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버지와 약속했던 공양을 받기 위해 붓다는 제자들과 함께 왕궁에 도착했다. 숫도다나 왕과 고따미 왕비, 이복동생 난다 그리고 아들 라훌라가 붓다를 영접했다. 라훌라는 처음 만나보는 아버지를 대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색 가사를 걸친 아버지 붓다를 바라보며 어린 라훌라는 생각했다.
‘왜 아버지는 이런 식의 생활을 선택했을까? 왕궁에서 얼마든지 편안하고 호사스럽게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아버지는 저런 가사를 입고 거지처럼 음식을 구걸하러 바리때를 들고 다니시는 걸까?’
비록 라훌라의 나이가 지난 날 파종 축제 때 아버지 숫도다나 왕에게 <베다>의 의미를 묻던 싯다르타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그는 아직 당시의 싯다르타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았고,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졌던 자립 의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싯다르타가 떠나고 없는 동안 할아버지 숫도다나 왕은 어린 라훌라의 아버지 역할까지 대신 해왔다. 라훌라로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아버지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라훌라는 선뜻 아버지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엄청난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다가와서 안아주지 않았고, 그 자신 역시 아버지에게 달려가 매달리지도 못했다. 라훌라는 이런 어색함과 슬픔이 왠지 억울하게 느껴졌다. 만약 붓다가 그냥 아버지 싯다르타로 남아 있었더라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며, 라훌라 자신의 생활 또한 훨씬 만족스러웠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자들과 함께 준비된 자리에 앉고 나서야 붓다는 그 자리에 야소다라가 참석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붓다는 동정과 연민에 찬 눈길로 라훌라를 바라보았다. 내내 아버지를 주시하고 있던 라훌라는 막상 서로 눈이 마주치자 얼른 눈길을 돌려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쑥스러움과 주눅 같은 것이 그의 고개를 숙이게 했던 것이다.
붓다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태자 싯다르타와 붓다가 된 현재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붓다는 또 아들 라훌라의 심중에 피어나고 있는 곤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붓다는 공양을 마친 다음, 존재의 세 가지 특성(삼법인), 즉 고(苦), 무상(無常), 그리고 무아(無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이번 사끼야 족을 위한 법회를 주관하고 있는 숫도다나 왕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왕으로서 누리는 부귀와 영화는 영원한 것입니까, 아니면 유한한 것입니까?”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숫도다나 왕이 대답했다.

 

“무상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시적이며 변화하는 이 세계에서 인간은 영원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합니다. 왕이시여, 인간이 그와 같은 행복과 만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리둥절해진 숫도다나 왕이 붓다에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스승이시여. 행복과 불멸의 경지를 찾아 안락하고 즐거운 가정생활을 버린 당신께서는 영원한 행복과 불멸의 경지를 성취하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나는 물론 영원한 행복과 불멸을 찾아 출가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행복과 불멸은 처음 찾아 나섰던 그것과는 다릅니다.”

 

더욱 더 어리둥절해진 숫도다나 왕이 물었다.

 

“세존께서 발견한 것은 어떤 것입니까?”
“나는 인생의 본질, 즉 인간적 불행의 원인을 발견함으로써 마침내 그 불행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나는 죽음을 제거함으로써가 아닌 윤회와 재생으로 끌고 가는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불멸을 성취하였습니다.”
“스승이시여, 그렇다면 우리 모든 사끼야 족을 위한 자비심으로 부디 당신이 발견한 위대한 진리를 설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끼야 족 모두는 당신의 가르침을 간절히 원합니다.”

 

숫도다나 왕이 정중하게 청했다.  

