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개신교) 대안학교는 근래 들어 교계에서 교육선교의 중요한 축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학교가 대부분 비인가 교육시설로 운영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법적 공백 상태가 당국의 간섭없이 기독교의 가치를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구현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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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노출된 것은 사회경제적 취약점뿐 아니라 종교 또한 그 사회적 역할이나 공공성이 새롭게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기독교 계통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를 시작으로 일부 개신교교회의 대면 예배 강행, 당국의 방역지침 거부 그리고 이로 인한 신자들의 집단감염은 교회를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주요 진원지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게 하였다. 그 결과 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1년 동안 한국 개신교교회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급락하였고, 이는 아래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즉 코로나 초기인 2020년 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서 교회를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의견이 32%로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64%의 절반이었다면, 2021년 1월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결과에서는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응답이 21%로 하락하면서, 교회를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가 76%로 증가하였고, '신뢰한다'는 응답자 중 개신교인 비율이 70%인데 반해 비개신교인은 9%에 불과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앞의 2021년 1월 조사에서 국가가 공익을 위해 종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6%가 ‘제한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코로나 재난시대에 종교의 공공성에 대하여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와 동시에 당국은 계속해서 교회 관련 선교단체와 교육시설을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그리고 국가의 직접적 통제 밖에 있는 방역의 사각지대로 찾아내고 고발하는 동시에 대중매체가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코로나 시대 소위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확산과 관련하여 교회의 비인가 교육시설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필자가 이들 시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들이 단순히 방역의 문제를 넘어 한국 개신교교회의 현 ‘교육선교’ 또는 ‘교육사역’이 지닌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스컴에서 크게 다루어진 것은 복음을 영어로 전한다는 선교단체인 IM(International Mission)선교회 산하 모두 23개의 교육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여기에는 전국적인 체인을 가진 초등과정의 IEM(International English Mission)국제학교, 중등과정의 TCS(Two Commandment School)국제학교 그리고 CAS기독방과후학교가 포함된다. IEM과 TCS 국제학교는 모두 기숙형 비인가 대안학교로 글로벌 인재나 해외 선교사의 양성을 위한 영어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M선교회(대표: 마이클 조 선교사, 한국 이름 조제영)는 올해 인천 등에 11개의 TCS국제학교를 더 개설할 예정이었다고 하는데, 해당 선교회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필리핀에도 교육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학업을 마친 학생들은 이들 해외 교육시설과 연계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유학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IM선교회는 자신을 한국 지역 교회와 ‘협력 사역’을 하는 초교파적인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IM선교회가 국내 교육시설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처럼 지역 교회와 연계하여 자신들의 교육시설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IM선교회는 교육철학과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대신 교회는 교육시설과 기숙사 시설을 갖춰 이들 학교 - IEM, TCS, CAS - 의 운영권(인사와 재정)을 갖는 구조이다. 그러나 IM선교회가 설립 10년 만에 전국 11개 시도에 모두 26개의 교육시설을 개설하며 빠르게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의 지부, 프랜차이즈 방식 그리고 지역 교회를 활용한 것 외에도 대형교회(목사)의 지원(『한국일보』 2021.01.29.) 그리고 이런 형태의 영어교육에 특화된 대안학교에 대하여 교회의 높은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IM선교회가 코로나 확산과 맞물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유학길이 막히고 학원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해당 선교회가 영어교육, 조기 유학, 신앙심이 투철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학부모의 욕구를 건드렸고 지역 교회는 이런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하드웨어(시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의 비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작금의 비판적 대중담론을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중·대형교회들이 학벌 만능주의 사회 풍조에 편승해 교회를 사업화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머니투데이』 2021.01.27.); (대형)교회가 확장과 성장을 위해 백화점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비전문영역인 ‘교육사업’에 까지 뛰어들어 노동력 착취는 물론이고 커다란 수익을 내고 있다(『JTBC 뉴스룸』 2021.01.28.); 성공주의가 깊게 뿌리 내린 교회를 기반으로 신분 상승의 욕망과 무한경쟁의 가치관이 발현된 것으로 IM선교회는 신앙과 영어를 결합한 사업체로 종교장사꾼 또는 신앙으로 포장된 장사꾼이다(『KBS NEWS 사사건건』 2021.01.28.; 『YTN NEWS 정면승부』 2021.01.27.).

