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沙彌) 라훌라가 사리뿟따로부터 따로 지도를 받고 있을 때, 붓다의 이복동생 난다는 출가한 이래 줄곧 붓다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늦게 출가한 많은 제자들이 마지막 목표인 해탈을 잇따라 이루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수행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붓다는 난다의 게으름과 더딘 진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불필요한 억압을 가하지 않았다. 난다 스스로 자신의 곤경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붓다의 생각이었다. 난다의 출가는 순전히 형님인 고따마 붓다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는 갈등에 휩싸였다. 형님을 따라 출가수행자가 된 애초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출가수행의 길을 포기하고 까삘라왓투에 있는 약혼녀 자나빠다깔야니에게 돌아가던가에 대한 고심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이 점점 더 높은 강도로 그를 압박해왔다.
붓다는 비록 난다가 갈등에 휩싸여 있지만 점차 자신의 딜레마를 극복하며 수행생활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난다가 붓다 자신의 뜻에 수동적으로 따르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고행으로 인한 후유증 탓에 휴식이 더 필요했던 붓다는 마음이 편한 고향 까삘라왓투로 가서 몸을 추스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붓다는 까삘라왓투를 방문하는 길에 난다가 동행할 것을 권했다.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는 난다를 자신의 감독 하에 두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난다를 깨달음을 성취하기 이전에 까삘라왓투로 데려가는 것이 마치 거북이를 물에 넣어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리라는 것까지는 미처 염두에 두지 않았다.
붓다의 고향에 도착한 비구들은 까삘라왓투 거리로 탁발을 나갔다. 그 가운데 난다는 까삘라왓투에 다시 오게 된 것에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약혼녀 자나빠다깔야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혹시 만나게 될 것을 내심 고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탁발에 나서면서도 그는 자신의 외모에 유난히 신경을 썼다. 가능한 가장 멋진 모습으로 나가고자 했다. 어쩌다 탁발 길에 옛 애인을 마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다는 가사를 다림질하고, 눈가에 기름을 발랐다. 바리때를 반들거리게 닦기까지 했다. 함께 탁발을 나갔던 비구들이 난다의 행동과 차림새가 평소와 다른 것을 알아채고, 붓다에게 그 사실을 고했다. 난다의 심리상태를 파악한 붓다는 곧 난다를 불러 호되게 꾸짖었다.

 

“난다, 너는 출가수행을 위해 가정까지 버리는 결단을 했다. 그런 네가 세속적 욕망의 굴레 속에 갇혀 가사를 다림질하고, 눈두덩에 기름을 바르고, 반들거리는 바리때를 들고 가는 것이 온당한 일이냐? 제대로 수행하는 비구는 응당 숲 속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며, 음식을 빌고, 넝마 조각을 기워서 만든 가사를 입는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갈망을 지우도록 애쓰는 것이다. 너의 행동을 보고 어떻게 내가 너에게 그런 행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스승이자 형인 붓다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난다는 극도로 불안해졌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형님이자 스승의 뜻을 거스른 것에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난다는 극도의 금욕생활에 들어갔다. 전적으로 탁발에 의지하며, 넝마로 지은 가사를 입고 자신의 감각을 제어하는 정진에 전념했다.
붓다는 병에서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까삘라왓투에 머문 뒤, 다시 서남쪽 왓지 공화국의 수도 웨살리를 향해 떠났다. 붓다로부터 꾸짖음을 듣고 난 이후에도 난다는 수행에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그가 형님인 붓다의 충고에 따라 보다 엄격한 금욕생활을 하고는 있었지만, 진전을 이루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굳은 결의나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금욕생활을 계속하면서 그는 점점 파리해졌고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져갔다.
어느 날, 붓다는 한 부자 상인의 공양 초청을 받고 난다를 비롯한 비구들과 함께 상인의 집으로 향했다. 부자 상인은 천상의 요정들처럼 귀엽고 예쁜 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미모는 약혼녀 자나빠다깔야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났다. 그런데 이들 아름다운 처자들 가운데 누구 하나 허약하고 수척한 난다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다. 수려한 용모로 늘 여인들로부터 눈길을 받았던 난다는 이제 자신에게 처자들의 주의를 끌만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처소에 돌아온 붓다는 실의에 빠져 있는 난다를 불러 물었다.

