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깨달음을 성취한 후 8년, 붓다는 그해 안거를  박가(Bhagga) 족의 수도 숭수마라기리(Sumsumaragiri) 근처의 베사깔라 동산에서 보내고 있었다. 왓지 연맹의 일원인 박가 족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숭수마라기리는 왐사(Vamsā) 국에게 정복되어 우데나의 아들 보디가 총독으로 파견되어 있었다. 보디 왕자는 연꽃 모양의 아름다운 궁전 고까나다 낙성식에 붓다를 초청한 인연으로 붓다에게 귀의하고 삼보를 받드는 우바새가 되었다.
붓다가 야생동물들을 보호해 사냥을 금지하던 베사깔라 숲에서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걸식을 하러 성안으로 들어섰을 때, 다정히 손을 잡고 걸어오던 칠순의 노부부가 붓다를 보고 소리쳤다.

 

“아들아!”

 

그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노부부를 붓다 옆에 있던 비구들이 막아섰다. 그때 붓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부부께서 내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

 

비구들이 물러서자 붓다 옆으로 다가선 노부부는 붓다를 앞뒤로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반가워 어쩔 줄 몰라했다. 

 

“아들아, 어서 집으로 가자. 여러분도 같이 갑시다. 오늘 식사는 저희 집에서 하세요.”

 

붓다의 발우를 빼앗아 든 노인은 앞장섰고, 붓다의 손을 잡아끈 부인은 그들의 집에 도착하자 대문을 밀치며 소리쳤다.

 

“우리 아들이 왔다. 어서 자리를 깔아라.”

 

공양을 하는 동안 갖가지 음식을 집어 그릇에 놓아주고 발아래 엎드려 울기도 한 노부부는 붓다 곁을 떠나지 못했다. 붓다가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거두자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결혼을 하고 바로 아들 하나를 얻었지.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고 영리하라고 나꿀라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어찌나 닮았는지 나는 그대가 내 아들 나꿀라인 줄 알았어.”
“아드님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결혼해서 멀리 가 살고 있지. 딸자식들도 마찬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몇 해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구먼.”

 

거칠고 주름진 피부에 휑한 눈동자가 그들의 외로움을 말해주고 있었다. 붓다는 잠깐이나마 자신을 아들로 착각했던 노부부를 위해 차근차근 법문을 들려주었다. 노부부는 붓다의 설법을 들으며 합장한 손을 내려놓지 못했다. 노인은 붓다의 발을 쓰다듬으며 청했다.

 

“우리에겐 세존께서 꼭 우리 아들같이 보입니다. 감히 세존을 아들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붓다는 웃으며 노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예, 그렇게 부르십시오.”
“지금 세존께서는 어디에 머물고 계십니까? 이 도시 가까이 머물면 날마다 우리 집으로 와서 공양하시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붓다는 정중히 거절했다. 그날 이후 이 노부부는 노인들에게는 결코 가깝지 않은 길을 걸어 날마다 베사깔라 숲을 찾아왔다. 달콤한 과일이라도 생기는 날이면 들고 오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늙은 부부는 공작새보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와 붓다가 앉는 자리와 경행하는 오솔길을 청소하고, 마실 물이 없으면 항아리에 물을 길어다 놓았다. 또 풀이 우거지면 호미와 괭이로 깨끗이 뽑고, 나뭇잎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으면 한 사람은 빗자루를 들고 한 사람은 소쿠리를 들었다. 노인들의 손놀림은 느렸지만 온화했다. 노부부의 때를 가리지 않는 방문에도 숲 속에 자리한 비구들은 누구하나 불평하는 일이 없었다. 도리어 서쪽으로 해가 기울 때면 자비로운 늙은 부부의 방문을 은근히 기다리곤 했다. 지팡이를 짚고도 서로 맞잡은 손을 놓지 않는 노부부의 사랑은 숲 속 앵무새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어느 날 아내의 손을 꼭 잡은 노인이 붓다에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희 두 사람은 젊은 나이에 결혼해 근 육십년을 함께 살았답니다. 그날부터 이때까지 서로를 속인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서로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면 몸은 고사하고 마음으로도 짓지 않았답니다. 이제 남은 소원이라면 지금까지도 그랬듯 죽는 날까지 늘 함께 하는 거랍니다. 아니, 다음다음 생에도 언제나 함께 하는 게 소원이랍니다. 세존이시여.”

