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이룬 제자들이 세상에 진출하면서, 사끼야 족 출신 수행자 고따마 싯다르타가 스스로 해탈의 길을 발견하고 붓다가 되었다는 소문이 잠부디빠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마가다국의 빔비사라 왕과 까싸빠 3형제 등 마가다 국을 대표하는 종교지도자들이 붓다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이런 소문에 불을 붙였다. 실제로 그의 가르침은 빼어났고, 그가 주창하는 종교생활은 완벽하고 순수했다. 방랑수행자들과 바라문들이 붓다를 만나기 위해 라자가하로 모여들었다. 인생의 고뇌에 대한 해답을 찾아 헤매온 방랑수행자들에게 붓다의 가르침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수행생활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요가를 실행해온 그들 수행자로서는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평온과 평정을 획득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했다. 종전과 달리 붓다는 요가 심리학적 분석과 함께, 어떻게 하면 세계에 관한 극단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갈등과 고뇌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인간적 지식을 아주 상세하게 설파했다. 바라문들의 반응은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붓다의 가르침에 깊은 감명을 받아 제자가 되었으며, 다른 바라문 사제들은 자기네 종교를 부활시킬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붓다를 찾아왔다. 당시 바라문교는 의식주의에 대한 일반대중의 믿음이 약해지면서 점점 퇴보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많은 남녀 세속인들이 가정의 재난과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붓다를 찾아오기도 했다.  

 

우기(雨期)가 시작되고 있었다. 부득이 붓다는 고향 까삘라왓투 방문을 뒤로 미뤄야 했다. 대신 그는 고향에 돌아갈 때까지 자신의 가르침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관망하며 남부에 머물기로 했다.
붓다가 라자가하의 대나무 동산에 머물고 있는 동안 아싸지는 라자가하 시 일대를 돌며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었다. 아싸지가 라자가하 시가에 들어간 어느 날이었다. 탁발을 하고 있던 아싸지의 모습이 산자야 벨랏티뿟따의 제자 우빠띠싸라는 젊은 수행자의 눈에 띄었다. 평온한 모습으로 발우를 손에 들고 탁발을 위해 집집마다 돌고 있는 아싸지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은 우빠띠싸는 생각에 잠겼다. 처음 보는 수행자 아싸지의 외모와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빛, 고결하고도 차분한 행동은 너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평생 저와 같은 수도자의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저 분은 필시 아라한이거나 아니면 아라한이 되기 위해 수행하는 분임이 분명하다. 저분에게로 가서 아라한의 길을 물어봐야 되지 않을까?’ 그는 다시 생각했다. ‘지금 저 수행자는 탁발하러 가는 길이니 가서 질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구하는 자가 하는 법도대로 나도 저분의 뒤를 따라가는 좋겠다.’
우빠띠싸는 탁발을 마치고 식사를 위해 한적한 장소로 가는 아싸지의 뒤를 따라갔다. 우빠띠싸의 스승 산자야 벨랏티뿟따는 인간의 지식으로는 불확실성과 철학적 설명의 모호성을 완전하게 극복할 수 없으므로, 어떤 식의 질문에도 확정적인 대답을 피하는 회의론자였다. 우빠띠싸와 그의 친구 꼴리따는 오랫동안 산자야 벨랏티뿟따의 제자로 있으면서 언제부턴가 그의 가르침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구원의 가르침을 알려줄 수 없는 스승 밑에서 수행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우빠띠싸와 꼴리따는 크고 작은 수많은 마을과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구원의 길을 인도해줄 스승을 찾았다. 현명한 수도자나 브라만이 어디 있다는 소식을 듣기만 하면 두 청년은 언제나 그리고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들이 품고 있는 의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던 차였다.
두 친구는 혹시 새로운 사상을 접하거든 스승 산자야 벨랏티뿟따와 상의하기 전에 서로에게 먼저 알려주기로 약속하고 있던 터였다. 아싸지가 탁발을 마치고 공양을 하기 위하여 조용한 곳을 찾고 있을 때 그는 들고 다니던 방석을 놓아 자리를 마련하고 아싸지에게 앉기를 권했다. 그리고 그는 아싸지가 거기에 앉아서 식사를 다 마치자 자기 물통에서 물을 따라 올렸다. 우빠띠싸는 아싸지에게 스승에 대한 제자로서의 예의를 깍듯이 갖추었다. 아싸지가 공양을 마치자 두 사람은 예의에 맞게 인사를 공손히 나눴다. 우빠띠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벗이여, 당신께서는 내가 여태껏 보아온 수행자들과 매우 다릅니다. 참으로 평온해 보입니다. 안색도 맑고 밝아 보입니다. 당신은 어느 분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스승은 누구이며, 어떤 교설을 주장합니까?”
“벗이여, 사끼야 족의 후예로서 그 가문으로부터 출가하신 고따마 싯다르타라는 위대한 수행자가 계십니다. 그 분은 깨달은 사람, 붓다로 저의 스승이십니다. 나는 그분의 진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아싸지가 대답했다.
“그 분께서 가르치는 것은 무엇이며, 다른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과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우빠띠싸가 다시 물었다.