 

“너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가? 난다.”

 

붓다의 물음에도 난다는 입을 꼭 다물고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재차, 삼차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붓다에게 그는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모든 것을 털어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난다의 이야기를 들은 붓다가 연민이 가득 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구나. 난다. 그러나 너는 한때 사끼야 족 미녀에게도 반하지 않았던가?”

 

붓다가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난다는 사실을 숨기고 대답하기가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세존이시여, 제 약혼녀였던 자나빠다깔야니가 예쁘기는 하지만 오늘 본 처녀들의 미모에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자나빠다깔야니는 불에 덴 원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가? 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정진에 전념하라. 그렇게 하면 너는 그 처자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여인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날부터 난다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다. 가까운 동료들은 금세 난다가 아름다운 여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행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동료 수행자들에게도 난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이 자자해지면서 비구들은 난다를 자기 자신을 팔아버린 노예처럼 취급하기 시작했다. 난다는 자신을 둘러싸고 퍼져나가는 악 소문에 고개를 들고 나서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에게 닥쳐오는 모든 상황들이 그를 당황하게 하였고, 수치스럽기 그지없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는 인적이 드문 곳에 깊숙이 들어가 홀로 지냈다. 수행의 궁극 목표인 세속적 쾌락의 집착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해탈을 성취할 때까지 근면하고 성실하게 자제하며 살아가기로 굳게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난다에게 강력한 통찰의 지혜가 발현되면서 마침내 궁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침내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난다는 성인의 흐름에 들어선 기쁨을 이렇게 노래했다.

 

이치에 맞지 않게 정신활동을 기울여
치장에 전념하였으니,
나는 교만했고 경박했고,
감각적 쾌락의 탐욕에 고통을 당했다.

 

방편에 밝은 스승님
태양의 후예 아래서,
나는 이치에 맞게 수행하면서
존재에서 마음을 건져냈다.

 

 

웨살리에 머물 때면 붓다는 거의 ‘항상 수행자들이 모여드는 숲’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대삼림’에 거처를 정했다. 가문과 역병으로 큰 곤경을 겪다가 붓다의 신통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릿차위 사람들은 붓다와 붓다를 따르는 수행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그곳에 몇몇 큰 건물을 지었는데, 붓다는 그 가운데 하나인 첨탑당이라는 건물에 머물렀다.
릿차위 사람들은 대부분 인물이 수려한 편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마치 지상에 내려온 삼십삼천의 신들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화합하며 선행을 해온 공덕으로 릿차위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한 인간의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붓다가 출현하기 전 릿차위 사람들은 대부분 마하비라(자이나교의 지도자 니간타 나따뿟따의 다른 이름)를 따르고 있었다.
웨살리를 가뭄과 역병으로부터 구한 사끼야 족 출신의 수행자가 웨살리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붓다에 귀의한 웨살리 사람들은 물론 이곳의 많은 마하비라의 제자들도 종교와 철학에 관한 갖가지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붓다를 찾아왔다. 붓다는 이들을 물리치지 않고 만나 진지한 토론을 마다하지 않았다.
붓다를 찾아온 마하비라의 제자 가운데 삿짜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박식하고 논쟁에 능한 사람으로 많은 웨살리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삿짜까는 ‘나와 논쟁을 시작하면 동요하지 않고 떨지 않고 전율하지 않고 겨드랑이에 식은땀을 흘리지 않는 자를 보지 못했다.’며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는 붓다의 첫 제자들 오비구 가운데 앗사지를 만나 붓다가 오온무상과 오온무아를 설한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이 사끼야 족의 젊은 수행자를 논쟁으로 물리치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어느 날, 그는 많은 릿차위 사람들이 대삼림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에게 다가간 삿짜까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금 첨탑당에 머물고 있는 붓다와 논쟁을 벌이겠다고 선전했다. 삿짜까와 붓다의 논쟁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첨탑당으로 모여들었다. 붓다에게 다가간 삿짜까가 물었다.

