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종의 ‘망갈라숫따(행복경)’ 이야기
이학종의 ‘망갈라숫따(행복경)’ 이야기 ⑱
이 학종 2020-12-18 (금) 07:14
17. 비난을 살만한 행동을 삼가라
산중 삶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일상이 번거롭지 않고 단순하다는 것, 몸은 분주하지만 마음은 한가롭다는 것이지요. 부지런한 아내 덕에 늦잠 자는 건 어렵게 되었지만, 그 덕에 방일함을 제어할 수 있으니 고마울 뿐입니다. 사람 구경하는 게 드문 터라 이따금씩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진정으로 반겨 맞이하고 정성껏 차를 내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니 마음마저 따뜻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서울에서 살 때에는 알지 못했던 정겨움이 내 안에서 소록소록 자라남을 느낄 땐 행복감마저 살포시 밀려옵니다. 산중 생활에서 느끼는 소중한 행복이지요. 몇 해 이런 삶을 살다 보니 제 얼굴 표정이 많이 편안해졌다는 말을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습니다. 덕분에 ‘얼굴 좋네.’라는 말보다 ‘얼굴이 많이 편해졌어.’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삶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밖으로 치닫던 마음을 내면으로 돌리게 하는 유익하고 의미 있는 힘이 단순함 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릉 신복사지 삼층석탑(사진=염정우)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 밭으로 나가 일을 할 때에나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 먼저 그 마음을 일으키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그 순간순간을 살펴봅니다. 시쳇말로 ‘멍 때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방편인데, 좋게 표현한다면 수행인 것이지요. 멍 때림을 없애고 찰라찰라에 늘 깨어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깨어있는 삶이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불방일정진(不放逸精進)에 다가가는 삶이니까요. 사실 불방일정진, 즉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가르침은 단순한 삶일 때 조금 더 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혼란한 환경에서 간단없이 정신 줄을 붙잡는 것은 좀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상이 단순하다는 것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 있습니다. 비난받을 행동이 저절로 줄어드는 효과가 덤처럼 따라온다는 것이지요. 다른 이를 비난하거나, 다른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행동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관계가 단순할 수밖에 없는 산골의 삶에서 그런 걱정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수행자의 처소로 적정처(寂靜處)를 권하셨을 것입니다.
수많은 반연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서 비난받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처님께서도 이런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법구경>에서 게송으로 밝히신 바 있습니다.
일상이 단순하다는 것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 있습니다. 비난받을 행동이 저절로 줄어드는 효과가 덤처럼 따라온다는 것이지요. 다른 이를 비난하거나, 다른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행동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관계가 단순할 수밖에 없는 산골의 삶에서 그런 걱정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수행자의 처소로 적정처(寂靜處)를 권하셨을 것입니다.
수많은 반연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환경에서 비난받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처님께서도 이런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법구경>에서 게송으로 밝히신 바 있습니다.
아뚤라여, 이것은 오래된 것이니
지금 단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침묵한다고 비난하고
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하고
알맞게 말한다고 비난하니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Dhp.227)
지금 단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침묵한다고 비난하고
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하고
알맞게 말한다고 비난하니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Dhp.227)
오로지 비난만 받는 사람이나
오로지 칭찬만 받는 사람은
과거에 없었고
미래에 없을 것이고 현재에도 없다.(Dhp.228)
-전재성 역
오로지 칭찬만 받는 사람은
과거에 없었고
미래에 없을 것이고 현재에도 없다.(Dhp.228)
-전재성 역
현실이 그렇더라도, 비난받는 삶보다는 비난받지 않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비난 받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비난받을 일 없는 행동(blameless actions)’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열일곱 번째 행복 지침으로 제시한 ‘비난받지 않는 행동’은 어떤 것일까요? 사실 막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결국 보시를 행하고 계행을 지키는 행동이 비난을 피하는 최선의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부처님들의 공통적인 가르침인 칠불통게(七佛通偈)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 즉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온갖 선을 받들어 실행하는 것이지요.
‘비난받지 않을 행동’은 후회가 뒤따르지 않는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후회는 대개 온당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비난이 닥쳐왔을 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후회는 성급하게 행동했을 때 일어납니다. 서둘러서 한 일이 잘 풀릴 리 없기 때문입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라는 속담도, 서둘러서 뜻대로 잘 될 일은 없다는 속설도 성급함을 경계하는 문구입니다. 특히 SNS가 삶의 일부가 된 오늘날에는 자신의 의견을 작성하거나, 작성한 의견을 게시할 때, 또는 전자메일을 통해 문서를 주고받을 때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 게시했거나 발송한 글은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행동은 의식 상태, 즉 의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의도가 진중하면 진중한 행동이, 의도가 가벼우면 경솔한 행동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드러난 행동은 얼마나 많은 의도, 즉 관심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가벼운 행동거지보다는 신중한 행동거지가 후회를 부르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컨대, 고승이나 어르신을 친견할 때와 같은 긴장감과 보시행 및 지계에 바탕한 건전한 몸과 마음을 일상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 의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잘 감시한다면 경솔한 행동의 대부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로소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이지요.
