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빠자빠띠 고따미(Mahāpajāpatī Gotamī) ⓶ 

고따미, 첫 여성 아라한이 되다

구족계를 받아 최초의 여성 출가수행자, 비구니가 된 고따미는 부처님에게 다가가 예경하고 한 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부처님이 가르침을 설했다. 고따미는 스승으로부터 수행 주제를 받고, 부처님의 지도 아래 수행에 전념하여 머지않아 곧고 바른 앎과 분석적인 앎을 수반하는 거룩한 흐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부처님은 고따미와 함께 출가한 나머지 오백 명의 수행녀들을 대상으로 설법했다. 

“성자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말하리라. 그것은 행하기도 어렵고, 도달하기도 어렵다. 이제 그것을 설명할 것이니, 굳게 하고 확고히 하라. 마을에서 욕설도 듣고 공경도 받는다. 그러나 마음은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의 성냄으로부터 멀리하라. 교만 없이 평온하게 유행하라. 숲에서 불의 화염처럼 여러 가지가 나타난다. 여인은 성자를 유혹한다. 그들이 유혹을 느끼게 행동하지 말라. 성행위를 삼가고, 온갖 감각적 쾌락을 버리고, 식물이건 동물이건 살아 있는 존재에 집착하지도 말고 적대하지도 말라. ‘나는 그들과 같고, 그들은 나와 같다’고 자신을 그들과 비교하여 죽이지도 말고 죽이도록 하지도 말라. 일반 사람들이 집착하는 욕망과 탐욕을 버리고 지혜를 가진 사람은 길을 가라. 그리고 이 지옥의 그 너머로 가라. 배를 비우고, 음식을 절제하고 적게 원하고 탐욕이 없어야 한다. 갈애에서 벗어나면 욕망이 없어 평온하게 된다. 성자는 탁발을 하고 나서 숲으로 가서 나무 아래 앉아야 한다. 명상에 전념하는 지혜로운 성자는 숲에서 즐거워야 한다. 스스로 기뻐하면서 나무 아래서 명상을 하라.” -‘날라까에 대한 훈계의 경’

부처님께서 설법을 마쳤을 때 오백 명의 수행녀들도 여섯 가지 곧바른 앎(아빈냐)을 성취했다. 

아라한이 된 고따미는 아침 일찍 웨살리 시로 탁발을 하러 다니다가 식후에 자신의 수행처에서 도과(道科)를 이룬 법열을 만끽하면서 자신이 성취한 경계에서 일어난 만족감을 관찰하곤 했다. 고따미를 따라 출가한 사끼야 족 여인들도 오래지 않아 거룩한 경지를 이루고 성자의 흐름에 들었다. 고따미는 열반을 성취한 후 스승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한 부처님 앞에서 이렇게 그 소회를 노래했다.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른 많은 사람들을 구제한

깨달은 님이시여, 영웅이시여,

일체 중생들의 최상자이시여, 귀의하나이다. 

일체의 괴로움은 완전히 알려졌고

원인인 갈애는 말라버렸고, 

고귀한 여덟 가지 길은 닦여졌고

적멸은 나에게 실현되었습니다. 

예전에 나는 어머니이자

자식이자 형제이자 자매였으나,

있는 그대로를 알지 못하며,

죄를 씻지 못하고 윤회해 왔습니다. 

저 세존을 내가 친견했으니,

이것이 최후의 몸으로,

태어남으로 인한 윤회는 부수어졌으니,

이제 다시는 윤회하지 않습니다. 

분발하여 노력하고

항상 용맹정진하니,

화합된 제자들을 봅니다. 

이것이 깨달은 님들에 대한 예경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마야 부인께서는 고따마를 낳았으니,

질병과 죽음에 타격받은 자들의

괴로움의 다발을 제거했습니다.  