 

“고따마 존자여, 질문을 허락하신다면 고따마 존자의 가르침에 관해 묻겠습니다. 내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삿짜까는 붓다에게 충분한 예의를 표하지 않은 채 ‘고따마’라고 부르며 도발적인 자세로 물었다. 그를 지켜본 붓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삿짜까여,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물으시오.”
“고따마 존자께서는 어떻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삿짜까여, 나는 세계가 무상하며, 그 곳에 영원불멸의 실체란 없다고 알고 있오. 형상, 감각, 인식, 성향, 그리고 의식으로 이루어진 인간적 경험의 세계는 무상하며 실체가 없는 것이라오. 성향으로 결정된 사물들을 포함한 모든 의도된 행위 또한 무상한 것이오. 어디에도 불변하는 실체는 없소. 나는 세계가 그와 같다고 알고, 제자들에게 세계를 그렇게 인식하도록 가르친다오.”
“고타마 존자여, 저는 사물들을 당신과 다르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모두 성장을 위해 이 대지에 의지합니다. 이 대지는 그에 의존하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것들의 근거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덕 혹은 부덕을 쌓을 때, 그는 자아에 의지하여 그리합니다. 그의 모든 행위는 자아에 근거하는 것입니다.”
“삿짜까, 그대는 신체 혹은 형상이 그대 자신이며, 감각과 인식, 성향, 의식이 그대의 자아하고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존자여, 저는 자아가 존재하며, 이 자아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즉 신체와 감각, 인식, 성향, 그리고 의식과 동일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물질은 나의 자아다, 느낌은 나의 자아다, 인식은 나의 자아다, 심리현상들은 나의 자아다, 알음알이는 나의 자아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삿짜까, 남들의 견해에 괘념치 마시오. 그대는 다만 그대 자신이 믿는 바를 설명하면 되는 것이오.”
“좋습니다. 나는 자아가 존재하며, 그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동일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삿짜까여, 그대가 인정하는 그 자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이 자아는 영원하며, 지속적이고 불멸의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은 또한 모든 인간행위의 주체입니다. 그것이 행위하고 그것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 자아가 없다면 어떻게 덕과 부덕의 축적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변화하지 않고 지속되는 자아를 부정한다면,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한 사람과 그 결과를 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말한 대로 모든 행위는 자아에 의존하는 것이며, 그것은 행위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삿짜까, 그대가 말하는 자아는 매우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그대의 자아는 무엇이건 원하는 대로 행위하고, 그 결과를 거둬들인다는 것인가?” 
“실로 그렇습니다. 고따마여!”
“삿짜까, 그대는 몸과 의식이 그대 자신이며, 그 자아는 자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대의 자아인 몸뚱이와 의식을 ‘이렇게 되라’ 혹은 ‘이렇게 하지 마라’라고 할 수 있는가?”

 

붓다의 예리한 질문에 삿짜까는 내심 크게 당황하며 침묵에 잠겼다. 청중들은 삿짜까의 침묵에 숨을 멈춘 채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당황한 삿짜까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을 주시하는 청중들의 시선은 마치 험상궂은 도깨비가 손에 번개 칼을 들고 어서 대답하라고 채근하는 것만 같았다. 처음 이 논쟁을 벌이자고 한 것은 삿짜까 자신이 아니던가. 그는 머리카락 모두가 곤두서는 듯했다. 급기야 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삿짜까는 붓다의 마지막 질문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고따마 존자여, 당신께서 지금 제게 무엇을 물었는지, 다시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삿짜가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느 순간 그는 붓다를 고따마 존자여라고 부르고 있었다. 무엇인가 지금까지 대론을 벌였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불길한 예감이 호기 넘치던 그를 다소곳하게 만든 것이었다.
 
