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ㆍ문화재 >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22
강 소연 2020-09-03 (목) 06:56
(도판01) 바이샬리의 대림정사大林精舍, 붓다는 말년에 바이샬리의 큰 숲(대림 大林 Mahavāna)의 중각강당에 머무셨다.
1. ‘전염병’을 물리친 청정한 보배
보호주保護呪로서의 『보배경』
대도시 바이샬리(경전 상에는 웨살리)에 전례 없던 큰 재난이 닥쳤다. 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자 기근이 들어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무수한 시체들이 길과 강을 가득 메웠다. 버려진 시체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니, 악귀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썩은 시체에서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기근·악귀·역병의 세 가지 재앙이 맞물려 치성하며 온 도시를 뒤덮어 버렸다. 마치 작금의 코로나 전염병의 형국이다. 바이샬리 사람들은 라자가하에 계신 붓다께서 오시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릿차비족 왕자들이 나서서 붓다를 모셔오게 되는데, 붓다가 이 도시에 발을 딛자마자 폭우가 쏟아져 가뭄이 물러갔다. 또 천신들이 삭까 천왕(제석천)이 권속을 거느리고 강림하자, 호법신들의 등장에 악귀들이 줄행랑을 쳤다. 붓다는 아난다 장로에게 “내가 설하는 『보배경』을 바이샬리(웨살리)를 돌아다니며 보호주保護呪로서 암송하라!”고 지시하셨다. 이에 바이샬리에서 처음으로 『보배경』이 울려 퍼지게 되고, 악귀들은 물러가고 병은 치유된다. 기적처럼 사라진 큰 재앙! 사람들은 붓다에게 극진한 대접과 존경을 표하게 된다. 현재의 시국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붓다께서 직접 낭송하신 『보배경』의 전문을 본 연재에 싣는다. 아난다 장로는 도시를 돌며 청정수를 뿌리며 『보배경』을 독송하였고, 치유된 군중들이 모여들자 붓다께서 다시 한번 낭송하셨다. 그리고 스님들은 일주일 동안『보배경』을 낭송하였다. (이하, 『보배경』전문 중, 괄호 안의 파란 글씨는 주석이다.『법구경 주석서』참조.)
(도판02 좌) (도판03 우) 대림정사의 아쇼카 석주, 다른 아쇼카 석주와 다르게 단독 사자상에 법륜의 모양도 없고 또 기둥에 새겨진 문구도 없어서, 학자들은 보다 고식古式의 석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모인 존재들(천상의 호법신들을 말한다)은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에 있든지
기쁜 마음으로 정중히 이 가르침을 경청하기를!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에 있든지
기쁜 마음으로 정중히 이 가르침을 경청하기를!
실로 이 모든 존재들은 이 경經을 경청하여
밤낮으로 공양물을 바치는 인간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게으름 없이 그들을 보호하기를!
밤낮으로 공양물을 바치는 인간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게으름 없이 그들을 보호하기를!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어떤 보물이든
또는 천상의 뛰어난 보배이든
여래와 견줄 수는 없으니 부처님이야말로 훌륭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석가족 성자(석가모니)께서 증득하신
번뇌의 소멸, 집착의 빛바램, 불사(不死)의 최상승법(열반)
이 가르침과 견줄 것 아무것도 없다네.
이 가르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또는 천상의 뛰어난 보배이든
여래와 견줄 수는 없으니 부처님이야말로 훌륭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석가족 성자(석가모니)께서 증득하신
번뇌의 소멸, 집착의 빛바램, 불사(不死)의 최상승법(열반)
이 가르침과 견줄 것 아무것도 없다네.
