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하에 신음하는 국내 민중과 사실상 연락이나 유대가 없었고 따라서 일반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영웅으로 추대된 것은 어디까지나 이승만의 행운이었지만 맹목적이고 무지했던 대부분의 조선 민중들 때문이기도 하였다.
 1945년 10월 중순 이승만이 귀국했을 때 그가 가질 수 있었던 최대의 장점은 조선 사람 중에서 그에 관해 다소라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는 나라가 일제에 망할 때부터 항일투쟁을 한 몇 안 되는 독립운동의 대선배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승만의 독립운동은 거짓은 아니나, 독립운동을 함께 한 동지가 없는 3류 독립운동가였던 것이다. 

 

 

 

 1950년.
 이구는 서울의 종로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을 만났다. 
 피난길에 오른 남쪽의 피난민들은 낙동강변에 텐트를 치고 거처하거나 짚으로 움막을 지어 생활하였다. 임시 수도인 부산에는 100만 난민이 도로 양측은 물론 산비탈, 공지, 하천변, 남의 집 마당을 막론하고 움집과 판잣집을 짓지 않은 곳이 없었다. 움막이나 판잣집조차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노천에서 잠자리를 해결하였다. 
 이 비극의 와중에서도 더욱 조선의 남북전쟁을 슬프게 만들었던 풍경은 바로 이 땅의 지도층들이었다. 부산에 결집한 상당수의 고위층과 부유층 인사들은 배를 부산항에 대놓고 전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본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으로의 밀항 주선 비용은 1인당 50만 원, 나중에는 100-150만 원까지 이르렀다. 이른바‘돼지몰이’로 불렸다. 밀항을 위한 선박 대절비는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에 이르렀다. 이쯤이면 소위 나라의 지도자라고 스스로 떠벌인 사람들, 이들의 국가 수호 의지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1950년 9월 15일에 미 해병대가 인천에 상륙했다.
 늦깎이로 서양 선교사가 세운 학교에 들어간 이구는 야간대학을 다니다가 그 악몽과 같은 공산 치하의 서울에서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골마루 밑의 은신처 생활에서 해방된 지 달포 만에 연락 장교 후보생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10월에 명동성당에서 후보생 교육을 받았다. 혈혈단신 북에서 내려온 그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는 우습게 입었던 승복을 그렇게 우습게 벗었다.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목적이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차출되어 11월 초순경에 전방에 배치되었다. 그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병력 수송차 편으로 평양, 순천을 거쳐 군단 사령부가 위치한 평남 덕천에 도착했다. 통일이 눈앞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제7사단 미군사 고문단에 배치 발령을 받았다. 연락장교 전원은 사령부에서 수분 거리에 위치한 민가에 합숙하고 있었다.
 11월 22일.
 한밤중에 누군가가 합숙소 문을 두드렸다. 
“연락 장교님 계십니까? 저는 사령부 작전 상황실에서 왔습니다.”
 그는 불길한 예감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날 밤은 바람이 강하게 불고 뺨을 깍듯이 매섭게 추웠다.
“상황이 긴급하니 속히 작전 담당 고문관에게 보고하여 오늘 밤중으로 전방부대가 포위망을 뚫고 후퇴해야 합니다.”
 