 

“왕이시여, 인간계보다 열등한 축생계가 있습니다. 축생들의 성격은 대개 융통성이 없고 완고한 편입니다. 축생들은 주변 세계와 접촉할 때 거의 자동적으로 반응합니다. 반면 인간의 성격은 축생에 비해 월등하게 진화되어, 아주 정교하고 유연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세계와 접할 때 동물처럼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먼저 생각을 한 후에 결단을 내립니다. 이런 결단이 인간을 생존하게 하며, 위난으로 가득 찬 이 세계의 삶에 체계를 세우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무상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인간은 행복을 갈망하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며,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며 죽음을 피하려 합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하여 좀 더 많은 재물을 축적하려 합니다. 부유해졌을 때 인간은 자신의 부를 훔치려는 타인들의 기도(企圖)를 막아낼 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성채를 짓고 그 안에 자신의 쾌락과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한 갖가지 시설과 장치들을 만듭니다. 인간은 못과 샘, 꽃과 과일나무로 가득 찬 정원을 만들고, 자신의 향락을 위해 악사, 가수, 무희를 고용합니다. 늙으면 자신의 생명을 늘리기 위해 노구를 돌볼 최고의 의사를 찾습니다. 왕이시여, 이것이 인간의 성향에 따라 창조된 세계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제각기 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기 세계를 만듭니다. 사회의 최하위에 있는 노예로부터, 법을 보호하고 법으로써 전륜성왕에 오른 마하수다싸나와 같은 위대한 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성향에 따라 자기 세계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왕이시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인간의 성향으로 인하여 형성된 것들은 영원한 것입니까? 아니면 무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그렇게 유한한 것들은 만족스러운 것입니까, 혹은 불만스러운 것입니까?”
“만약 인간이 무상한 것 속에서 영원함을 찾는다면 그것은 결국 불만으로 끝날 것입니다.”
“무상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실재라거나, 당신의 영원한 자아, 혹은 영원히 당신에게 속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옳은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스승이시여.”
“이 육체와 가족과 나라가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은 옳은 것이겠습니까?”
“아닙니다.”
“바로 그와 같습니다. 왕이시여. 집착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나의 모든 성향들을 진정시키며, 모든 갈망과 미움과 미혹을 제거함으로써 나는 괴로움과 불만의 끝에 도달했습니다. 마치 흙탕물 속에서 자라는 연꽃이 물 밖으로 솟아올라 더러움에 젖지 않듯이, 나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은 채 있습니다. 물에 젖지 않은 채 시들어 갈 연꽃처럼, 목숨이 다할 때 나는 지혜로운 현자들과 괴로움으로부터 해탈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사라질 것입니다.”

 