 

이런 질문을 받자 아싸지는 생각에 잠겼다. ‘이런 방랑하는 사문들은 흔히 붓다의 가르침에 반대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붓다의 가르침이 얼마나 심오한지를 이 젊은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싸지가 말했다.

 

“벗이여, 나는 수행의 길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히 붓다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의 가르침과 수행을 접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가르침, 즉 진리(법, 담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아싸지에 더욱 감동한 우빠띠싸가 다시 말했다.

 

“벗이여, 저는 우빠띠싸라고 합니다. 다만 얼마라도 당신의 법력이 미치는 한 알려 주십시오. 온갖 수단을 다하여 그 의미를 깨우치는 것은 저의 몫이 될 것입니다. 말씀해 주실 것이 많건 적건 알고 싶은 건 그 속에 담긴 뜻 그것입니다. 오직 저의 소망은 그 의미를 아는 것이지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잠시 망설이던 아싸지가 말했다. 

 

“정 그렇다면 붓다의 가르침의 의미만 간단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잘 들으십시오.” 아싸지는 연기의 이치를 포괄하고 있는 게송을 읊었다.

 

원인이 있어 생겨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붓다께서는 그 원인을 일러 주셨나니,
또 이 모든 것들이 멸한다는 것, 그 것까지도
대사문께서는 설하셨습니다.

 

게송을 읊은 아싸지가 말했다.  

 

“그 분은 연기법, 즉 어떤 것이든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한다는 원리를 가르치십니다. 원인이 있어 생겨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그 원인을 일러주셨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들이 조건이 성숙하면 멸한다는 것까지 저의 스승께서는 말씀해주셨습니다. 내 스승 붓다께서는 영원불멸의 자아를 부정하며, 경험되는 모든 것들을 의지해서 발생한다는 가르침을 설하십니다. 그 분이 가르치는 수행 또한 연기의 원리에 근거한 것으로, 나는 그 분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내 모든 갈애와 욕망을 제거하고 굴레를 벗어났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새처럼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빠띠싸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짧은 게송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싸지의 스승이 가르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생기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간결한 시구였지만 명쾌한 진리의 말씀이었다. 아직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교의(敎義)였다. 사실 우빠띠싸는 아싸지의 게송 처음 두 구절을 듣고서 번뇌를 벗어나 불법에 대한 흠 없는 통찰을 이룰 수 있었다. 수다원도에 들었던 것이다. 그는 아싸지의 마지막 게송 두 구절을 듣고는 즉시 수다원과를 이루었다.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해 헤매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수행을 해왔기에 그의 진전은 놀랍도록 빨랐다. 그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여기서 해탈의 방법을 찾을 수 있겠구나!’ 우빠띠싸는 뛸 듯이 기뻤다. 그는 이 낯선 수행자의 스승이라는 깨달은 이, 붓다를 만나 직접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고맙습니다. 그분의 진리에 대해 제게 더 말씀해주실 것은 없습니다. 이것으로 족합니다. 그런데 그 스승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어디로 가면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나의 스승 세존께서는 지금 라자가하의 대나무 동산에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벗이여! 먼저 가십시오. 제게는 진리를 만나면 같이 나누기로 약속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알려 당신이 가신 길을 따라 함께 큰 스승님 앞으로 가겠습니다.”

