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의 도둑들 

 그 날 늦은 밤에 영국이와 봉출이는 왕산으로 맛있는 덩쿨을 따러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옹이스님과 함께 갔다면 귀신같이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을 텐데, 옹이스님은 그 날도 한수의 뒤만 밟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되지.”

 “불빛만 따라가면 돼.”

 영국이가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봉출이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산짐승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별도 없고 달도 없는 밤, 사방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을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스님이 왕산에는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들이 있다고 했잖아.....”

 봉출이는 자꾸만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우우웅.

 우우웅.

 자신들도 모르게 아이들은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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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얼마나 헤맸을까.

 깜빡 깜빡.

 멀리 불빛이 보였습니다.

 “야호!”

 영국이는 좋아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야, 왕산에는 원래 집이 없잖아. 저건 분명히 여우들의 집이야.”

 봉출이는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여우집이 아닐 수도 있잖아.”

 “이 산 속에 왜 집이 있어?”

 그러나 늦가을 바람은 칼날처럼 아이들의 볼을 때렸습니다. 너무 추웠습니다.

 “이제 마을로 내려가지 못해.”

 “너무 춥다.”

 영국이가 불빛을 향해 앞장을 섰습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봉출이도 어쩔 수 없이 영국이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살금살금 불빛이 있는 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은 작은 오두막에 다다랐습니다. 기역 자 형의 오두막은 조용했습니다. 한쪽엔 사람이 사는 방이었고, 한쪽은 커다란 광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나보다. 들어가자.”

 그러나 봉출이가 영국이의 옷소매를 잡았습니다.

 “안돼.”

 “그럼, 여기서 얼어죽을 거야?”

 바로 그 때였습니다.

 산 아래에서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굴까?”

 “누구긴 누구야, 이런 깊은 산중에 산다면 분명 여우일거야.”

 겁먹은 아이들의 머리칼이 곤두섰습니다. 

 그 사이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일단 그냥 광으로 숨자.”

 아이들은 재빠르게 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곧바로 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각자 등에 자루 하나씩을 메고 말입니다. 잔뜩 쌓아놓은 곡식 자루 뒤에 숨은 영국이와 봉출이는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정말 많이 했다.”

 “흐흐, 매일 이렇게만 하면 우리 두목님한테 큰 상을 받을 거야.”

 “그렇지만 이제 이 마을도 끝났어. 어지간히 감시를 해야지. 한탕만 더하고 바로 다른 마을로 떠야지. 그 동안 훔친 이 곡식이면 우리 산채 식구들이 일 년은 먹고도 남겠다.”

 그들은 바로 산적이었던 것입니다.

 영국이와 봉출이는 이들이 바로 온 마을을 휘저어놓은 도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영국이와 봉출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어서 빨리 날이 새기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영국이와 봉출이는 혹시라도 산적들에게 들킬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세웠습니다.

 산적들은 술을 마시는지 한동안 노래를 부르며 떠들다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날이 밝았습니다. 간밤에 술을 마신 산적들은 날이 훤하게 밝았는데도 쿨쿨 자고 있었습니다. 

 날이 새자 영국이와 봉출이는 광속에 들어있는 많은 곡식을 보고 놀랐습니다. 광속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곡식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개의 궤짝 하나에는 돈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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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이와 봉출이는 미친 듯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빨리 산을 내려왔는지는 자신들도 몰랐습니다. 정말 바람처럼 산을 내려온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꼭두새벽부터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 왕산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봉출이다!”

 “영국이다!”

 마을 사람들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들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돌부리와 나뭇가지에 넘어져서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옷은 찢어져 너덜너덜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동안 마을의 곡식을 훔친 도둑들이 산 속 오두막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고 모두 산적들에게로 몰려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