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ㆍ문화재 >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발자취를 따라가는〈불교미술〉여행16
강소연 2020-03-05 (목) 08:13
(도판01 上左) <붓다의 천불화현>의 부분, 인도 라자스탄 또는 구자라트 출토, 노턴 시몬 박물관. (도판02 上右) 기원정사, 부조, 산치 제1탑 북문. (도판03 下左) 비마란(Bimaran) 사리함 의 부분. 1세기, 아프가니스탄 비마란 출토, 대영박물관. (도판04 下右) 기원정사 코삼바쿠티에 앉아 있는 어린 승려.
“보시자들 가운데서 수닷따 급고독 장자가 으뜸이다.”
「으뜸 품(A1:14:1 ~ 80)」중에서
큰 부자인 급고독 장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도 마다 않고, 붓다를 위해 초대규모의 승원(기원정사)을 건립하고자 결심한다. 그는 과연 붓다에게서 어떤 말씀을 들었기에, 이런 결심을 한 것일까?
급고독 장자, 붓다의 설법으로 마음 열리다!
붓다의 ‘교화의 여정’에 따라 불교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번영하게 된다. 물론 붓다는 (교화 또는 포교라는 표현보다는) ‘중생 구제’의 일로를 걸으신 것뿐이겠다. ‘내’가 있는 줄 알고 고통을 자초하여 윤회하고 있는 중생들을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진리의 법法을 설하시어 해탈의 자유를 맛보게 하셨다. 중생들을 가여워하는 마음을 ‘자비’라고 한다.
본 연재에서 소개하는 기원정사(기수급고독원)는 붓다가 급고독 장자를 교화시키면서 그 계기가 마련된다. 기원정사는 코살라국의 수도 슈라바스티(사위성)에 위치해 있다. 급고독 장자는 슈라바스티의 아주 큰 부호였는데, 이웃 나라 마가다국의 라자그라하(왕사성)를 방문하였을 때, 붓다가 출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죽림정사에 계신 붓다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게 된다. 당시 과연 어떤 말씀을 들었기에, 급고독 장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도 마다 않고, (자신의 고향) 슈라바스티에 붓다께서 거처할 초대규모의 승원을 건립하고자 결심한 걸까?
본 연재에서 소개하는 기원정사(기수급고독원)는 붓다가 급고독 장자를 교화시키면서 그 계기가 마련된다. 기원정사는 코살라국의 수도 슈라바스티(사위성)에 위치해 있다. 급고독 장자는 슈라바스티의 아주 큰 부호였는데, 이웃 나라 마가다국의 라자그라하(왕사성)를 방문하였을 때, 붓다가 출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죽림정사에 계신 붓다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게 된다. 당시 과연 어떤 말씀을 들었기에, 급고독 장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도 마다 않고, (자신의 고향) 슈라바스티에 붓다께서 거처할 초대규모의 승원을 건립하고자 결심한 걸까?
모든 구함이란 큰 괴로움이다/ 애욕은 갖가지 과오를 모은다./ 그러므로 마땅히 악을 멀리하고/ 욕심을 떠나 고요한 즐거움〔寂靜樂〕을 닦아라./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은/ 세간의 가장 큰 우환이니/ 세간을 바르게 관찰함으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떠나라.
-「급고독 장자를 교화시키다(化給孤獨品)」, 『붓다차리타』
붓다는 장자에게 ‘세상을 바르게 보는 법’〔定見〕을 말씀하신다. 그 내용의 요지를 보면, 먼저 “고요함을 닦아라!”라며 마음을 고요히 하여,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하라고 하신다. 이는 선정을 말한다. 그렇게 익히면 순차적으로 다음과 같이 된다. “항상 존재하는 것은 없다〔無常〕라는 것을 보게 되고, 그래서 고통인 줄 알고, 덧없고 괴로운 것은 ‘나’가 아님으로 보게 된다. 거기에 어찌 ‘나’와 ‘내 것’이란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즉,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의 삼법인의 진리를 보게 된다. 이를 통해,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원리를 가르쳐주신다. “모두는 공하여 나와 내 것이 없고/ 이 세간이 모두 다 환영이니, 마땅히 이 몸을 관찰해보라. 사대와 오온의 덩어리일 뿐이라.”