이 설법이 끝나면서 숫도다나 왕은 자신의 무지와 자존심을 극복하고 입류과(入流果), 즉 미래세에 아라한이 될 예비 성자의 반열에 들어갔다.
밖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감히 남편 싯다르타와 대면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야소다라는 안으로 문을 잠그고 방안에 들어앉아 있었다. 야소다라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야소다라의 애매하고도 곤란한 입장을 헤아린 붓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숫도다나 왕에게 다가갔다. 대중 앞에서 자신을 만날 수 없는 야소다라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한 붓다는 부친에게 야소다라의 처소까지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붓다는 제자들 가운데 상수제자인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만을 대동하고, 아버지 숫도다나와 양모 고따미, 아들 라훌라와 함께 야소다라가 기거하고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야소다라의 방문 앞에 이르러 숫도다나 왕이 문을 두드렸다. 방문이 열리자, 붓다의 눈에 야소다라의 마음속에서 일어났던 것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방 한구석에서 울음을 삼키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다. 야소다라였다. 붓다가 들어서자 야소다라가 열린 문 한쪽으로 비켜섰다.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를 문밖에 기다리도록 하고 방안으로 들어선 붓다가 자리에 앉자 야소다라는 여러 해 동안 우울함과 어둠만이 드리웠던 자기 방이 마침내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차고 있는 것을 느꼈다. 방 구석구석은 물론 모든 가구들과 옛 추억이 담긴 집기들이 활기가 넘쳐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그것들은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야소다라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 없는 상태로 다가가고 있었다. 싯다르타와 함께 지냈던 몇 년 동안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마음속에 펼쳐졌다. 싯다르타와 처음 만났던 음악제,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자기의 집에 찾아왔던 싯다르타의 모습,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결혼식, 그리고 아기를 가졌을 때 싯다르타가 보여준 자상함과 사랑…. 재회의 감동과 함께 일어나는 갖가지 추억들이 쏟아지는 눈물을 더욱 부추겼다. 그녀는 엎드린 채 두 손으로 붓다의 발을 붙잡고 흐느꼈다. 보고 싶었다는, 왜 이리 늦게 왔느냐는 말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목에 걸린 울음만 신음처럼 토해냈다. 슬픔이 잦아들기를 기다릴 뿐 누구도 이런 야소다라를 말리지 못했다. 그 슬픔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붓다는 고요하고 침착하게 연민의 눈길로 야소다라를 지켜보았다. 눈물로 두 발이 흥건히 젖었지만 붓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 마침내 눈물을 멈춘 야소다라가 고개를 들어 붓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바라보는 옛 남편의 얼굴에 자비와 연민의 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등줄기로 서늘한 땀이 흘러내렸다. 야소다라는 다시 허리를 굽혀 손과 이마를 붓다의 발에 대어 경배한 후 천천히 일어섰다. 그들의 해후를 지켜보는 숫도다나 왕과 고따미 왕비, 라훌라는 마치 깎아 놓은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두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만이 그들이 돌덩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숫도다나가 맨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스승이시여, 당신이 떠나고 난 다음 몇 년 동안 야소다라는 고행자와 같은 생활을 해왔습니다. 당신이 삭발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며늘아기도 함께 삭발을 했고, 향수와 장신구의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당신이 맨땅에서 잔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불을 모두 치워버렸습니다. 남편이 출가한 후 다른 왕실에서 위로의 뜻으로 패물을 보내왔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또한 바루에 음식을 얻어 공양을 받는 남편을 따라서 정해진 시간에 질그릇에 담긴 음식만 먹었습니다. 모든 감각적인 즐거움을 버리고 궁중에 들어앉아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며느리 야소다라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즐거움은 라훌라를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야소다라의 이런 행동은 일시적인 감정에 따른 것도 아니며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야소다라의 눈물을 말없이 바라보던 붓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야소다라가 저를 보살피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던 것은 금생만이 아닙니다.”

 

그리고는 숫도다나 왕을 향해 말을 이었다.

 

“왕이시여, 감각적 즐거움이 주는 만족은 지극히 일시적인 것입니다. 거기에 집착함으로써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을 줄임으로써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어 붓다가 옛 아내 야소다라에게 연민어린 차분한 목청으로 말했다.

 

“야소다라, 당신은 내가 출가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큰 용기와 위대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출가하여 수행할 때에 당신의 순수한 마음, 우아한 몸가짐, 헌신적인 자세에 대한 기억은 커다란 격려와 힘이 되었습니다. 야소다라, 그런 용기와 정신력으로 이제 당신은 과거에 마음 아파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의 환상에서 벗어나, 당신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붓다는 이렇게 짧은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궁전의 본관에 있는 제자들과 합류했다. 붓다가 아래층에 내려왔을 때, 동생 난다가 붓다의 바리때를 들고 서 있었다. 붓다는 바리때를 난다 손에 그대로 들려둔 채 제자들과 함께 니그로다 동산으로 향했다. 붓다에게 바리때를 돌려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난다는 붓다의 제자들을 따라 나섰다. 난다가 궁전을 나설 때 그의 약혼녀 자나빠다깔야니가 다가와 조금은 불안한 어투로 귓속말을 했다.

 

“난다. 빨리 돌아와요. 꼭 와야 돼!”

 

난다는 니그로다 동산에 도착할 때까지 약혼녀의 느끼는 불안을 실감하지 못했다. 동산에 이르러 그는 바리때를 돌려주기 위해 붓다 앞으로 다가갔다. 배다른 동생 난다를 바라보며 붓다는 생각했다.
‘나는 출가 전 난다가 자라는 것을 보아왔었다. 난다의 성격은 유약하고 이기적이다. 제 스스로 온갖 것을 누리면서도 왕실의 하인들을 생각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충분하지 못했다. 이런 성정을 지닌 사람이 부왕의 뒤를 이어 사끼야 족을 다스리게 된다면 사끼야 족 전체에게 막대한 괴로움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그에게 업을 짓게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난다를 설득시켜 출가하도록 해야겠다.’

