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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규 연재동화 ‘수수밭의 약속’6

우 봉규 | | 2021-06-22 (화) 09:20

산으로 들로1 


그리고 옹이스님의 고달픈 열흘이 시작되었습니다.

 눈 코 뜰 새가 없었습니다. 노스님은 조금도 옹이스님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밥이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것보다도 더 힘든 것은 아침 저녁 예불에 꼭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옹이스님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노스님이 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마을 아이들과 놀 수도 없었고, 연을 날릴 수도 없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옹이스님은 노스님을 원망했습니다. 일 년 중에 가을이 가장 연 날리기 좋은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옹이스님은 열흘 째 되던 날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노스님은 본체만체 하였습니다. 옹이스님은 온 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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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수웅


 옹이스님은 혼자 방안에 누워 온갖 생각을 다하였습니다. 

 그런데 달래와 한수가 찾아왔습니다.

 “옹이야!”

 “작은 스님 괜찮아요?”

 옹이스님은 한수가 무서웠습니다. 한수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수수밭에서 만난 이후로 한수의 눈빛은 언제나 번득였습니다. 옹이스님은 그 눈빛이 무서웠습니다. 떨려서 말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 오빠가 옹이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데.”

 달래는 아주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옹이스님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들이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달래가 자꾸 말을 붙였습니다.

 “언제 아이들하고 놀 수 있는 거야?”

 옹이스님은 대답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한수가 그런 옹이스님의 이마에 손을 댔습니다. 옹이스님은 깜짝 놀라 한수의 팔을 밀어냈습니다.

 “너 왜 그래?”

 달래가 울먹였습니다.

 “미안해. 너무 아파서.....”

 한수는 옹이스님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옹이스님과 한수의 눈빛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옹이스님은 그만 눈을 꼭 감고 말았습니다.

 달래와 달래 오빠는 할 수 없이 일어났습니다. 

 다음날. 옹이스님의 몸은 거짓말처럼 많이 나았습니다.

 여느 때와 똑같이 달래가 절로 왔습니다.

 “옹이야!”

 다른 때 같으면 곧바로 뛰어나갈 옹이스님이었지만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응.”

옹이스님은 마지못해 대답하였습니다.

 “아직도 아파?”

 “응”

 “얼굴은 괜찮은데?”

 “많이 아프다니까.”

 옹이스님은 괜스레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달래가 살며시 다가왔습니다.

 “많이 나았잖아. 우리 집에 가자. 우리 집에 맛있는 거 많아.”

 그러나 옹이스님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달래집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수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달래에게 이야기 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 혼자 있고 싶어.”

 “왜 그래?”

 달래가 울상이 되어 말했습니다.

“이상하긴.”

 옹이스님은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난 진짜로 아파.”

 “그래 알았어.”

 달래는 마지못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정말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옹이스님은 달래가 찾아오면 언제나 함께 놀았습니다. 노스님 심부름까지 하지 않고 달래와 논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노스님도 옹이스님이 달래와 놀았다고 하면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옹이스님은 누워서 돌아서는 달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옹이스님은 하루 종일 한수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한수를 내가 매일같이 감시를 하면?’

 그러면 한수는 도둑질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옹이스님은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진작 이렇게 생각할 걸.’

 옹이스님은 혼자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옹이스님은 곧바로 달래집으로 갔습니다. 마당에 들어서자 한수가 흠칫 놀랐습니다. 옹이스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전에는 그저 순박하게 보이던 달래 오빠가 그렇게 흉하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쉼호흡을 하였습니다.

‘한수가 다시는 도둑질을 못하게 해야지.’

 옹이스님은 다시 다짐하였습니다.



사진. 최수웅
 


 “우와, 옹이 왔네!”

 달래가 좋아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더니.”

 “아니야. 이제 매일같이 올게.”

 “정말?”

 달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 때 한수가 말을 붙였습니다. 

 “옹이 스님?”

 “네.”

 “이제 괜찮지요?”

 “네.”

 옹이스님은 억지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도둑질을 못하게 해야지.’ 옹이스님은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습니다. 언제나 밝고 장난스럽던 옹이스님이 묻는 말에만 건성으로 대답만 하자 달래가 옹이스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너 어제 못 먹을 거 먹었나보다.”

 “으응. 나 어제 흐물흐물하뉴 콩비지를 먹었더니......”

 옹이스님은 억지로 웃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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