-「급고독 장자를 교화시키다(化給孤獨品)」, 『붓다차리타』
붓다는 장자에게 ‘세상을 바르게 보는 법’〔定見〕을 말씀하신다. 그 내용의 요지를 보면, 먼저 “고요함을 닦아라!”라며 마음을 고요히 하여,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하라고 하신다. 이는 선정을 말한다. 그렇게 익히면 순차적으로 다음과 같이 된다. “항상 존재하는 것은 없다〔無常〕라는 것을 보게 되고, 그래서 고통인 줄 알고, 덧없고 괴로운 것은 ‘나’가 아님으로 보게 된다. 거기에 어찌 ‘나’와 ‘내 것’이란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즉,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의 삼법인의 진리를 보게 된다. 이를 통해,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원리를 가르쳐주신다. “모두는 공하여 나와 내 것이 없고/ 이 세간이 모두 다 환영이니, 마땅히 이 몸을 관찰해보라. 사대와 오온의 덩어리일 뿐이라.”
“‘세상을 바로 보아, 고통에서 벗어나라!”
위의 말씀 속에는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수행 요지가 함축되어 있다. 우선 고요한 마음(선정)을 확립한 뒤, 신념처(身念處) 수행(몸 관찰)을 하여, 수상행식(受想行識)이 환영임을 보고, 몸은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 요소를 보라고 하신다. 이것을 간략히 오온(五蘊)과 사대(四大)라고 직설하신다. “장자는 이 설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초과(初果)를 얻고, 번뇌가 걷히고 마음이 환히 열리어, 나를 비롯한 세상을 보는 바른 견해(정견定見)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슈라바스티에 머무소서. 토지는 풍족하고 안락합니다. 저는 이제 정사를 세우려고 하오니 가엾이 여기어 제 청을 받아주소서”라고 말한다.
(도판05 좌측) 급고독 장자, 바르후트 대탑 부조. (도판06 우측) 붓다 설법을 경청하는 급고독 장자, 산치 대탑의 부조.
이러한 급고독 장자와 붓다의 귀중한 인연은 초기 불교미술 속의 주요 주제로 등장한다. 바르후트 대탑의 기원정사의 조각 내용을 보면(도판05), 급고독 장자가 양 손에 정화수를 담은 주전자를 들고 있다. 그리고 붓다를 상징하는 보리수에 물을 부어 공양하고 있다. 붓다를 상징하는 보리수에 물을 주는 행위는, 붓다에게 승원을 보시하겠다는 약속을 완성한 상징으로 해석된다.
재물에 대한 바른 마음과 바른 쓰임새
붓다가 장자에게 가르침을 주신 내용을 초기 불전(『수닷따 경Sudattasutta』, 『이유경ādiyasutta』,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자 경Kusalokāmabhogīsutta』, 『웰라마 경Velāmasutta』등)에서 찾아보면, 그 내용들은, 장자가 큰 사업가인 만큼, 주로 재물과 보시에 대한 내용에 집중됨을 알 수 있다. 바른 욕망이란, 바른 재물이란, 바른 보시란 무엇인가? 바르게 재물을 구하는 마음과 재물의 바른 쓰임에 대해 계속적으로 장자에게 교화를 주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르침을 경청하는 급고독 장자의 모습을 산치 대탑의 부조(浮彫)에서 찾아볼 수 있다.(도판06) 기원정사의 풍경을 묘사한 이 장면에서는, 붓다가 즐겨 거주한 승원(코삼바 쿠티)으로서 (무불상 시대의) 붓다를 표현하고 있다.(도판06) 승원의 옆에는 붓다의 설법을 합장하고 경청하는 급고독 장자가 서 있다. 법구경 주석서에 의하면 장자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승원에 가서 설법을 들었다 한다.