“삿짜까, 그대는 신체나 의식이 그대의 자아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신체를 지배할 어떤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 의식이 자발적으로 이리 되기도 하고 저리 되기도 하는 것인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자, 삿짜까, 그대가 이야기한 것을 돌아보라. 지금 그대의 대답은 그대가 이미 단언했던 것과 다르다. 어떤가? 삿짜까여. 그대의 몸과 의식은 영원한가? 아니면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무상하다면, 그것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인가?”
“무상한 것은 곧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것입니다.”
“무상한 것, 불만족스러운 것, 그리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내 것’이라고, ‘나’라고 또는 ‘내 자아’라고 여기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
“삿짜까여, 다시 묻겠다. 그대는 ‘물질은 나의 자아다.’라고 주장하는데, 그대는 ‘내 물질은 이렇게 되고, 이렇게 되지 마라.’라고 그 물질을 지배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삿짜까여, 그대의 말은 먼저 한 말과 나중에 한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 또 뒤에 한 말이 앞에 한 말과 일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삿짜까여, 그대는 ‘느낌은 나의 자아다.’라고 주장하는데, 그대는 ‘내 느낌은 이렇게 되고, 이렇게 되지 마라.’라고 그 느낌을 지배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삿짜까여, 인식[想]도, 심리현상들[行]도도 알음알이[識]도 마찬가지이다.”

 

삿짜까는 붓다의 논리정연한 설명에 입을 열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더 이상 붓다 앞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붓다가 다시 물었다.

 

“삿짜까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질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렇다면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괴로움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이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보는 것인 타당한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삿짜까여. 느낌도, 인식도, 심리현상도, 알음알이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나의 제자들이 내게서 배우는 것이다.”

 

삿짜까는 한 마디도 더 꺼낼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과 온 몸에는 온통 땀방울이 흘렀고, 윗옷이 흥건히 젖어 땅에 떨어질 정도였다. 붓다가 다시 말했다.

 

“삿짜까, 그대는 어떤 사문이든, 바라문이든 간에, 그가 상가를 가졌든 무리를 가졌든 무리의 스승이든, 또한 아라한 정등각자라고 자처하든, 그대와의 논쟁에서 동요하지 않고 전율하지 않고 겨드랑이에 식은땀을 흘리지 않는 자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대는 또 ‘비록 내가 무정물인 기둥과 논쟁을 시작하더라도 막상 논쟁이 시작되면 그 기둥도 동요하고 떨고 전율할 것인데 하물며 인간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삿짜까여. 이제 그대의 이마가 온통 땀방울에 젖어서 윗옷을 모두 적시고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보라. 내 몸에는 땀이 한 방울도 없다.”

 

붓다는 이렇게 말하고 대중들 앞에서 황금색 몸을 드러내보였다. 대중들의 붓다의 빛나는 몸을 보고는 놀라움과 감동에 휩싸였다. 삿짜까는 말없이 의기소침하여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이고 우울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그때 대중 속에 있던 릿차위의 후예 둠무까가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에게 예경한 후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게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그런가? 그것을 말해보라.”
“세존이시여. 예를 들면 마음이나 성읍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연못이 있는데 그곳에 게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많은 소년소녀들이 나타나 연못으로 들어가 게를 물 밖으로 끄집어내어 땅바닥에 던져놓습니다. 그 게가 집게발을 내밀면 그들이 집개발을 막대기나 돌로 쳐서 잘라버리고 끊어버리고 박살을 냅니다. 이렇게 그 게는 모든 집게발들이 잘리고 끊어지고 박살이 나 다시는 전처럼 그 연못으로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니간타의 후예인 삿짜까가 곡해, 안절부절, 동요하는 것은 세존에 의해 모두 잘리고 끊어지고, 박살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삿짜까는 다시는 세존과 논쟁을 벌이겠다고 찾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말문이 닫혀 있던 삿짜까가 마음을 추스른 듯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에게 예의를 취한 뒤 말했다.