우빠띠싸는 아싸지의 발아래 경배를 한 후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 친구 꼴리따를 찾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꼴리따는 가까이 오는 친구의 모습을 보자 곧바로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 내 친구의 모습이 사뭇 달라.’ 꼴리따는 우빠띠싸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친구여, 드디어 불사(不死)의 경지로 가는 길을 찾았다네!”

 

감격어린 표정을 한 우빠띠싸는 조금 전 아싸지를 만났던 일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고 자신이 들은 게송도 읊어주었다. 게송이 끝났을 때 꼴리따에게도 새로운 길에 대한 확신이 밀려왔다. 꼴리따 역시 우빠띠싸의 전언을 듣는 순관 수다원도와 수다원과를 성취했다. 

 

“우빠띠싸, 그렇다면 우리 그리로 가서 큰 스승님을 만나보세.”

 

꼴리따가 말했다. 그러나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던 우빠띠싸가 말했다.

 

“친구여, 우선 우리를 가르치던 유행승 산자야 벨랏티뿟따에게 가서 불사의 길을 찾았음을 알려야 하네. 그분이 이 사실을 납득한다면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우리를 믿으니까 함께 큰 스승님을 뵈러 갈 것이네. 큰 스승의 가르침을 들으면 산자야 그분도 불사(不死)의 도를 성취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두 친구는 산자야 벨랏티뿟따에게 가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스승이시여, 붓다가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그 분의 법은 잘 설해져 있으며 그분을 따르는 상가는 바른 도를 지니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큰 스승님을 뵈러 가십시다.”
“그대들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

 

산자야 벨랏티뿟따는 그들과 함께 가기를 거절했다. 오히려 그 두 사람에게 자기 집단의 공동 지도자가 되어 준다면 크나큰 이익과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심을 굽히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끝끝내 제자의 위치에 머물더라도 개의치 않습니다. 다만 스승께서는 갈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산자야 벨랏티뿟따는 생각했다. ‘저들은 아는 것이 많으니 내가 뭐라고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들은 가도 좋지만 난 못 가네.”
“어찌하여 못 가십니까? 스승님.”
“나는 많은 사람들의 스승이 아닌가. 내가 지금 다시 제자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되면, 이는 마치 큰 물통이 조그만 물병으로 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이제 와서 누구의 제자로 살아갈 수는 없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스승이시여!”하고 두 제자는 다시 간청했다.
“그냥 내버려두게. 이 사람들아. 자네들은 가도 좋지만 나는 못 가네.”
“스승이시여, 붓다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어 많은 사람들이 그분에게로 구름처럼 모여들어 무리를 이루고 향과 꽃으로 존경을 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분에게 가야 합니다. 이제 당신은 어떻게 되려고 그러십니까?”

 

이 말에 산자야 벨랏티뿟따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 사람들아, 이 세상에 현명한 사람이 많은 것 같은가. 아니면 어리석은 사람이 많은 것 같은가?”
“어리석은 사람은 많지만 현명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보게들,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명한 자들은 현명한 수행자 고따마에게 갈 것이고, 어리석은 자들은 나에게 올 테지. 자, 어서 자네들이나 가보게. 나는 가지 않겠네.”

 

그래서 두 친구는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스승이시여, 언젠가는 당신이 실수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들이 떠난 후 산자야 벨랏티뿟따의 제자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 그의 사원은 거의 텅 비어버렸다. 텅 빈 사원을 바라보던 산자야는 뜨거운 피를 토했다. 그의 제자들 중의 5백 명이 우빠띠싸와 꼴리따를 찾아갔으나 그 중에 250명은 산자야 벨랏티뿟따에게 되돌아갔다. 나머지 250명과 더불어 두 친구는 본디 자기들을 따르던 이들을 이끌고 라자가하의 대나무 동산에 도착했다.
마침 그곳에서 붓다는 사부대중에 둘러싸여 법을 설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붓다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저기 이곳으로 오고 있는 두 사람 우빠띠싸와 꼴리따는 장차 나의 뛰어난 한 쌍의 제자가 될 것이다.”