 

“난다!”

 

붓다가 위엄 있는 표정으로 동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대는 왕실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승단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난다는 말없이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사전 예고도 없이 불쑥 나온 말이었다.

 

“난다야, 내가 부끄러운가?”
“아닙니다. 이 세상 어느 사내가 형님, 아니 세존처럼 당당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잠시 바리때를 들고 탁발을 하는 세존을 수치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존의 당당한 눈빛과 걸음걸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가르치시는 모습을 보고, 곧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전 세상 누구보다 나의 형님, 세존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가? 난다야, 모든 탐욕을 떨쳐버린 삶은 참으로 당당한 것이다. 난다야, 모든 분노와 원망을 떨쳐버린 삶은 또한 안온하단다.”

 

붓다는 출가의 공덕과 과보를 난다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밝게 웃는 난다에게 붓다가 나지막이 물었다.

 

“난다야, 너도 비구가 되겠느냐?”

 

난다는 순간 빨리 돌아오라고 외치던 약혼녀 자나빠다깔야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즉시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난다에게 붓다가 재차 물었다.

 

“난다야, 너도 비구가 될 수 있겠느냐?”

 

붓다의 음성에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난다는 미처 앞뒤를 가려 따지거나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형님 싯다르타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된 작용이었다.

 

 

난다의 출가는 왕실 가족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숫도다나 왕은 무엇보다도 난다를 승단에 받아들인 붓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난다가 돌연 출가를 결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붓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으려 하지도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난다는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었고, 이미 오래 전에 싯다르타의 출가를 경험한 숫도다나 왕로서는 또 다른 아들 난다의 출가에 자신의 의지를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난다가 출가한 후 가장 심각한 혼란에 처하게 된 것은 이제 갓 일곱 살이 된 어린 라훌라였다. 그가 어머니 야소다라에게 물었다.

 

“어머니, 난다 삼촌이 아버지의 상가에 들어간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자기 형님으로부터 물려받을 게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라훌라야, 아마 너도 언젠가 난다 삼촌처럼 붓다를 계승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일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싯다르타가 자신을 위해 획득한 평온과 행복이 결국에는 모든 왕실가족에게 나누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야소다라가 대답했다. 라훌라는 어머니의 설명을 되뇌어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는 더 나은 무언가를 찾아 모든 재산과 편안한 삶을 버렸다. 삼촌 난다는 지금 나의 아버지께서 이룬 무엇인가를 얻으려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아버지에게 유산을 요구할 권리가 있을 것이다.’
라훌라는 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다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숫도다나는 난다의 출가를 기뻐하지 않았지만, 설마 어린 라훌라까지 붓다의 승단에 합류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라훌라는 수행자가 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를 만나려는 라훌라의 바람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라훌라에게 니그로다 동산에 머물고 있는 붓다를 방문하도록 허락하고, 왕궁의 경호원 한 사람을 지명하여 라훌라와 동행하도록 했다.
겨우 한 명의 경호원과 함께 니그로다 동산을 찾은 라훌라의 방문은 막 출가한 난다와 많은 수행자들에게도 의아스럽게 여겨졌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어린 라훌라는 할아버지 숫도다나 왕이나 어머니 야소다라를 따라왔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가오는 어린 라훌라를 바라보며 붓다는 자신의 아들이 단순히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들이 무언가를 요구해 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붓다 앞에 이른 라훌라가 또렷한 목청으로 말했다.

“세존이시여, 난다 삼촌은 당신의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인 저도 그 상속을 나누어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상속자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순간 붓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그런 식의 유산은 나에게 없다. 나는 무소유를 실천하는 출가수행자가 아니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붓다는 잠시 생각했다. ‘난다가 승단에 들어왔으니, 아버지 숫도다나가 생각할 수 있는 후계자는 라훌라일 것이다. 그러나 저 어린 라훌라에게 내가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훌라 역시 내가 줄 수 있는 재물이란 아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아이도 인간이 획득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재산, 행복을 성취하는 길을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온 아이를 세상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붓다가 어린 라훌라에게 말했다.

