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 합격을 목표로 마음을 다잡고 공부 과정을 단계별로 구체화하여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듯이, 사람들은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오와 함께 세부 계획을 세우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굳게 다짐을 하였는가, 그 과정이 얼마나 잘 짜였는가, 또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였는가가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짐이 강하고, 계획이 훌륭하더라도 그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면 별무소용입니다. 시험공부를 하더라도 무턱대고 할 것이 아니라 출제경향을 잘 파악하고, 중요한 것은 반드시 외우고, 요점들을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예컨대 지방에서 서울에 가는데 수백 리를 걸어서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미련한 짓입니다. 차량 등 보다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법이 당연히 현명한 방법이겠지요. 아무리 단단하게 다짐했더라도 비효율적인 방법을 취한다면 곧 낭패에 직면하게 됩니다.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 쓰러지거나 교통사고 등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확고한 다짐과 함께 슬기로운 실천이 매우 중요한 것이지요.

 

농사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에 밭을 일구며 적어놓았던 ‘농사일기’를 참고로 하고, 다양한 농사정보를 제공해 주는 유튜브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요령과 기술을 배웁니다. 그러나 가장 요긴한 것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배우는 지혜입니다. 어르신들의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해마다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아하, 그래서 이렇게 하셨구나! 맞아. 왜 저 방법을 썼는지 이제 알겠네!’ 하며 감탄하곤 하지요. 무성하게 잘 자란 콩의 순을 왜 저렇게 과감히 잘라내는지, 고추와 고추 사이, 두둑과 두둑 사이의 고랑 폭을 왜 저렇게 넓게 만들어야 하는지, 적절한 때에 시비를 하고 제초작업이 왜 수확에 영향을 끼치는지 등등, 오랜 경륜을 통해 체득되었을 지혜를 따라 하며 조금씩 어설픔을 덜어냅니다. 바른 농사법을 파악하고 난 뒤에 땀 흘려 경작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어엿한 농사꾼으로 자리 잡는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모두의 목표인 행복에 도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방법, 즉 행복으로 향해 가는 지침들을 실천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보다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행복해지기 위한 또 하나의 지침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확립하라’고 일러주고 계십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확립하라’는 것은 얼핏 들으면 쉬운 것 같지만 매우 심오한 가르침이라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르침이란 쉬운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 조금 어렵더라도 집중하여 이해하면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확립하는 것은 건전한 삶[持戒]과 고도의 집중력[禪定]을 바탕으로 지혜를 드러내는 귀중한 실천지침입니다. 따라서 이 지침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바르게 정립하라는 불교의 근본 체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이 가르침은 혜학(慧學)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불교는 지혜의 종교이므로 이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두루 아시다시피 팔정도에서 혜학에 해당하는 것은 정견(正見)과 정사(正思)입니다. 정견은 지혜에, 정사는 자비에 해당합니다. 결국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행복으로 향해가는 체크리스트 6번째 지침은 불교의 두 기둥인 지혜와 자비를 확립하기 위해 정진하라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지혜와 자비가 완전무결하게 정립된 분(兩足尊)이 바로 부처님이시니, 이 지침은 성불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과 그대로 통합니다. 조금 어렵죠. 그러나 당장에 지혜와 자비라는 두 개의 기둥을 완전하게 갖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목표로 단단한 결의를 갖고 나아가라는 것이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정견과 정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먼저 정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정견(Sammā diṭṭhi)은 악을 행하지 않고 선을 실천하여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8가지 성스러운 길[팔정도]의 첫 번째에 해당합니다.