 

이 말을 들은 붓다가 다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내와 남편 두 사람이 한평생 웃으며 함께 가고, 다음 생에도 언제나 손을 잡고 함께 가기를 원하신다면 두 분이 같은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훌륭한 덕목들을 같이 지키고, 훌륭한 이들에게 같이 보시하고, 지혜 역시 같아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두 분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붓다와 숲 속 비구들을 친 아들처럼 여기며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던 부부가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휘청거리는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노부부가 다시 숲을 찾아왔다. 그 사이에 노인은 부쩍 쇠약해져 있었다.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아가며 한마디 한마디를 또렷이 말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세존이시여, 언제나 세존을 뵙고 싶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수행승들을 날마다 모시고 싶지만, 제가 늙고 병들어 기력이 없습니다. 이제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갑니다. 자꾸 자리에 눕게 되는군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요. 어디 한 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요. 세존이시여,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는 세존과 마음에 새겨야 할 고귀한 비구들을 거의 친견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이런 저희를 훈도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저희를 가르쳐주소서. 그러면 저희에게 오래도록 이익과 행복이 될 것입니다.”

 

붓다는 허리를 숙이고 노인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이 몸은 끊임없이 병들고 있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깨어지는 새알의 껍질처럼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는 살결은 얇고 연약합니다. 이런 몸을 끌고 다니면서 잠시라도 ‘나는 건강하다, 나는 튼튼하다, 나는 병이 없다’고 자부하는 이가 있다면 어찌 어리석은 사람과 다르다고 하겠습니까? 그는 그 순간이 지난 다음 언젠가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후회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아프고, 서글프고, 두려워질 땐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

 

붓다가 대답했다.

 

“늘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나의 몸은 병들었지만 마음은 병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노부부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붓다 앞에서 물러난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숲에서 나오다 사리뿟따 존자를 만났다. 사리뿟따는 숲을 들어서던 얼굴과는 전혀 달라진 노부부를 보고 다가가 물었다.

 

“장자 부부이시여, 오늘 당신들의 감각기관들은 참으로 고요하고 안색은 아주 맑고 빛납니다. 오늘 당신들은 세존에게서 어떤 법문을 들으셨습니까?”

 

그러자 노장자가 사리뿟따의 손을 잡으며 밝게 웃었다.

 

“존자시여, 세존이 제 아들인데 무슨 법인들 듣지 못하겠습니까? 오늘 저는 세존으로부터 감로의 법문으로 관정(灌頂, 물이나 향수를 정수리에 뿌리는 의식)을 하였습니다.”

 

노 장자는 붓다에게 여쭌 말과 들은 법문을 자랑스럽게 사리뿟따에게 말해주었다. 늘어진 그의 주름이 웃음으로 펴졌다. 사리뿟따 역시 기뻐하며 덧붙여 물었다.

 

“장자여, 그럼 당신께서는 세존께 ‘세존이시여, 그러면 어떤 것이 몸도 병들고 마음도 병든 것입니까? 그리고 어떤 것이 몸은 병들었지만 마음은 병들지 않은 것입니까?’라고 더 질문을 드려야겠다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아차, 그것을 여쭈지 못했네요. 그건 우리 사리뿟따 존자께서 말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존자시여, 그 말씀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저는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사리뿟따 존자의 곁으로 찾아와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사리뿟따 존자께서 이 말씀의 뜻을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자이시여, 그렇다면 잘 들으십시오. 잘 듣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지금부터 그것에 대해 설법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시여.”

 

나꿀라삐따 장자는 사리뿟따 존자에게 예의를 다한 후 공손히 대답했다. 사리뿟따 존자가 말했다.

 

“장자이시여, 어떤 것이 몸도 병들고 마음도 병든 것이겠습니까? 장자이시여, 배우지 못한 범부는 성자들을 친견하지 못하고 성스러운 법에 능숙하지 못하고 성스러운 법에 인도되지 못하고 참된 사람들을 친견하지 못하고 참된 사람의 법에 능숙하지 못하여 물질을 자아라고 관찰하고, 물질을 가진 것이 자아라고 관찰하고, 물질이 자아 안에 있다고 관찰하고, 물질 안에 자아가 있다고 관찰합니다. 그는 ‘나는 물질이다. 물질은 내 것이다.’라는 삿된 견해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이처럼 ‘나는 물질이다. 물질은 내 것이다.’라는 견해에 사로잡힌 자의 물질은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가기 때문에 그에게는 근심·탄식과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그리고 절망이 일어납니다. 마찬가지로 범부들은 느낌을 자아라고 관찰하고, 느낌을 가진 것이 자아라고 관찰하고, 느낌이 자아 안에 있다고 관찰하고, 느낌 안에 자아가 있다고 관찰합니다. 그는 ‘나는 느낌이다. 느낌은 내 것이다.’라는 견해에 사로잡힙니다. 물질과 마찬가지로 ‘나는 느낌이다. 느낌은 내 것이다.’라는 견해에 사로잡힌 자의 느낌은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가기 때문에 그에게는 근심·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그리고 절망이 일어납니다. 인식과 심리현상들, 알음알이도 이와 같습니다. 장자시여여, 이것이 몸도 병들고 마음도 병든 것입니다.”

