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봉규 작가의 山門
우봉규 작가《山門, 서울을 따라 간 산사들8》
우봉규 2020-03-03 (화) 10:48
그림 황명라. 원시반본 (原始返本)6, 2018, 종이 위에 혼합재료, 91.0 x 116.8cm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서울, 서울이 이 나라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는 적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우리는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외관으로 살펴본다면 우리의 터전이 한반도 일원에만 국한되어졌고, 우리의 역사가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내부의 귄력다툼으로만 치달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깊고 넓은 불교철학 대신 지극히 편협하고 현실적인 유교의 속박을 스스로 짊어졌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던 사상체계를 잃어버린 것이다.
좌절의 서울시대에 떠오른 청룡
현실을 풍요롭게 하는 이상이 없어진 자리에 우리를 왜소하게 만드는 사대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서울 6백 년은 한편으론 대견한 일이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운 일이다. 한 번도 밖으로 날아오르지 못한 좌절의 서울시대, 6백 년의 긴 세월은 안타깝게도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온 가난의 세월이었다고 하면 잘못된 말일까?
그러나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아무도 탓할 수가 없다. 역사는 결코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손톱만한 자신들의 이기만을 위해 내달렸던 우리 선조들의 그릇된 입신양명 의식이 끈질기게도 '작은 중화(中華)' 조선 6백 년을 잘도 지탱해 주었던 것이다. 몇몇, 아주 극소수 사람들이 그 허망한 인습의 벽을 깨기 위해 깃발을 흔들었으나 그것은 언제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청계사를 찾는다. 머리를 덧씌운 멍에를 거침없이 벗어던진 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모두 올망졸망 자신들이 바라보는 동그란 하늘만을 전체 하늘이라고 탁상공론을 할 때, 결코 저것만이 하늘이 아니라고 일갈하며 좁은 우물 속을 뛰쳐나온 이, 경허. 그가 처음 출가삭발을 했던 곳, 청계사(淸溪寺)-.
그곳을 찾기로 하였다. 물론 서울이라는 거대 유교도성의 변두리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청계사라는 작은 절이 우리 불교를 떠받친 적지 않은 의미도 반추할 겸.
그러나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아무도 탓할 수가 없다. 역사는 결코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손톱만한 자신들의 이기만을 위해 내달렸던 우리 선조들의 그릇된 입신양명 의식이 끈질기게도 '작은 중화(中華)' 조선 6백 년을 잘도 지탱해 주었던 것이다. 몇몇, 아주 극소수 사람들이 그 허망한 인습의 벽을 깨기 위해 깃발을 흔들었으나 그것은 언제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청계사를 찾는다. 머리를 덧씌운 멍에를 거침없이 벗어던진 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모두 올망졸망 자신들이 바라보는 동그란 하늘만을 전체 하늘이라고 탁상공론을 할 때, 결코 저것만이 하늘이 아니라고 일갈하며 좁은 우물 속을 뛰쳐나온 이, 경허. 그가 처음 출가삭발을 했던 곳, 청계사(淸溪寺)-.
그곳을 찾기로 하였다. 물론 서울이라는 거대 유교도성의 변두리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청계사라는 작은 절이 우리 불교를 떠받친 적지 않은 의미도 반추할 겸.
청계사(淸溪寺)(사진. 염정우 기자)
시흥시에서 가는 길, 그러니까 서울과는 반대 방향이다. 서울, 과천, 성남으로 갈라지는 안양의 인덕원 사거리를 지나고, 또 서울구치소를 조금 벗어나자 버스의 종점 청계에 이르렀다. 청계산(淸溪山).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를 따라 걸쳐있는 높이 618미터의 산. 서쪽에 위치한 관악산과 함께 서울의 남쪽 방벽을 이루는 산이다. 망경대, 국사봉, 옥녀봉, 청계봉 등 여러 산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산정에서 청룡이 승천하였다고 하여 청룡산이라고 불렸다.