이 가르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거룩하신 부처님께서 칭찬하신 청정 삼매
이는 즉시 결과를 가져오는 것
이 가르침과 견줄 것 아무것도 없다네,
이 가르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이는 즉시 결과를 가져오는 것
이 가르침과 견줄 것 아무것도 없다네,
이 가르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선한 이들이 칭찬하는 네 쌍의 여덟 성자들(승보: 수다원도와 수다원과,
사다함도와 사다함과, 아나함도와 아나함과, 아라한도와 아라한과)
선서善逝 제자들로서 공양 받을 만하니
그들에게 보시하면 큰 복덕 받으니
이러한 승단僧團(또는 승가)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사다함도와 사다함과, 아나함도와 아나함과, 아라한도와 아라한과)
선서善逝 제자들로서 공양 받을 만하니
그들에게 보시하면 큰 복덕 받으니
이러한 승단僧團(또는 승가)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확고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고따마의 가르침에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
불사(不死)에 뛰어들어 목적을 성취하니
성과聖果에 들어 적멸을 즐긴다네.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고따마의 가르침에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
불사(不死)에 뛰어들어 목적을 성취하니
성과聖果에 들어 적멸을 즐긴다네.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인드라의 기둥이 견고히 땅에 박혀 있으면
사방의 부는 바람이 흔들지 못하듯이
성스러운 진리(사성제四聖諦)를 분명히 보는 이들
이와 같다고 말하노니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사방의 부는 바람이 흔들지 못하듯이
성스러운 진리(사성제四聖諦)를 분명히 보는 이들
이와 같다고 말하노니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심오한 지혜 지닌 부처님께서 잘 설하신
성스러운 진리를 분명히 이해한 이들
그들은 아무리 게을리 수행해도
여덟 번째의 윤회를 받지 않으니(수다원과에 든 사람은
7생 이내 아라한과를 성취하여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성스러운 진리를 분명히 이해한 이들
그들은 아무리 게을리 수행해도
여덟 번째의 윤회를 받지 않으니(수다원과에 든 사람은
7생 이내 아라한과를 성취하여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통찰지(현상을 꿰뚫어 보는 반야지혜)를 얻는 순간
유신견(有身見: 몸 덩어리 삿된 견해), 의심, 계금취(삿된 미신과 의례)의
세 가지 법이 제거되니, 사악처四惡處에서 벗어나
여섯 가지 큰 잘못(어머니 살해, 아버지 살해, 아라한 상해, 부처님 몸에 피냄,
승가를 분열 시킴, 붓다 아닌 다른 스승을 따름의 6가지) 행하지 못하니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유신견(有身見: 몸 덩어리 삿된 견해), 의심, 계금취(삿된 미신과 의례)의
세 가지 법이 제거되니, 사악처四惡處에서 벗어나
여섯 가지 큰 잘못(어머니 살해, 아버지 살해, 아라한 상해, 부처님 몸에 피냄,
승가를 분열 시킴, 붓다 아닌 다른 스승을 따름의 6가지) 행하지 못하니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진리를 본 사람은
몸과 말과 뜻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사소한 것조차 감추지를 못하니
경지를 본 이들은 할 수가 없다 설하셨네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몸과 말과 뜻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사소한 것조차 감추지를 못하니
경지를 본 이들은 할 수가 없다 설하셨네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여름의 첫더위가 다가오면
숲속의 나뭇가지에 꽃이 무성하듯이
그처럼 열반에 이르는 위없는 법으로
최상의 이익을 가르치셨네
부처님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숲속의 나뭇가지에 꽃이 무성하듯이
그처럼 열반에 이르는 위없는 법으로
최상의 이익을 가르치셨네
부처님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최상이시며, 최상을 아시며, 최상을 주시고,
최상으로 인도하시는 분이 최상의 법을 설하셨나니
이 가르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최상으로 인도하시는 분이 최상의 법을 설하셨나니
이 가르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이전(과거) 것은 다했고, 다음(미래) 것은 안 생기네.
다음 생에 대한 집착의 마음이 없다네.
번뇌 종자를 멸하여 그 성장을 원치 않는
현자들은 등불처럼 열반에 드니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로 의해 행복하기를!
다음 생에 대한 집착의 마음이 없다네.
번뇌 종자를 멸하여 그 성장을 원치 않는
현자들은 등불처럼 열반에 드니
이러한 승단이야말로 거룩한 보배
이 진실로 의해 행복하기를!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들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 있든지
천신과 인간의 존경을 받는
부처님(佛)을 예경하여 행복하여지이다!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 있든지
천신과 인간의 존경을 받는
부처님(佛)을 예경하여 행복하여지이다!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들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 있든지
천신과 인간의 존경을 받는
이 가르침(法)을 예경하여 행복하여지이다!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 있든지
천신과 인간의 존경을 받는
이 가르침(法)을 예경하여 행복하여지이다!