 

사리뿟따 존자의 논리 정연한 법문에 노 장자는 강력한 집중으로 빠져 들어갔다. 사리뿟따의 법문이 계속 이어졌다.

 

  “장자이시여, 그러면 어떤 것이 몸은 병들었지만 마음은 병들지 않은 것입니까? 여기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성자들을 친견하고 성스러운 법에 능숙하고 성스러운 법에 인도되고 참된 사람들을 친견하고 참된 사람의 법에 능숙하여 물질을 자아라고 관찰하지 않고, 물질을 가진 것이 자아라고 관찰하지 않고, 물질이 자아 안에 있다고 관찰하지 않고, 물질 안에 자아가 있다고 관찰하지 않습니다. 그는 ‘나는 물질이다. 물질은 내 것이다.’라는 그릇된 견해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이처럼 ‘나는 물질이다. 물질은 내 것이다.’라는 견해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의 물질은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가지만 그에게는 근심·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그리고 절망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느낌과 인식과 심리현상들과 알음알이도 물질과 같은 이치와 마찬가지입니다. 장자이시여, 이것이 몸은 병들었지만 마음은 병들지 않은 것입니다.”

 

사리뿟따 존자의 법문이 끝나자 노 장자 부부는 존자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그동안 지혜가 밝지 못해 오온이 뭉쳐진 이 몸을 ‘나’라고 생각하거나 ‘나의 것’이라고 생각해온 자신들이 부끄러웠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몸을 집착하고 붙들려고 애써온 자신, 집착하고 붙들기 때문에 이 몸이 변하고 무너지고 파괴되는 것을 보고 통곡하고 탄식했던 자신, 차가운 슬픔과 뜨거운 번민에 괴로워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동시에 그에게는 지혜로운 안목이 생겨났다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노 장자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오, 사리뿟따 존자여! 당신은 참으로 지혜로우십니다.”

 

우기가 끝나고 붓다가 숭수마라기리를 떠나 여러 곳을 유행한 뒤 다시 숭마마라기리에 왔을 때, 붓다는 노 장자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받았다. 붓다는 그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붓다는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람의 목숨은 짧아 백 년도 살지 못합니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결국 늙고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내 것’이라 여겨 슬퍼하지만 참으로 ‘내 것’이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소유하는 삶에 머물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이것이 내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죽음으로 그것을 잃게 됩니다. 현명한 나의 벗들이여, 이와 같이 알고 ‘내 것’이라는 것에 경도되지 말아야 합니다. 꿈에서 만난 사람을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다시 볼 수 없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그를 볼 수가 없습니다. 살아서 이름을 부르던 그 사람은 눈으로 보기도 하고 목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그들이 죽으면 이름만 불릴 뿐입니다.”

 

붓다가 잠시 대중을 돌아보고 말을 이어갔다.

 

“내 것에 탐욕을 부리면 걱정과 슬픔과 인색함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안온을 보는 성자는 소유를 버리고 유행하는 것입니다. 모든 탐욕을 떠나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홀로 명상하며 유행하는 것이 수행자에게 어울리는 삶입니다. 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결코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물이 연잎을 더럽히지 못하듯, 슬픔도 인색함도 그런 사람은 더럽히지 못합니다. 연잎에 물방울이 묻지 않듯, 연잎이 물방울에 더럽혀지지 않듯,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생각한 것에 의해 성자는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생각한 것으로부터 청정한 사람은 그것에 매몰되지 않으며, 다른 것에 의해 청정해지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탐착하지 않고, 따라서 탐착을 떠나려 하지도 않습니다.”

 

훗날 붓다는 ‘세존을 아들로 부르던 나꿀루삐따 부부와의 인연’을 묻는 아난다의 질문을 받았다.

 

“세존이시여, 노부부가 세존을 보자마자 아들이라 부른 것은 무슨 인연입니까?”
“아난다, 저 노부부는 오랜 전생에 나의 부모님이셨다.”

 

붓다는 금슬 좋은 나꿀루삐따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다음 생에도 이어지기를 발원했다. 붓다는 이 두 사람을 ‘제자들 중 가장 의좋은 사이’로 인정하셨다.