정견은 바르게 알고 보는 것을 확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바르게 안다는 것은 바른 지적인 이해를, 바르게 본다는 것은 지혜의 눈으로 진리를 체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앎’이면서 동시에 ‘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견을 확립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의 상수제자 사리뿟따 존자는 <맛지마니까야> ‘올바른 견해의 경’에서 “악하고 불건전한 것을 잘 알고 악하고 불건전한 것의 뿌리를 잘 알고, 착하고 건전한 것을 잘 알고 착하고 건전한 것의 뿌리를 잘 알면, 그만큼 올바른 견해를 지닌다.”고 가르치십니다. 악하고 불건전한 것은 살생과 도둑질, 잘못된 사랑과 거짓말, 이간질, 욕설, 분노, 삿된 견해[어리석음]를 말합니다. 악하고 불건전한 것의 반대는 착하고 건전한 것입니다. 또한 악하고 불건전한 것의 뿌리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고, 탐욕·성냄·어리석음이 없는 것이 착하고 건전한 것의 뿌리가 됩니다. 십선업(十善業)을 실천하고, 삼독(三毒)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견을 갖기 위한 필수적 토대인 것이지요.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본다는 것을 세간적 측면에서 간단하게 풀이하면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출세간적 측면의 해석은 ‘인과의 법칙으로부터 벗어나 윤회를 멈추게 하는 해탈의 방법에 대한 지견’을 의미합니다.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어떤 견해에 사로잡히거나 고정된 관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념을 벗어나 예리하게 실재를 보는 것입니다. 반야는 관념이 아니라 실재를 보는 것에서 발현됩니다. 
다음으로 바르게 보아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입니다. 특히 수행하는 이들은 몸과 마음이 바르게 살펴보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몸과 마음,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갖가지 현상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무상, 고, 무아[三法印]를 보게 되고, 고의 원인이 갈애(渴愛) 임을 파악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이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가지 진리[사성제] 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설명은 숱한 교리서에서 정견을 설명할 때 사성제와 연기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견은 완전한 깨달음으로 향하는 출발이자 완전한 깨달음에 의해 성취되는 경지입니다. 정견을 통해 수행의 출발점과 그 과정, 그리고 목적지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정사(正思, Sammā saṅkappa))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정사는 바른 생각, 또는 바른 의도를 의미합니다. 동아시아 불교권에서는 정사를 정사유(正思惟)로 풀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적절한 해석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상을 사량하여 분별하는 것[思惟]’과 ‘생각이나 의도[思]’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업이나 구업은 언제나 생각과 의도(의업)에 의해 형성됩니다. 생각은 신체적 행동이나 말의 방향을 지시하고 그것들이 행위로 옮겨지도록 하며, 언제나 행위에 앞섭니다.
바른 생각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려는 생각[出離思], 선의를 베풀려는 생각[無恚思], 해치지 않으려는 생각[無害思]이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이익이 되고, 지혜가 증장되고, 열반의 성취라는 최종 목적지에 다가가게 됩니다.
바른 의도(생각)는 정견에서 비롯되고, 바른 의도는 다시 바른 말[正語], 바른 행위[正業], 바른 생계[正命] 등 건전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이와 같은 인과의 엄격한 법칙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보면 행위에는 반드시 과보가 따른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올바른 생각, 건전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세 가지의 바른 생각은 탐욕과 성냄에 대한 교정 수단으로 작동하며, 무탐(無貪)과 무진(無瞋)의 뿌리를 더욱 활성화시킵니다.
바른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부처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셨던 자애(慈), 연민(悲), 더불어 기뻐함(喜), 평온(捨)이라는 네 가지의 거룩한 마음[四無量心]을 갖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른 생각의 반대가 되는 잘못된 생각은 당연히 욕심, 악의, 해침의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기에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바른 생각, 그러니까 자비행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이것이 마음의 성향으로 자리 잡는 것, 이것이야말로 행복을 성취하는 최고의 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불교가 너무 어렵다고들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렵지 않은데, 그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들이 공연히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부처님께서는 평민의 언어로, 가장 적절한 비유를 들어 청중들의 근기에 맞게 가르침을 전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이 쉬운 언어로 되어있다고 해서 그 깊이까지 얕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쉬운 표현 속에 스며있는 깊고 오묘한 진리를 읽어내는 안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