여기에 모인 모든 존재들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 있든지
천신과 인간의 존경을 받는
이 승가(僧)를 예경하여 행복하여지이다!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 있든지
천신과 인간의 존경을 받는
이 승가(僧)를 예경하여 행복하여지이다!
『보배경(라따나숫따Ratana-Sutta)』
(도판04) 붓다는 말년에 열반을 위해 대림정사를 떠나며 몸을 돌려 돌아보시고는 허탈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이곳이 나의 마지막 거주처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삼귀의三歸依’의 원조, 『보배경』
『보배경』에서 말하는 ‘보배’란 ‘삼보三寶’를 말한다. 삼보는 불佛·법法·승僧, 즉 부처님·가르침·승단의 3가지를 말한다. 보배경은 삼보에 대한 정의 및 그 공덕을 매우 명료히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은 어떤 존재인가, 그 가르침은 무엇인가, 승단은 어떠해야 하는가. 삼보는 중생들의 근본 귀의처로 삼는 것으로,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독송하는 예불문의 핵심이다. 삼보는 우리가 귀의해야 하는, 또 우리가 성취해야 하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과정이자 목표이다. 중생을 궁극의 열반으로 이끄는 본질적인 내용이다.〔삼귀의 각주: 예불문의 가장 기초이자 기본인 삼귀의. 신라의 원효는 그의 『대승기신론소』에서 삼귀의를 강조하여 ‘귀명삼보歸命三寶’로 이름을 붙이고 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 고려 말기의 나옹은 ‘자심삼보自心三寶’에 귀의할 것을 강조하였다. 나옹은 귀의를 ‘허망을 버리고 진실을 가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배경』을 독송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일깨울 수 있고, 또 우리가 어떤 경지가 되어야 하는지 자각할 수 있다. 탐욕과 집착의 오온 덩어리에서 벗어나, 청정한 삼매를 체험하고 열반을 증득하게 된다. 결국, 역병과 악귀들은 불선업(不善業 또는 부정업不淨業)의 결과이다. 보배경을 독송하며, 삼보에 귀의하는 선업(善業 또는 청정업淸淨業)으로 전환함으로써, 삼독三毒(탐진치)은 가라앉게 된다. 보배경에는 그러한 청정업의 내용은 무엇인지, 또 그 결과로서의 열반이 어떤 것인지 설해져 있다. 그리고 그 공덕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옴을 역설하고 있다. 보배경의 독송으로 인해, 삼보의 청정한 빛이 강력하게 밝혀지게 되고, 바이샬리의 대 역병은 물러가고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게 된다.
『보배경』을 독송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일깨울 수 있고, 또 우리가 어떤 경지가 되어야 하는지 자각할 수 있다. 탐욕과 집착의 오온 덩어리에서 벗어나, 청정한 삼매를 체험하고 열반을 증득하게 된다. 결국, 역병과 악귀들은 불선업(不善業 또는 부정업不淨業)의 결과이다. 보배경을 독송하며, 삼보에 귀의하는 선업(善業 또는 청정업淸淨業)으로 전환함으로써, 삼독三毒(탐진치)은 가라앉게 된다. 보배경에는 그러한 청정업의 내용은 무엇인지, 또 그 결과로서의 열반이 어떤 것인지 설해져 있다. 그리고 그 공덕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옴을 역설하고 있다. 보배경의 독송으로 인해, 삼보의 청정한 빛이 강력하게 밝혀지게 되고, 바이샬리의 대 역병은 물러가고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게 된다.
(도판05) 아난다 스투파와 아쇼가 석주, 그리고 주변의 건물터, 대림정사, 바이샬리. 성 뒤로는 암마라녀의 집이 있고, 성의 남쪽 3리 되는 곳에 그녀가 붓다에게 보시한 암마라 동산이 있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돌기둥처럼
『숫따니빠따』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의 보배경을 찾아볼 수 있는데, 보다 핵심적인 문구만 간결하게 기술되었다(이하 석지현 번역 인용, 민족사). ‘불법승佛法僧’과 ‘열반涅槃’이 바로 진정한 보배라고 가르쳐주고 있다. (「보배경」은 『숫따니빠따』와 『쿠닷까빠타』에 근거한다.)
스승의 가르침(法)에 따라 굳게 나아가라.