 

두 친구는 붓다 가까이 다가서서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한 후에 한 쪽에 앉았다. 자리를 잡은 후 그들은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거두어 세존의 문하에 출가하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이 비구가 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붓다가 말했다.

 

“오라, 비구들이여. 불법은 참으로 잘 설해졌도다. 고(苦)를 멸하기 위해 청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라.”

 

붓다는 이 말로 두 사람을 제자로 맞았다. 두 사람은 붓다의 상가에 들어오면서 우빠띠싸는 사리뿟따, 꼴리따는 목갈라나라는 새 이름으로 불렸다.

 

 

어떤 형태의 지식에 대해서도 의혹을 품는 옛 스승 산자야 벨랏티뿟따의 철학적 태도의 영향이 아주 깊이 스며들어 있던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의 입장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그대로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목갈라나는 집중적인 수행을 하기 위해 마가다국의 깔라왈라뿟따(Kallavālaputta) 마을에 가서 탁발하며 지냈다. 그가 수계한지 7일째 되는 날, 맹렬히 정진하고 있던 중 피로와 졸음[혼침]이 엄습했다.
그 때 붓다는 졸음에 빠져 몸을 흔들고 앉아있는 목갈라나의 모습을 깊은 선정에 들어 살펴보고는 그를 경책을 위해 찾아갔다. 졸음을 극복하지 못한 상수제자에게 졸음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줌으로써 넓게는 상가 전체의 비구들에게 졸음을 극복하는 법을 일러주려는 의도에서였다.
 
“목갈라나여, 그대는 졸고 있지 않는가? 목갈라나여, 그대는 졸고 있지 않는가?”

 

붓다는 두 번을 반복해서 물었다. 돌연한 붓다의 목소리에 놀라 졸음에서 깬 목갈라나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목갈라나여, 그대가 어떤 인식을 가져서 머물 때 혼침(昏沈)이 생기면 그런 인식을 그대는 가지지 말라. 그런 인식을 많이 짓지 말라. 그대가 그렇게 머물 때 혼침이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붓다는 이어서 혼침을 극복하는 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목갈라나여, 만일 그대가 이와 같이 머물러도 혼침이 제거되지 않으면 그대는 들은 대로 배운 대로 법을 사유하고 고찰하고 마음으로 숙고해야 한다. 그대가 그렇게 머물 때 혼침이 제거 될 수 있다. 그래도 혼침이 제거되지 않으면, 법을 자세히 독송해야 한다.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두 귓불을 잡아당기고 손으로 사지를 문질러라. 그래도 혼침이 제거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물로 눈을 씻고는 사방을 둘러보고 별자리와 별들을 쳐다보라.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광명상(光明想)을 마음에 단속하여 ‘낮이다’라는 인식에 집중하라. 낮에 광명을 본 것처럼 밤에도 광명을 보고, 밤에 광명을 본 것처럼 낮에도 광명을 본다. 이와 같이 열려있고 방해받지 않은 마음으로 그대의 마음을 밝게 만들라. 목갈라나여, 그래도 혼침이 제거되지 않으면 감각기능을 안으로 들이켜 마음이 밖으로 향하지 않도록 한 채, 앞과 뒤를 똑바로 인식하면서 경행에 마음을 확고히 하라. 그래도 혼침이 사라지지 않으면, 언제 일어날 것이라는 인식을 마음에 잘 간직한 채 마음을 챙기고 알아차리면서(正念, 正知) 발로써 발을 포개고 오른쪽 옆구리로 사자처럼 누워도 된다. 그리고 다시 깨어나면 ‘나는 드러눕는 즐거움이나 기대는 즐거움이나 자는 즐거움에 빠지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하면서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목갈라나는 붓다가 자상하게 가르쳐 준 혼침을 극복하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의존적 발생의 원리라는 가르침, 그리고 몸의 네 가지 원소(四大)와 마음의 다섯 가지 다발(五蘊)의 빈 현상을 통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즉 출가 7일 만에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비구들은 목갈라나를 염력의 달인이라고 불렀다. 목갈라나는 세 단계의 높은 도(일래, 불환, 아라한과)를 차례로 성취함으로써 완전한 경지에 이른 성자가 되었다. 목갈라나는 자신이 이룬 경지를 환희에 찬 목청으로 이렇게 노래했다.

