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한 서린 용문사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전 망국의 한을
이기지 못해 들렀다는 용문사.
부끄러움으로, 자책과
회한으로, 삼베옷 벙어리로
일생을 마친 마의태자. 역사의
준엄함과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낀 한 왕자가 걸어갔던 길목,
용문사. 그가 손수 심었다는
은행나무는 그 이래로 천년
이상을 버텨오고 있다.

 

 아침부터 비였다.
 민박집 처마 밑으로 고였던 물이 작은 내를 이룰 정도로 세찬 봄비였다. 자정부터 시작된 대성리에서 칠몰이굿을 보느라고  몸과 마음은 풀어 질대로 풀어져 있었다. 시퍼런 작두를 타는 무당, 땅이 꺼질 정도로 때려 치는 남사당패들의 신명, 그러나 동트기 전, 용문사 밑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뿌리기 시작한 비는 간밤의 흥분을 모두 잠재우고 말았다. 뜬 눈 밤…….

 

 용문사와 마의태자를 상상하고 있었다.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과거가 지닌 장점이다. 때로는 더 기름지게, 때로는 너무 척박하게, 우리들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대로 운위해볼 수 있는 것이 역사가 갖는 매력이다. 공간이 있는 것이다. 자유가 있는 것이다. 완전하게 닫혀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이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쳐다보는 역사는 우리의 잣대대로 언제나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 그것은 우리들에게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이 모여 다시 흩어지는 것처럼 외관 그렇게 무의미한- 것은 혹시 아닐까? 아니면 오늘을 버티기 힘든 사람들이 꾸며낸 장밋빛 옛날이야기만은 아닐까?
 줄줄이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의 이합집산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또 얼마의 세월이 지나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후의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정말 우리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가감채색 없이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은 유치한 질문이면서도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다. 정말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윤색 없이 우리 후세인들이 하게 된다면, 그것은 여백 없는 일이다. 설령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조금은 덧칠이 되어져야 한다. 한 가지 색 만으로가 아니라 형형색색으로.
 "그 작품은 사실과는 달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사실이면 어떻고 사실이 아니면 어때. 우리들에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가령 달나라에 옥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 하고, 아무런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확연히 알고 있는 우리들 하고 어느 쪽이 행복할까?"
 "어쨌거나 마의태자가 이곳 용문사에 오래도록 머물렀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애. 마의태자에 관한 기록이 이 용문사 일대 곳곳에 퍼져 있거든."
 아침을 먹고 제법 문화사(?)쪽으로 식견이 있다고 하는 동행인과 이광수의 <마의태자>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행히도 밧줄 같은 빗줄기가 가랑비로 변하고 있었다.

 

 

 용문역에서 이십 리 길, 경기도 최고봉인 용문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용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통독국사와 나옹선사가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당시의 화려한 영화를 짐짓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세종 29년에 대대적인 중수가 있었고, 이곳에 머무는 대중 수만 해도 3백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을미사화로 인해 폐허가 된 것을 다시 중수하였다. 원래는 미지산(彌智山) 이었으나 이태조가 등극하면서 경기도의 최고봉이라고 해서 용문산으로 바뀌었다.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
 천년 세월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설 하나가 용문사를 찾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어차피 인간의 탈을 쓰고 나면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웃어주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함께 울어주는 일은 쉽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극을 공유하는 심정이 같은 것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가진 덧없는 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비단 상대방의 슬픔이 밀물져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슬픔을 자신의 정서에 싣는 얄팍한(?) 심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마의태자의 경우엔 우리 역사의 모든 한을 한꺼번에 실어 보낼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고려를 잃고 은둔했던 고려의 충신열사들은 물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북간도로 갔던   근세의 열혈한들도 모두 마의태자 속에 자신을 투영시키며 싫지 않은 설움을 곱씹었던 것 이다.
 천년 사직을 잃은 후의 유랑, 아버지인 경순왕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처절한 자책, 그리고 삼베옷 거사로의 은둔……. 그래서 그가 우리에게 물려준 슬픔의  절정은 이상하게도 슬픔과 한, 그 자체로만 오지는 않는다. 어쩌면 아련한 향수 같은 비극의 무대를 보았을 때처럼 가슴속이 더워온다. 진정한 비극을 갖지 못한 시대에, 또한 우리 역사에 마의태자 입산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두고두고 (단종애사)가 만인의 심금을 울리듯 마의태자에 관한 이야기들은 우리 민족의 변하지 않는 레파토리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번 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가 있다.