맑혀진 사람을 덧없음 알아 재물을 내어 널리 은혜 베푸네/ 탐욕이 많은 이는 지키고 아끼고/ 다할까 두려워 쓸 데에 쓰지 않고/ 또한 덧없음을 두려워할 줄 모르다가/ 속절없이 잃게 되어 근심하고 후회하네.(중략) 그러므로 은혜로이 베푸는 것은 해탈의 인(因)인 줄 알아야 하네.
’음식을 보시 한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붓다는 기원정사를 건립한 장자의 용기와 슬기를 언급하며 그의 ‘보시의 공덕’을 칭찬하신다. 그리고 그것은 ‘해탈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수닷따 경』에서도 음식을 보시 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설하셨는데, 적절한 조건을 갖춘 보시는 반드시 베푼 사람에게 선업(善業)으로 돌아온다는 요지이다. “잘 제어된 분들에게 음식을 보시하고/ 적당한 때에 손수 음식을 보시하는 이는/ 받는 이에게 네 가지를 주게 되나니/ 수명과 아름다움과 행복과 힘이 그것이라./ 수명을 주고 힘을 베풀고 행복과 아름다움을 베푸는 사람은/ 태어나는 곳마다 긴 수명과 명성을 얻으리.” 즉, ‘음식을 보시하는 것’은 상대에게 ‘수명과 힘과 행복과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자 경』에는 “이러한 열 부류의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자들 가운데서, 정당한 방법으로 폭력을 쓰지 않고 재산을 모으고, 정당한 방법으로 폭력을 쓰지 않고 재산을 모은 뒤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고, 나누어 가지고, 공덕을 짓고, 재산에 묶이지 않고, 홀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위험을 보고, 벗어남을 통찰하면서 사용하는 이 사람이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이고 가장 뛰어나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고 가장 탁월하다."고 하시며, 재산을 여법하게 모으고 나눌 줄 알고, 무엇보다도 거기에 묶이지 않는 자가 가장 훌륭하다고 하신다.
”보시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장자여!“
어느 때 장자의 사업이 기울어 매우 어려운 지경이 있었다. 기원정사의 건립에 재산의 3분의 2를 소진하는 등의 이유로 파산한 것이다. 이에 보시하는 공양물도 매우 거칠어져서 장자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붓다는 보시의 마음에 대해 설하셨다.(이하, 『웰라마 경』과 한역 『수달다경須達多經』의 유사한 내용을 참조하여 요약함.)
세존께서 물으셨다. "거사의 집에서는 혹 보시를 행하는가?" 이에 장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집에서는 보시를 행합니다. 다만 좋은 것이 없어 거친 것밖에 할 수 없으니, 곧 겨 밥에 참깨국과 새앙나물 한 줌뿐입니다." 그러자 거친 것이나 거칠지 않은 것이나 모두 과보를 받게 된다고 붓다는 말씀하신다. 그 과보의 기준은 그 보시 안에 상대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정성심’이 있냐 없냐이다. “장자여, 거친 것을 보시하든 뛰어난 것을 보시하든 존중하면서 보시하고, 존경하면서 보시하고, 자기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소중히 여기면서 보시하고, 보시의 과보가 온다는 견해를 가지고 보시하면, 어떤 곳에서 그에게 그런 보시의 과보가 생길 때 그의 마음은 훌륭한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기울고, 훌륭한 의복을 즐기는 것으로 기울고, 훌륭한 탈 것을 즐기는 것으로 기울고, 다섯 가닥의 훌륭한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것으로 기웁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이나 아내나 하인들이나 심부름꾼들이나 일꾼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고, 귀 기울이고, 그가 한 말을 잘 알아서 마음에 새깁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장자여, 이것은 존중하면서 한 업들의 과보 때문입니다."라고 장자의 참담한 마음을 다시 환하게 밝혀 주신다. 반대로, 존중하는 마음 없이 보시할 경우, 마음이 거친 쪽으로 기울며, 주변인들의 공경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법구경』에는 그의 사업이 지금은 기울었지만, 그의 선업 공덕의 과보가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게송을 찾을 수 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거사의 집에서는 혹 보시를 행하는가?" 