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께서 계속 유형의 모습으로 머물러 주시기 간청하는 아난다에게 붓다는 이렇게 타이르셨다(위의 인용 참조). 그리고 3개월 뒤 반열반을 예고하신다. 그리고 중각강당(바이샬리 소재)으로 가서 마지막 공식 석상의 설법을 하신다. 그 요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구들이여, 나는 어떤 법들을 최상의 지혜로 알게 된 뒤, 설법을 하였는가? 그것은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사념처四念處〕, 네 가지 바른 노력〔사정근四正勤〕, 네 가지 성취수단 〔사여의족四如意足〕, 다섯 가지 기능 〔오근五根〕, 다섯 가지 힘 〔오력 五力〕, 일곱 가지 깨달음의 구성요소 〔칠각지七覺支〕,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 〔팔지성도八支聖道〕 이다.

 

 

‘최상의 지혜’에 이를 수 있는 수행 방법을 총망라해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신다. 이것을 “호지하고 받들고 행하고 닦고 많이많이 공부지으라!”고 하시고, 이러한 “청정범행의 길”이 바로 “인간 세상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불방일’의 말씀으로 마무리를 하신다. “참으로 당부하노니 방일하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출처:여래의 마지막 유훈(6.7.), 중각강당의 마지막 공식적 설법(3.50), 『대반열반경』)

 

 

 

 2. ‘참으로 당부하니 방일하지 말라!’ ‘불방일’의 뜻
 
  “방일하지 말라!”라는 ‘불방일’의 당부. 붓다의 이 말씀은 중각강당 마지막 설법에서도 확인되고, 쿠시나가라의 열반 직전 유훈에서도 재차 확인된다. 불방일이란 무슨 뜻일까? 어떻게 게으르지 않게 노력하라는 것일까? 불방일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 팔정도(八正道, Eightfold Right Path)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여덟 가지 바른 길’이라는 뜻의 팔정도. 항상 궁금했던 것이 “도대체 무엇이 ‘바른’ 길이라는 것인가”였다. 바르다니? 바르게 보고, 바르게 사유하고, 바르게 말하고 … 어떻게 보는 것이 ‘바르게’ 보는 것이며, 어떻게 사유하는 것이 ‘바르게’ 사유하는 것이며, 어떻게 말하는 것이 ‘바르게’ 말하는 것인가?  

 

 

  팔정도는 정견(正見: 바르게 봄 Rightly View), 정사유(正思惟: 바르게 사유함   Rightly Thought), 정어(正語: 바르게 말함 Rightly Speech), 정업(定業: 바르게 행동함 Rightly Acting), 정명(正命: 바르게 삶 Rightly Living), 정정진(定精進: 바르게 노력함 Rightly Striving), 정념(正念: 바르게 알아차림 Rightly Sati), 정정(正定 : 바르게 집중고요 Rightly Samādhi)이다. 여기서 ‘정正’(바르게)은 무슨 뜻인가?
불교사전에 의거하면, ‘정正’은 ‘삼마Sammā’를 번역한 것으로 ‘여실하게(thoroughly), 완전하게(perfectly), 있는 그대로(as it is)’ 등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여실하게 완전하게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하면서’라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상我相, 즉 ‘나’라는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즉 주관이 없는 상태에서) 바르게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어떤 것이 ‘바른’ 도 닦음인가?라는 물음에 붓다의 직설 답변은 다음과 같다.

 

 

 

완전한 알아차림으로, 지금 내 존재[苦蘊, 고통덩어리]가 어떻게 현존現存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라는 것이다. 즉, 덩어리로서의 가상(假想, 가짜 이미지 또는 임시적 이미지)을 보는 것이 아니라, 통찰지로 지금 ‘연기하고 있는 본 모습’을 바르게 보는 것, 이것이 바른 수행 즉, 팔정도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모든 순간 사성제의 진리가 보이고, 12연기의 작용이 보이면, 정견이 갖추어진 것이라는  뜻이겠다.
  