 

수천 억 나의 존재를
한 순간에 나타내리라.
나는 신변(神變)에 밝고
또한 신통(神通)에 능숙하다.

 

삼매와 명지(明知)에 정통하여 궁극에 이른 자,
목갈라나 성을 가진 자로서
무착의 교법에 확고하고, 감관이 정립되었으니,
코끼리가 악취의 넝쿨을 끊듯, 속박을 끊었다.

 

스승을 섬기어서 나에게
깨달은 님의 교법이 실현되었으니,
무거운 짐은 내려놓았고
존재의 통로는 제거되었다.
 
한편 사리뿟따는 붓다의 제자가 된 이후 계속 스승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스승의 처소 근처 멧돼지굴이라는 의미를 가진 수까라카따(Sukarakhata)라는 이름의 토굴에 기거하며 탁발을 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목갈라나의 통찰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사리뿟따가 입문한지 보름이 지났을 때, 사리뿟따의 조카(사리뿟따 여동생의 아들)이기도 한 유행자 디가나카(Dpghanakha)가 붓다를 찾아왔다. 디가나카는 바라문 가문 출신이었지만 바라문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던 회의주의적 편력자였다. 그가 갑자기 붓다를 찾아온 것은 그의 외숙부 사리뿟따가 붓다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도대체 붓다는 어떤 분이기에 숙부가 귀의하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디가나카와 붓다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는 사리뿟따도 함께 있었다. 사리뿟따는 붓다의 뒤에 서서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남을 위해 마련한 음식을 나누어 먹듯이 스승의 법문을 주의 깊게 음미하며 귀를 기울였다. 디가나카가 예를 갖춘 후 붓다에게 물었다.

 

“고따마 붓다이시여. 많은 출가수행자와 바라문들이 만물의 본질에 관한 이론에 대해 사색합니다. 그러나 저의 견해로는 ‘만물의 본질에 관한 이론’이란, 사실 어떤 경우에도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붓다는 잠시 생각했다. 그는 깨닫기 이전에 이미 웃달라까나 까삘라와 같은 철학자들이 최초의 실재, 혹은 원인(原人, 푸루사)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개중에는 그러한 교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붓다는 미소를 머금은 채 디가나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디가나카, 그대는 만물의 원리에 관한 어떤 이론도 불만스럽다는 그대의 견해를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 자신의 그 견해에는 만족하는가?”

 

방랑수행자 디가나카는 고따마 붓다가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자신의 말꼬리를 잡아 모호한 진술로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식의 애매한 말놀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쏴 부치듯 대답했다.

 

“그것이 제 자신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그것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붓다는 이 대답 하나로 디가나카가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한 사람임을 파악했다. 붓다는 순간적으로 디가나카의 언급 속에 내포된 의미와 그것이 가져올 달갑지 않은 결과를 신중하게 분석했다.

 

“디가나카, 두 종류의 철학자가 있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자연과 만물의 본질에 대해 사색한다. 그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사색에 만족하고 자기 나름의 체계를 세운다. 그리하여 그들은 스스로 만든 체계에 빠지고, 집착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사색과 이론 정립에 만족하지 않으며, 따라서 거기에 혹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붓다의 말에 디가나카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붓다를 찬탄하며 말했다.
 
“고따마 붓다, 깨달으신 분이여! 당신은 내 견해를 인정하시고, 내 견해를 칭찬하십니다.”

