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 속에 꽃삽을 넣고 

 

 

 

 눈이 내려 쌓이고, 그 눈 녹은 물이 비탈길에 얼어붙어 있으면 장삼 속에 담고 다니시던 꽃삽을 꺼내어 기어니 얼음을 치워놓고서야 바쁜 길을 가시던 스님이 있었다.
 바로 청담 스님이었다.

 행여 산길을 다니는 행인들이 미끄러져 다칠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것은 바로 모든 이들에게 향한 측은지심 바로 그것이었다. 생명을 가지고 이 세상에 함께 태어난 이상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해 주는 그 마음, 그것은 그의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늙으신 어머니를 손수 모셔다가 삭발 출가 시켜 비구니로 여생을 사시게 한 것, 둘째 딸을 데려다가 역시 삭발 출가 시켜 부처님의 제자로 만든 것, 그것은 모두 한결같이 나 아닌 생명들에 대한 외경심이었던 것이다.

 자신에게는 호랑이보다도 엄격하면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는 봄바람이나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자상했던 스님이 청담 스님이었다.
 언제나 장삼 속에 꽃삽을 넣고 다니면서 좁은 산길을 살펴보던 청담 스님의 눈길, 그것이 부처님 법을 실천하는 수행승의 사표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