저 높은 경지에 도달해서
얻을 것 없는 그 법열에 젖어라.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저 높은 경지에 도달해서
얻을 것 없는 그 법열에 젖어라.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성문 밖의 돌기둥은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진리를 체험한 사람(佛)도 이와 같으니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진리를 체험한 사람(佛)도 이와 같으니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스승이 말씀하신 그 진리를 몸소 체험하는 사람(僧)은
마음이 흩어지더라도 곧 되돌아오느니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마음이 흩어지더라도 곧 되돌아오느니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옛것은 이미 다하고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마음은 또 미래의 삶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생존에 대한 이 집착의 씨를 쪼개 버려서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은
마치 등불과 같이 그렇게 조용히 사라진다.(涅槃)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마음은 또 미래의 삶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생존에 대한 이 집착의 씨를 쪼개 버려서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은
마치 등불과 같이 그렇게 조용히 사라진다.(涅槃)
가장 값진 보배가 이 속에 있음이여.
이 진리의 보배로 하여 축복 있으라.
「보배」,『숫따니빠따: 두 번째 작은 장』
2. 바이샬리에서의 주요 교화 및 관련 불교미술
(도판06) 붓다를 맞이하는 암라라녀(Amrapali greets Buddha), 아이보리(상아) 조각, 뉴델리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New Delhi), c. 500 BCE.
여색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
바이샬리는 붓다께서 열반의 땅(쿠시나가르)으로 가시기 전, 마지막 교화의 장소였다. 제2차 결집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에서는 암마라녀(암바빨리Ambapāli), 유마 거사, 보적 장자 등의 교화가 있었다. 특히 암마라녀를 교화시킨 이야기는 널리 전하는데, 유명한 창녀로 큰 부富와 나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붓다는 먼저 제자들에게 “참된 모양”을 보라고 하며 그녀에게 홀리지 말기를 당부한다. 참된 모양이란 “덧없고 괴로우며 부정不淨하고 내가 없다”라는 사실이다.
여색女色에 홀리면 어지러운 생각으로 목숨을 마치고, 반드시 삼악도三惡道(지옥·아귀·축생의 세계)에 떨어지니, 근(根)과 경(境)을 서로 매지도 말라. 그 가운데에서 탐욕이 생기니, 마치 두 마리 밭 가는 소가 한 멍에 한 굴레에 매인 것과 같다.
「암마라녀 부처님을 뵙다(菴摩羅女見佛品)」에서 필자 요약 정리하여 인용함, 『붓다차리타』
붓다께서는 “근(根)과 경(境)을 서로 매지도 말라. 그 가운데에서 탐욕이 생기니”라고 하셨는데, 나의 시각(근)과 상대의 여색(경)이 만나면서(촉觸) 그것이 바로 한 덩이가 되어 거기서 탐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토록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이 만난 ‘12처’, 즉 원숭이 날뛰는 ‘탐진치의 마음’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하릴없이 떠나간다. 나(육근)와 세상(육경)이 만나면서 연기緣起하여 일어나는 것이 사실 우리가 일생 경험하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붓다의 가르침! 이미 근과 경을 ‘알아차리면’ 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매임과 동시에 순식간에 전개되는 오온五蘊(색-수-상-행-식)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깨어있는 마음에 머무는 과(果)는 자유와 평화이다. 번뇌의 고통 속에 이리저리 부유할 것인가, 아니면, 지극한 고요한 평화 속에 즐거움(법열法悅)을 누릴 것인가.
시대의 여인 ‘암마라녀’, 그녀의 개과천선!
암마라녀는 자신이 기증한 바이샬리의 암마라 동산에 붓다께서 행차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화려한 수레를 타고 가서 법문을 청한다. 과연, 붓다께서 어떤 법문을 하셨길래 그녀는 새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붓다차리타』의 「암마라녀 부처님을 뵙다(菴摩羅女見佛品)」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소개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법을 스스로 즐겨야 하나니/ 재물과 색色은 아니다/ 이것을 결코 보배가 아니요/ 오직 바른 법〔正法〕만이 보배이다/
좋았던 건강은 병으로 무너지고/ 젊음은 늙음으로 변하게 되며/ 목숨은 죽음으로 곤困함을 받지마는/ 수행하는 법〔行法〕만은 침노할 수 없다
‘일단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법을 즐겨야지 다른 것은 즐길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법을 즐길 줄 모르고, 식탐과 색욕만 쫓는다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여 변하기 마련이지만, ‘수행하는 마음’만은 그 어떤 것도 침범할 수 없다고 한다. 죽을 때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수행한 마음뿐이겠다. 암마라녀는 이 법문을 듣고 깨우치게 되고 능히 깊은 애욕을 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붓다에게 “저는 이미 높은 분께 포섭 당했다”며, 저녁 초대를 하게 되는데 붓다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그 청을 받아 주신다.