 

 무대는 신라의 호화로운 수도 서라벌 궁궐 어진-
 경순왕은 대신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는 이미 간밤에 신라의 끝을 결정짓고 말았다. 의외로 야심가 답지 않게 부드러운 왕건, 자신을 친형처럼 대해주는 왕건에게 그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왕건의 입장으로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쟁으로 인한 살육과 도륙을 그는 수없이 보아왔다. 무력에 의한 통일이 얼마만 한 후유증을 남기는가에 대한 예견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설령 무력으로 백제와 신라를 접수한다고 해도 백 년 이백 년이 지나지 않아 옛날의 나라를 되찾겠다고 발호하는 지방호족들이 반드시 등장할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또한 왕건이 굳이 전쟁을 피하고자 했던 것은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탓이기도 하였다. 더 이상의 살생은 무의미하다는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고 될 수 있으면 피 흘리지 않는 패왕이 되고 싶었다. 그런 까닭으로 그는 오래전부터 부패한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환심을 사두었던 것이다.

 

 경순왕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수차에 걸친 내왕과 만남으로 경순왕은 왕건을 친형제 이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물론 더 이상 천년 사직을 지탱할 힘이 없었던 탓이었지만, 세도가 신하들을 아우르지 못할 정도로 왕의 권위가 떨어져 있었다. 호화로운 궁궐 임해전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싸늘하게 감돌았다. 경순왕이 제법 침통한 얼굴로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신라의 국운은 점점 기울어져가고 있소. 견훤이 고려에 항복했다고 하는데 …… 여러 대신들은 우리 신라와 백성들의 앞날을 신중하게  토의해 주시오."

 

 

 그러나 누구도 말을 잇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나라의 앞날은 정해진 것, 천년 사직을 지키려면 왕건과 싸워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왕건에게 나라를 내주는 도리밖에 없다. 현재의 신라 군사력으로는 도저히 상승하고 있는 왕건의 군사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권력자의 눈치나 보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신하들의 입장으로 보면 언제 왕이 왕건으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일족들의 안위까지를 걸고 왕건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신하들은 거의 없었다. 경순왕을 둘러싸고 있는 부패한 신하들 속에 진짜 충신은 하나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신라의 영토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소. 이제 할 수 없는 일이오. 우리가 먼저 왕건에게 항서를 보내는 것이 어떠하오?"
 왕으로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자 그래도 형식을 갖추고자 하는 한 신하가 아뢰었다.
 "전하, 고려에서 무슨 소식이라도 왔습니까? 우리의 힘이 모자라 항복을 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구비되어야만 항복을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런 통지도 없소만 고려의 왕건은 들어오는 자를 후대한다고 하오. 우리가 자청해 들어가면 더 좋게 대우할 듯하오."
 이 허황한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태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받았다.
 "부왕마마, 안 될 말씀입니다. 나라의 존망은 천명에 있는 것이옵니다. 충신과 의사들이 합심하여 최후까지 싸워볼 일입니다. 천년의 종사를 한번 싸워보지도 않고 남에게 넘겨준다면 후세의 사람들이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천년 사직을 그냥 넘겨준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적병이 쳐들어오면 모두 일어나 종사를 위하여 피를 흘리도록 해야 합니다."
 태자는 아버지 경순왕의 행태를 모두 보고 있었다. 왕건과 호형호제하면서 그가 건네준 시비며 갖가지 선물들을 흔쾌히 받고, 더구나, 그가 내려준 명목뿐인 김부왕을 감지덕지 받고는 평생을 호화롭게 살고자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태자가 반  미치광이가 된 것은 그 이후였다. 그는 궁궐 밖, 궁궐 안에서 눈을 부릅뜨고 다녔다. 흰자위를 드러내놓고 궁녀들을 희롱하는 그를 보고 여러 신하들이 비웃으며 혀를 찼지만 고려의 왕 왕건은 신라 태자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라 안팎의 사정은 왕인 경순왕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현실적인 대처 방법을 왕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남은 여생을 온전히 보존하는데 급급하고 있었다.
 "태자의 말이 옳은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과인은 쓸데없는 피를 흘리고 싶지 않다. 벌써 수차 도성 안 백성들은 피를 흘렸다. 전번에 견훤에게도 흘렸다. 이번에 또 피를 흘려야 한다면 과인은 눈으로 차마 볼 수가 없다. 형세 이렇게 된 것은 모두 과인이 불민한 탓이다."
 이미 왕건의 유화공작으로 고려편이 된 세도가 김봉휴가 읍하며 말했다.
 "국가의 흥망은 운수에 달려있는 것이오. 어찌 대왕전하만의 죄가 되겠소. 여러분 진골들의 책임인 줄 아오!"
 김봉휴는 여러 대신들을 질책했다. 고려에 투항하는 자신의 논리를 다른 대신들을 꾸짖음으로써 변호하고자 함이었다. 태자는 김봉휴의 행태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김봉휴는 신라의 대신이 아니라 신라 조정의 공기를 수시로 왕건에게 보고하는 고려의 신하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로 하여 다른 대신들도 아예 터놓고 왕건을 찾아가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이었다.
 김봉휴의 그런 꼴을 한참 쳐다본 태자가 말했다.
 "진골뿐만 아니라 장군들과 고급 관리들이 모두 부패하여 이 꼴이 된 것이오. 그러나 그렇다고 나라를 내놓을 수는 없소. 최후까지 왕건과 싸우도록 합시다. 아직 신라에는 수천 명의화랑이 있소이다."
 그러나 경순왕은 머리를 내저었다. 경순왕과 태자의 눈빛이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왕이 먼저 태자의 눈을 외면했다.
 "신라 화랑의 기개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인 것은 태자인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어디 화랑뿐이랴. 신라라는 나라의 틀을 이루고 있는 모든 행정조직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캄캄한 영원동굴을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신라라는 거대한 저택은 서까래는 물론이고 주춧돌까지 무너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우리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구나!"
 "마마, 기어이 그렇게 하셔야만 합니까?"
 태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고 있었다.
 왕은 그런 태자의 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벽력같이 소리쳤다.
 "어서 항서를 써라! "
 각본대로 붓은 김봉휴가 잡았다. 김봉휴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붓을 들었다. 그 순간을 기다리기나 한 듯이 신하들이 일제히 일어나 바닥에 엎드렸다.
 "마마!"
 "마마!"
 김봉휴는 일필휘지로 항서를 써내려갔다. 드디어 태자가 여러 신하와 경순왕을 차례로 쳐다보다가 일어났다.
 "부왕 전하, 이제 신은 영원히 하직을 고합니다. 나라를 잃은 자가 어찌 하늘의 해와 달을 바로 쳐다볼 수가 있을 것이며, 백성들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가 있단 말입니까?"
 "태자마마!"
 "태자타마!"
 그러나 태자의 소매 끝을 잡는 신하는 누구도 없었다. 태자는 비실비실 어진을 나서며 탄식하였다.
 "천년 종사가 오늘에 끝나는가!"
 어전을 빠져나오자 왕후와 태자비가 그를 붙들었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어마마마! 망국 여생이 정처가 있으오리까."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태자비에게 엄숙하게 말했다.
 "나를 대신하여 늙으신 어미니를 모셔주시오."
 그 후로 신라 마지막 태자 김충의 소재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혹은 이야기 거리로, 혹은 문학 소재로 수없이 인구에 회자되었지만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삼베옷을 입은 벙어리 처사로 가끔 산 타는 초부들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만 전해올 뿐이다.

