위해 숲속에 꾸띠를 지어주고 침대를 가져다 놓고 커튼도 달아주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가 사왓티로 가서 탁발하고 다시 안다와나 숲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아난다라는 젊은 사촌이 있었다. 그는 웁빨라완나가 세속에 있을 때부터 그녀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숲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그녀보다 먼저 꾸띠에 들어가 침대 밑에 숨어 있었다. 탁발에서 돌아온 그녀가 꾸띠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침대 위에 앉았다. 그녀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방금 들어왔기 때문에 눈이 아직 어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침대에 앉자마자 젊은 사촌은 침대 아래에서 기어 나와 그녀를 덮쳤다. 놀란 그녀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어리석은 자여, 나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 어리석은 자여, 나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


그러나 젊은이는 강제로 그녀를 제압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운 뒤 꾸띠를 빠져나갔다. 그 순간 대지가 그의 사악함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두 쪽으로 쫙 갈라지면서 그를 삼켜버렸다. 그는 죽어 무간지옥에 태어났다. 웁빨리완나는 이때의 황당한 심경과 자신의 경계를 표현한 게송을 냉철한 표정과 음성으로 읊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은 창칼과 같고

존재의 다발은 그 형틀과 같다. 

그대가 감각적 쾌락의 욕망이라 부르는 것, 

이제 나에게는 불쾌한 것이다. 


모든 곳에서 환락은 파괴되고

어둠의 다발은 부수어졌으니,

악마여, 이와 같이 알라.

사신(死神)이여, 그대는 패배했다. 



면천 골정지에 핀 연꽃(사진=이학종)



이 일이 있은 후 웁빨라완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숨기지 않고 비구니들에게 이야기했고, 비구니들은 비구들에게 이 사건을 알렸다. 비구들은 또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전해 듣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어리석은 이들은 비구건 비구니건 남자 신도건 여자 신도건 마치 꿀이나 설탕이나 다른 달콤한 것을 먹듯이, 한순간의 희열과 쾌락,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죄악을 저지른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악행이 과보로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어리석은 자는 그 짓을 꿀처럼 여기지만

악행이 과보로 나타날 때

어리석은 자는 큰 고통을 당하리라. 


부처님의 이 법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일이 일어난 뒤 얼마 후 대중들이 법당에 모여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리 번뇌가 사라진 아라한이라도 사랑의 기쁨을 좋아하고 쾌감을 느끼려고 하겠지? 그들이 말라비틀어진 꼴랍빠 나무도 아니고, 개미집 언덕도 아니고, 젖은 살로 된 몸을 가진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닌가? 그러니 그들도 사랑의 기쁨을 즐기려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바로 그때 부처님께서 들어와서 물었다. 


“비구들이여, 여기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비구들이 방금 자신들이 나눈 이야기를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말했다. 


“그렇지 않다. 비구들이여. 번뇌를 완전히 제거한 사람은 사랑의 기쁨도 즐기지 않고 애욕도 느끼지 않는다. 마치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이 달라붙지 못하고 굴러 떨어지듯이, 겨자씨가 송곳 끝에 머물지 못하고 굴러 떨어지듯이, 번뇌에서 벗어난 사람의 마음에 사랑의 감정은 일어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이 법문에 이어서 바라문 품에 나오는 게송을 읊으셨다. 


연잎에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듯

송곳 끝에 겨자씨가 머물지 못하듯

욕망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

그를 일컬어 아라한이라 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부처님께서는 꼬살라 국 빠세나디 왕을 불러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우리 상가에서는 젊은 남자뿐만 아니라 젊은 여자도 가족과 재산을 버리고 출가해 숲속에 머뭅니다. 그러나 욕정 불타는 사악한 자들이 불경스러운 생각으로 숲속에 머무는 비구니를 폭행하고 출가 생활을 파괴합니다. 그러니 비구니 승단을 위해 사왓티 성안에 사원을 세워주셨으면 합니다.” 


빠세나디 왕은 부처님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고 성안에 비구니 승단을 위한 사원을 건립했다. 그 후로 비구니들은 안다와나 숲에 거주하는 것이 금지됐다. 

케마와 함께 비구니 상가의 모범으로 존경받았던 웁빨라완나는 세월이 흘러 부처님이 노쇠해지자 상가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불온한 마음을 품고 부처님에게 도전했던 데와닷따를 제지하다가 그에게 폭행을 당해 생을 마쳤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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