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 

 옹이스님이 탁발을 나가도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틀림없이 마을 사람들은 노스님과 옹이스님도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눈빛을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옹이스님은 탁발을 나가기가 싫었습니다. 탁발은 스님들이 마을의 집집을 돌아다니며 곡식을 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탁발을 통하여 자신을 낮추고, 오직 남을 위해 살기 위해서입니다.  

 "옹이야 탁발 나가야지?"

 "저어기......"

 "어허 이놈이?"

 "노스님......"

 "스님이면 탁발을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그것이 싫다면 절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이곳을 떠나고 싶으냐?"

 "스님?"

 "다른 말은 하지 말고 마을로 내려가거라."

 옹이스님은 할 수 없이 바랑을 지고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 전에는 그렇게 즐거운 일이었는데 정말로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린 탁발. 옹이스님은 천천히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예상대로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습니다. 

크게보기

 예전 같으면 마당으로 들어설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집 안쪽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닫힌 대문과 높은 울타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반갑게 대하던 얼굴들이 모두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뛰어나와 바랑에 곡식을 넣어주던 마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집 바깥에서 몇 번이나 목탁을 두들기고, 염불을 외워야 겨우 문이 열렸습니다. 몇몇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절에는 노스님하고 옹이스님 둘뿐이데 왜 이렇게 자주 탁발을 해요?"

 "우리 마을에서 산내암에 곡식이 제일 많다고 하던데?"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옹이스님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꼭 자기가 도둑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달래 오빠 한수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탁발한 곡식은 다른 때와 달리 조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절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옹이스님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달래네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머, 옹이야!”

 달래가 반갑게 뛰어나왔습니다.

 옹이스님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탁발 나왔어?”

 옹이스님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오빠, 옹이 탁발 나왔어.”

 달래의 소리에 한수가 환한 표정으로 나왔습니다.

 “작은 스님!”

 옹이스님은 일부러 대답 대신 목탁을 두드렸습니다.

 한수는 빙그레 웃더니 몇 됫박의 쌀을 바랑 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그러나 옹이스님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놀다가 가.”

 달래가 옹이스님을 잡아끌었습니다.

 “노스님한테 혼나.”

 “피이.”

 달래가 눈을 흘겼습니다.

 “탁발, 고맙습니다.”

 “작은 스님, 고마운 것은 달래와 나예요. 언제라도 오세요.”

 한수가 합장을 하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옹이스님은 목탁을 두들기면서 무거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크게보기

 절로 돌아온 옹이스님은 혼자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알았는지 노스님께서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왜 방에만 있느냐?"

  옹이스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노스님, 우리 마을에 정말 도둑이 있을까요?"

 "글쎄다."

 "노스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시잖아요?"

 "알고 보면 내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도둑인 걸."

 "노스님이 도둑이라구요?"

 “너도 공부 안 하고 공밥 먹으면 나처럼 도둑이 된다. 알겠느냐?”

 옹이는 노스님의 말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저를 의심하는 것 같애요."

 "그럴 수도 있지."

 "이제 탁발은 노스님께서 하세요."

 "허허허, 우리 마을에서 누가 도둑인 지 부처님께 물어보렴."

 노스님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옹이스님은 대웅전 앞에 나가 정성으로 기도하였습니다. 한수가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옹이스님이 몇 날 며칠을 기도해도 부처님은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할뿐 말씀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