 

붓다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디가나카, 신중하게 들어라! 어떤 사람은 자신이 세운 체계에 집착하고, 고집스럽게 주장한다. ‘오직 이것만이 참이다. 그 밖에는 모두 그릇된 것이다.’라고. 그리하여 그는 독단론자가 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색과 이론에 불만을 품고, 그 역시 완고하게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여 말한다. ‘이것 하나만이 참이다. 그 밖에 모든 것은 틀린 것이다.’라고. 따라서 그 역시 독단에 빠지고, 이들 양극단의 독단론자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충돌은 결국 논쟁으로, 다시 드잡이 싸움으로, 괴로움으로 이끈다. 그러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을 때, 이들 모든 견해를 버릴 때, 거기에 고요와 평정이 있다. 디가나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으며, 성향에 의지해서 발생한 것이며, 얼마 동안 머물다가 부서지고 결국 소멸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계 안에 존재하는 사물과 세계에 관한 견해에 초연하다. 그에게 갈망은 없으며, 그는 자유롭다. 갈애로부터 벗어난 그는 어떤 것에도 매달리거나 반발할 것이 없다. 논쟁을 벌일 일도 없다. 그는 언어에 집착하는 일도 없이, 보통 사람들이 쓰는 일상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붓다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붓다의 설명은 표면적으로는 앞에 있는 디가나카를 향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뒤에서 부채질을 하는 제자 사리뿟따를 더 의식한 것이었다. 

 

“디가나카여. 이 몸은 물질로 된 것이고, 사대로 이루어진 것이며, 부모에게서 생겨났고, 밥과 죽으로 성장했으며, 무상하고 파괴되고 분리되고 분해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것을 무상하다고 괴로움이라고 병이라고 종기라고 쇠살이라고 재난이라고 질병이라고 남[他]이라고 부서지기 마련인 것이라고 공한 것이라고 무아라고 바르게 관찰해야 한다. 그 몸에 대해 이렇게 관찰한 자는 몸에 대한 갈애와 몸에 대한 갈애를 동반한 애정과 몸에 순종하는 오염원[kilesa]을 버린다.”

 

처음 들어보는 설법에 디가나카의 눈망울을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붓다의 설법은 계속 이어졌다.

 

“다가나카여. 세 가지 느낌이 있나니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이다. 사람이 즐거운 느낌을 느낄 때, 그때는 괴로운 느낌이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은 느끼지 않고 오직 즐거운 느낌만을 느낀다. 괴로운 느낌을 느낄 때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느낌만을, 그리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만을 느낄 뿐이다. 디가나카여. 즐거운 느낌도 무상하고 형성된 것이고 조건 따라 일어난 것이고 부서지기 마련인 것이고 사그라지기 마련인 것이고 빛바래기 마련인 것이고 소멸하기 마련인 것이다. 괴로운 느낌과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마찬가지이다.”

 

붓다의 유수와 같은 설법에 디가나카는 물론 사리뿟따도 마치 숨이 멎은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경청에 몰입하고 있었다. 붓다의 설법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디나나카여. 이와 같이 보는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즐거운 느낌도 염오(꺼려)하고, 괴로운 느낌도 꺼려하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거려한다. 꺼려하기 때문에 탐욕이 빛바랜다. 탐욕이 빛바램으로 해탈한다. 해탈했을 때 해탈했다는 지혜가 생긴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안다. 이와 같이 마음이 해탈한 비구는 누구를 편들지도 않고 누구와 논쟁하지도 않는다. 세상에서 통용되고 있는 말을 집착하지 않고 사용할 뿐이다.”  