-전재성 옮김(<테리가타>)

출가했을 때 고따미의 나이는 75세였다. 늦은 나이임에도 고따미는 치열한 정진의 끈을 놓지 않아 최고의 경지인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었다. 또한 고따미는 소회를 밝히는 게송의 마지막 부분에서 부처님의 생모이자 언니인 마하마야의 공덕을 드러내 밝혔다. 이처럼 고따미는 세존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마하마야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출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따미의 출가는 비구들 사이에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비구 교단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은사와 계사 제도가 정착되었고, 비구니들도 이 제도에 따라 정식 출가자가 되었다. 그러나 최초의 비구니라는 점에서 고따미는 은사와 계사 없이 비구니가 된 특별한 경우였다. 이를 두고 일단의 비구들은 부처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깎아 비구니가 되었으니 은사와 계사도 없다며 승단의 중요 문제를 결정하거나 기타 여러 가지 행사에서 고따미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곤 했다. 이런 사실은 나중에 부처님에게도 전해졌고, 이 사실을 안 부처님은 해당 비구들을 모아놓고 엄중히 훈계했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이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고따미에게는 여래가 직접 여덟 가지 특별한 계를 주었으며, 그녀는 여래의 가르침에 따라 담마를 잘 배우고 실천하였다. 그러므로 그녀의 계사와 은사가 바로 여래이거늘 너희가 고따미에게 은사와 계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너희는 아라한을 성취한 고따미에게 어떤 의심을 일으켜서도 안 된다.”

비구들에게 단호하게 경책을 내린 부처님은 이어 게송으로서 고따미가 이룬 경지를 찬탄했다.

그는 몸으로나 언어로나 마음으로

일체 악을 행하지 아니 한다.

이 같은 세 가지를 잘 다스리는 

그런 사람을 나는 최고의 성자라 부른다. 

                                  -법구경

고따미는 여성출가자 1호로서 불교가 빠르게 여성승단을 세울 수 있게 힘쓴 선지적인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아 부처님으로부터 최고의 경지를 인정받은 참다운 수행자였다. 여성 출가수행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깨달음과 해탈을 성취한 고따미는 부처님의 허락을 얻어 까삘라왓투로 돌아갔다. 몇 사람의 비구니 아라한들과 함께 까삘라왓투로 돌아온 고따미는 니그로다 동산 한쪽에 수행처를 마련해 머물렀다. 고따미가 니그로다에 머물고 있을 때, 야소다라가 출가해 비구니가 되었다.  

고따미, 열반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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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여성불자가 탁발하는 비구에게 공양을 올리고 있다.(사진 이학종)

부처님의 나이가 80에 이르면서 그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먼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뜬 어머니를 대신해 양어머니로 자신을 양육해 주었으며, 최초의 비구니가 되었던 고따미가 어느 덧 120세에 이르렀다. 세연(世緣)이 다해 죽을 때가 가까워지자 웨살리의 첨탑당에 머물고 있던 부처님을 찾아왔다. 그때 고따미는 웨살리의 비구니 수행처에서 여러 비구니들과 함께 수행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고따미와 비구니들은 ‘이 안거가 끝나면 부처님께서 꾸시나라를 향해 가실 예정인데 아무래도 곧 열반에 드실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어느 날 아침, 탁발하고 식사를 마친 다음, 고따미는 시간을 정해 놓고 선정에 들었다. 선정에서 나와서 그녀가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 쌓아온 공덕을 회상하니 마음에 기쁨이 흘러넘쳤다. 고따미는 이어 자신의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점검해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수명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첨탑당에 머물고 있는 부처님께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려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녀의 오랜 수행도반들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난 다음에 자신의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세상을 하직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사끼야 족 출신으로 함께 출가했던 오백 명의 비구니들에게도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고따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이나 두 명의 상수제자나, 내 손자인 라훌라나, 내 조카인 아난다가 입적하는 것을 볼 때까지 살지 않겠다. 나는 그들 중 누구보다도 먼저 죽겠다. 나는 지금 부처님께 가서 나의 죽음에 대하여 양해를 구해야 하겠다.’ 