(도판05 좌, 도판06 우, 도판07 아래) 붓다께서 반열반하시자 애정을 버리지 못한 비구들은 손을 마구 흔들면서 울부짖고 다리가 잘린 듯 넘어지고 뒹굴며 “붓다께서 너무 빨라 반열반하시는구나 …”라고 하였다. 그러나 애정에서 벗어난 비구들은 마음챙기고 알아차림하면서, “형성된 것은 무상하다. 그러니 슬퍼함이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하였다.(『대반열반경』 6.10)

 

 

  아난다 존자가 붓다의 유체에 대해 여쭙자, 붓다는 “전륜성왕의 유체에 대처하듯 하면 된다.”고 하시고 “새 천으로 감싼다. 그 뒤 새 솜으로 감싼다. 다시 새 천으로 감싼다. 이런 방법으로 500번 감싼 뒤, 황금으로 만든 기름통에 넣고, 황금으로 만든 다른 통으로 덮은 뒤, 모든 향으로 장엄하여, 화장한다. 그리고 큰 길 사거리에 탑을 조성한다. 거기에 화환이나 향이나 향 가루를 올리거나 절을 하거나 마음으로 청정한 믿음을 가지는 자들은 오랜 세월 이익과 행복이 있을 것이다.”(대반열반경 5.11)라고 당부하신다.   
  사라쌍수 아래에서 ‘불방일’의 마지막 유언을 남기시고 반열반하신 붓다. 쿠시나가라의 말라족이 붓다의 말씀대로 유체에 대해 대처를 하고, 화장하려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으나, 불이 붙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가섭 존자를 비롯한 500명의 제자들이 아직 쿠시나가라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오고 있는 가섭 존자와 제자들이 안타까워 신들이 “가섭 존자가 세존의 발에 머리로 절하기 전에는 장작이 타지 말기를!”이라고 서원했기 때문이다.  

 

 

  황급히 도착한 가섭과 500명 제자의 무리는 화장용 장작더미를 오른 쪽으로 세 번 돌아 경의를 표한 뒤 붓다의 발쪽을 열고, 붓다의 발에 머리로 절을 올렸다. 그러자 붓다의 화장용 장작더미는 저절로 타올랐다. 붓다를 다비한 다비의 장소에는 라마브하르(Ramabhar) 스투파가 세워졌다.(도판9,10)

 

(도판09 위, 도판10 아래) 열반에 든 붓다를 화장한 다비의 장소, 이곳에는 거대한 스투파가 세워졌다. 기나긴 성지 순례 끝에 다다른 <라마브하르 스투파>, 이곳에서 신도님들은 스투파를 어루만지며 급기야 눈물을 터뜨리셨다.

 

(도판10 좌, 도판11 우) <붓다 열반당> 앞의 사라쌍수 사이에서(좌), 쿠시나가라로 가는 여정 중에 들린 어느 여학교(우).

 

 

 

 

 

  1. 붓다의 ‘사리 전쟁’과 ‘사리 분배’
 
  기원전 480년 2월 25일, 석가모니 붓다는 인도 쿠시나가라의 성 밖에서 약 80세의 나이로 열반에 드셨다. 그 뒤 7일 만에 말라족 신도들에 의해 다비되자, 사리(분해된 유체)들만 남았다. 이는 “사리라(Śarīra)라고 불리나니, 재스민 꽃봉오리와 같고, 깨끗한 진주와 같고, 황금과 같은 유골들이 남았다(DA)”라고 전한다. 시신을 다비하고 남은 유골을 ‘사리’, 특히 ‘진신사리眞身舍利)’라고 한다. 진신사리에는 뼈, 어금니, 머리카락 등이 있고 또 투명한 유리알과 같은 결정들이 있다. 특히 이러한 유리알과 같은 결정들은, 수행과 공덕의 산물로 여겨지기에, 스님들이 입적하셨을 때 그 유무가 세간의 귀추를 사기도 한다. 탑은 이러한 부처님의 유골, 즉, 사리가 모셔지는 곳이다.
  처음에는 말라족 왕이 붓다의 사리를 나누어 가지고 싶지 않았지만, 주변의 왕국들이 전쟁에 나섰고 결국 쿠시나가라는 포위되게 된다.(도판14, 15) 마침내 합의가 이루어져 사리는 공평하게 여덟 등분되게 된다. 여기에 사리함과 숯까지 분배하여, 총 10개의 사리탑이 생기게 된다.

 

(도판14, 도판15) (도판16)<붓다의 사리 전쟁>의 부분. 쿠시나가라의 말라족과 주변의 일곱 나라는 사리의 소유권 문제로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말라족은 포위 공격을 당하게 된다. 

 

(도판16)<붓다의 사리 전쟁>, 주변의 국왕들에게 포위된 쿠시나가르. 산치 제1대탑, 남문의 부조.  