 

 

붓다가 사왓티의 기원정사에 머물 때였다. 어느 날 새벽 동이 틀 무렵 한 천신이 제따 숲을 매우 아름답게 비추면서 붓다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왔다. 천신은 붓다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서는 예배를 올린 후 한쪽에 서서 물었다. 

 

“사람들은 물론 많은 천신들도 행복을 추구하며, 축복을 생각합니다. 인천의 스승이시여, 무엇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상의 행복이며, 어떻게 하면 그 행복을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붓다는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 말할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답했다.

 

“어리석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이며 복을 짓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곳을 찾아 조화로이 사는 것, 무슨 일이든지 앞서 미리 선행을 닦는 것, 스스로 몸과 마음을 옳은 곳에 두는 것, 이것이야 말로 최상의 행복이며 복을 짓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널리 배워 많은 것을 아는 것, 훌륭한 기술을 익히는 것, 현행 규범을 익히고 잘 따르는 것, 좋은 말로 서로 함께 대화하는 것,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까이 모시는 것, 자녀와 배우자를 화목하게 돌보는 것, 안정된 직업으로 생활하는 것, 물질을 베푸는 것, 가르침에 따라 여법하게 살아가는 것, 친지들을 도와주는 것,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 것, 나쁜 것을 혐오하여 삼가는 것, 악한 것으로부터 아주 멀리 떠나는 것, 정신을 흐리게 하는 술 등을 멀리 하는 것, 붓다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정진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최상의 행복이며 복을 짓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다른 이를 존중할 줄 아는 것, 스스로 겸손할 줄 아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것, 일이 성취됨에 고마운 줄 아는 것, 자주 자주 때맞춰 법문을 듣는 것, 이것이야 말로 최상의 행복이며 복을 짓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붓다는 계속해서 최고의 행복에 대해 자세히 설파했다.

 

“욕된 일마저 자제하며 인내할 줄 아는 것, 수순하며 용서할 수 있는 것, 수행하는 이들을 찾아뵙는 것, 자주 때맞춰 담마(진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열정적으로 힘써 도를 구하는 것, 청정한 삶을 사는 것, 사성제에 눈을 뜨는 것, 몸소 열반을 체험하고 성취하는 것, 세상살이 많은 일에 부딪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슬픔과 번민 없이 안온한 것, 물듦 없는 깨끗한 마음을 갖는 것, 고요하여 더 없이 평안한 것, 이것이야 말로 최상의 행복이며, 복을 짓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붓다는 사람들이 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 설법했다.

 

“참된 이치를 싫어하는 것, 잠꾸러기에 여럿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애써 노력하는 일 없이 나태하며 곧잘 화를 내는 것, 자기는 풍족하게 살면서 늙고 쇠약한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 바라문과 수행자 혹은 걸식하는 이들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 엄청난 재물과 황금과 먹을 것을 가진 이가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먹는 것, 혈통을 자부하고 재산을 자랑하고 가문을 뽐내면서 자기 친지를 멸시하는 것, 여자에게 미치고 술에 중독되고 도박에 빠져 버는 족족 없애버리는 것,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며 남의 아내와 어울리는 것, 청춘을 넘긴 남자가 띰바루(멜론과 비슷하게 생긴 구형의 열매를 맺는 나무) 열매 같은 가슴을 가진 젊은 여인을 유혹하고 또 그녀에 대한 질투로 밤잠을 설치는 것, 술에 취하고 재물을 낭비하는 여자나 남자에게 실권을 맡기는 것, 왕족의 집안에 태어난 이가 권세는 적으면서 욕심이 지나치게 커 이 세상에서 왕위를 얻고자 하는 것이 파멸로 가는 문이다.”

 

 

붓다와 붓다의 상가에 대한 세상의 좋은 평판과 칭찬이 퍼져나가면서 마가다 국의 수많은 귀공자들이 붓다에게 다투어 귀의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 가운데에는 붓다를 비방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특히 사랑하는 아들, 또는 젊은 남편이 가족을 버리고 잇따라 출가를 하면서 붓다와 붓다의 상가에 대한 원성도 높아졌다.

 

“사문 고따마가 부모들로부터 자녀들을 빼앗고, 주부들을 과부로 만들며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 그는 천 명의 자틸라(머리를 조개모양으로 결발하는 수행자)와 산자야의 제자로 있던 250명의 편력행자들에게 수계했고, 마가다 국의 수많은 젊은 귀공자들이 그의 밑에서 금욕생활을 하고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점차 불만이 늘어나면서 그들 가운데에서는 비구들이 탁발을 하거나 거리를 다닐 때 비난을 퍼붓는 이들도 생겨났다.

