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타이완이 불교국가로 되었고, 그 중심에 싱윈(星雲)대사가 있으며, 타이완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포광산(佛光山)이 있다는 것은 한국불교계에서도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포광산이 어떻게 발전을 거듭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이는 드물다.

타이완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포광산의 경영원칙과 체제를 비롯해서 불교의 경제관을 설득력 있게 정리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싱윈 선사가 편저한 <인간불교의 경영과 실천>(동국대학교출판부)가 그것이다. 역자는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중점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는 양정연 박사다.

이 책은 불법을 빌지 않더라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비합법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10가지 경우에서부터 불법에 맞게 돈 버는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놓았고, 축적된 재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권한이 있는 자는 금전을 관리할 수 없고 금전을 관리하는 자는 권한이 없다.”
“황금이 독사일 수도 있지만 도를 닦고 법을 전하는 자량일 수도 있다.”
“불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빈곤이 아니라 단체의 빈곤이다.”

이 내용들은 싱윈 선사가 이미 30여 년 전에 대중들에게 설파한 것이다. 이 책 <인간불교의 경영과 실천>이 사찰경영전문가들은 물론 재가불자들에게도 금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견해, 사명감을 갖게 하는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릇 불교의 조직과 사원의 경영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경영에 대한 불교적 가치관을 알고 있다면, 또 그와 관련한 노하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그 교과서가 될 것이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절이 있다. 1967년 싱윈(星雲) 선사가 창건한 타이완 불교의 총본산 격인 포광산(佛光山)은 12만 평의 부지 위에 소속 스님만 2천 명, 신도 수 100만 명 그리고 세계각지에 약 200개에 달하는 사찰을 거느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답게 1만4천80 기의 불상이 있는 대웅보전과 1만 기의 관음보살상을 안치한 전각들이 있다. 타이완 포광산의 성공사례는 한국불교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싱윈 선사와 포광산은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대승보살행자가 되는 것도,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교의 체제 응용적 세속 접근과 참여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무엇보다 ‘경영이 있는 사찰 운영’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사명인 것이다.

최근 타이완 불교가 한국불교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한국불교가 닮아가야 할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완 불교를 배우려는 한국불교의 지도자들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이런 현상을 감안해 송파 불광사에서는 ‘대만불교’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타이완 불교는 기다리는 불교가 아니라 다가가는 불교를 지향한다. 1,700년 한국불교가 해방 후 반세기 만에 우리사회의 주류 종교의 지위를 기독교에 넘겨주고, 근·대 세계 종교사에서 유일무이하게 기독교에게 승리의 역사를 써 주는 동안, 타이완 불교는 같은 시기 괄목할 만한 불교중흥을 이룩했다. 그 중심에 타이완의 불교중흥조로 추앙받는 싱윈(星雲) 선사가 있다.

*편저자 싱윈 스님은?

1927년 중국 쟝쑤성 짱뚜 출생. 1938년 난징 따쥐에사(대각사)에서 출가. 진산, 쟈오산 등지에서 선, 정토, 율학 등을 배웠으며, 임제종 48대의 법맥을 잇고 있다.

1949년에 타이완으로 온 이후 의란염불회를 조직하여 홍법사업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1967년에 까오슝에 포광산을 창건하여 문화, 교육, 자선활동, 수행을 통한 인간불교 흥양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세계 200여 곳에 도량을 건립하였으며, 16곳의 불교학원, 22곳의 미술관, 26곳의 도서관, 다수의 중고등학교 및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역자 양정연은?

제주 출생.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석사, 박사 졸업. 중양민주대학, 시짱대학, 시짱사회과학원에서 티베트어 및 티베트 문화를 연구하였다. 현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중점연구소 연구교수로서, 중국과 티베트 불교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사회비판과 불교생태학>(공저)가 있고, 논문으로 <욕망의 주체로서 개인과 상좌부 불교의 무아론>, <근대시기 ‘종교’ 인식과 한국불교의 정체성 논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