그 청룡을 경허(鏡虛) 스님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전설' 예전 성철(性澈) 종정의 입적 때 모든 신문은 이런 표제를 달았다. 그렇다면 경허 스님은 '우리의 마지막 전설'로 불려야 한다. 우리 불가에서는 잊을 수 없는 이름, 지울 수 없는 이름, 기인 경허 스님의 출가 초행 흔적을 찾기 위해 그 청계산을 오른다.
성철 종정의 삶이 어째서 그리 많은 사람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면 반드시 경허 스님의 삶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성철, 경허 두 스님 모두 굵은 삶[生], 빈손[無所有], 불타는 구도열[勇猛精進]은 한치의 다름이 없다.
경허 스님이 처음 출가삭발을 한곳이 청계산의 청계사다. 물론 지금의 청계산은 기록으로는 모두 시흥의 관악산으로 되어 있다
그 청룡을 경허(鏡虛) 스님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 시대의 마지막 전설' 예전 성철(性澈) 종정의 입적 때 모든 신문은 이런 표제를 달았다. 그렇다면 경허 스님은 '우리의 마지막 전설'로 불려야 한다. 우리 불가에서는 잊을 수 없는 이름, 지울 수 없는 이름, 기인 경허 스님의 출가 초행 흔적을 찾기 위해 그 청계산을 오른다.
성철 종정의 삶이 어째서 그리 많은 사람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면 반드시 경허 스님의 삶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성철, 경허 두 스님 모두 굵은 삶[生], 빈손[無所有], 불타는 구도열[勇猛精進]은 한치의 다름이 없다.
경허 스님이 처음 출가삭발을 한곳이 청계산의 청계사다. 물론 지금의 청계산은 기록으로는 모두 시흥의 관악산으로 되어 있다
돌길은 일천 언덕에 다 이르고
향 연기는 방안에 맑게 피어오른다.
객이 찾아와 차 끓이기를 구하고
스님은 앉아 스스로 경전을 뒤적인다.
나무는 늙었으니 어느 해에 심었는고
종은 쇠잔하니 한밤중의 소리로다.
공을 깨달아 인사를 끊었으니
높이 누워 무생함을 즐거워하노라.
향 연기는 방안에 맑게 피어오른다.
객이 찾아와 차 끓이기를 구하고
스님은 앉아 스스로 경전을 뒤적인다.
나무는 늙었으니 어느 해에 심었는고
종은 쇠잔하니 한밤중의 소리로다.
공을 깨달아 인사를 끊었으니
높이 누워 무생함을 즐거워하노라.
조선 초 뛰어난 시인이었던 변계량(卞季良)이 청계산을 찾아 남긴 시다. 그러나 당연히 돌길은 없다. 겉보기에는 맑아 보이는 계곡의 물들은 꽁꽁 언 채로 숨을 죽이고 있다. 나무들도 모두 죽은 것만 같다.
유 · 불전을 두루 섭렵하고 23세 때 대강백의 자리에
유 · 불전을 두루 섭렵하고 23세 때 대강백의 자리에
청계사 극락보전(사진. 염정우 기자)
경허 (鏡虛 : 1849~1912).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큼 기실 그의 행적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물론 인구에 회자된 만행(萬行)이 그가 가지고 있던 사상의 깊이와 불도의 넓이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원효 이래로 그만큼 많은 일화를 가지고 있는 스님도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찾아가는 청계사에 얽힌 일화는 하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청계사는 스님이 아홉 살 때 들어와 열네 살 때 동학사로 갈 때까지의 시간뿐이다. 그러나 그 유년의 기간이 그의 전 생애를 좌우했음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청계사는 경허 스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럼으로 우리 불가에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정하여 그가 우리 불가에 없었다면? 작금 불교가 가지고 있는 이만한 입지조차 우리는 마련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청계사는 본의 건, 본의가 아니 건 간에 오늘 우리 불교의 은사(恩寺)다.