(도판07) <원후봉밀>(원숭이가 붓다에게 꿀을 바치다 Offering of a bowl of honey to the Blessed One by a monkey), 산치 제1탑 북문 기둥 2번째 패널, 1세기경.
동물들의 찬양, <원후봉밀>의 내용과 작품
자이나교의 성지였던 이곳 바이샬리에서 붓다의 새로운 교법이 우위를 점하며 크게 유행했다는 것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다. 암마라녀와 릿차비 귀족은 서로 붓다를 모시고자 기氣 싸움까지 벌였다. 붓다에 대한 존경과 찬양은 사람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까지도 이어졌다. 그 내용을 전하고 있는 것이 <원후봉밀猿猴蜂蜜> 이야기이다. 산치대탑의 <원후봉밀> 조각상(도판07)을 보면, 전면의 큰 원숭이가 붓다의 발우를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마리의 원숭이는 같은 원숭이로, 앞으로 이동하여 발우를 바치는 것을 복수複數로 표현하였다. 불교미술의 조각 또는 그림에서 주인공 또는 주요 존상의 이동 또는 움직임을 표현할 때는, 동일 인물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여 이동함을 나타낸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붓다는 금강좌와 커다란 보리수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주변에는 다양한 꽃나무가 만개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합장하며 공경을 표하고 있다. 붓다의 발우와 다른 제자들의 발우가 섞여 놓여 있었는데, 원숭이가 붓다의 발우를 골라내어 거기에 사라나무 꿀을 가득 채워 공양 올렸다는 에피소드이다. 대림정사 터의 아쇼카왕 석주 주변에는 연못이 있는데 이것은 이들 원숭이들이 붓다를 위해 파놓은 것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원숭이 연못〔猿猴池〕이라 부른다. 바로 그 옆에 교화의 중심지 중각강당(꾸따가라살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하는데 현재 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도판08) (도판07)<원후봉밀>의 부분. 두 마리의 원숭이는 같은 원숭이로, 앞으로 이동하여 발우를 바치는 것을 복수複數로 표현하였다.
불굴의 여인들과 최초 비구니 승단의 형성
중각강당 이외에도 많은 건물들이 있었지만, 그중 특기할 만한 것으로 (대림정사 터의 오른쪽으로) 최초의 비구니 승단이 거처했던 비구니 승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석가모니 붓다를 평생 키운 이모이자 유모였던 마하빠자빠띠 고따미는, “여자도 집을 나와 여래가 선포하신 법과 율 안으로 출가하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세 번씩이나 간청했으나 붓다에게 거절당한다. 급기야 마하빠자빠띠 고따미는 출가하고자 하는 500명의 여인들을 데리고, 카필라 성에서 웨살리까지의 먼 길을 걸어와, 중각강당에 머무시는 붓다를 찾게 된다.
그때 마하빠자빠띠 고따미는 삭발을 하고 노란색 가사를 입고 많은 사꺄의 여인들과 함께 웨살리로 들어가 큰 숲의 중각강당에 도착하였다. 그때 그녀는 발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사지는 온통 먼지투성이였으며, 슬픔과 비탄에 잠겨 눈물을 펑펑 흘리며 문밖에 서 있었다.
그때 마하빠자빠띠 고따미는 삭발을 하고 노란색 가사를 입고 많은 사꺄의 여인들과 함께 웨살리로 들어가 큰 숲의 중각강당에 도착하였다. 그때 그녀는 발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사지는 온통 먼지투성이였으며, 슬픔과 비탄에 잠겨 눈물을 펑펑 흘리며 문밖에 서 있었다.
