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붓다
mediabuddha@hanmail.net 2020-06-24 (수) 11:05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4. 빔비사라 왕을 제도한 품
그때 세존께서 라자가하로 가서 왕과 백성들을 제도하려 하셨다. 바로 그날 라자가하의 왕이 파견한 사자(使者)가 명을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지극한 공경을 표하여 예배를 마치고 말하였다.
“빔비사라 왕께서 부처님 앞에서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세존께서는 편안하신지요? 바라건대, 보살핌을 베푸시어 저의 나라에 왕림하여 주십시오. 거룩한 교화에 굶주려 있는 백성들은 기뻐할 것입니다. 백성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해탈할 수 있게 하소서’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자(使者)가 전한 왕의 청에 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빔비사라 왕의 성품이 교만하고 포악한 것을 알고 계셨다. 그를 빨리 교화시키려고 왕을 따르는 이들의 모습을 왕과 같이 만드셨다. 빔비사라 왕이 따르는 이들을 돌아보니 자기와 비슷하여 다름이 없으므로, 부처님께서 자신을 알아보지 몰할까 걱정이 되었다.
왕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말하였다.
“제가 바로 마가다국의 왕 빔비사라입니다”
“나는 그대의 마음까지 비출 수 있거늘, 하물며 모습을 분간하지 못하겠습니까.”
빔비사라 왕은 크게 기뻐하며 자리로 물러났다. 여러 신하와 백성들도 저마다 공경을 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예배를 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바로 서서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중의 모임에서 어떤 사람은 ‘우루벨라 카샤파의 명성이 먼저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제 부처님과 함께 있으니, 누가 스승이 되기에 적합할까? 하고 의심하였다.
부처님께서 대중의 생각을 살피시고 곧 카샤파에게 말씀하셨다.
“살생을 하여 제사를 지내면서 그 복을 바라고자 하였는데, 과연 얻을 수 있었습니까? 산중에 들어가 도를 구하면서 스승 없이 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까?”
카샤파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살생하여 제사를 지내면 그 복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천신은 먹지도 않을 것이고, 살생을 한 이는 죄만 짓게 됩니다. 또한, 도를 배우는데 스승이 없으면 도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옛 사람들이 미혹된 것을 후손에게 전해 준 것을, 스스로 그것을 도라 여기며 헛되이 고생만 하고 과보는 없다가, 이제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마음의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카샤파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이가 백 살을 살면서
불을 받들고 다른 술법을 닦는다 해도
바른 진리를 받들면서
그 광명이 일체를 비추는 것만 못하리라.
만약 어떤 이가 백 살을 살면서
삿됨을 익히고 뜻이 착하지 못하면
하루를 살면서도
힘써 바른 법을 받는 것만 못하리라.
왕과 신하들은 비로소 카샤파가 부처님의 제자인 줄을 알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빔비사라 왕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눈으로 색(色)을 볼 때, 괴로움과 즐거움은 덧없고 몸은 오래갈 수 없다‘고 보는 것만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은 뜻으로 악은 많이 짓고 선은 적게 짓습니다. 만 가지 생각을 일으켜 탐욕을 좇아 제멋대로 마음을 부리는데, 이러한 마음을 버릴 수 있어야 도를 얻고, 공덕이 카샤파와 같아질 것입니다.
높은 신분으로 마음가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마음대로 음욕을 탐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력이 강한 것으로 약한 이를 업신여기지 말고, 성냄으로 그릇되게 죄 없는 것들을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음탕한 마음을 따르지 말고, 탐내는 마음을 따르지 않으며, 성내는 마음을 따르지 않아야 합니다. 악을 그치고 선을 짓게 하고, 신의를 지키고 참되게 말해야 합니다. 죽음의 고통과 늙고 병듦의 고통을 생각하여 그 행할 바를 사유한다면, 카샤파와 같은 신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빔비사라 왕을 위하여 게송을 말씀하셨다.
무릇 세간을 거느리는 이가 되면
바름을 따르고 아첨하지 말며
자비로써 이끌고 예의를 보일지니
이와 같다면 법왕이 되리라.
크게 불쌍히 여겨 용서로써 바르게 이끌고
어짊과 사랑으로 사람들을 이롭게 하며
이익을 평등하고 고르게 줄 것이니
이와 같다면 중생이 의지하고 친근하리라.
또 부처님께서 빔비사라 왕에게 말씀하시길, “대지는 영원하나, 사람은 무상(無常)합니다. 사람으로서 제 몸을 사랑한다면, 남의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되며 도를 지닌 이를 헐뜯어서도 안 됩니다. 중생이 나고 죽는 것은 모두가 은혜와 사랑에게 비롯됩니다. 부모는 ‘이 아이는 내가 낳았으며, 이 아이는 나의 자식이다’라고 말하지만, 자식이란 부모에게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들 모두는 전생에서 계율을 지녀 완전히 갖춘 이는 사람이 되고 악행을 저지른 이는 죽어서 지옥 축생 아귀에 떨어집니다. 자신의 행을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 타인으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 아닙니다. 죄와 복은 공정하니, 왕은 특히 그것을 깊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예배하고 계율을 받고 물러났다. 신하들과 따르는 관리들도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가 계율을 받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