경허 스님이 어째서 그 어린 나이에 불문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는 1849년 8월 24일 전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아홉 살 때 아버지 송두왕이 죽자 어머니 박 씨 부인의 손을 잡고 청계사에 입산하여 계허대사(桂虛大師) 밑에서 출가자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의 형도 공주의 마곡사(麻谷寺)에 출가한 것을 보면 대대로 불연이 깊은 집안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진짜였는지 혹은 나중에 붙여진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태어난 지 꼭 3일 만에야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출생 초기부터 어떤 신이(神異)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 것이다.
청계사에서의 행자생활은 어린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었지만 그는 남다르게 기골이 장대하였다. 그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강건함으로 산중 생활에 익숙해 갔다. 한 해, 두 해‥‥‥‥
드디어 그에게 문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의 나이 열네 살 때 박처사라는 사람에게서 그는 글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다음부터 그에게 걸리는 것은 없었다. 하나를 익히면 능히 열을 아는 총명함으로 그는 일찌감치 계허대사의 심중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마침내 계허대사가 퇴속하면서 동학사(東鶴寺)에 있는 만화 강백(萬化講伯)에게 천거했다. 그는 만화 강백 밑에서 불경은 물론 유전(儒典), 노장(老莊)까지 두루 섭렵하여 스물세 살 때 동학사 강원 강사로 추대되었다.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진 대로 한국불교의 법등(法燈)이었다.
그를 따르는 수많은 학인들이 구름 떼처럼 동학사로 몰려들었다. 만공(滿空) 스님, 혜월(慧月) 스님, 한암(漢岩) 스님, 수월(水月) 스님 등의 뛰어난 제자를 남긴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큼 기실 그의 행적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물론 인구에 회자된 만행(萬行)이 그가 가지고 있던 사상의 깊이와 불도의 넓이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원효 이래로 그만큼 많은 일화를 가지고 있는 스님도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찾아가는 청계사에 얽힌 일화는 하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청계사는 스님이 아홉 살 때 들어와 열네 살 때 동학사로 갈 때까지의 시간뿐이다. 그러나 그 유년의 기간이 그의 전 생애를 좌우했음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청계사는 경허 스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럼으로 우리 불가에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정하여 그가 우리 불가에 없었다면? 작금 불교가 가지고 있는 이만한 입지조차 우리는 마련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청계사는 본의 건, 본의가 아니 건 간에 오늘 우리 불교의 은사(恩寺)다.
경허 스님이 어째서 그 어린 나이에 불문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는 1849년 8월 24일 전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아홉 살 때 아버지 송두왕이 죽자 어머니 박 씨 부인의 손을 잡고 청계사에 입산하여 계허대사(桂虛大師) 밑에서 출가자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의 형도 공주의 마곡사(麻谷寺)에 출가한 것을 보면 대대로 불연이 깊은 집안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진짜였는지 혹은 나중에 붙여진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태어난 지 꼭 3일 만에야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출생 초기부터 어떤 신이(神異)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 것이다.
청계사에서의 행자생활은 어린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었지만 그는 남다르게 기골이 장대하였다. 그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강건함으로 산중 생활에 익숙해 갔다. 한 해, 두 해‥‥‥‥
드디어 그에게 문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의 나이 열네 살 때 박처사라는 사람에게서 그는 글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다음부터 그에게 걸리는 것은 없었다. 하나를 익히면 능히 열을 아는 총명함으로 그는 일찌감치 계허대사의 심중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마침내 계허대사가 퇴속하면서 동학사(東鶴寺)에 있는 만화 강백(萬化講伯)에게 천거했다. 그는 만화 강백 밑에서 불경은 물론 유전(儒典), 노장(老莊)까지 두루 섭렵하여 스물세 살 때 동학사 강원 강사로 추대되었다.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진 대로 한국불교의 법등(法燈)이었다.
