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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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고봉스님의 별명은 옹이스님입니다. 

 나무에 박힌 옹이처럼 단단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옹이스님은 아주 동글동글하게 생겼습니다. 겨우 열 살인 옹이스님은 어려운 불경은 물론이고 한자도 척척박사였습니다. 아주 총명했습니다. 모든 일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런데도 옹이스님은 마을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옹이스님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연날리기였습니다.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을 보면 마치 자기가 새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옹이스님은 연을 날릴 때나 날리지 않을 때도 절 밑의 수수밭 언덕에서 놀았습니다. 그 언덕에 서면 아랫마을이 또렷하게 보이고 먼 산내강까지 보였기 때문입니다.

 첩첩 산으로만 둘러싸인 아득한 산내리.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동그맣게 하늘만 보이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비록 산내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지만 언제나 서로를 위하고 사는 정겨운 마을입니다. 

 그 마을 끝 산언덕에 산내암이라는 조그만 절이 있습니다. 그 절에는 여든 살도 넘은 노스님 한 분과 옹이스님이 살고 있었습니다. 노스님은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고, 어린 옹이스님 또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습니다. 옹이스님이 노스님을 대신하여 탁발을 할 때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 고봉스님의 바랑에 하나 가득 곡식들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럴 때면 옹이스님은 절로 돌아오면서 혼자 노래를 불렀습니다. 

  새는 날아서 날아서

  산내강으로 가고 

  연은 날아서 날아서 

  엄마 곁으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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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난봄부터 이 아름다운 산내리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어떤 집은 쌀을 잃어버리고, 어떤 집은 마당에 널어둔 밀과 보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지난봄부터의 일이었습니다. 이 마을이 생긴 후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대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는 산내리에 도둑이 생긴 것입니다. 그때까지 마을 사람들은 서로 쉬쉬하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내리에 도둑이 생겼다는 것은 스스로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자 도둑은 이제 집에 있는 물건은 물론이고, 들판에 있는 곡식까지 훔쳐 갔습니다. 

 드디어 한 집 두 집 울타리가 생기고 대문이 생기더니, 마을의 모든 집들이 대문과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대문과 울타리가 생기자 그토록 정답던 마을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심했습니다.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다른 사람들의 집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밤만 되면 대문을 꼭 닫고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답답한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아무 집에나 가서 자고, 먹고 놀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마을을 떠돌며 구걸을 하는 거지들이 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곡식을 내놓던 산내리가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인심은 날이 갈수록 사나워졌습니다. 마을 지나는 나그네들이 하룻밤 묵을 것을 부탁해도 대문을 꼭꼭 닫고 열어주지 않았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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