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약초를 먹지 않는 멧돼지1
 -혜국 스님의 바랑          
 

 

 일타 스님은 자비심이 아주 많은 분이었지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3일 동안 밥을 먹지 못한 일도 있을 만큼 인자한 스님이었답니다. 마음이 너무 연약한 것처럼 보여 제자들이 때로는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스님의 여러 제자 중에 선방만 돌아다니는 스님이 있었지요. 일타 스님은 그 제자에게 말하지 않는 묵언수행을 할 터이니 방문을 지키라고 하였답니다. 제자는 방문을 지키며 찾아오는 손님을 막았습니다. 멀리 서울이나 부산에서 온 손님도 있었습니다.
 제자는 부산에서 온 손님에게 문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온 손님도 그렇게 막았습니다. 부산에서 온 손님은 선선히 물러갔지만 서울에서 온 손님은 제자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그 소리가 일타스님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그날 밤 일타 스님은 저녁 식사를 물리쳤습니다. 제자가 서울에서 온 손님에게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쳤기 때문이었지요. 급기야 일타스님은 제자를 나무라느라고 입을 열어 묵언수행을 깼습니다.
 “중이 뭐가 잘 났다고 찾아온 손님을 물리치는가. 손님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
 “그건 스님께서 묵언수행을 하시겠다고 저더러 방문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일타스님은 숟가락을 들지 않았습니다.
 “어서 그 손님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밥이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을 거야.”
 할 수 없이 제자는 부산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부산 손님은 아주 반갑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스님, 스승과 제자가 함께 수행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보기 좋던지 저도 지금 흉내 내어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보살님, 지금 말씀하신 대로 우리 스님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안도한 일타스님은 저녁상을 물리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자가 바로 일타스님이 제자 중에 가장 아꼈던 혜국 스님이랍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혜국 스님은 수행을 좀 더 철저하게 하고 싶어 스승이 젊은 시절을 보낸 깊은 태백산 속의 도솔암으로 들어가 산 적이 있답니다. 당시 스님은 스승과 마찬가지로 생식을 했답니다. 솔잎 가루와 생콩 한 줌이 끼니때마다 먹는 식사의 전부였지요. 생콩은 처음에는 비릿하여 먹기 힘들지만 대여섯 달이 지나면 구수해진답니다.
 혜국 스님은 산중에서 캔 약초를 영주장에 내다 팔아 콩을 사 오곤 했습니다. 도솔암은 너무 깊은 산중에 있어 먹을 콩을 그런 식으로라도 구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영주장에 가려고 약초를 담은 바랑을 등에 지고 산길을 내려가는데 멧돼지 새끼 한 마리가 쇠줄로 된 덫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었습니다. 새끼 멧돼지는 뒷다리가 덫에 걸려 꼼짝 못하고 있었습니다.
 덫에 걸린 멧돼지의 뒷다리는 벌써 퉁퉁 부어올라 붉어져 있었습니다.
 “아이구, 이걸 어쩌나...”<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