이에 장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집에서는 보시를 행합니다. 다만 좋은 것이 없어 거친 것밖에 할 수 없으니, 곧 겨 밥에 참깨국과 새앙나물 한 줌뿐입니다." 그러자 거친 것이나 거칠지 않은 것이나 모두 과보를 받게 된다고 붓다는 말씀하신다. 그 과보의 기준은 그 보시 안에 상대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정성심’이 있냐 없냐이다. “장자여, 거친 것을 보시하든 뛰어난 것을 보시하든 존중하면서 보시하고, 존경하면서 보시하고, 자기 손으로 직접 보시하고, 소중히 여기면서 보시하고, 보시의 과보가 온다는 견해를 가지고 보시하면, 어떤 곳에서 그에게 그런 보시의 과보가 생길 때 그의 마음은 훌륭한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기울고, 훌륭한 의복을 즐기는 것으로 기울고, 훌륭한 탈 것을 즐기는 것으로 기울고, 다섯 가닥의 훌륭한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것으로 기웁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들이나 아내나 하인들이나 심부름꾼들이나 일꾼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고, 귀 기울이고, 그가 한 말을 잘 알아서 마음에 새깁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장자여, 이것은 존중하면서 한 업들의 과보 때문입니다."라고 장자의 참담한 마음을 다시 환하게 밝혀 주신다. 반대로, 존중하는 마음 없이 보시할 경우, 마음이 거친 쪽으로 기울며, 주변인들의 공경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법구경』에는 그의 사업이 지금은 기울었지만, 그의 선업 공덕의 과보가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게송을 찾을 수 있다.
악의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자도 행운을 누린다.
악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악인은 죄악을 받는다.
악한 자도 행운을 누린다.
악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악인은 죄악을 받는다.
선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선한 자도 고통을 겪는다.
선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선인은 공덕을 누린다.
『법구경 119, 120』
선한 자도 고통을 겪는다.
선의 열매가 익으면
그때 선인은 공덕을 누린다.
『법구경 119, 120』
(도판07) 왕사성·사위성·카필라성 등, 붓다의 주요 무대가 된 도시의 지도
‘제따 숲’을 얻기 위한, 장자의 한 판 승부
붓다의 가르침에 마음이 크게 밝아지고 환해지는 경험을 한 장자는 코살라국으로 돌아가 정사의 터를 물색한다. 붓다께서 머무실 장소로, “도시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사람들이 오가기 쉬우며, 고요하면서 명상하기 좋은 곳”으로는, 제따 태자 소유의 숲(제타숲)이 적격이었다.
하지만 태자는 숲을 보배로 아껴, 팔 생각이 없었다. “비록 황금으로 가득히 펴서 깐다고 한들 그 땅을 가질 수 있겠느냐”라는 태자의 말에, 장자는 기뻐하여 바로 황금을 가져다가 두루 땅에 깔기 시작한다. 물론 태자는 팔 생각이 없었으니, 이 말을 농담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실제로 그것을 이행하기 시작한다. 이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태자는 화를 낸다. “나는 주지 않았는데 너는 어찌 금을 내 땅에 깔고 있는가?” 이에 장자는 “주지 않을 것이면, 어찌 황금으로 채우라 했는가?”라며 맞선다. 급기야 그 다툼은 재판관에게 까지 가게 되었는데, 재판관은 일단 가격을 정했으므로 매매가 성립된 것으로 판결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태자는 숲을 보배로 아껴, 팔 생각이 없었다. “비록 황금으로 가득히 펴서 깐다고 한들 그 땅을 가질 수 있겠느냐”라는 태자의 말에, 장자는 기뻐하여 바로 황금을 가져다가 두루 땅에 깔기 시작한다. 물론 태자는 팔 생각이 없었으니, 이 말을 농담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실제로 그것을 이행하기 시작한다. 이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태자는 화를 낸다. “나는 주지 않았는데 너는 어찌 금을 내 땅에 깔고 있는가?” 이에 장자는 “주지 않을 것이면, 어찌 황금으로 채우라 했는가?”라며 맞선다. 급기야 그 다툼은 재판관에게 까지 가게 되었는데, 재판관은 일단 가격을 정했으므로 매매가 성립된 것으로 판결을 내리게 된다.