 

“고따마 존자이시여, 제가 논쟁에서 고따마 존자와 맞붙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참으로 무례하고 무모했습니다. 고따마 존자이시여, 사람이 취기 오른 코끼리와 대적하여 안전할 수는 있어도 고따마 존자와 대적하여 안전할 수 없습니다. 고따마 존자이시여, 사람이 타오르는 불덩이를 습격하여 안전할 수는 있어도 고따마 존자와 대적하여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고따마 존자이시여, 사람이 맹독이 있는 독사를 습격하여 안전할 수는 있어도 고따마 존자와 대적하여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고따마 존자이시여, 저는 논쟁에서 고따마 존자와 맞붙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참으로 무례하고 무모했습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비구 상가와 함께 저의 공양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삿짜까는 자신의 무지와 오만을 뉘우치고 붓다와 제자들을 다음 날 공양에 초청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많은 릿차위 사람들은 붓다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붓다의 상가에 들어와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무렵 웨살리 부근에 방랑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외로운 연꽃’이라는 사원에 왓차곳따라는 방랑수행자가 있었다. 당초 웨살리 출신인 그는 마하비라(니간타 나따뿟따)가 스스로를 전지자(全知者)로, 앉거나 서거나 자거나 깨어 있을 때나 항상 모든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가졌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붓다가 깨달음을 공언한 이래 웨살리 사람들은 붓다 역시 마하비라와 같은 그런 전지자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왓차곳따는 붓다가 웨살리에 온 기회에 직접 붓다를 만나 사람들의 그런 믿음을 갖는 것에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이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붓다가 탁발 길에 나섰다. 시가로 내려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붓다와 제자들은 방랑수행자들이 모여 있는 ‘외로운 연꽃’ 사원에 들어갔다. 왓차곳따는 생각지 못한 시간에 붓다를 만나게 된 것이 무척 기뻤다. 그는 붓다가 자신의 의도를 읽고 일부러 방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서 오십시오. 세존이시여! 드디어 전지자 붓다께서 우리를 찾아주셨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붓다의 발아래 한쪽에 자리 잡고 앉은 왓차곳따가 물었다.

 

“저는 세존께서 모르는 게 없는 전지자로서 앉거나 서거나 자거나 깨어있거나 항상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보는 투시안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존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왓차곳따여.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나를 잘못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옳지 않는 짐작입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세존에 관해 거짓되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되겠습니까?”
“왓차곳따여, 나는 세 가지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소급인식 능력(숙명통)입니다. 그러고자 하면 나는 바로 이전 생으로부터 수백 수천 전생의 세세한 일까지 기억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투시 통찰력(천안통)입니다. 나는 초인적인 투시안으로 사람들이 죽어서 제 업에 따라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내가 모든 번뇌를 지우고 바로 이생에서 성취한 해탈에 관한 지혜(누진통)입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려면 고따마 붓다는 오직 이 세 가지 지혜 이외에는 가진 게 없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왓차곳따는 붓다의 설명에 기쁘고 고마웠다. 붓다는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한 오해를 명료하게 해명하고 탁발을 위해 시가로 내려갔다.

 

 

