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복밭, 온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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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다큐드라마 '영혼의 길' 중에서 

<청정도론> 서문에 다음과 같은 세존의 법문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계행에 정초하여

마음과 지혜를 닦는다.

열심히 노력하고 슬기로운 수행승이라면,

이 얽힌 매듭을 풀 수 있으리라.   

이 법문은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에 계실 때 밤중에 한 하늘아들이 다가와서 자신의 의혹을 제거하기 위해 던진 “안으로 묶이고 밖으로 묶였으니 중생들은 결박에 묶여 있다. 고따마여, 묻사오니, 누가 이 결박을 풀 수 있으리오?”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질문에서 ‘결박’은 갈애의 그물을 의미한다. 갈애는 형상 등의 대상에 대하여 거듭해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대나무의 우거진 숲 등에서 발견되는 덤불이라고 불리는 결박과 유사하다. 이에 빗대어 부처님은 사람이 땅 위에 서서 잘 드는 날카로운 칼로 대나무가 엉킨 것을 잘라내듯이 수행승은 계행 위에 서서 집중의 돌로 잘 벼려진 통찰 지혜의 칼을 잡고, 정진의 힘에 의해 발휘된 실천적 지혜의 손으로, 갈애의 얽힌 매듭을 자르고 부수어 버린다고 답변한 것이다. 

출가자의 생명은 계행이다. 출가자는 비록 성자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계행을 구족하기 때문에 재가자들의 복밭이 된다. <청정도론>에서 “계를 지닌 자를 위해서 한 행위는 / 비록 적을지라도 큰 결과를 가져온다. / 그러므로 계를 지닌 자는 / 공양과 공경의 그릇이 된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계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청정도론>에서 ‘불의 무더기의 가르침’으로 언급되고 있는 ‘불(火)의 경’에서 부처님은 계행의 중요성을 강하게 강조하신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고하고 선언하나니 계를 지키지 않고, 사악한 법을 가지고, 불결한 행위를 하고, 의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자신의 행위를 숨기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주장하고, 청정범행을 닦지 않으면서 청정범행을 닦는다고 주장하고, [썩은 업에 의해] 안이 썩었고, [여섯 감각의 문을 통해 탐욕 등 오염원들이] 흐르고, [탐욕 등의] 쓰레기를 가진 자에게는 힘센 남자가 시뻘겋게 불타는 뜨거운 무쇠 덩이를 입에다 넣으면 그 무쇠 덩이는 그의 입술을 태우고 입과 혀와 목구멍과 뱃속을 태우고 창자와 장간막을 거쳐 아래로 삐져나갈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비구들이여, 그는 이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고 죽음에 버금가는 고통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 인해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 경의 가르침이 너무 강렬해서 법문을 듣던 비구 가운데 60명 정도는 뜨거운 피를 토했고, 60명 정도는 재가자의 삶으로 되돌아갔으며, 60명 정도는 취착이 없어져서 해탈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이후 이 경은 출가자들이 참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읽고 스스로를 경책하는 자경문으로 활용되었다.  

문제는 계행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계행을 지키는 것만큼 어겼을 때 참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교적 참회의 방법에는 포살(布薩)과 자자(自恣)가 대표적이다. 

포살은 상가의 구성원들이 한곳에 모여서 성심(誠心)으로 자신의 행위를 참회(懺悔)하고, 죄가 있으면 고백하고 참회하는 행사이다. 포살에는 출가법(出家法)과 재가법(在家法)의 두 가지가 있다. 출가법의 포살은 보름바다 한 번씩(매월 15일과 30일) 출자가들이 모여 계경(戒經)을 설하고 돌아가면서 지난 보름 동안에 지은 죄가 있으면 참회하고 다가오는 보름동안에 삼가야 할 일과 깨끗하고 안락(安樂)하게 살도록 조심할 일에 대한 계율(戒律)을 말하는 등, 선을 기르고 악을 없이하는 의식이다. 재가법의 포살은 한 달에 6일 동안만이라도 팔재계(八齋戒,팔관재계)를 지키면서 깨끗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6재일에 8계를 지니며 선을 기르고 악을 없애는 의식(儀式)이다. 포살 방법은 동일 지역 내의 스님들이 포살당이나 혹은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계율을 잘 아는 스님을 청하여 바라제목차 즉 계본(戒本)을 설하게 하고 만약 스님 중에서 지난 보름 동안에 계율을 범한 자가 있으면 대중 앞에서 고백한 후에 참회하는 것이다.

자자는 범어 쁘라바라나의 번역이다. 하안거(下安居:여름안거)의 마지막 날 같이 공부하던 비구(니)들이 모여서 서로 견(見), 문(聞), 의(疑) 삼사(三事)를 가지고 그동안 지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행사이다. 3개월에 걸친 여름의 안거 생활이 끝나는 날인 7월 15일에 안거를 함께 한 비구(니)들이 모여서 각자가 자기 스스로 지난 안거 기간 중에 자신이 계를 위반한 허물이 있었다면 무엇이든 지적해 달라고 도반들에게 청한다. 이 의식은 서로 간에 허물을 지적 받은 사람은 그것을 고백하고 참회함으로서 승가 본연의 청정성(淸淨性)을 유지해가는 의미가 있다. 

참회의 방법에는 3가지, 즉 삼종참법(三種懺法)이 있다. 작법참(作法懺), 취상참(取相懺), 무생참(無生懺)의 세 가지가 그것이다. 작법참은 규정된 작법에 따라 부처님 앞에 참회하는 것이고, 취상참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철저히 하여 악(惡)을 근절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며, 무생참은 마음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않아 무생(無生), 무멸(無滅)의 실상을 관하여 무명 번뇌를 끊는 것을 말한다. 

참회의 수준을 세 가지로 나눠 상품 중품 하품 참회, 즉 삼품참회(三品懺悔)가 있다. 상품참회(上品懺悔)는 온몸의 털구멍과 눈으로 피를 흘리는 참회이고, 중품참회(中品懺悔)는 온몸에서 땀이 나고 눈에서 피가 흐르는 참회이며, 하품참회(下品懺悔)는 온몸에 열이 나고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참회이다. 

참회를 분류하는 방법으로 사참(事懺)과 이참(理懺) 두 가지가 있는데, 사참은 예불(禮佛), 송경(誦經) 등의 작법(作法)으로 허물을 고백하여 참회하는 것이고, 이참은 실상의 도리를 관(觀)하여 여러 가지 죄를 참회하는 것이다. 가벼운 업은 사참만으로도 소멸되나 무거운 죄는 이참을 해야 무거운 죄를 가볍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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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스님 등 8명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저녁 식사를 했다가 10만원씩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최근 전라남도 해남 대흥사의 스님들이 술판을 벌이는 범계 현장이 사진과 함께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된 일이 있었다. 불교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 시점에서, 모범을 보여야 마땅할 분들의 방역 위반행위는 국민적 공분(公憤)을 일으켰다. 철저한 참회절차와 응분의 책임을 묻는 엄격한 징계절차가 단행되었어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법한 참회와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되레 변명을 늘어놓다가 비난이 더 커지자 당해 사찰주지가 알맹이 없는 참회문을 내놓은 게 전부다.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고, 승가 고유의 참법들은 철저하게 사문화되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도과를 얻지 못했어도 승려가 복밭일 수 있는 근거가 계행인데…, 한국불교의 복밭은 기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