한편 기독교의 교육선교는 문화선교의 일환으로 한국에 전해진 기독교는 초기부터 의료와 교육을 통해 민중의 의식을 근대적으로 개혁하는 데 선교의 중점을 두었다. 오늘날 웬만한 중형교회들이 문화센터를 운영하거나 교회 안에서 문화강좌를 열고 있는 상황은 기독교의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문화선교는 기독교의 포교전략으로 교인들의 자기계발이나 취미/여가생활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이나 비신자들에게도 시설을 개방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꾀한다. 여기서 언급할 것은 한국교회의 교육선교에서 영어교육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복음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의 영어교육은 다양한 형태와 규모를 보이나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어 인근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끌어낸다는 장점을 가진다. 문화공연 등이 교회의 문턱을 낮추었다면 영어교육은 사람들이 교회를 지속해서 찾게 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의 영어교육은 크게 영어예배와 영어교실 두 형태로 나뉘며, 전자가 신도들을 대상으로 예배의 전 과정을 영어로 운영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비신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학원식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연령별로는 학원식 교육이나 방과후교실에서 하는 영어교육, 영어찬양율동 등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영어예배와 영어모임은 성인을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선교의 중요한 축인 기독교 대안학교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데, 이는 주일학교가 쇠퇴하면서 일부 교회가 학부모와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 교육이라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보수화된 한국교회가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참된’ 교육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한국 교육, 교회가 살리자”라는 교계의 슬로건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최근에는 CTS(기독교TV)와 주다산교회가 교육선교의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고 “한 교회 한 학교 세우기 운동”을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를 지킬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며 기독교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안학교는 주류/제도 교육과는 다른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는 서구에서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한국의 경우 1990년 말부터 - 1997년 「초·중등교육법」에 ‘특성화학교’ 조항이 신설되면서 - 대안교육이 공교육의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현재 대안학교는 학력이 인정되는 인가형 대안학교와 그렇지 않은 비인가 대안학교로 나뉘며, 전자는 학업을 중단했거나 학생의 개인적 특성에 맞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각종학교’와 특정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다시 구분된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3월 기준 국내의 인가 대안학교는 총 87곳이며, 비인가 대안학교는 그 특성상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9년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는 639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써 대다수 대안 교육시설이 사실상 미인가임을 보여준다. 더불어 앞의 보고서는 미인가 대안학교 중 기독교 계통은 230여 곳으로 전체 미인가 대안학교의 1/3을 교회나 기독교 단체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렇게 대다수의 기독교 대안학교가 법적 보호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음에도 미인가 상태 -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 의하면 기독교 대안학교의 수는 총 265개로 이 중 230개가 미인가였다. - 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앙교육이라는 핵심과제를 위해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20년 12월 ‘대안교육기관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기존의 인가제 대신 등록제가 도입되어 비인가 대안학교들도 최소한의 법적 지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과연 얼마나 많은 기독교 대안학교가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가 정부의 통제를 받으려 할는지는 미지수이다. 이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교계의 길고도 강렬한 저항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와 교육의 자율성 확보에 있음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리하자면, 기독교(개신교) 대안학교는 근래 들어 교계에서 교육선교의 중요한 축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학교가 대부분 비인가 교육시설로 운영되면서 오히려 이러한 법적 공백 상태가 당국의 간섭없이 기독교의 가치를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구현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 대안학교는 종교다원주의와는 커다란 괴리를 보이며, 현대사회의 새로운 가치관과 도전에 대한 대응으로 기독교 신앙의 수호를 앞세우는 현 한국 개신교의 보수성과 근본주의적 성향 또한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코로나 전염확산과 관련하여 앞서 다룬 IM선교회 산하 국제학교가 보여주듯 기독교 대안학교의 확산에는 교회의 성장과 이익추구라는 현실적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현 코로나 시대 적지 않은 한국교회가 참여하고 있는 대안학교 관련 사업은 근본주의적 그리고 자본주의적 성향이 결합한 ‘수상한’ 그러나 어찌 보면 후기 현대사회에 적응하려는 한 기성종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woohairan@hotmail.com

논문으로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 사업과 종교영역의 재편성>, <한국 신종교의 조직구조>, 〈현대사회 성물(聖物)의 유통방식에 대하여>,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종교현상>, 〈젠더화된 카리스마〉, 공저로는 <한국사회와 종교학>,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등이 있다.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672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http://kirc.or.kr)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