(도판08) (도판09)의 부분, 황금을 가져다가 바닥에 깔기 시작하는 급고독 장자. 우측의 인물이 어깨에 한 가득 벽돌 무더기를 나르고 있는 듯 보이는 데, 이것은 벽돌이 아니라 금화 무더기이다. 좌측으로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금화 보따리를 풀어 제따 태자의 숲 바닥에 이것을 깔고 있다.
(도판09) <급고독 장자와 기원정사>, 보드가야 출토 부조. 급고독 장자(Anathapindika)는 태자로부터 숲을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태자는 거절한다. 장자의 집요한 청원에 태자는 금으로 숲 바닥을 덮으면 팔겠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장자는 이에 동의하고,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장자가 거의 전 재산을 털어도, 그가 마련한 황금으로는 숲의 대문 정도 밖에는 커버할 수 없었다고도 전한다. 바위에 계란 치기하듯 자칫 무모해 보이는 행위이지만, 그 속에는 간절함이 절절히 묻어 나온다. 장자가 그렇게 까지 하는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정사를 만들어 붓다와 그 제자들에게 공양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에 태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장자의 정성에 감복하게 된다. 그리고 땅을 팔게 된다. 이에 태자는 “단지 황금의 반만 받고 화해를 구하고 정사 건립에 함께 하자”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너는 땅으로 나는 숲으로/ 공동으로 함께 부처님께 공양하자!”라며 정사 건립에 들어가는 모든 목재를 제공하게 된다.
(도판10) 황금을 가져다 깔고 있는 급고독 장자에게 제따 태자가 동업하자는 제안을 하는 모습. 급고독 장자가 금화를 가져다가 숲의 입구를 덮기 시작한다. 금화가 모자라자 장자는 더 많은 금화 조각을 가져 오라는 명령을 한다. 그 강건한 결의에 감동을 받은 제따 태자는 그 공덕을 나누자며, 남은 땅을 기증하고 사원을 건축할 것을 제안하며, 목재를 공급한다. (도판13의 부분)
(도판11 좌측) 금화로 정원의 표면을 바쁘게 덮고 있는 장면. 금화는 사각형 한에 동그란 원을 그려 표현하였다. (도판12 우측) 소가 끌고 온 수레에서 금화를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판13의 부분)
(도판13) <급고독 장자와 기원정사의 건립> 부조, 바르후트 대탑, 125–75 BCE.
본 부조(도판13)는 급고독 장자(아나타핀디카Anathapindika)의 위대한 불교 승원(비하라 Vihara) 설립 이야기를 여실하게 잘 보여 주고 있다. 앞 공간에는 소가 끄는 수레가 있고 이 수레에서 벽돌 무더기로 보이는 것을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벽돌 무더기가 아니라 금 덩어리 블록이다. 금덩이를 우차에서 내리고 있는 사람은 급고독 장자 본인이다. 불교미술에서는 한 사람의 움직임 또는 이동을 표현할 때, 동일 인물을 여러 번 반복하여 묘사하여 그 움직임 및 행위를 표현하곤 한다. 이 작품 및 이하 산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행위를 보고 놀라고 또 감동한 제따 태자가 우차 왼쪽에 서 있다. 제따 태자는 장자에게 자신도 돕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제따 태자의 복장은 윗 가슴에 반원형 옷 깃 문양을 둘러 어깨에 걸치고 있어, 장자의 장식 없는 옷과 구분된다. 부조의 (정면에서 보아) 좌측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금을 까는 행위에 놀라 도착한 제따 태자와 그의 군중들이다. 가장 앞 쪽의 제따 태자는 합장을 하고 있다. 부조의 한 가운데에는 정화수 주전자를 들고 보리수에 물을 붓고 있는 형상의 장자가 비교적 크게 조성되었다.(도판05) 붓다를 상징하는 보리수에 물을 줌으로써 보리수는 무럭무럭 성장하게 된다. 기원정사를 건립하여 붓다에게 안온한 거처를 마련하여, 붓다의 설법이 꽃피게 만들어준 장자의 보시행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아름다운 조형이다.