 

 

 
속칭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전 망국의 한을 이기지 못해 들렀다는 용문사. 그가 손수 심었다는 은행나무는 그 이래로 천년 이상을 버티고 있다.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용문사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지만 서라벌에서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곳 용문사를 들렀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갖가지 기암괴석과 고봉준령의 묘미를 두루 갖춘 용문산은 경기도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주봉인 백운산을 중심으로 온 산이 험한 바위와 수목으로 우거져 골짜기마다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보면 넘실대는 파도마냥, 혹은 안개의 성처럼, 사람들을 현혹한다. 부끄러움으로, 자책과 회한으로, 삼베옷 벙어리로 일생을 마친 마의태자. 역사의 준엄함과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낀 한 왕자가 걸어갔던 길목, 용문사. 그는 장안사, 표훈사, 정양사… 지금은 갈 수 없는 금강산의 명찰들을 유행했다.
 그의 심중은 출가를 원했지만 그는 결국 출가낙발을 할 수는 없었다. 한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자책으로 하여 그는 봉두난발인 채로 불법을 닦다가 이름 없이 죽어갔다고 후세의 사가들은 처연하게 전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마의태자 전속들은 그를 따라 모두 입산했다고도 전한다.
 왕건의 딸과도 맺을 수 없었던 사랑, 오늘날엔 일견 신파로도 보이는 이 삼류극 소단원의 무대는 이 용문사에서 올랐다가 금강산에서 막이 내린다. 비를 뿌리는 용문사 은행나무 밑에는 어느새 몇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름으로 나무의 둘레를 재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최대 수령의 나무라고 해서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 건물 들은 거의 새롭게 중수한 건물들이라 그다지 운치는 없어도 대웅전이나 여러 요사채 앞을 메우고 있는 많은 화초들이 덧없이 이채롭다.
 마의태자도 철 따라 피는 저 무궁의 화초들을 보았을까?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것은  우리들 상상 밖의 일이다. 마의태자가 머물렀던 곳은 어쩐지 언제나 겨울이었다는 상념이 먼저 우리들의 가슴을 친다. 분명히 그 시절에도 노랗고 빨간 꽃들이 온 산 온 들을 흐드러지게 장식했었음에도, 그는 항시 겨울 속을 맨발로 헤매는 처연한 삼베거사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 비가 완전히 끝나면 겨울은 완전히 갈 것이다. 봄이 오면 꽃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어느새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서늘하다.
 용문사의 겨울이 저만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