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들로2 

 “그럼, 난 밖에 나갔다가 올테니 잘 노세요.”

 한수는 지게를 지고 집을 나섰습니다.

 옹이스님은 그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너네 오빠 어디 가는 거야?”

 옹이스님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나무하러 가겠지.”

 달래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저녁땐데?”

 “원래 우리 오빠는 낮에는 들에서 일하고 저녁때가 되어야 나무하러 가.”

 “그럼, 우리도 따라갈까?”

 “너 정말 이상하다?”

 달래가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옹이스님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네 오빠는 매일 어디로 나무하러 가?”

 달래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나, 오늘 너하고 놀기 싫어.”

 “아니야. 하도 심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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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선 달래의 마음을 달래기는 너무 늦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달래와 인사도 나누지 않고 한수의 뒤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달래 오빠는 빠른 걸음으로 샛말의 들판을 지나 왕산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달래 오빠에게 들킬까봐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왕산 중턱에 이르자 한수는 가져온 도끼로 나무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커다란 나무가 잘렸습니다. 옹이스님은 한수의 힘센 모습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러니까 도둑질을 하지’ 옹이스님은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전에는 보기보다 힘 센 한수의 모습에 반해서 자기도 나중에 저렇게 되어야지 하는 마음까지 가지고 있던 옹이스님이 말입니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수는 커다란 나뭇짐을 지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옹이스님은 한수가 집에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하늘에 별이 총총 뜬 한밤중에야 절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옹이스님은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옹이스님은 마을 친구들과도 놀 수가 없었습니다. 토라진 달래는 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옹이스님은 자꾸만 달래집 근처를 얼씬거렸습니다. 

 한수가 무엇을 하는지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옹이스님은 한수가 들로 가면 그 뒤를 쫓아갔습니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면 또 그곳으로 쫓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남모르게 따라간다고 해도 어린 옹이스님이 자기를 따라다닌다는 것을 떠꺼머리총각인 한수가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한수가 혹부리산에서 산열매를 따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연히 옹이스님은 한수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수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수는 옹이스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수가 옹이스님에게 다가왔습니다. 옹이스님은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작은 스님?”

 “네.”

 한수는 낫을 들고 있었습니다. 새파랗게 날이 선 낫이었습니다. 

 옹이스님은 움찔 놀랐습니다.

 “마을 친구들하고 노세요......”

 한수의 얼굴은 마구 구겨져 있었습니다.

 옹이스님은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를 수 없었습니다.

 “나도 산열매를 따러 왔어요.”

 옹이스님은 얼떨결에 그렇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한수는 옹이스님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무서운 눈빛이었습니다. 한수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옹이스님 때문에 나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한수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제발 나를 믿어주세요!”

 그러나 옹이스님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밤에 잠이 오지 않아요.”

 한수는 갑자기 일어나 힐끗 옹이스님을 바라보더니 낫으로 어린 나무들을 마구 쳐내기 시작했습니다.  

 옹이스님은 우락부락한 한수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힘들어요.”

 옹이스님은 그 말을 남기고 재빠르게 절로 돌아왔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물을 긷는 것은 물론이고, 법당 앞마당을 쓰는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옹이스님을 불렀습니다.

 “너 어디 갔다가 왔니?”

 “그냥...... 산언덕에서 경을 읽었습니다.”

 “왜 산에서 경을 읽었느냐?”

 “저어... 산에서는 공부가 더 잘됩니다.”

 열 살 짜리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옹이스님은 말도 잘하였습니다.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래 무슨 경을 읽었느냐?”

 “저어기......”

 옹이스님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산에서 읽었다면 노루경을 읽었겠구나?”

 “예. 노루경을 읽었습니다.”

 옹이스님은 얼떨결에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노스님이 옹이스님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럼, 다음부터는 여우경을 읽도록 해라.”

 노스님은 천천히 대웅전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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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다음 날도 옹이스님은 몰래 한수의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옹이스님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달래 오빠를 감시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마을에서 도둑을 당하는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옹이스님은 자신이 마을에서 아주 커다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옹이스님의 얼굴은 점점 야위어졌고, 눈빛은 날카로워졌습니다.

 옹이스님은 마을로 내려가지 않았고, 마을의 친구들도 절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