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리의 아이들 

그림 최수웅

 오랜만에 옹이스님과 마을 아이들이 둘러앉은 불종 아래에 둘러앉았습니다.

 아이들도 도둑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말 우리 마을에 도둑이 있을까?”

 달래가 말했습니다. 

 옹이스님은 그런 달래를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엄마가 봤대.”

 겁이 많은 봉출이가 말했습니다.

 “어디서?”

 달래가 고개를 바짝 들었습니다.

 “지난 여름밤에 자루를 등에 지고 여기 도랑을 훌쩍훌쩍 건너가더래.”

 “정말?”

 달래가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옹이는 너는 왜 말이 없어?”

 봉출이가 옹이스님을 툭 쳤습니다.

 “응? 난 모르겠어.”

 옹이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도둑은 내가 꼭 잡을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영국이가 막대기를 하늘로 높이 쳐들었습니다.

 “우리가 이 마을을 지키면 어떨까? 어른들은 모두 들로 나가니까 우리가 마을 순찰을 도는 거야. 어때?”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나 옹이스님은 멍청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도둑이 낮에 다닐 리가 없지. 아주 캄캄한 밤에 다니지.“

 역시 영국이는 어른스러웠습니다.  

 옹이스님은 여전히 입을 꼭 다물고 있었습니다. 

 “옹이 너 왜 그래?”

 봉출이가 이상하다는 듯 옹이스님을 쳐다보았습니다.

 “옹이 얘, 요즘 이상해.”

 달래가 입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너 혹시?”

 영국이가 옹이스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도둑 아니야?”

 아이들이 모두 깔깔거렸습니다.

 그런데도 옹이스님은 웃지 못했습니다. 정말 자기가 도둑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

 달래가 그렇게 말하자 아이들이 모두 달래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큰절 노스님은 이 세상 모든 일을 아실 테니까, 노스님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또 아이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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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최수웅 

 아이들은 절로 향했습니다.

 옹이스님도 할 수 없이 아이들 뒤를 따라갔습니다.

 마침 노스님은 절 마당 툇마루에 앉아 계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모두 곱게 합장을 하였습니다.

 노스님도 합장을 하였습니다.

 어서들 오너라.

 “노스님, 저희들한테만 알려주세요.”

 달래가 애교를 떨었습니다.

 “뭘?”

 “우리 마을에 도둑이 누구인지를요.”

 양쪽으로 땋은 달래의 갈래머리가 달랑거렸습니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아이들이 노스님을 졸랐습니다.

 노스님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도둑이 없다.”

 “우리 집도 쌀을 잃어버리고, 봉출이네도 수수를 잃어버렸는데도요?󰡓”

 영국이가 대들었습니다.

 “너희들은 내가 이 세상 일을 다 알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노스님이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을 믿어야지.”

 “그래도 도둑은 있어요.”

 달래가 말했습니다.

 “어허, 내가 마을을 이렇게 내려다보니까 우리 마을엔 도둑이 없고.......”

 “그럼 다른 마을에 있나요?”

 노스님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요즘 보니까 뒷산에 여우들이 매일 울고 있어. 그 놈들은 오래 살면 사람으로 둔갑을 하거든. 틀림없이 그 놈들 짓일 게다.”

 “정말요?”

 “그럼.”

 아이들이 모두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옹이스님은 노스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놈들이 가져갔어. 그러니까 너희들도 밤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마을 뒷산으로 타오르는 연기.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두운 산그늘이 마을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감빛 노을. 그것을 바라보는 노스님의 눈가에 빙긋 웃음이 지나갔습니다.

 “자아, 얼른 어둡기 전에 내려가야지.”

 “안녕히 계셔요!”

 “와아!”

 아이들이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을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노스님은 얼굴에 하나 가득 웃음을 띠고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노스님, 여우가 어떻게 사람이 돼요? 아이들한테 왜 거짓말을 하세요?”

 옹이스님은 노스님에게 따졌습니다.

 노스님이 옹이스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옹이 너 혼 좀 나야겠다.”

 “예?”

 노스님의 얼굴에는 아까 같은 웃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옹이스님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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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에나 있지.......”

 “그만, 왜 다른 아이들은 내 말을 믿는데 너만 내 말을 믿지 못하지? 다른 아이들보다 네가 더 똑독해서 그런 줄 아느냐? 내가 보기엔 마을의 저 아이들이 너보다 훨씬 예뻐.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병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이지. 그 병에 한번 걸리면 여간해서는 낫기 힘들어.”

 “예?”

 “분명히 산 속의 여우들이 사람으로 둔갑해서 우리 마을 곡식을 훔쳐갔다. 알겠느냐?”

 “전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옹이스님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노스님의 눈은 화로 철철 끓어 넘치고 있었습니다. 대추나무로 만든 매를 번적 들었습니다. 옹이스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일부터 열흘 동안 물을 긷는 것은 물론이고, 밥하고, 빨래하는 것도 모두 네 몫이다. 그리고 아침 저녁 예불에도 꼭 참석해야 한다. 어기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노스님!"

 그러나 노스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웅전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옹이스님은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엉엉 울었습니다. 한수와의 약속을 깨고 모든 것을 노스님에게 말을 할까도 생각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노스님, 옹이스님은 그 밤 혼자 애를 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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