 

“대사문이 마가다 국의 라자가하로 와서 산자야의 제자들을 전부 데려갔다. 다음에는 누구를 데려갈 것인가?”

 

이런 비난의 소리를 들은 비구들이 세존에게 보고하자 세존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 그런 소음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이레가 지나고 나면 잠잠해질 것이다. 그들이 그대들을 비난하면, 위대한 진리가 올바르게 인도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대답하라. 사람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현자에게 누가 무슨 이유로 투덜거리며, 왜 불만을 품는가? 나의 진리에는 어떤 강제성도 없으며, 집을 버리건, 집에 남아 있건 그것은 각자 개인의 자유다.”

 

비구들이 붓다의 지시대로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자, 사람들은 ‘사끼야 족 출신의 성자 고따마는 부당한 방법이 아닌 진리로 사람들을 제도한다.’고 말하면서 이레 만에 비방을 멈췄다. 
붓다가 펼치는 진리의 위력은 속임수가 아닌 공개적이고 당당한 방법으로 전파되었기에 이교도들에게 특히 위협적이었다.
 
증오는 증오하지 않음으로!

 

붓다는 각지에서 정진과 전법에 매진하는 제자들을 만나면 자주 이렇게 물었다.

 

“그대들은 견딜 만한가? 잘 지내는가? 탁발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그대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화합하고 정중하고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 서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머무는가?”

 

붓다는 제자들에게 화합하고 서로 위하라고 당부했다. 붓다부터 제자들에게는 물론 반대자나 적대자에게도 불친절한 말을 하지 않았다. 혹여 사람들이 상스러운 말로 공격하고 강한 어조로 비난을 해온다고 해도 붓다는 안색을 흐리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붓다가 라자가하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치솟는 붓다와 그의 상가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바라문 마간디야가 사람들을 매수해서, 붓다가 탁발을 하러 마을로 들어오면 욕을 하도록 시켰다. 그들은 붓다를 따라다니며 “강도, 못된 놈, 바보, 낙타, 황소, 얼간이, 지옥에 갈 자, 짐승 같은 자, 구제받지 못할 자,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을 자”라는 등 모욕적인 말로 비방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붓다와 함께 탁발을 나서다 이 욕설을 들은 아난다가 붓다에게 간청했다.

 

“세존이시여, 이 도시 사람들은 우리에게 욕설과 비방을 퍼붓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아난다여,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세존이시여, 어디든 다른 도시로 가야 합니다.”
“아난다여, 거기서도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또 다른 도시로 가야 합니다.”
“아난다여,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어려움이 일어나면 어려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려야 한다. 어려움이 가라앉은 다음에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아난다여, 우리에게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
“하인들과 종들과 이교도들 모두가 우리에게 욕설과 비방을 퍼붓고 있습니다.”
“아난다여, 나는 전쟁터에 나간 코끼리와 같다. 전쟁터에 나간 코끼리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참고 견디듯, 나는 사악한 자들이 내뱉는 말을 참고 견딘다.”

 

붓다는 이런 일을 당할수록 자애를 닦아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강조했다. 어느 날 붓다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만약 양쪽에 날이 달린 톱으로 도둑이나 첩자가 사지를 마디마디 잘라낸다 하더라도 그들에 대해 마음을 더럽힌다면 그는 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가 아니다. 비구들이여, 여기서 그대들은 이와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 ‘내 마음은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악담을 내뱉지 않으리라. 이로움과 함께 연민을 가지고 머물리라.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며 증오를 품지 않으리라.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자애로운 마음을 가득 채우고 머물리라. 그리고 그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 모든 세상을 풍만하고, 광대하고, 무량하고,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가 함께한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머물리라.’라고. 그대들은 이와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다시 강조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남들이 나를 비방하고 법을 비방하고 상가를 비방하더라도 거기서 적대감을 가져서는 안 되고 기분 나빠해서도 안 되고 마음으로 싫어해서도 안 된다. 그대들이 거기에 자극받아서 분노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면 그것은 그대들에게 장애가 된다. 비구들이여, 남들이 나를 비방하고 법을 비방하고 상가를 비방한다고 해서 그대들이 자극을 받아 분노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면 그대들은 남들이 말을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남들이 나를 비방하거나 법을 비방하거나 상가를 비방한다면 거기서 그대들은 사실이 아닌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어야 한다. ‘이러하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이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이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붓다는 ‘증오는 결코 증오로 극복할 수 없으며, 오직 증오하지 않음으로 가라앉는다.’고 강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