장자는 땅으로 태자는 숲으로/ 사리불에게 감독을 맡기어/ 경영하기 시작하여 정사를 세우는데/ 밤낮 쉬지 않아 어느새 이루어졌네./ 높이 드러난 훌륭한 장엄은/ 마치 네 하늘의 궁전 같았네!
이렇게 해서 건립된 기원정사(제따와나)는 불교 사원이자 불교 승원은 현재에도 가장 유명한 불교 유적지 중에 하나이다. 이곳에서 붓다는 인생의 하반기의 대부분을 보내시게 된다. 45안거 중에 19안거를 보내시며, 현전하는 대부분의 설법을 행하신다. 붓다가 가장 오랜 기간 머문 곳이니 만큼, 붓다의 체취가 가장 많은 곳이라 하겠다. 아직도 많은 승려들이 찾아와 여기를 청소하고, 또 여기에서 자리를 잡고 명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이곳은 건물 및 행랑 기단 부분과 우물터 등만 남아, 그 장엄했던 규모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도판04)
(도판14) 현재 기원정사의 모습 일부, 슈라바스티. 인도.
(도판15) 붓다의 주된 거처이자 설법처①, 간다쿠티(Gandhakuti), 기원정사.
(도판16) 붓다의 주된 거처이자 설법처②, 코삼바쿠티(Kosambakuti), 기원정사.
기원정사의 어원, 급고독 장자의 제따 태자의 합작
제따와나(jetavanā)는 기원정사(祇園精舍)라는 명칭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제따와나는 제따(衹陀: jeta) 태자의 숲(와나:vana)이란 뜻인데, 본래는 명칭은 제따와나 아나타삔다스야라마(jetavanā-anāthapiṇḍasyārāma)에서 왔다. 제따 태자 숲에 급고독 장자가 승원(ārāma 원림)을 조성했다는 뜻이다. 이것을 고스란히 한문 명칭으로 옮기면 기수급고독원정사(衹樹給孤獨園精舍)가 된다. 이를 줄여 ‘기원정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나타삔디까(Anāthapiṇḍika)는 급고독(給孤獨)으로 번역되었는데, 그 뜻을 직역하면 ‘고독한 이들에게 보시하다’이다. 제따와나는 영어권에서는 ‘아나타빈디까의 원림(Anāthapiṇḍika’s Park)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장자에 대해서, 경전에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한량없고 널리 보시하여 가난한 이들을 구제했기에 급고독이라 불리었네.(名曰給孤獨 巨富財無量 廣施濟貧乏)”라고 쓰여 있다. 즉, 아무도 돌보아줄 이가 없는 환과고독(홀아비·과부·고아·독거노인 등 무연고자들을 일컫는 용어)을 위해 큰 보시를 하였기에, 사람들이 장자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슈라바스티(Sravasti. 舍衛城)의 큰 부자인 그의 본명은 수다타(또는 수닷따, Sudalta)인데,『팔상록八相錄』(조선시대 석가모니 일대기를 편집해놓은 경전) 등의 한문경전에서는 수달다(須達多) 또는 수달장자로 표기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ㆍ사진: 강소연(불교문화재학 전공ㆍ중앙승가대학 교수)
<필자 소개>○강소연: 중앙승가대학 교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조계종 국제위원, 문화창달위원회 위원, 전통사찰보존위원회 위원 등. 30년 간 오로지 불교문화재를 연구한 베테랑 학자. (경력)홍익대 겸임교수(10년 근속),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BK연구원, 동국대 불교학과 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조선일보 공채 전임기자, 대만 국립중앙연구원 역사어언연구소 장학연구원, 교토대학 대학원 연구조교 역임. (수상)일본 최고 명예학술상 ‘국화상’ 논문상, 불교소장학자 ‘우수논문상’. (저서)『명화에서 길을 찾다-매혹적인 우리 불화 속 지혜-』(시공아트), 『사찰불화 명작강의』(불광출판사), 『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부엔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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