 

“라훌라야. 나에게는 금은보화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만약 네가 정신적인 보물을 갖고 싶다면, 그리고 그런 보물들을 지니고 살아갈 마음이 있다면, 나는 많은 것을 줄 수가 있다. 나의 정신적인 보물은 올바른 길(正道)이다. 너는 최고의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마음을 수련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으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훌라가 힘차게 대답했다.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붓다는 자신의 가장 뛰어난 제자인 사리뿟따를 불러 라훌라를 사미로 받아들일 것을 부탁했다. 사리뿟따는 라훌라를 데려가 삭발을 시키고 황색 가사를 입혔다. 니그로다 숲의 수행자들이 모두 우물가로 모여들어 라훌라의 머리에 물을 뿌려주며 진리의 왕, 붓다의 진리를 상속한 라훌라를 축하해주었다.
라훌라를 수행했던 경호원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고 감히 나서서 말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서둘러 왕궁으로 돌아가 숫도다나 왕에게 니그로다 동산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보고했다. 숫도다나 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싯다르타, 다음으로 난다, 이제 라훌라까지 자신을 떠나는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비록 붓다의 설법을 듣고 마음속 깊이 사리고 있던 자존심이 사라지고, 깨달은 사람으로서 붓다를 만날 때의 엄청난 기쁨에도 불구하고, 붓다의 방문은 언제부턴가 악몽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이제 자기 집안에 사끼야 족의 왕으로서 자신을 계승할 직계 존속은 아무도 없었다. 망연자실한 그는 즉시 붓다가 머무는 니그로다 숲으로 달려갔다. 허겁지겁 달려오는 할아버지에게 삭발하고 가사를 걸친 라훌라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바리때를 들어보였다. 그 모습을 본 숫도다나 왕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들의 무릎에 기대어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은 숫도다나 왕이었지만 끝내 터져 나오는 흐느낌은 제어할 수 없었다.

 

“스승이시여. 당신이 숲으로 떠났을 때, 내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빈자리를 채우려던 난다도 출가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아픔도 밤새 나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도 마지막 남은 손자 라훌라의 출가를 보는 지금의 아픔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저 어린 것마저 데려가 버리면 이 늙은이는 누굴 바라보고, 누굴 의지하란 말입니까?”

 

숫도다나 왕은 어린 아이처럼 애원했다. 그러나 붓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되돌려질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한 숫도다나 왕이 말했다.  

 

“스승이시여,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이미 나에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부모의 허락 없이 어린아이를 당신의 상가에 받아들이지 말아 주십시오.”

 

붓다는 거기에 동의했다. 그러나 라훌라의 생부로서 아들을 승단에 받아들인 자신의 결정을 철회할 필요는 없었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지금부터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소년의 출가를 금지하라고 분부했다. 붓다는 8일간의 고향 방문을 마치고 새로 출가한 비구들을 대동한 채 제자들과 함께 까삘라왓투를 떠나기로 했다.

 

 

난다와 라훌라의 출가, 그리고 이에 인해 숫도다나 왕이 실의에 빠졌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사끼야 족 전체로 퍼져나갔다. 붓다의 방문으로 인한 그들의 커다란 기쁨은 점점 남편이나 아들을 잃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출가수행자와 그들의 생활에 대한 사끼야 족의 평판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었다. 사끼야 족들의 마음을 알게 된 붓다는 더 이상 까삘라왓투에 머무르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야소다라의 부친 숩빠붓다는 붓다가 까삘라왓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딸을 버려두고 수행자의 길을 택한 싯다르타의 결정은 그를 격노시켰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딸의 외손자 라훌라에 대한 숫도다나 왕의 애정과 배려에 그는 다소 안심하게 되었었다. 애초 호방한 성격의 숩빠붓다는 이제 까삘라왓투의 어느 누구보다 붓다의 진가를 인정하고 두둔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니그로다 동산으로 붓다를 찾아가 예를 올리고 물었다.