11월 26일 새벽이었다.
 날이 밝았을 때, 사령부로 돌아가는 길가의 미군사 고문단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모두 후퇴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전방 연대 병력은 전열이 흐트러져 전의를 상실한 듯 지휘 계통 없이 무질서하게 시내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중공군에게 포위되어 완전하게 고립된 상태였다. 시내 작은 광장에 미군사 고문관 전원과 연락 장교 전원이 모였다. 간간이 적의 총소리가 들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중공군 신호탄 불빛이 머리 위에 서로 교체하면서 스쳐갔다. 소총 소리마저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 산등성이를 오르기 시작했다. 언뜻 죽창을 잡은 회산과 용구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는 칼빈총으로 무장하고 미군 방한복 외투와 방한모 차림에 푸른색 농구화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깡통 통조림을 주머니마다 가득 넣었다. 그는 가는 방향도 모르고 앞서 가는 병사들의 행렬을 따라갔다.   27일 아침이 되었다. 유엔 제트기는 그가 있던 산봉우리를 선회하면서 시내를 하루 종일 폭격하였다. 공격 목표는 미처 철수하지 못한 군 장비 및 병참기지였다. 영하 20도의 강추위에 팔다리가 점점 굳어지면서 나뭇가지 하나가 두 개 세 개로 희미하게 아른거리면서 초점이 흐려졌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는 정신을 차려 갖고 있던 도민증, 학생증, 중위 계급장과 뺏지를 버렸다. 그리고 무조건 하산했다. 하산하는 길은 모래와 돌로 된 가파른 길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땅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꿈에서 그는 집안 식구들을 다 만났다. 옥아와 회산도 만났다. 아침이 밝았다. 그때 중공군 두 명이 그를 덮쳤다. 중공군 하나가 무엇이라고 지껄이더니 젊은 통역관이 왔다. 소속, 계급, 이름을 물었다. 대충 얼버무렸다. 중공군은 그를 어떤 고등학교 건물까지 끌고 갔다. 처음에는 작은 교실 한구석에 책상으로 담을 쌓아 그 안에 그 혼자만을 가두고 문을 잠갔다. 잠시 후 다른 통역관이 중공군과 함께 들어와서 장교가 아니냐고 심문을 했다.
 계속되는 심문에 나이를 몇 살 줄여서 학교 다니다가 군에 끌려왔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좀 넓은 다른 교실에 배치되었는데 거기에는 몇 백 명으로 보이는 포로들이 이미 잡혀와 있었다. 물건을 강제로 밀어 처넣는 식으로 포로들을 한정된 교실에 채우다 보니 사람 머리 위에 사람이 앉는 꼴이 되었다.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식사 때가 되면 체면이나 부끄럼 같은 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식사는 물론 밥도 아니고, 삶은 감자도, 옥수수도 아닌 날 강냉이였다. 경비병은 날 강냉이를 통에 넣고 들어와 돌아가면서 군데군데 던져주었다. 운 좋게 받는 사람은 먹고, 놓치게 되는 경우에는 굶어야 했다.   어느 날 저녁 중공군은 갑자기 국군 포로 전원을 넓은 들에 집합시켰다. 그리고 죽음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포로들은 꽁꽁 얼어붙어 반들거리는 산길을 따라 길 양편에 종대로 줄을 이어 걸었다. 중공군도 함께 행진했다.
 포로 이동은 밤에 이루어졌다. 연합군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행렬을 따라오지 못하는 부상자 나 열병 환자들은 모두 총살당했다. 마침내 이구는 거대한 지옥 강동 포로수용소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북한 내무성 소속 경비대에게 인계되었다.  
 그곳에는 약 천명으로 추산되는 미군과 터키군 포로들이 그와 같이 수용되어 있었다. 뼈와 가죽만이 앙상하게 남은 얼굴, 그나마 다행한 것은 식당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옥수수 조밥을 씹어야 했지만. 하늘의 별을 보면서 작업장에 도착하면 그날의 작업량이 소대, 분대 순서로 각 개인에게 할당되었다. 그리고 책임량을 초과 달성하기 위하여 실적 대비 그래프를 작성하고 개인마다 달성률을 매겼다. 도로를 닦는 공사였다.
 그 사이 유엔군의 공습은 계속되었다. 시설 위주의 폭격이고 군사시설 공사 저지의 폭격이었다. 공사장 주위의 인민군 대공 포화도 만만치 않아 밤하늘에 비행기의 불빛과 대공 포화의 불빛이 서로 교차되었다. 그는 매일 새벽에 먼동이 트면 고달픈 새우잠에서 깨야만 했다.