그를 따르는 수많은 학인들이 구름 떼처럼 동학사로 몰려들었다. 만공(滿空) 스님, 혜월(慧月) 스님, 한암(漢岩) 스님, 수월(水月) 스님 등의 뛰어난 제자를 남긴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문둥이 여인을 품에 안은 이야기, 어쩌면 너무도 유명 한 이 일화 하나로 경허 스님은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였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 그가 가지고 있던 그 무서운 구도가 사실은 어떻게 인간을 사랑함으로써 인간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 두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후로 경허 스님에게는 고통이 왔다. 그 여인이 남기고 간 피부병은 눈을 감는 날까지 경허 스님을 떠나지 않았다.
"닭똥으로 소주를 다려 개고기와 곁들여 드십시오.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이것이 발단이 되어 그는 무서울 정도로 주량(酒量)과 육량(肉量)이 늘어갔다. 전국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선풍(禪風)을 진작시킨 그가 갑자기 유랑 행각에 나서는 것은 그의 나이 쉰 여섯 살 때였다. 월정사와 석왕사의 법문을 끝으로 그는 절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함경도의 두메 산수(山水), 갑산(甲山), 장진(長津)을 떠돌며 때로는 마을 아이들의 훈장으로, 때로는 유랑걸인으로, 때로는 많은 선비들과 우정을 나누는 유한시인으로 남은 생애를 보내다가 그의 나이 예순네 살 때인 4월 25일 갑산에서 흘연히 열반에 들었다.
"닭똥으로 소주를 다려 개고기와 곁들여 드십시오.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이것이 발단이 되어 그는 무서울 정도로 주량(酒量)과 육량(肉量)이 늘어갔다. 전국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선풍(禪風)을 진작시킨 그가 갑자기 유랑 행각에 나서는 것은 그의 나이 쉰 여섯 살 때였다. 월정사와 석왕사의 법문을 끝으로 그는 절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함경도의 두메 산수(山水), 갑산(甲山), 장진(長津)을 떠돌며 때로는 마을 아이들의 훈장으로, 때로는 유랑걸인으로, 때로는 많은 선비들과 우정을 나누는 유한시인으로 남은 생애를 보내다가 그의 나이 예순네 살 때인 4월 25일 갑산에서 흘연히 열반에 들었다.
"경허 스님에 관한 흔적은 청계사에 아무것도 없어요. 뭐 워낙 어릴 때 있었으니까. 이따금 무슨 연구소나 불교잡지에서 찾아오곤 하지만 그때마다 할 말이 없어요. 단지 지금의 극락보전에서 기거했다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청계사의 주지 스님은 난처한 듯이 웃었다. 경허 스님이 살았던 흔적, 그래서 극락보전을 사진에 넣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극락보전 앞에는 사진을 찍을만한 공간이 없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빈터란 빈터는 모두 쇠기둥으로 된 천막이 처져있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바짝 카메라를 갖다 댔지만 허사였다.
청계사의 주지 스님은 난처한 듯이 웃었다. 경허 스님이 살았던 흔적, 그래서 극락보전을 사진에 넣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극락보전 앞에는 사진을 찍을만한 공간이 없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빈터란 빈터는 모두 쇠기둥으로 된 천막이 처져있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바짝 카메라를 갖다 댔지만 허사였다.
(사진. 염정우 기자)
그러나 진정한 경허 스님의 흔적은 대웅전이나, 요사채나, 그가 기거했다는 극락보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청계사에서 내려다보는 저 산줄기, 그 산줄기를 넘어가는 구름과 마음껏 달려드는 바람, 그리고 절 뒤꼍에 서 있는 늠름한 소나무와 키 작은 산죽들 사이에 있는 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 왔을 때와 또 다르게 변한 청계사, 사실대로 표현하자면 절이 아니라 약수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청계 종점에서 절까지 오르는 동안 겨우 겉치레로 아스팔트를 깐 좁은 도로에는 쉴 새 없이 차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절을 찾는 불자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던 순간도 잠깐, 청계사 아래 돌계단에 도착했을 때는 온통 물통의 천지였다. 예상했던 대로 옥수 같았던 극락보전 앞의 물은 말라 있었다. 물을 찾는 중생들을 위해 절마당의 물을 바깥으로 빼 준 스님들의 자비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이름대로의 청계사는 이제 없는 것이다.
