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은 아이들을 좋아하셨다.
 산길에서도 아이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어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친 할아버지와 같았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제자들에게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하였다.
 “너희들은 짐승이야. 껍데기만 사람이지. 이 애들이 사람이야. 진짜 사람.”
 설날에는 노스님께 세배 드리러 오는 이들이 많은데 꼬마 손님들도 빠지지 않았다. 그 날은 죽비소리 대신 노랫소리가 방장실에서 새어 나왔다. 스님이 아이들 노래를 좋아하시기 때문이었다. 한 아이가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던지 썩 마음에 들어 하신 적이 있었다.
 “한 번 더 불러 보아.”
 그러자 스님의 무릎에 앉아 노래를 부르던 녀석이 느닷없이 스님의 귀에다가 대고 고함을 질렀다. 모두들 깜짝 놀랐지만 아이의 행동이라 나무랄 수가 없었다. 얼마나 크게 고함을 질렀는지 며칠 동안 스님의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내가 꼬마 선지식에게 할을 한방 먹은 게야.”
 스님은 한참 동안이나 너털웃음을 지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