 

 

  공평하게 여덟 등분되어 각각의 왕국으로 나눠진 붓다의 사리는 사리탑에 안치되는데, 몇 세기 후 아쇼카 왕이 이들을 모두 개봉하여 다시 8만 4천개의 사리탑에 나누어 안치했다고 전한다. 7개의 사리탑에서 진신사리를 얻었지만, 라마그라마의 탑은 나가 용왕이 강력하게 수호하여 실패하게 된다. 이러한 장면 역시 산치 제1탑 남문에 묘사되어 있다. 아쇼카왕은 그의 전차와 그의 군대를 이끌고 오른 쪽에 위치해 있고, 중앙에는 사리탑이 보인다. 왼쪽에는 머리에 무수한 뱀으로 장식된 나가 용왕이 위치해 있다. 

 

(도판17) <아쇼카 왕은 붓다의 사리를 가져오기 위해 라마그라마Ramagrama를 방문했지만 실패하여 용왕 나가의 강력한 수호로 실패하게 된다> 산치 제1대탑, 남문의 부조.

 

 

  사리 분배로 석가모니 일생의 대장정은 끝이 난다. 사리 분배로 붓다의 일대기는 끝이 나지만, 이는 또 다른 위대한 출발의 기점이 된다. 바로 대중적 불교신앙의 시작이다. 사리 분배로 인해, 탑이 세워지게 되고, 신앙의 구심점이 생기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여드니 이를 제도하기 위한 교단이 생기고, 사원이 생기고, 또 이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조형물 불상 및 불화 등이 조성되게 된다. 석가모니 붓다와 그 법을 찬양하여 시작된 사리 신앙, 사리를 모신 탑묘는 불교 신앙의 구심점이 된다. ‘분사리(分舍利)’라는 사건은 대중적 불교신앙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불교 조형미술의 시작이기도 하다.
  사리는 8분되어 주변 각 나라에 8탑이 세워진다. 그리고 추가로 사리병을 모신 병탑(甁塔)과 화장한 재를 모신 회탑(灰塔)이 세워져 모두 열 개의 탑이 건립된다. 그 후 아쇼카 왕이 이들 여덟 개의 사리탑 중, 라마그라마의 것 만 제외하고, 나머지 탑을 모두 열어 다시 8만4천 개의 탑이 조성되게 된다. 그리고 사리는 서역 지방으로, 중국으로, 한국으로, 일본으로 번파되어 무수한 탑을 일으키며 불교신앙을 번성케 한다. 한정된 분량의 사리가 어떻게 이렇게 동아시아 전체를 관통하여 동점東漸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사리의 전파에 따라 신앙과 불사의 물결이 크게  일어나게 된다. 사리 전파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장법사(玄裝 ~664)는 인도에서 당나라로 귀국할 때 여래의 육사리 150립을 얻어왔다고 전하고(대당서역기 제12), 의정(義淨 635~713) 역시 귀국할 때 사리 300립을 구해왔다고 전한다(송고승전 제1). 우리나라 삼국유사의 사리 전래 기록을 보면, 이미 진흥왕 때 양(梁) 나라에서 사리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리고 선덕왕 정관17년에 자장율사(慈藏 590~658)가 당 나라에서 부처의 머리뼈와 어금니와 사리 100립, 그리고 부처가 입었던 금점의 붉은 옷 가사 한 벌을 가져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에 율종을 전한 당나라 고승 감진화상(鑑眞和尙 688~763)은 일본에 건너갈 때 불사리 3000립을 가져왔고, 구카이(空海 774~835)는 불사리 80립을 가져왔고, 엔교(圓行)는 불사리 3000여 립을, 엔닌(圓仁)은 보살사리 3립 벽지불 사리 2립을 청래하여 왔다.  원래 사리의 양이 어느 정도 였는 지는 모르나, 사리는 마치 자생적으로 분파하듯 그 번식을 멈추지 않았다. 쿠시나가라 근처 석가모니의 다비 장소에서 시작된 ‘분사리(分舍利)’의 역사는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던 것이다. 사리의 전파는 그 지역에 불교의 새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분파의 분파를 거듭하여 온 것이다.
 

(도판19 위, 도판20 아래) <쌍림열반상> 폭우처럼 쏟아지는 사리 구슬, 흥국사 팔상탱.  1869년, 견본채색. “부처님 열반에 드신 후 7일이 지나자, 사리 8곡4두는 우바길이라는 지혜로운 대신에 의해 삼등분되었다. 천계에 일 분, 용궁에 일 분, 그리고 속세에 일 분되었다. 이로 인해 각기 탑을 일으키게 되어 그 빛이 온 법계를 비추었다(佛滅度後舍利八斛四斗有智臣優婆吉分作爲三一分送天一分在龍宮一分在世間各起塔光明遍照法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