경허 스님이 물짐을 지고, 나무를 했을 뒷산에 올랐다. 해서는 안 될 짓, 담배를 물었다. 원효 스님도 마찬가지였지만 경허스님 또한 태양같이 밝은 이면에 그만한 그림자를 우리 불가에 드리워 놓았다. 수많은 허울승들이 그들의 기행(奇行)을 모방하여 지금도 한심한 작태를 연출하고 있는 현실.
원효 스님과 경허 스님의 만행이 어째서 인구에 회자되는지를 그들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욕망으로 하여 기행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들의 파격 뒤에는 불타는 구도 의지와 대중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현재의 허울승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청계 종점에서 절까지 오르는 동안 겨우 겉치레로 아스팔트를 깐 좁은 도로에는 쉴 새 없이 차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절을 찾는 불자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던 순간도 잠깐, 청계사 아래 돌계단에 도착했을 때는 온통 물통의 천지였다. 예상했던 대로 옥수 같았던 극락보전 앞의 물은 말라 있었다. 물을 찾는 중생들을 위해 절마당의 물을 바깥으로 빼 준 스님들의 자비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이름대로의 청계사는 이제 없는 것이다.
경허 스님이 물짐을 지고, 나무를 했을 뒷산에 올랐다. 해서는 안 될 짓, 담배를 물었다. 원효 스님도 마찬가지였지만 경허스님 또한 태양같이 밝은 이면에 그만한 그림자를 우리 불가에 드리워 놓았다. 수많은 허울승들이 그들의 기행(奇行)을 모방하여 지금도 한심한 작태를 연출하고 있는 현실.
원효 스님과 경허 스님의 만행이 어째서 인구에 회자되는지를 그들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욕망으로 하여 기행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들의 파격 뒤에는 불타는 구도 의지와 대중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현재의 허울승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탄압과 핍박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
청계사 극락보전 현판(사진. 염정우 기자)
가버린 이름, 그러나 언제까지 살아있는 이름, 그 경허 스님의 입산사(入山寺)가 아니더라도 청계사는 수도권의 불자들이 한 번쯤은 찾아볼만한 통일신라시대의 고찰이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한켠에 이만한 산이, 그리고 이만한 사찰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받은 일이다.
창건 때의 사정에 관해서는 알 길이 없으나 대찰의 모습을 갖춘 것은 1284년 시중 조인규가 막대한 사재를 투입하여 중창하면서부터이다. 이 무렵부터 절에는 1백여 명이 넘는 수도승들이 상주하였고, 그 후 그의 자손들이 대대로 이 절을 지켜왔다.
조선 초에는 고려의 명신 이색과 조윤 등이 이곳에 입산칩거하였고 정송산은 두 왕실을 섬길 수 없다며 이곳에서 출가를 하기도 하였다. 이 무렵 이색과 변계량이 담긴 시가 오늘날까지도 전한다.
그리고 1407년 조정에서는 자복사(資福寺)로 이름하고 천태종으로 소속시켰다. 더욱이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1503년 연산군이 '도성 내 사찰 폐쇄령'을 내렸을 때 청계사는 봉은사(奉恩寺)를 대신하여 선종본찰의 역할을 담당하여 정법호지 도량이 되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선승들이 서울이라는 불무(佛無)의 땅을 피해 이곳에서 주처할수 있었다. 말 그대로 정법을 지키는 참도량이 되었다.