‘비난받지 않을 행동’을 위해 유의해야 할 교훈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지키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능한 완전하게, 최대한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 교훈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고의로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 항상 너그러워 베푸는 삶을 살며, 친절하고 진실하여 부끄러운 행동을 삼가고, 조화로운 말을 사용하며, 술이나 마약에 취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행동은 의식 상태, 즉 의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의도가 진중하면 진중한 행동이, 의도가 가벼우면 경솔한 행동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드러난 행동은 얼마나 많은 의도, 즉 관심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가벼운 행동거지보다는 신중한 행동거지가 후회를 부르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예컨대, 고승이나 어르신을 친견할 때와 같은 긴장감과 보시행 및 지계에 바탕한 건전한 몸과 마음을 일상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 의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잘 감시한다면 경솔한 행동의 대부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로소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이지요.
‘비난받지 않을 행동’을 위해 유의해야 할 교훈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지키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능한 완전하게, 최대한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 교훈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고의로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 항상 너그러워 베푸는 삶을 살며, 친절하고 진실하여 부끄러운 행동을 삼가고, 조화로운 말을 사용하며, 술이나 마약에 취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난감한 것은 이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이 길면 길다고 비난하고, 짧으면 짧다고 불평하며, 침묵하면 침묵한다고 비난합니다. 또한 한번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한 선입관이 있다면 부정적 생각이 사고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렇게 어떤 경우든 비난할 태세를 갖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부처님께서는 “아주 단단한 바윗덩이가 비람에 움직이지 않듯, 이와 같이 현명한 님은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다.”(Dhp. 8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자들은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현자가 아니더라도 비난과 칭찬에 맥없이 흔들려서는 곤란합니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애(愛)와 증(憎)을 바람에 비유하여 팔풍(八風)이라고 하는데, 팔풍은 이익(利)과 손실(衰), 뒤에서 하는 험담(毁)과 뒤에서 하는 칭찬(譽), 면전에서 하는 칭찬(稱)과 면전에서 하는 비방(譏), 핍박(苦)과 즐거움(樂) 등입니다. 이 책에서는 ‘정법(正法)에 안주하여 애증에 미혹되지 않으면 팔풍에 동요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법에 완전하게 안주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팔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난과 비방에 직면하더라도 일단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일일이 대응하려 든다면 다시 꼬투리를 잡혀 결국 낭패로 이어지게 됩니다. 가능하면 화도 내지 말아야 합니다. 화를 내면 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사실 분노조절에 실패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들게 됩니다. 모든 분노는 파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견디고 참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래서 테라와다(Theravada) 불교에서 ‘참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근대 우리나라의 고승이신 자운스님도 후학들에게 늘 ‘감인대(堪忍待)’를 수행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견디고(堪) 참고(忍) 기다리라(待)는 가르침이지요. <쌍윳따니까야> ‘승리의 경’에도 인내의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게송이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경우든 비난할 태세를 갖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부처님께서는 “아주 단단한 바윗덩이가 비람에 움직이지 않듯, 이와 같이 현명한 님은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다.”(Dhp. 8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자들은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현자가 아니더라도 비난과 칭찬에 맥없이 흔들려서는 곤란합니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애(愛)와 증(憎)을 바람에 비유하여 팔풍(八風)이라고 하는데, 팔풍은 이익(利)과 손실(衰), 뒤에서 하는 험담(毁)과 뒤에서 하는 칭찬(譽), 면전에서 하는 칭찬(稱)과 면전에서 하는 비방(譏), 핍박(苦)과 즐거움(樂) 등입니다. 이 책에서는 ‘정법(正法)에 안주하여 애증에 미혹되지 않으면 팔풍에 동요되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법에 완전하게 안주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팔풍에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난과 비방에 직면하더라도 일단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일일이 대응하려 든다면 다시 꼬투리를 잡혀 결국 낭패로 이어지게 됩니다. 가능하면 화도 내지 말아야 합니다. 화를 내면 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사실 분노조절에 실패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들게 됩니다. 모든 분노는 파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견디고 참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래서 테라와다(Theravada) 불교에서 ‘참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근대 우리나라의 고승이신 자운스님도 후학들에게 늘 ‘감인대(堪忍待)’를 수행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견디고(堪) 참고(忍) 기다리라(待)는 가르침이지요. <쌍윳따니까야> ‘승리의 경’에도 인내의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게송이 있습니다.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
그것을 최상의 인내라 부르네.
힘 있는 자는 항상 참아내네.
어리석은 자의 힘은
힘없는 자의 힘이라네.
진리를 수호하는 힘 있는 자에게
대적할 사람은 없다네.
힘없는 자의 힘이라네.
진리를 수호하는 힘 있는 자에게
대적할 사람은 없다네.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면,
그 때문에 그는 더욱 악해지리.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네.(S11.5)
그 때문에 그는 더욱 악해지리.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네.(S11.5)
-전재성 역
강릉 신복사지 삼층석탑(사진=염정우)
결론적으로 악행을 삼가고 선행에 앞장서며, 성급하지 않고 진중하게 행동하고, 팔풍에 휘둘리지 않게 참고 견디고 기다릴 줄 아는 삶이야말로 비난받지 않는 삶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인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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