 그 무렵 남쪽에서는 이승만이 중공군과 인민군 포로들을 조건 없이 석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때부터 국군포로에 대한 소위 심사사업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이구는 심사에 대비해서 계급, 군번, 학력에 대한 질문에 대비한 답을 생각했다. 죽어도 장교라는 것은 감추어야 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의 심사가 거의 끝날 무렵의 어느 날.
 한밤중에 자고 있는 그를 무장 경비병이 깨웠다.
 "동무, 날래 따라 오라."
 경비병은 그를 어느 언덕 위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낮은 책상 위에 촛불이 켜져 있었고 인민군 중좌가 권총을 허리에 찬 채로 앉아 있었다. 무엇보다 방이 따뜻해서 오래간만에 온몸이 풀렸다. 중좌가 앉으라고 했다. 새벽 1시였다. 이상했다. 심사는 자정을 넘기는 법이 없었다. 이구는 낮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중좌와 마주 앉았다.  
“동무 거짓말하면 해방전사의 자격이 없으니 사실대로 말하라.”
 그러나 중좌의 말엔 위압감이 없었다. 얼굴에 엷은 미소가 흘렀다. 수상한 일이었다.
“성명은?”
“김일구?”
 중좌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그 순간 형, 일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은 어떻게 되었을까?
“학력은?”
“소학교 졸업입니다.”
“소속은?”
“7사단입니다.”
“계급은?”
“이등병입니다.”
 지그시 연필을 종이 위에 놓으면서 그가 이구를 쳐다봤다.
“동무, 날 속이려 하지마라. 흐흐. 당신을 따로 부른 사람이 있어.”
“예?”
 중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옥아였다. 이구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이 될 수도 없었다.
“진짭니까?”
 이구는 넋 나간 듯 말했다.
 옥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또 만난 것이다. 이제는 이구가 옥아를 찾은 것이 아니라 옥아가 이구를 찾은 것이다. 이구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옥아는 울지 않았다. 또록또록 눈을 뜨고 이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하시군요?”
“살아야 하지요?”
 이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독한 아낙네. 
“자아, 그럼 좋은 이야기들 나누시오.”
 중좌가 빙긋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얘기하세요. 거짓말 한 것이 발각되면 죽어요. 그리고... 우리가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아요?”
 이구는 옥아의 눈길에서 희망을 보았다. 옥아의 표정은 즐거웠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소?”
“식당에서.”
“식당?”
 옥아가 허옇게 웃었다.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구는 눈을 감았다. 살이 떨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왜 이제야 그 말을 하는가. 그는 자신이 포로인 것도 잊고, 다시 명장사 시절로 되돌아가 있었다. 
“장교들은 남으로 내려갈 수 있어요.”
“내가 장교인 줄 어떻게 알았소?”
“밥 먹을 때도 장교와 사병은 다르지요.”
 이구는 눈을 감았다. 정말 무서운 아낙네.
“남으로 가세요.”
“내가 왜 남쪽으로 내려왔는 줄 아세요?”
“......?”
“아씨 스님을 잊기 위해서 남으로 내려왔소.”
 옥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잊으세요.”
“그럴 수 없지요.”
 아직도 어린애 같은 사람, 그 모진 고초를 겪고도 설익은 정분에 얽매여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옥아는 이구가 전형적인 조선 사내라고 생각했다. 눈이 큰 사람, 그것이 회산과 다른 점이었다. 회산은 어떤 경우에도 감정에 휘말려 대사를 그르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일본 순사들과 만나도 눈빛 한번을 변하지 않았다. 아마 이구 같으면 단번에 이죽거리는 전택경이나 순사 나부랭이들을 쳐 죽였을 것이다. 뒷감당을 못하는 조선 사내들. 

