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로트가 대세라고 합니다. 티브이를 켜면 트로트 가요가 넘쳐납니다. 트로트 가요 가운데 윤수현이라는 가수가 부른 ‘천태만상’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천태만상 인간세상 사는 법도 가지가지 귀천이 따로 있나 재판한다 판사 변호한다 변호사 범인 잡는 형사 계룡산에 부채도사 연구한다 박사 운전한다 기사 트럭 택시 기차 전차 버스 봉고 도저 기중기 요리한다 요리사 소개한다 중계사 파마한다 미용사 간호한다 간호사 얼럴러리여~”로 이어지는 이 노래의 가사는 온갖 직업을 나열하면서, 사는 법은 가지가지이지만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평등하지 못한 세상을 풍자하는 노랫말이지요. 이 노래가 주는 메시지는 ‘하는 행위가 올바른지 그른지로 사람을 평가할지언정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직업의 인기는 시대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일자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요즈음 이 노랫말이 주목을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직업보다는 행동, 행위, 처신, 인격 등으로 사람을 평가할 때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을 통해 부처님께서는 올바른 삶과 행복한 삶이란, 진리(담마)를 지침 삼고 실천하는 데 얻어진다는, 즉 행동과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진리를 알고,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있어야 하고, 그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바른 수행과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두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혜를 중시하는 불교는 가장 바르고[正] 높은[宗] 가르침[敎]이라는 의미에서 당연히 종교(宗敎)입니다. 그런데 신앙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는 불교가, 신을 믿는 서양의 신앙(Religion)들이 들어와 종교를 표방하면서, 변질된 의미의 종교라는 범주에 포함되고 말았습니다. 대승불교의 경우 일부 신앙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서양종교의 신앙처럼 신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릴리전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서양의 릴리전을 종교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불교는 종교가 아닌 것이 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뼈대는 신에 대한 종속이 아니라 담마(Dhamma, 法, 진리)입니다. 부처님께서 담마를 가르침의 근간으로 세운 것에는 혹여 당신의 가르침이 신앙화로 변질될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기 직전 비구들에게 “자기에게 의지하라. 법에 의지하라. 자기를 등불로 삼아라. 법을 등불로 삼아라.”는 설법을 하십니다. 이 설법에는 담마에 대한 부처님의 마음이 잘 대변되어 있습니다. 
담마(진리)로 자신을 확립한다는 것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또는 어떤 절대적 권위자가 말하는 것에 맹종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바르고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바로 이런 자세가 불교를 실천하는 이들의 올바른 태도인 것이지요.
담마는 법(法)으로 한역되었습니다. ‘물[水]이 흘러간다[去].’는 의미인 이 글자[法]는 흘러가는 물에는 적절한 길, 즉 정도와 정법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담마를 법으로 번역한 것은 아주 잘된 번역이라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는 많은 법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바로 이 법, 다시 말해 담마를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담마는 진리의 가르침입니다. 담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불교학자 곰브리치 교수(옥스포드대)가 담마에 무려 36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뜻이 담겨있다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구체적인 현실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하여 불교에서는 오온(五蘊)·육입(六入)·육경(六境) 등의 여러 가지 법체계를 제시합니다.

 

‘고요한소리’를 이끌고 계시는 우리시대의 선지식 활성스님은 <담마와 아비담마>라는 책자에서 “담마는 부처님이 우리 중생들에게 주시기 위해서 ‘부처님 당신이 깨달으신 지혜의 소식을 중생이 이해할 수 있는, 중생이 쓰는 언어로 담아낸 진리의 소식’이다.”라고 풀어 설명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당신이 알게 된 그 진리의 소식을 ‘내가 이런 것을 깨달았는데, 너희도 이것을 알고 깨달아라.’라고 일러주신 거라는 말씀이지요. 활성스님은 “완벽한 보편성과 시공을 초월한 것으로 정의되는 진리를 담아낸 언어적 수단방편이 담마”라고 부연하십니다.
지혜를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 가운데 ‘담마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것도 포함됩니다. 부처님께서 제시하신 담마와 담마의 체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담마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된다는 의미이겠지요. 이런 것이 담마의 혜택을 누리는 것입니다. 지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담마의 혜택, 이것이야말로 눈 밝은 이의 행복을 돋워주는 진정한 이익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행복한 삶을 위한 15번째 지침으로 ‘담마(진리)를 삶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빠알리어로는 ‘담마 짜리야(dhamma cariyâ)’인데, 담마를 실천하며 사는 것(Dhamma practice)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담마 짜리야’를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righteous conduct)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엄청난 함의를 지닌 담마의 의미를 협소하게 단순화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렇듯 부처님의 가르침을 옮기고 설명하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데, 실천하는 것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행복한 삶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길이라도 반드시 걸어가야 합니다. 마치 보장된 영화와 권력을 얻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고시생들처럼 말입니다. 

 

탁발하는 의무를 게을리 하지 말고
올바른 담마를 실천하라.
올바른 담마를 실천하면
이 세상과 다음세상에서 모두 행복하리라.
 
탁발하는 의무를 바르게 실천하라.
옳지 않은 수행을 하지 않고
올바른 담마를 바르게 실천하면
이 세상과 다음세상에서 모두 행복하리라.
                               <법구경>

 

까삘라왓투를 방문한 부처님과 비구들이 저자거리에서 탁발을 하자 이를 만류하는 숫도다나 왕에게 탁발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비구들에게 내린 부처님의 게송입니다. 이 게송의 가르침처럼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저열한 것을 섬기지 말아야 하고 결코 방일하게 살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된 견해를 따르지 말고 세속을 증가시키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제할 줄 알고, 게으르지 않아야 하며, 선행의 원리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편히 잠들 수 있습니다.

 

물거품이나 아지랑이를 보는 것처럼, 세속적 이해를 좇는 사람을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죽음의 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을 왕이 탈 화려하게 치장된 수레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거기에 빠져들지만 현명한 자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예전에 게을렀더라도 잘못을 깨닫고 부지런해지면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밝은 세상이 열립니다. 악한 짓을 했어도 착하고 건전한 일로 덮으면 구름에서 벗어난 달과 같이 이 세상을 비출 수 있습니다. 그물에 걸린 새가 그물에서 벗어나기 어렵듯이 이 세상이 암흑처럼 어지럽고 고통스럽다는 본질을 분명하게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백조들이 태양의 길을 따라서 초월적인 힘으로 허공을 날듯이 현명한 님들은 온갖 장애를 물리치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벗어납니다. 진실을 어기고 거짓을 말하는 자, 저 세상을 포기한 자에게 행해지지 않을 악은 없습니다. 인색한 자는 천상계에 이르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는 보시를 칭찬하지 않습니다. 반면 현명한 자는 보시를 기뻐하면서 보시의 공덕으로 내세에 안락을 얻습니다. 왕이 되는 것보다, 천상계에 태어나는 것보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보다 담마, 즉 진리의 흐름에 드는 공덕이 더 탁월한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