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은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신 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미물이라 하여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진딧물이나 개미의 목숨도 사람만큼 소중하게 여기셨습니다. 성철 스님께서 얼마나 살생을 싫어하셨는지 이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성철 스님은 출가하기 전에 결혼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도 있고 딸도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아내나 딸도 모두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지요. 스님이 된 딸이 누구냐 하면 바로 불필 스님입니다. 불필 스님도 성철 스님의 뜻을 좇아 조용한 절에서 잘 수행하고 있는 분이지요.
 불필 스님이 여행을 하고 돌아와 성철 스님을 찾았습니다. 여행 중에 산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불필 스님이 산 선물은 하얀 코끼리뼈로 조각한 작은 불상이었습니다. 불필 스님이 걸망에서 물건을 꺼내자 성철 스님이 물었습니다.
 “무엇인가?”
 “여행 중에 사온 물건입니다.”
 불필 스님은 포장을 푼 뒤 작은 불상을 성철스님에게 내밀었습니다.
 “무엇으로 만든 불상인가?”
 “네, 코끼리뼈로 만든 불상입니다.”
 “코끼리뼈로 만든 불상이라고!”
 성철스님의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성철스님의 표정을 보니 곧 불벼락이 칠 것만 같았습니다.
 “스님, 고맙다고 하시기는커녕 왜 그러십니까?”
 불필 스님은 성철 스님이 야속했습니다. 멀리서 조심스럽게 가져온 불상인데 자신의 정성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직도 내 뜻을 모르겠나?”
 “스님의 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
 “이 불상은 자비가 없는 불상이다.”
 “왜 그렇습니까?”
 “코끼리를 죽여 만든 불상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살생하지 않으신다. 이제 내 뜻을 알겠나?”
 불필 스님은 가져온 불상을 다시 걸망에 넣었습니다. 절로 돌아온 불필 스님은 불상을 어찌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나 코끼리뼈로 만든 불상도 불상이니만큼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불필 스님은 그 불상을 자신의 방에 두었습니다. 그 불상을 볼 때마다 성철 스님의 뜻을 한 번씩 더 새겨보기로 한 것입니다. 스님의 뜻은 살생하지 말고 자비롭게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삼천 배를 시키는 성철 스님이 꼭 무서운 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스님과 장난치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철 스님의 마음은 장미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해를 준다고 무시하는 진딧물의 생명까지 아낄 줄 아는 분이기에 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