바로 그 순간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맑은 하늘에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다. 비구니 수도원의 보호 정령들이 슬피 울었다. 오백 명의 비구니들은 고따미에게 가서 정령들이 우는 것을 이야기하자, 고따미는 자신이 곧 반열반에 들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고따미로부터 열반에 들겠다는 예고를 들은 오백 명의 비구니들은 자기들도 고따미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수도원의 정령들에게 설사 마음이 상하더라도 양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부처님으로부터 열반 허락을 받기 위해 고따미와 오백 명의 비구니들이 곧 부처님을 찾아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웨살리의 불자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얼마 후 고따미와 비구니들이 수도원을 출발해 큰 길로 나오자 수많은 불자들이 집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고따미는 그들을 위로했다. 고따미는 그윽한 미소와 처연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들을 둘러본 후 발길을 재촉했다. 부처님이 머무는 첨탑당에 도착한 고따미는 부처님을 만나자, 120년 이상을 지탱해온 늙은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예배한 후 비구니 상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요청을 밝혔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제부터는 비구니가 비구니를 위해 계를 설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고따미의 청을 들은 부처님은 흔쾌히 답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앞으로는 비구니가 비구니를 위해 계를 설하는 것을 허락합니다. 다만 이전에 설해진 계처럼 하여 틀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여성출가자를 배려하는 부처님의 허락에 고따미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을 지킨 고따미가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존이시여, 아무래도 저는 이제 이생에서는 다시 세존의 얼굴을 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처님은 고따미가 곧 열반에 들 것임을 직감하고 슬픈 눈길을 감추지 못했다. 고따미가 다시 말했다. 

“세존이시여,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신 당신의 가르침을 따라 저는 출가하여 정신적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 자신의 내면에서 스승께서 일러주신 교리가 성장했고, 제 스스로 진리라는 우유를 마시며 완성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스승으로 인해 거칠고 힘든 큰 바다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세존으로 인해 부처님의 어머니로 세상에 알려지는 더없이 큰 영광을 얻었습니다.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위대한 스승, 세존이시여.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처님도 양모이자 첫 비구니 제자인 고따미의 수명이 다했음을 간파하고, 어쩔 수 없이 솟구치는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눈빛으로 어머니와의 이별의식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따미가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세존이시여, 모든 번뇌를 소멸시켜 준 스승이시여. 이제 저는 곧 이생을 마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부디 제가 저의 몸을 버리고 죽을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은 그윽한 눈빛으로 양모의 열반을 허락했다. 부처님의 눈빛이 슬픈 빛깔로 변하는 듯했다. 부처님의 허락을 받은 고따미는 이어 손자인 라훌라, 비구니 출가의 길을 열어준 아난다, 그리고 아들 난다에게, 중생의 몸으로 존재하는 해악을 설파한 후 자신의 입적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아라한과를 성취한 난다 존자와 라훌라 존자는 위대한 성자 고따미의 요청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아직 아라한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던 아난다는,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비탄을 감추지 못했다. 고따미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말로 아난다를 위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처님이 고따미에게 말했다.

 “고따미여, 여인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하여 신통력을 보여 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여성출가자에 대한 깊은 연민과 염려를 알아챈 고따미는 부처님께 예배한 후 신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몸을 여러 몸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다시 여러 몸을 한 몸으로 합하기도 하며, 몸을 보였다가 안 보이게 하고, 벽이나 산을 투과하는 등의 놀라운 신통력을 시현했다. 그러고는 공중에 매달린 상태로 걸어가서 메루산(수미산)을 버팀목으로 하여 그 위에 커다란 땅덩어리를 우산처럼 올려놓았다가, 이 불가사의한 우산을 돌려서 뒤엎었다. 또한 마치 여섯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 있는 것처럼 기온을 뜨겁게 올리기도 했다. 부처님의 요청에 의해 신통력을 보인 그녀는, 부처님에게 예배하고 알맞은 자리에 앉았다. 고따미의 놀라운 신통력에 어리벙벙해진 대중들이 그녀에게 물었다. 

“고따미 존자시여, 이런 놀라운 힘과 능력을 부여받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덕을 쌓으셨습니까?” 

고따미는 빠두뭇따라 부처님 당시에 항싸바띠 시에서 태어나, 성년이 되어 스승에게 가르침을 들었고, 어느 날 스승께서 한 수행녀를 ‘세월을 아는 님 가운데 제일’의 자리에 세우는 것을 보고 덕성을 닦아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서원하면서 살아 있는 한 보시 등의 공덕을 행하고 십만 겁 동안 천상계와 인간계를 윤회하다가 깟싸빠 부처님과 고따마 부처님의 사잇시대에 바라나시 시의 오백 명의 하녀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어 오백 명의 홀로 깨달은 님들을 위한 초암을 짓고 공양을 올렸다는 등의 계속해서 쌓아온 공덕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따미의 답이 끝나자, 이번에는 오백 명의 비구니가 신통력으로 하늘로 솟아올라 마치 별들이 꽃송이처럼 모여 있는 형상을 이루는 이적을 선보였다. 

