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북한 불교의 모든 것 망라한 책<br>‘북한의 사찰’ 출간됐다

이학종 | urubella@naver.com | 2010-01-05 (화) 17:17

크게보기북한 지역에 현존하는 사찰 현황은 물론 북한의 불교문화재 및 북한불교 이해를 위한 자료 등 북한불교의 모든 것을 담은 책, 『북한의 사찰』(대한불교진흥원)이 발간됐다. ‘북한의 불교와 사찰, 그 과거와 현재’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한 눈으로 보아도 보통의 공력이 들어간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이 책은 무려 52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북한의 현존 사찰’ 편에는 북한에 있는 총 64곳의 사찰들을 생생한 컬러사진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고, ‘북한의 주요 사찰’ 편과 ‘북한의 불교문화재’편, ‘북한불교의 이해’편, ‘북한의 사찰재산’편 등 모두 다섯 챕터에 걸쳐 북한불교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해 다루고 있다. 그 구성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방대한 자료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금강산 신계사, 개성 영통사 등 북한지역 사찰의 복원불사를 남측 불교계에서 지원하는 등 많은 인적 교류가 이어졌지만, 정작 북한의 사찰과 불교에 대해 알려줄 책자나 자료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993년 사찰문화연구원이 종단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펴낸 ‘북한사찰연구’외에 북한 사찰에 대한 종합 안내서가 거의 없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이런 일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출판사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사업이기에 더더욱 미뤄졌던 일이기도 하다. 이런 차에 불교진흥원이 원력을 갖고 펴낸 책이기에 그 뜻이 더욱 깊다고 하겠다.

이 책은 ‘북한사찰연구’에 게재된 내용을 재수록하였고, 현재 새롭게 법등을 밝히고 있는 70개에 가까운 사찰들의 현황과 역사는 별도로 원고를 만들어 보완했다. 분단 이후 북한불교의 변화 흐름에 대해서도 관계 전문가의 새로운 원고로써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제1장 북한의 현존사찰 편은 북한불교통으로 이름이 높은 장용철(지현) 진각복지재단 사무처장이 집필한 원고로, 현재 도량이 존재하고 있고, 도량 안에 불보살상이 안치되어 있으며, 최소한 그곳을 지키거나 왕래하는 성직자와 신도들이 있는 도량을 대상으로 했다. 설사 전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존상이 없으면 도량이라 할 수 없고, 존상이 있어도 경배의 대상이 아니거나 전각이 없다면 도량의 요건에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평양직할시에 소재한 광법사와 동금강암, 법운암, 용화사, 정릉사를 비롯해 묘향산 보현사와 산내암자, 개성의 관음사와 영통사, 대흥사, 안화사, 이은상 작시의 가곡으로 유명한 황해북도 정방산의 성불사 등이 두루 포함됐다. 제1장에 실린 사진들은 진각복지재단에서 제공한 귀중한 사진들로 오늘의 북한사찰 현황을 볼 수 있는 생생한 자료들이다.

제2장 북한의 주요사찰 편에는 북한이 ‘국보문화유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사찰을 다뤘다. 북한에서 국보문화유물로 지정한 현존 사찰 등의 불교문화재는 총 78개소에 달한다. 북한 국보문화재의 42%정도가 불교문화재인 셈이다. 북한은 인민들의 휴식공간 차원에서도 사찰들을 활용하기 위해 보수 및 복원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슨 개심사와 귀주사, 법흥사, 보현사, 석왕사, 성불사, 신계사, 신광사, 영명사, 유점사, 장안사, 패엽사 등의 사찰이 망라되어 있다. 각 사찰마다 위치 및 창건, 연혁, 주요 인물, 주요 문화재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제3장 북한의 불교문화재 편에서는 불상과 목조건축물, 탑, 석등, 비, 다라니석당, 범종, 사지 등이 다뤄져 있다. 유점사 53불을 비롯해 묘길상암 마애불, 박천 심원사 보광전, 평성시 안국사 등 대표적인 북한사찰의 목조건축물들, 보현사 8각13층탑, 현화사 7층탑을 비롯한 주요 석탑들, 강원도 금강군에 있는 금장암지 석등 등 주요 석등, 해주 광조사에 있는 진철대사 보월승공탑비, 용천다라니석당과 해주 다라니석당, 정사명 범종 등 북한에 남아 있는 주요 범종들, 금강사지와 패엽사지, 불일사지, 장안사지 등 주요 유명 사지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의 석탑과 석등 등 불교문화재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살펴볼 수 있도록 탑 관련논문도 게재되어 있다.

제4장 북한불교의 이해 편에서는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과정이 북한불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표출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 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사회학적 시각은 북한불교를 바라보고 평가하는데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종교와 사회와의 관계에서 사회의 변화가 종교조직과 종교이념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이 논문은 북한연구소 서유석 연구위원이 기고한 글이다.

마지막 제5장 북한의 사찰재산 편에서는 사찰에 포함된 동산 및 부동산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토지와 삼림(임야), 건물 등에 대한 현황과 불상, 탱화, 법보 및 귀중품 등 동산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장에서 제공하는 ‘북한의 불교관련 국보문화유물 일람표’도 귀중한 자료이다.

민병천 불교진흥원 이사장은 “남북한 불교는 하나의 종교이면서 민족 전통문화라는 뿌리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의 여러 정치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호간의 교류에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이 발견된다”며 “이 『북한의 사찰』을 통해서 독자가 민족의 유산인 북한 지역에 위치한 사찰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조금이나마 민족의 평화통일에 기여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밝혔다.

불교진흥원 김규칠 상임이사는 이 책의 발간과 관련 “북한 불교와 사찰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이를 통해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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