 

 반당분자로 낙인찍힌 옥아는 원산과 청진의 군수공장으로 배속되었다. 인민군복을 만드는 위대한 혁명과업을 수행하라는 지시였다. 그러나 옥아는 요구했다. 함께 있던 여자들과 같이 일하겠다는...... 예상과 달리 옥아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이원길의 힘이었다.

 

 여기서 행실을 바로하지 못하면 바로 아오지행이오.

 

 공장장은 옥아와 여자들을 따로 불러 엄중하게 명령했다. 더럽게도 공장장의 행실운운은 그들이 위안부 출신이라는 낙인이었다. 그런데도 옥아는 열심히 군복을 만들었다. 그리고 짐작했다. 남북의 전쟁이 터지리라는 것을. 벌써부터 소문은 떠돌고 있었다. 완벽한 민족 통일 과업 완수라는 표어가 공장 전체에 나붙어 있었던 것이다. 서슬 퍼런 일제 때 제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꾸지 못해 안달을 떨던 사람들이 또 다시 민족통일이라는 불분명한 명제를 달고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옥아는 충실하게 혁명과업을 수행했다. 슬프게도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곳 포로수용소의 식당부로 내몰린 것이다.
 옥아는 돌아섰다.
 약속했던 20분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옥아가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중좌가 얼굴에 미소를 달고 나타났다.
“동무, 반성했소?”
“예?”
“이름은?”
“정이구.”
“계급은?”
“중위.”
 이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군관이 환하게 웃었다.
“동무, 그렇고말고.”
“소속은?”“제7사단 미군사 연락장교.”
“오호, 고향은?”
“회령.”
“오호!"
 심사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났다. 목적을 달성한 중좌는 환하게 웃었다. 중좌는 눈에 눈물까지 보였다. 이구는 알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전향 압박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빨리 끝내야 했다. 
 이구는 식당 건물 뒤에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옥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구는 식당 뒤 시궁창 옆에 앉아 기다렸다. 죽을 수도 있었다. 밤 시간에 숙소를 이탈하면 그 자리에서 총살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죽어나간 포로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구는 끈질기게 기다렸다. 식당에서 비롯되는 주방 조리원들의 학습시간이 끝나기를. 그러나 좀체로 식당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구는 살금살금 식당의 창문으로 접근했다.
“한글은 이렇게 배우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한글은 아침글자라고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개의 문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즉, 소리 나는 것은 다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한 동무들이 있습니다. 안됩니다. 이렇게 쉬운 우리 글자도 익히지 못하면 여러분은 한평생 눈 뜬 장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에게 다시는 이렇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목소리가 들렸다. 명장사 앞뜰에서 듣던 낮 익은 목소리. 아씨 스님의 목소리였다. 역시 옥아는 옥아였다. 이구는 목이 메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 때 우루루 사람들이 밀려나왔다. 이구는 조리원들 틈에 끼어 나오는 옥아를 부둥켜안았다. 그것은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옥아는 이구를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당황하여 웅성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눈치 빠른 조리원들이 사태를 파악하고 순식간에 흩어졌다. 사상교육을 담당한 간부들을 제외한 포로수용소 조리원들은 모두 포로들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반당분자이거나 숙청 대상자들이었다. 그들은 옥아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이구는 옥아를 가장 으슥한 부상 병동 변소 뒤로 잡아끌었다.
 그들은 변소로 들어갔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나도 이곳에 남을 거요.”
“예?”
“나도 당신과 같이 이곳에 남겠단 말이오.”
 이구는 옥아에게 아씨 스님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당신이라는 말을 쓴 자신에게 놀랐다.
 옥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안됩니다.”
“그러면 왜 당신은 이곳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소?”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식당에?”
 이구는 묻지 않아야 할 것을 묻고 있었다.
 옥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부엌일을 잘하니까요.”
“내게도 희망을 주시오?”
 이구는 애원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것이 아닌가요?”
 이구는 손가락 두 개로 옥아의 입을 덮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