 

“스승이시여, 제자들이 스승 세존의 가사를 마련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까삘라왓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스승이시여, 우리들처럼 세속에 살면서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처신은 어떤 것입니까?”

 

붓다는 자신에 대한 사끼야 족의 반응에 실로 착잡한 심경이었다. 그들은 마가다 국과 까시에서 이룬 붓다의 성공에 무척 기뻐했었다. 그토록 의기양양했던 것은 순전히 그들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가까이 붓다를 대하게 되었을 때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붓다가 다른 지방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을 때 사끼야 인들이 환호했다고 해서 그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숩빠붓다의 질문은 붓다가 무언가 사끼야 족 사람들과 관계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숩빠붓다여,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확신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들은 온몸으로, 말로, 그리고 온전한 마음으로 내 가르침을 실천합니다. 나의 가르침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미혹하지 않으며, 항상 깨어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을 한데 모아 산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슬기로우며 어리석지 않습니다. 숩빠붓다여, 어떻습니까?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며, 사띠를 놓치지 않고, 집중력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 맹신자가 되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숩빠붓다가 답변을 들은 붓다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신념, 정진, 사띠, 집중력, 그리고 지혜는 다섯 개의 기둥입니다. 그 위에 우리는 성공적이며 행복한 삶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게 없이는 잘 조화된 삶을 꾸려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삶의 길은 평탄하지 못하고 험난하며, 성공적일 수 없습니다. 결국 불행한 종국에 이를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어떻게 하면 무지한 자가 신념과 정진, 사띠, 집중력, 그리고 지혜를 갖추게 됩니까?”
“숩빠붓다여, 초심자가 이 다섯 가지를 일시에 얻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거기에 도달하는 것은 점진적인 과정과 방법, 점진적인 수행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올바른 지식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정보와 그렇게 받아들인 내용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그것이 발생한 길을 따라 숙고하여 정리함으로써 생겨납니다.”
“스승이시여,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숙고해야 합니까?”
“첫째로 숩빠붓다여, 깨달은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 사람은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어 존경할 만한가? 자기가 깨달았다거나 알았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여 행실이 훌륭한가? 속임수나 신통력 혹은 무언가 신비스러운 진리를 알았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그가 안다고 표명한 사실과 자기 행위가 일치함으로써 남들을 감화시키는가? 누군가 이렇게 숙고하고 그렇다고 알게 될 때, 그의 마음은 탐욕과 증오와 미혹에 압도당하지 않습니다. 깨달은 자에 대한 그의 태도는 바르고 솔직하게 됩니다. 솔직한 태도는 깨달은 이가 가르치는 내용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제대로 된 이해는 옳고 바른 행위로 이끌며, 그런 행위는 기쁨을 낳습니다. 기쁜 마음은 몸을 안정시키고, 육체가 평안할 때 마음은 더욱 쉽게 집중됩니다. 숩빠붓다여, 이게 바로 산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한갓된 삶을 지속하며, 미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비로운 삶을 살아가는 길입니다. 이게 바로 깨달은 사람, 붓다를 따르는 길입니다.”

 

붓다의 설법은 이어졌다.

 