왓지 국의 수도 웨살리에는 암바빨리라는 유명한 기녀가 있었다. 암바빨리는 어릴 적 웨살리 시의 왕립유원에 있는 망고나무 아래에 버려진 고아였다. 유원지기가 그를 발견하고 데려다 키웠는데 너무나 출중한 미모에 왕자들의 전쟁이 발발할 정도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재판관이 ‘너는 모든 사람의 소유가 되라’고 판결하며 그녀에게 기녀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었다.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그녀는 관능적이었고, 신체의 열다섯 부분, 즉 머리카락, 눈썹, 눈, 코, 귓불, 이빨, 소리, 목, 팔, 손, 유방, 몸통, 허벅지, 정강이, 발 등으로 구성된 자신의 몸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었다. 어느 곳 하나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추지 않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웨살리 부자들의 감각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대가로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암바빨리가 마침 많은 시중들을 거느리고 라자가하에서 웨살리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고따마 붓다의 교단에 여성 출가자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마침 붓다가 날란다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녀는 붓다가 쉬고 있는 빠와리까 망고 숲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망고지기’라는 이름과는 달리, 암바빨리는 돈과 세도를 가진 릿차위 사람들이 희구하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준수한 용모로 이름난 릿차위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미모는 마치 천상의 여신과도 같았다. 그녀의 암갈색 머리카락은 짙게 자라 잘 빗겨져 있었으며,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항상 이국풍의 꽃들로 장식되었다. 그녀의 눈썹은 솜씨 좋은 화가의 그림과도 같았고, 눈동자는 찬란한 보석처럼 빛났다. 곧게 오뚝 솟은 코와 귓불, 그리고 하얀 이는 하나같이 그녀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풍만하고 균형 잡힌 가슴은 모든 웨살리 여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가냘픈 허리, 아름다운 허벅지, 장신구로 단장한 발목, 연꽃 같은 발부리는 마치 요정을 연상시키는 절묘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슬쩍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게 만드는가 하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자연의 음악에 매료된 사람들에게 엄청난 만족과 희열을 주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수행하는 경호원들에게는 항상 커다란 걱정거리였다. 그녀가 집을 나설 때면 언제나 건장한 사내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호위해야만 했다. 그녀의 미모에 반한 몇몇 부호들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미 전 재산을 탕진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암바빨리가 붓다를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 사끼야 족 출신 수행자도 이제 곤란하게 됐군!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개종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이제 암바빨리한테 개종당할 차례가 된 것이야. 누구도 그녀의 유혹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사끼야 족 전지자도 예외일 수 없어. 그렇지 않나?”

 

암바빨리는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붓다를 찾아갔다. 그녀가 붓다에게 인사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상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비구니들을 둘러보았다. 그 가운데는 젊고 아름다운 비구니들도 섞여 있었다. 이를 본 암바빨리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아직껏 인생을 제대로 즐겨볼 기회를 가져본 적도 없는 젊은 여인들을 교단에 받아들인 것은 심각한 죄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자연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가질 수 있게 관대합니다. 무엇 때문에 저 젊은 남녀가 넝마를 걸친 채 배고프고 궁색한 생활을 해야 합니까?”

 

암바빨리의 당돌한 첫 질문에 붓다는 내심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붓다가 대답했다.
 
“암바빨리, 그대는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또한 그대가 원하는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경호원들이 그대를 보호하지 않고 그대 홀로 돌아다닐 때, 그대는 얼마나 자유스러울 수 있습니까? 그대는 지금 이생의 생명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대는 어부의 손에 잡혀 부뚜막의 솥 속에 넣어진 꽃게와도 같습니다. 그 물이 뜨거워지기 전까지는 느긋하고 편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편안함과 자유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이 세계는 무상하고 변덕스럽습니다. 그것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진리인 것입니다.”

 

붓다가 조용하지만 연민이 깃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웨살리의 거의 모든 돈을 끌어 모은 암바빨리의 성공, 그녀와 교제하려는 부자들의 물릴 줄 모르는 요구, 그리고 그런 자들 가운데서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그녀의 자만은 그녀로 하여금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게 가로막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끼야 족 출신의 낯선 수행자가 타이르듯 말을 전하고 있었다. 당황한 눈빛을 한 암바빨리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듣던 대로 세존께서는 역시 참으로 준수하십니다. 만일 당신께서 저와 함께 여생을 즐기시겠다면, 저는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할 것입니다. 저의 제안에 당신의 마음이 바뀌거든 제게 알려주십시오.”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남자로부터 거절당한 채, 호기심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며 집으로 돌아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