-「고따미 경(Gotamī sutta, A8.51)」에서, 『앙굿따라니까야』
(도판09 상) ‘만卍’ 자字 모양의 비구니 승원 터. (도판10 하) 만자 승원 해설판의 내용: 12개의 방으로 구성된 승원의 모양은 ‘만卍’ 자字를 하고 있다. 각각의 끝에 3개의 방이 붙어 있는데 중앙 정원으로 통하는 공동 베란다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비구니 승원으로 추정되며 굽타 시대에 건축되었다. (붓다 당시의 비구니 승원 터를 계승하여 후대에도 계속 이 자리에 비구니 승원이 건축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따미 경」에는 마하빠자빠띠를 필두로 한 500명의 귀족 여인들의 출가하게 된 경위가 상세하게 수록되었다. 그녀들의 출가하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굳은 결심이 절절히 묻어나는 묘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간절한 모습을 본 아난다 존자는 “제가 붓다께 여자도 집을 나와 여래가 선포한 법과 율 안으로 출가할 수 있도록 간청해보겠습니다.”라고 자청하게 된다. 아난다 존자는 붓다에게 “(붓다께서 말씀하신 대로) 만일 여자도 집을 나와 여래가 선포한 법과 율 안으로 출가하여 예류과나 일래과나 불환과나 아라한과를 실현할 수 있다면, 마하빠자빠띠 고따미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부처님께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부처님의 이모이자 유모이자 양육자였고, 생모가 돌아가셨을 때 젖을 먹이셨습니다.”라는 논리로 결국 붓다의 허가를 받아낸다. “만일 마하빠자빠띠 고따미가 팔경계八敬戒를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구족계를 받을 수 있다.”라고 붓다는 여덟 가지의 계율을 전제로 하여 승인하게 된다. 그 먼 길을 목숨을 걸고 걸어와 좀처럼 설득되지 않는 붓다를 결국 설득해낸 불굴의 여인들과 이를 도와준 아난다 존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도판11) <릿차비족 사리탑 터> 붓다의 진신 사리가 모셔진 곳.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도판12) 파트나(Patna)박물관의 <릿차비족 사리탑> 모형, 둥근 스투파 중심에 안치된 사리용기
(도판13) 사리용기, <릿차비족 사리탑> 출토. (도판14) 사리용기에서 나온 진신사리 및 납입품.
<릿차비(Licchavi)족 사리탑>의 붓다 진신 사리
많은 곳에서 붓다의 진신 사리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신빙성 있는 것은 극히 소수이겠다. 바이샬리의 릿차비족 사리탑에서 발견된 것은 그 소수 중에 하나이다. 릿차비족이 붓다의 대열반 다비식 후에 유골의 진신 사리를 8등분 할 때 모셔 와서 안치한 장소이다.(도판11,12) 릿차비족은 왕족으로 당시 바이샬리는 여러 부족의 공화국 체재였는데 그중 가장 권력이 강하고 부유했던 종족이다. 릿차비족 사리탑에서 발굴된 사리와 용기는 파트나(Patna)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사리 용기에서는 붓다의 성스러운 유골이 흙과 소라고둥 조각, 작은 구슬들, 얇은 금 잎사귀, 동전 등과 함께 발견되었다.(도판13,14)
(도판15, 16, 17) 바이샬리(인도 동북부 비하르 주의 파트나 북쪽 작은 마을)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마을 학교. 촌장님을 중심으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나뉘어 수업을 받고 있다.
글·사진 강소연(중앙승가대학 교수, 불교문화재학)
<필자 소개>강소연중앙승가대학 교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성보문화재위원회 위원, 조계종 국제위원, 문화창달위원회 위원, 전통사찰보존위원회 위원 등. 30년 간 오로지 불교문화재를 연구한 베테랑 학자. (경력)홍익대 겸임교수(10년 근속),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 동국대 불교학과 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4급 학예공무원). 조선일보 공채 전임기자. (해외경력) 런던대 SOAS 교환장학생(NDR수료), 대만 국립중앙연구원(Academia SINICA) 역사어언연구소 장학연구원, 교토대학 대학원 연구조교. (수상) 일본 명예학술상 ‘국화상’ 논문상, 불교소장학자 ‘우수논문상’. (저서)『명화에서 길을 찾다-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시공아트), 『사찰불화 명작강의』(불광출판사),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부엔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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