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기자
urubella@naver.com 2011-06-28 (화) 21:55아짠 차 스님 (Phra Ajahn Chah, 1918-1991)은 위빠사나를 서구에까지 널리 알린 태국의 대선사이다. 아짠 차 스님이 숲 속에 수행하고 있는데 따라 수행하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숲 속에 사원이 만들어졌는데, 이 사원이 ‘왓 빠 뽕’이다. 나중에는 태국 전역과 서양에까지 50여개 넘는 ‘왓 빠 뽕’ 분원이 생겼다. 아짠 차 스님은 서양의 제자들을 많이 배출하였는데, 서양에서 각광을 받는 명상 관련 서적 저자들 중 상당수가 아짠 차 스님의 제자들이다.
아짠 차 스님은 실수행을 강조할 뿐, 이론이나 특별한 수행기법을 논하지 않았다.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살라. 그리고 마음관찰을 통한 끊임없는 알아차림으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아 놓아 버려라. 그러면 저절로 지혜와 평화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같은 단순명료하고 소탈한 스님의 가르침은 맑고 쾌활하며 솔직한 스님의 성품과 어우러져, 뭇사람들에게 영감과 탐구심, 깊은 평화와 경탄을 불러일으켰다. ‘놓아버림’과 자기통제로 일관했던 스님의 생애는 그 자체가 하나의 고결한 설법이었다.
크게보기이런 훌륭한 태국의 대선사 아짠 차 스님의 수행지침서 <붓도 위빠사나Buddhanussati>(도서출판 솔바람)이 최근 나왔다. 한국의 저명한 위빠사나 지도자이자 수행자인 김열권 법사가 번역했다.
“과일나무가 만개하면 때때로 미풍이 불어와 꽃들을 흔들어 대지 위로 흩뿌립니다. 그러나 그 꽃들 중 일부는 살아남아 싹을 틔워 작은 녹색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데 또 바람이 불어와 그 열매들 중 일부가 떨어져 버립니다. 간신히 남은 열매들은 떨어지기 전에 거의 익을 것입니다.
인간의 경우도 이와 같습니다. 사람들 역시 바람에 내던져진 꽃이나 열매처럼, 삶의 다양한 여정에 내맡겨집니다. 어떤 이는 자궁 속에서 자라는 동안 죽어 버리며, 어떤 이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죽습니다. 또한 단지 몇 년을 살다 죽어 성인이 채 되어 보지도 못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 남은 이들은 늙도록 천수를 누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을 바람 속 열매의 운명에 비추어 살펴보면, 둘 다 매우 불확실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또한 이와 유사합니다. 하나의 심상(心像)이 일어나 마음을 끌어당기게 되면, 마음은 바람에 떨어지는 열매처럼 휩쓸리게 됩니다.
붓다께서는 이와 같은 사물의 불확실한 본성을 일찍이 간파하셨습니다. 열매가 바람에 휘둘리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중생 또한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음을 분명히 아셨습니다. 달리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세상사의 이치이니…”
아짠 차 스님 법문의 일부다. 스님의 이 법문은 우리 몸과 마음의 본질을 깨우쳐 주는 핵심적 메시지이다. 이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짠 차 스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놓아버림(방하착)’이다. 스님은 행복이든 불행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선이든, 악이든 다 놓아버리라는 것이며, 우리가 놓지 못하는 건 대상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모든 고통은 이 집착에서 비롯되며, 모든 현상들은 항상 변하는 불확실한 것임을 알지 못할 때 집착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든 일체를 놓아 버려 법마저도 놓아 버리게 되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가르침이다. 또한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아짠 차 스님의 수행 핵심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 안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탐욕, 증오, 망상, 두려움 등을 정면으로 마주해서 주시와 분명한 알아차림과 지혜로써 그 실체를 직접 보게 되면 모든 고통의 원인인 집착과 어리석음이 뿌리 뽑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짠 차 스님이 위빠싸나를 보다 폭 넓고 깊이 있게 이해한 후 실수행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들이다.
아짠 차 스님은 다양한 위빠싸나 수행법 중 ‘집중력이 약한’사람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라는, ‘붓도’를 염불하며 호흡관찰로 시작, 사념처(신수심법, 몸 감각 마음 법) 관찰로 이어지는 '염불 위빠싸나'로 해탈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담긴 아짠 차 스님의 설법 중 수행법에 관한 부분은 ‘염불 위빠싸나’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 많은 불자들이 염불수행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붓도 위빠싸나가 그 돌파구를 열어주리라고 역자 김열권 법사는 확신한다. 그는 염불은 물론 기존의 수행에 한계를 느끼고 침체 상태에 빠져 있는 수행자들에게도 집중력을 향상시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아짠 차 스님의 붓도 위빠싸나를 설명한다.
이 책은 1장 아짠 차 스님의 생애와 깨달음을 시작으로 2장 수행자들과의 법담, 3장 깨달음에 이르는 길, 4장 아짠 차 스님의 수행경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염불위빠싸나 수행’과 ‘내가 체험한 염불위빠싸나’가 곁들여져 있다. 전체 312쪽,18,000원.
*옮긴이 김열권은?
1979년 선 입문 후 10년 간 화두 선사의 지도하에 간화선 수행.
1990년 한국인 최초로 미얀마 마하시선원으로 출가, 비구계를 받고 위빠싸나 수행 입문. 그후 말에이시아 MBMC, 인도, 태국 등지에서 위빠싸나 수행. 마하시 수행 외에 쉐우민 선원의 마음수행, 모곡선원의 법수행, 태국 붓다다사의 아나빠나삿띠 수행을 했다.
역·저서로 <위빠싸나 1.2> <보면 사라진다> <위빠싸나 열 두 선사> <위빠싸나 성자 아짠 문>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 <마음으로 숨쉬는 붓다> 등이 있다.
현재 위빠싸나 붓다 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