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좌에 오르셨던 부처님은 어디 계신가?

적광전은 최근에 건축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목재가 수분을 품고 있는 까닭에 단청을 하지 않았을까요? 나무의 맨살이 드러나 있어 자연친화적인 한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대로 둔다면 얼마 못가서 시간의 흐름에 땟국이 지고,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썩게 될 것입니다. 조만간 창방 윗부분에 오방색 단청이 입혀져 법당의 권위와 아름다움이 나타나고, 외벽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훈을 볼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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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광전을 굳이 풀이하면 ‘번뇌를 벗어난 해탈 경지에서 나오는 지혜가 빛나는 집’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련도 중생을 해탈의 경지로 이끌어주시는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이 걸렸습니다.  

불신보방대광명 佛身普放大光明

색상무변극청정 色相無邊極淸淨

여운충만일체토 如雲充滿一切土

처처칭양불공덕 處處稱揚佛功德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부처님께서 큰 광명을 두루두루 비치시니

색이며 상을 벗어나서 끝없는 청정함뿐이네. 

구름이 넓은 국토를 덮듯 모든 중생을 지혜로 채우시니

세상 곳곳마다 부처님의 공덕 칭송이 넘쳐나네.

적광전에는 이천시 향토유적 제3호로 지정된 〈석조 광배 및 연화좌대〉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적광전은 큰 암반 위에 지었는데, 그 암반이 보이지 않도록 마루로 덮기보다는 마루 청판을 오려내 암반이 드러나게 할 것을 택했고, 그렇게 해서 드러난 암반위에 광배와 연화좌대가 놓였습니다. 

연화좌대에는 지권인을 취한 비로자나불상을 봉안하였습니다. 광배와 좌대가 적광전을 짓기 전부터 암반위에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오랫동안 노천에 노출되어 있었음은 확실해서 풍화되고 마모된 것과 다르게 비로자나불상은 조성된 시간이 짧아 화강암 원래의 흰색이 빛을 발하는 듯 보입니다. 

광배는 마모가 심하여 두광과 신광이 둘러졌음을 알아볼 수 있지만, 그 안에 화염문이나 당초문은 확실치 않아 그런 것이 새겨졌음을 짐작만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연화좌대는 편평한 암반위에 8각의 하대석, 하대, 중대, 상대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하대석 여덟 면에는 안상 속에 비천을 새긴듯한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대는 활짝 핀 연꽃잎이 드리워진 복련을 새겼습니다. 중대석도 여덟 면을 만들었는데 기둥과 불보살상을 새겼습니다. 상대는 피어난 두 겹의 연꽃잎에 꽃모양을 새겼습니다.

광배는 두광과 신광의 테두리만 남았고 문양은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로

연화좌대의 문양도 앙련과 복련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연화좌대와 광배는 자신과 같이 제작된 불상이 사라진 후, 자신의 크기와 생김새에 잘 어울렸던 불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겁니다. 수많은 불교 유물이 일제에 수탈되었고, 현재도 훼손되고 도난당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보의 물건을 훔친 죄는 목련존자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씀이 없더라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문화유산인데 말입니다. 

연화좌대는 영월암이 창건된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까요? 제작시기가 통일신라-고려초기일 것으로 추정되는 연화대좌에 오르셨던 부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요?   

 신심 있는 이가 조성한 정사(精舍)

사생의 자부이신 부처님을 아무리 크게 장엄해드려도 부족할 터인데, 마모된 광배와 연화좌대에 봉안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불자께서 당초의 아름다움을 복원해 석가모니부처님 불상을 모셔놓고, 당우(堂宇)를 화불전이라 하였습니다. 불상은 석굴암 본존불 모습과 다름이 없이 길상좌에 오른쪽 어깨를 드러냈고, 오른손은 항마촉지인을 왼손은 선정인을 취하여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부처님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욕계와 색계는 물론 무색계 중생까지도 그들의 근기에 맞게 변화하여 구제하시는 화신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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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불전은 한 칸짜리 맞배지붕 집으로 지었는데, 벽을 치지 않았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마왕을 굴복시키면서 항마촉지인을 취하신 후 무려 45년간 사방팔방을 다니시면서 쉼 없는 가르침을 펴셨습니다. 단단한 돌로 빚어낸 연화좌대도 비바람에 마모되는데 인간의 몸으로 출현하신 부처님도 노쇠해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단단한 돌로 불상을 빚었다하더라도 마모되기는 마찬가지일터, 부처님께서 야외에서 수많은 대중들에게 설법하셨음을 나타내면서 불상은 물론 연화좌대의 마모를 피하고자 지붕만 올린 화불전을 지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배와 연화좌대 : 마모된 문양을 되살려냈습니다. 

영월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입니다. 안내판에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되었고 1899년도까지도 “북악사”라는 이름으로 문헌에 등장한다’고 쓰였는데, 언제부터 “영월암”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해집니다. 

궁금한 이유는 작은 암자라고 하기에는 ‘신체적 특징으로 여래를 볼 수 없다’하셨음에도 연화대좌에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상을 봉안하여 온 세상의 영원한 진리를 보게 하는 큰 절이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의 성불을 미룬 채, 중생을 위한 48대원을 세워 수행한 아미타부처님을 따라 수행할 엄두를 내게 하는 큰 절이기 때문입니다.

또 중생의 근기에 따라 형색을 변하시며 모든 중생이 불성을 지녔음을 깨닫게 하신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부처님을 배우게 하는 큰 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월암 답사에서는 영월암이 암자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큰 절이어서 “암(庵)”이니 “사(寺)”니 하는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어떤 부처님을 뵙고자 했던가?’와 ‘이제 어떤 부처님을 찾아야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제 꼭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리며 이번 답사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