 

붓다의 말을 경청하며 디가나카에게 티끌이 없고 때가 없는 법의 눈이 생겼다. 그는 법을 보았고, 법을 얻었고, 법을 체득했고, 법을 간파했고, 의심을 건넜고, 혼란을 제거했고, 무외(두려움에서 벗어남)를 얻었고, 붓다 외에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성인의 흐름에 들게 되었다. 디가나카가 거듭 머리를 조아려 예의를 표하고 말했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시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시듯, 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시듯, 눈 있는 자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주시듯,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 승가에 귀의합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재가신자로 받아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경정한 사리뿟따는 디가나카의 물음에 답변하는 붓다의 태도와 그 내용에 매료되었다. 철학적 논의에 임하는 붓다의 방법이 그를 긴장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산자야 벨랏티뿟따 밑에서 모든 지식에 대해 의혹을 품고, 어떤 식의 단언도 거부하도록 배워왔다. 그는 어떤 식의 단정적인 결론도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며, 그것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충돌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일체의 단정적인 진술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디가나카를 위한 설법에서 붓다는 세계에 널려 있는 갈등은 언어가 본래적으로 가지는 묘사능력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게 하는 독단에서 비롯된다고 밝혀주었다. 실로 모든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은 자기 견해에 대한 인간의 집착임을 설파한 것이었다. 붓다는 다만 감각적 쾌락에 대한 집착만 버린 것이 아니라, 사상적 견해에 대한 집착까지도 버린 것임을 사리뿟따는 비로소 간파했다. 붓다는 견해를 갖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견해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이다.
사리뿟따는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참으로 이런 법들을 최상의 지혜로 알아서 제거하는 것을 말씀하시는구나. 세존께서는 참으로 이런 법들을 최상의 지혜로 알아서 제거하는 것을 말씀하시는구나.’
사리뿟따가 이처럼 숙고하였을 때 그에게서 취착이 사라졌다. 취착이 사라지니 온갖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했다. 마침내 사리뿟따에게 지혜의 눈이 열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사리뿟따는 아직까지 통찰력과 해탈이라는 궁극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는 붓다의 ‘어떤 것이든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한다.’는 연기의 원리가 혁신적이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모든 경험적인 사실로 입증되었다. 자연과 살아 있는 성자, 아라한의 행위까지도 조건에 의지해서 발생한다는 원리로 설명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깨달음 사람, 아라한의 사후는 어떤가? 해탈을 증득한 붓다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가? 무언가 그의 본질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일상적인 언어로 아라한의 사후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가? 등의 마음속 깊이 간직한 의혹까지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사리뿟따로서는 쉽사리 존재의 속박을 풀어버릴 수 없었다. 그는 기회를 기다리다 붓다에게 물었다.

 

“스승이시여, 아라한은 사후에도 존재합니까?”
“사리뿟따,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남겨두겠다.” 붓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사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 역시 답하지 않은 채 남겨두겠다.”
“그것은 아라한은 사후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는 뜻입니까?”
“사리뿟따, 그 또한 답하지 않은 채 남겨둘 질문이다.”

 

사리뿟따는 혼란스러웠다. 최소한 이 문제에 관한 한, 붓다는 언어가 이런 주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산자야 벨랏티뿟따와 마찬가지로 붓다 또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가 다시 물었다.

 