“둘째로 그가 가르치는 교의에 귀 기울이고 이렇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 교의는 애매모호하지 않고 명료하게 설해진 것인가? 그것이 실제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며, 어떤 특정한 시대나 장소에 한정된 것은 아닌가? 그것은 입증될 수 있는 것이며, 목적을 지향하고 있고, 낱낱이 현자들에 의해 실현되는 것인가?’ 숩빠붓다여, 누군가 이렇게 숙고한 다음 그렇다고 인정하게 될 때, 그는 앞서 말한 이로움을 누리게 됩니다. 셋째로 그 제자들의 모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깨달은 이를 따르는 저 제자들의 행실은 고상하며, 솔직하고 바른가? 그들은 청정한 삶으로 사람들을 감화시키며 훌륭한 도의의 모범이 되는가?’ 넷째로 당신 스스로의 도덕적 자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 행위는 흠 없이 맑으며, 방종하지 않고, 현자들이 권장하는 것으로 독단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다섯째, 당신의 관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 생활이 이 사회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지옥과 같은 상태로 끌고 가는 가장 중대한 원인인 탐욕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는가? 낭비를 자제하며 사는가?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주고자 하는가?’ 이렇게 생각해 보아 그렇다고 인정될 때 앞서 말한 모든 이로움을 거두어들입니다. 숩빠붓다여! 이렇게 숙고함으로써 세속에 사는 범부도 점차 잘 조화된 삶을 영위하게 되며, 자신은 물론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숩빠붓다는 붓다의 설법에 큰 기쁨이 일었다. 그는 가정생활에 관한 갖가지 문제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러나 붓다를 친견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그는 존경의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이 때, 싯다르타의 양모 고따미가 깨끗하게 싼 한 벌의 가사를 들고 다가와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자들께서 당신의 가사를 준비하기에 바쁘며, 가사가 만들어지는 대로 까삘라왓투를 떠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새 가사는 당신이 출가한 뒤 내 손으로 실을 자아내고 베를 짜, 당신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스승이시여, 저를 위한 연민으로 부디 이 가사를 받아주십시오.”
“어머니, 그 가사를 상가에 주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우리 상가에 줄 때, 어머니께서는 나와 제자들 모두에게 함께 주는 것이 됩니다.”

 

고따미가 세 번이나 간청했으나 붓다의 대답은 한결같은 것이었다. 곁에 있던 숩빠붓다가 붓다가 가사를 받지 않는 이유를 깨닫고 붓다에게 말했다.
 
“스승이시여, 고따미가 올리는 가사를 받아주십시오. 고따미는 당신의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당신을 키운 이모이십니다. 어린 당신을 돌보아 양육했습니다. 고향에 오신 세존께서는 훌륭한 가르침으로 고따미에게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녀는 붓다와 붓다의 가르침, 그리고 붓다의 상가에 귀의하고, 당신으로부터 오계(五戒)를 받았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내 것이 아닌 것을 취하지 않으며, 부정한 행실을 피하고, 거짓말 하지 않고, 술이나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나태에 빠지지 않을 것을 다짐한 것입니다. 그녀는 또한 세존의 가르침과 교단에 대해 어떤 의구심도 갖지 않고, 온전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 가사는 이미 사적인 선물이 아니라, 붓다와 붓다의 상가 전체에 대한 상호 부조의 표시인 것입니다.”

 

붓다가 고따미의 가사를 거절한 것은 제자와 후원자들에게 개인적인 정분에 의해 제공되는 물건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출가수행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일러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숩빠붓다의 발언은 그 자리에 있던 고따미와 제자들에게 그녀의 가사 공양이 붓다 개인에 대한 편애라고 생각되지 않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네 가지의 보시가 있습니다. 이 보시가 청정하거나 혹은 불순하게 되는 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의해 결정됩니다. 주는 사람에 의해 청정해지는 보시가 있는가 하면, 받는 사람에 의해 청정해지는 보시, 주는 쪽과 받는 쪽 둘 모두에 의해 불순해지는 보시, 그리고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 의해 청정해지는 완전한 보시가 있습니다. 주는 사람이 선량하고 자비로운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받는 사람이 사악한 사람이라면, 그 보시는 주는 사람에 의해 청정한 것이 됩니다. 베푸는 사람이 사악한 사람임에도 받는 사람이 친절하고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그렇게 베풀어진 보시는 받는 사람에 의해 청정한 것이 됩니다. 주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도 사악한 사람이라면 베풀어진 것이 불순한 것이 되겠지만, 양쪽 다 선의와 자비심으로 주고 또 받는다면 그런 보시는 둘 모두에 의해 청정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상의 보시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모두의 선의에 의해 청정해지는 그런 보시입니다.”

 

설법에 만족한 고따미와 숩빠붓다는 붓다에게 기쁜 마음으로 경배하고 물러났다. 며칠 안에 제자들 모두가 가사를 장만했고, 붓다는 제자들과 함께 까삘라왓투를 떠나 라자가하로 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