부처님으로부터 그들의 신기한 공연을 마칠 것을 허락받은 다음, 오백여 비구니들은 세존에게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이 고따미 장로님의 은혜를 입었는지를 세존에게 자세히 전한 후 고따미와 함께 열반에 들 수 있도록 세존께서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부처님은 “비구니들이여, 그대들은 세상 떠날 때를 스스로 압니다.”라는 말로 비구니들의 열반을 허락했다. 부처님으로부터 열반의 허락을 받은 그녀들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수도원으로 향했다. 부처님은 수많은 불자들과 함께 숙소 입구까지 나아가 고따미를 배웅했다. 고따미와 오백 명의 비구니들은 그 자리에서 부처님께 함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러고는 웨살리 시내에 있는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각자 자신의 처소에서 가부좌의 자세로 앉았다. 고따미는 오랜 기간 동안 머물렀던 수도원 곳곳에 눈길을 던지며 마지막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가 게송을 읊었다.

나는 이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싫어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만나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물건과 헤어지지도 않는

조건 지어지지 않은 곳(열반)으로 간다네.

고따미의 게송을 들은 이들 가운데, 아직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이들은 비통해 하면서 울었다. 그들은 마치 뿌리 뽑힌 나무처럼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고따미는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우바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달랬다.

 “딸들이여, 비탄해 하면 마라(악마)의 영역으로 갈 뿐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이별로 끝나고, 마음을 끝없이 동요하게 한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이제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혼자 처소에 남은 고따미는 색계 초선에 들어간 다음, 차례로 다음 선정으로 올라가 마지막 비상비비상처정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차례로 색계 초선까지 내려왔다. 그렇게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여덟 가지 속세의 선정에 머물렀다. 이어 고따미는 초선정부터 사선정까지의 선정에 머물렀다. 선정에서 나와서, 마치 램프의 기름과 심지가 다 타서 불이 꺼지는 것처럼, 그녀는 오온의 완전한 소멸, 반열반을 실현했다. 나머지 오백 명의 비구니들도 동시에 완전한 소멸을 실현했다. 

그 순간 대지는 격렬하게 진동했고,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천상의 천신들이 슬피 울었고, 하늘에서 천상의 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메루산은 마치 무용수가 춤추듯 비틀거렸다. 큰 바다는 바닷속에서 지진이 일어난 듯 포효했다. 용들과 아수라들과 천신들과 범천들은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은 무상한 것이어서 소멸되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라는 등의 말로 그들이 깨달은 경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천신들과 범천들이 고따미와 오백 명의 비구니들이 열반에 들었음을 부처님께 알렸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비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부처님은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장례 행렬에 참여했다. 제일 앞에 사람들, 천신들, 용들, 아수라들, 범천들이 행진했고, 그다음에 위숙깜마 천신이 만든 비구니들의 유품을 담은 여러 층의 지붕이 있는 오백 명의 비구니들의 황금 영구차를 천신들이 운구했으며, 이어 네 명의 제석천들이 고따미의 영구차를 운구했고, 그 뒤를 비구들과 부처님이 따라갔다. 수도원에서 화장터까지의 길은 모두 덮개가 씌워졌고, 연도에는 사람들과 깃발들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었으며, 바닥에는 꽃이 뿌려졌다. 천상의 연꽃이 내려와서 허공에 떠 있는 것이 마치 하늘에 매달려 있는 듯했다. 온갖 꽃들과 향기가 감돌았다. 떠나가는 성스러운 아라한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온갖 음악과 노래와 춤이 어우러졌다.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해와 달이 동시에 보였다. 별은 하늘에서 반짝였다. 때는 정오였지만 태양은 달처럼 서늘했다. 

고따미의 유해를 화장한 다음 화장터에서 아난다는 유골을 거두고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고따미는 이제 가버렸다. 그녀의 유해는 타버렸다. 머지않아 부처님도 반열반에 드실 것이니, 훨씬 더 염려되는 일이 일어나겠구나!”

아난다는 고따미가 사용하던 발우에 유골을 담아서 부처님께 갖다 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청중들이 볼 수 있게 유골을 집어 들고, 모여 있는 사람들, 천신들, 범천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치 나무속이 꽉 차서 굳건하게 서 있는 큰 나무가

위대한 줄기를 가지고 있지만

무상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에 쓰러지는 것처럼

비구니 승가에 큰 나무줄기 같았던 고따미가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반열반에 들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