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 | mediabuddha@hanmail.net | 2021-07-08 (목) 11:39
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3.2.7 기사경(棄捨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의 소유가 아닌 것은 다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버린 뒤에는 긴 밤 동안 안락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제타 숲에 있는 모든 초목의 가지와 잎사귀를 어떤 사람이 가지고 가면 그대들은 그것을 걱정하여, ‘이 모든 것은 다 나의 소유인데, 저 사람은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가지고 가는 것일까’라고 말하겠는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나의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대 모든 비구 또한 그와 같다. 그대들의 소유가 아닌 물건은 마땅히 다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버린 뒤에는 긴 밤 동안 안락할 것이다.
어떤 것을 그대들의 소유가 아니라고 하는가. 이른바 눈이니, 눈은 그대들의 소유가 아니므로 다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다 버리고 나면 긴 밤 동안 안락할 것이다.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다.
비구들이여, 눈은 영원한 것인가, 덧없는 것인가?“
“덧없는 것입니다.”
“만일 덧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과연 거기서, ‘눈이 바로 나다. 눈은 나와 다르다. 눈은 나와 함께 있다’라고 보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귀 · 코 · 혀 · 몸 · 의지에 대해서도 그와 같다. 그러므로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 여섯 가지 입처(入處)에 대해서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 관찰한 뒤에는 모든 세간에 대해서 도무지 취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의 생은 다하고 범행은 갖추었고 할 일은 마쳐, 다시는 다음 생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