오로지 서울 중심으로만 형성된 6백 년 조선조의 잘못된 정신문화가 그래도 이만한 요량을 갖기까지 전국 각지의 수많은 사찰들이, 그 사찰 속에서 수행한 무수의 구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운이 풍전등화일 때도 자신들의 파벌 이기만을 위해 눈을 감았던 사림서원에 비견하면 우리 불교는 도리어 탄압과 핍박을 받으면서, 서울이라는 철옹성의 유교 도성과 멀어지면서 본래의 빛을 발하였다. 서울 정도 6백 년은 압살불교 6백 년의 기록이다. 정권안보의 희생양이 되어 무참하게 난도질당한 불교는 그러나 도성 밖 산산골골에 작지만 꺼지지 않는 법등을 밝혔다. 청계사 또한 그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까 경허 스님이라는 걸출한 선승을 배출하기 이전에 이미 청계사는 숨 쉬지 못하고 쓰러져가던 이 나라 선종의 중심부에 있었던 것이다. 비옥한 땅은 결코 주인을 속이지 않는다. 청계사는 우리에게 경허 스님이라는 튼실한 열매를 기를 수 있게 하였다.
향(香)!-청계사
그리고 경허 스님!
창건 때의 사정에 관해서는 알 길이 없으나 대찰의 모습을 갖춘 것은 1284년 시중 조인규가 막대한 사재를 투입하여 중창하면서부터이다. 이 무렵부터 절에는 1백여 명이 넘는 수도승들이 상주하였고, 그 후 그의 자손들이 대대로 이 절을 지켜왔다.
조선 초에는 고려의 명신 이색과 조윤 등이 이곳에 입산칩거하였고 정송산은 두 왕실을 섬길 수 없다며 이곳에서 출가를 하기도 하였다. 이 무렵 이색과 변계량이 담긴 시가 오늘날까지도 전한다.
그리고 1407년 조정에서는 자복사(資福寺)로 이름하고 천태종으로 소속시켰다. 더욱이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1503년 연산군이 '도성 내 사찰 폐쇄령'을 내렸을 때 청계사는 봉은사(奉恩寺)를 대신하여 선종본찰의 역할을 담당하여 정법호지 도량이 되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선승들이 서울이라는 불무(佛無)의 땅을 피해 이곳에서 주처할수 있었다. 말 그대로 정법을 지키는 참도량이 되었다.
오로지 서울 중심으로만 형성된 6백 년 조선조의 잘못된 정신문화가 그래도 이만한 요량을 갖기까지 전국 각지의 수많은 사찰들이, 그 사찰 속에서 수행한 무수의 구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운이 풍전등화일 때도 자신들의 파벌 이기만을 위해 눈을 감았던 사림서원에 비견하면 우리 불교는 도리어 탄압과 핍박을 받으면서, 서울이라는 철옹성의 유교 도성과 멀어지면서 본래의 빛을 발하였다. 서울 정도 6백 년은 압살불교 6백 년의 기록이다. 정권안보의 희생양이 되어 무참하게 난도질당한 불교는 그러나 도성 밖 산산골골에 작지만 꺼지지 않는 법등을 밝혔다. 청계사 또한 그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까 경허 스님이라는 걸출한 선승을 배출하기 이전에 이미 청계사는 숨 쉬지 못하고 쓰러져가던 이 나라 선종의 중심부에 있었던 것이다. 비옥한 땅은 결코 주인을 속이지 않는다. 청계사는 우리에게 경허 스님이라는 튼실한 열매를 기를 수 있게 하였다.
향(香)!-청계사
그리고 경허 스님!
그 후로 봉은사의 말사이던 것이 1965년 수원 용주사(龍珠寺)의 말사가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현재 절은 극락보전, 종각, 삼성각, 산신각. 수각과 세 동의 요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절의 유구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적기비를 비롯한 세 기의 비, 부도 등이 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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