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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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카사파를 교화하는 품(化迦葉品)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 우위라 고을에 도착하셨으나, 날이 저물어서 범지 사나의 동산에 머무셨다.

다음날 아침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가지고 사나의 문으로 가셨다. 부처님께서 금빛 광명을 나타내어 그 당(堂)위를 비추시자, 범지의 맏딸인 난다와 둘째 딸인 난다바라가 그 광명을 보고 기뻐하며 곧 부처님께 가서 예배하고 부처님을 청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당에 오르시어 두 딸을 가르쳐서 삼보에 귀의하게 하고 오계를 주신 뒤에 말씀하셨다.

“몸은 자기의 소유가 아니며, 만물은 ‘공(空)’으로 돌아간다.”

이에 두 여인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그 말씀을 높이 받들어 행하였다.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내가 본래 배움을 일으킨 것은 중생을 제도하고 욕계의 마왕을 항복시켜 도로써 교화하려 함이었다.’
이때 근처 네란자라강에 범지가 살고 있었는데, 성은 카사퍄(迦葉)이고 이름은 우루벨라였다. 그는 불을 섬겨 제사를 지내는데 제자를 오백 명이나 두었다. 그의 두 아우 역시 그 형을 우두머리로 섬겼는데, 그들 또한 도를 얻었다하여 저마다 제자를 두고 모두 강의 하류에서 살고 있었다.

카사파는 자신의 이름이 날로 높아져 온 나라 백성이 우러르고 있는데, 도술이 얕으면 명성이 무너질 것이니, 용을 구하여 술법으로 용을 다스렸다. 만약 경솔하게 고요한 방으로 제멋대로 들어오는 자가 있으면 불을 토하고 독을 내뿜어 들어 온 자를 없애 버리도록 하였다.

축제 때가 되어 용이 불을 내뿜어대자, 멀건 가깝건 모두가 큰 스승의 도야말로 신령스럽다고 하였다. 카사파는 이로 말미암아 공명(功名)이 날로 융성하였다.

부처님께선 생각하셨다. 백성의 마음을 살펴보니, 모두 카샤파에게 쏠려 있어 갑자기 돌릴 수가 없다. 나는 먼저 용을 항복시킬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캬사파 있는 곳에 도착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울을 지니면 늙도록 편안하고
믿음이 바르면 선행에 머물리라.
지혜는 몸을 가장 안온하게 하니
뭇 악이 그 안온함을 해치지 못하리라.

부처님께서는 용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앉으시자, 순식간에 용이 굴에서 나오면서 독을 뿜으며 부처님을 에워쌌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독을 변화시켜 모두 꽃이 되게 하셨다. 용은 그 독이 꽃이 되어 부처님을 에워싸는 것을 보고는, 더욱 드세게 불을 뿜어대면 해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오히려 뜨거운 기운이 용에게 되돌아와 답답하여 죽을 것만 같았다. 이에 용이 머리를 들어 부처님의 상호를 보고는 높으신 분일 줄 알아차리자, 시원한 바람이 용에게 불어왔다. 용이 그 시원함을 찾아서 부처님깨로 나아가자 불이 꺼지고 독이 없어졌다. 이에 용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발우 안으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카사파에게 말씀하셨다.
“독룡입니다. 이미 항복하고 법을 받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몇 가지 신통 변화로 카샤파를 항복시키시고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라한이 아닙니다. 참된 도를 모르면서 무엇 때문에 헛되이 스스로를 귀하다고 합니까?”
이에 카샤파는 놀라 털이 곤두서서 스스로 도가 없음을 알고는 바로 머리를 숙이고 말하였다.

“큰 도인께서는 참으로 거룩하십니다. 어떻게 하면 큰 도인을 좇아서 거룩한 변화를 얻고, 경과 계율을 여쭙고 받으며, 사문이 될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훌륭하십니다. 그대의 제자들에게도 알리십시오. 그대는 나라의 스승인데 이제 법복을 입는다 하여 어찌 혼자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들은 그동안에 나와 함께 거룩한 변화를 보아 왔다. 나는 비로소 믿고 알았으니 사문이 되어야겠는데, 그대들은 어디로 가겠느냐?”
오백 명의 제자는 한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저희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큰 스승의 은혜입니다. 스승께서 존중하고 믿는 바라면 모두 따르도록 해 주십시오.”
즉시 스승과 제자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저희 모두가 믿음의 뜻을 지녔으니, 부디 제자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이에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라고 말씀하시니, 모두 사문이 되었다.
카샤파는 가죽옷과 털옷이며 물병 불을 섬기는 도구들을 모두 물속에 버렸다.

이때 카샤파에게는 두 아우가 있었는데, 첫째가 나디야 카샤파이고, 둘째가 가야 카샤파였다. 두 아우는 저마다 이백오십 명의 제자를 두고, 물가에서 살고 있었다. 두 아우는 가재도구들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카샤파는 두 아우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의 도는 가장 뛰어나고 그 법은 한량없다. 비록 내가 세상에서 배웠으나 일찍이 도와 거룩한 지혜가 부처님과 같은 분은 없었다.”
두 아우는 이 말들 듣자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형님을 따르려 하는데, 그대들은 어디로 나아가겠는가?”
오백 명의 제자는 모두 한목소리로 말하였다.
“큰 스승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숙여 사문이 되기를 원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라고 말씀하시니, 모두 사문이 되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가야로 가셔서 세 가지로 가르치셨다.

“첫째는 신족(神足)으로 나타내 보이셨다.

둘째는 가르침으로 나타내 보이는데, 마음(心) 의지(意) 식별(識)의 결함은 인연으로 물들며 집착하는 것이니, 그것을 바로 잡는 법을 일컬어 ‘가르침으로 나타내 보임’이라 한다.
셋째는 설법으로 나타내 보이는데, 스스로 색을 사랑함도 쇠하게 되고 육정(六情)으로 사랑한 것도 쇠하게 되며, 쇠함이 그치지 않으면 곧 괴로움이 생겨난다. 무엇을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라 하는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불이 일어나서 느낌과 늙음 병듦 죽음의 두려움이 있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설법으로 나타내 보임’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법을 세 번 굴려 말씀하시니, 천 명의 비구는 번뇌가 다하고 욕망이 끊어져서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금의 천 명의 비구는
장로들로서 높은 덕이 있도다
삿됨을 고쳐서 바르게 보는 일 닦았으니
무상(無想)으로 선정의 지혜에 들리라.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천신 용 귀신들이 모두 즐거워하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