“스승이시여, 저는 당신의 교의가 옛 스승 산자야 벨랏티뿟따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라한의 사후에 관한 제 질문에 대한 스승님의 답변은 산자야 벨랏티뿟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사리뿟따, 산자야 벨랏티뿟따는 그대의 모든 질문에 그와 같이 애매한 답변을 했는가?” 붓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차이가 있다. 사리뿟따, 나는 내게 주어진 모든 질문에 그런 식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설명하지 않은 채 남겨둔 몇 가지의 질문이 있다. 때로 역(逆)질문을 제기하여 그 곳에 내포된 암시를 명료하게 해명할 질문이 있는가 하면, 단언적인 답을 제시할 질문이 있다. 그러면 무언가 산자야 벨랏티뿟따와 다른 점이 있는가?”
“예, 실로 다릅니다.”
“사리뿟따, 아라한의 죽음에 관해 제기할 수 있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는 아라한의 죽음에 이르러 어떤 일이 생기는가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아라한의 사후에 관한 질문이다. 그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나는 이미 명확한 답을 제시했다. 즉 자신의 존재를 포함한 모든 사물에 대한 집착을 제거함으로써 그는 재생의 원인을 제거해 버렸다. 윤회는 끝났다. 따라서 그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이 설명은 내가 주창하는 의존적 발생의 원리와 일치한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거기서 더 나아가, ‘아라한의 사후, 혹은 윤회가 끝난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묻는다면 나는 거기에 답할 수 없다. 그것은 적절치 못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붓다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절대 유(有)에 대한 믿음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아라한은 죽은 다음 불멸의 행복한 경지에 머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無)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라한은 사후에 완전히 소멸될 뿐이라고 고집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도 그것을 알 도리가 없는 나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차라리 침묵을 택하겠다. 사리뿟따,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불꽃이 꺼진 뒤, 그것이 사라져 없어진 뒤, ‘그 불꽃이 간 곳은 어딘가, 동쪽인가, 아니면 서․남․북쪽인가?’라고 묻는 것은 적절한가?”
“적절하지 못한 질문입니다.” 사리뿟따가 대답했다.
“무슨 까닭인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불꽃을 일으키는 필수적인 조건이 사라진 이상, 그 불꽃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리뿟따. 더 이상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오온(五蘊)으로 분별할 수 없게 된 사후의 아라한을 존재한다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의존적 발생의 원리를 수락하고 그 원리 속에서 살아 있는 아라한에 대해 논의한다면, 그대는 아라한의 사후에 대해서 묻지 말아야 한다.”

 

이어 붓다가 사리뿟따에게 물었다.

 

“그대는 내가 설명하지 않은 채 남겨두는 질문들과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싶은가?”
“틀림없이 제 의혹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리뿟따, 만약 그대가 나에게 이 세계가 시간적으로 영원한지 아닌지, 또는 공간적으로 무한한지 아닌지, 영혼과 육체는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영혼이 육체와 별개의 것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이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설명도 어떤 단언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우선, 나는 그 가운데 어떤 것도 내 경험을 바탕으로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비범한 인식능력, 즉 초인적인 청력과 투시력을 계발했으며, 텔레파시나 과거를 소급해서 인지하는 고도의 초능력을 계발한 바 있다. 그러나 나는 우주의 시초를 감지할 수 없었으며, 세계와 인간 속에서 영원불멸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무한하며 형언할 수 없는 궁극적 실재를 본 적도 없다. 어떻게 스스로 경험하지 않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어떻게도 묘사되거나 한정지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도 말고 침묵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만약 누군가 아무런 경험도 없이 설명했다면, 그것은 겨우 가정된 전제에 의한 추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식의 추론은 그 사람의 편견과 기호에 근거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의 것과 차이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이론을 고집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판정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따라서 나는 경험하지 않은 것에 관한 질문이나, 경험에 근거할 수 없는 것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런 질문에 답하지 않음으로써 논쟁에 말려들지 않는다. 다음으로, 그러한 문제에 관한 답은 우리가 이 세계에서 마주치는 많은 문제들의 해결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세계가 영원하건 말건, 공간이 무한하건 말건 괴로움은 존재한다. 이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제거될 수 있다. 그와 같은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길이 있다. 사리뿟따, 내 그대에게 한 가지 더 묻겠다.”
“……”
“만약 그대가 독 묻은 화살에 맞았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대는 화살을 빼내기 전에 그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알아야 되겠다고 고집하겠는가? 누가 활을 쏘았고, 그는 어떤 계급 출신이며, 피부색은 검은지 흰지, 아니면 감색인지, 그가 귀족인지 천민인지를 알아야 화살을 빼겠다고 하겠는가?”
“아닙니다. 그것을 알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리뿟따가 대답했다.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즉시 화살을 빼야 합니다.”
“왠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죽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붓다가 말했다.
“이와 같은 우주의 기원에 대한 답이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과 무관한 의문 또한 그렇다. 실로 거기에 대한 답을 발견하기 전에 그는 죽어 사라질 것이다. 이 땅 위에 인간이 살아온 이래 그 질문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을 발견한 자는 없었다. 그대는 그대의 생을 허비하고자 하는가?”
“스승이시여, 이제는 더 이상…” 사리뿟따가 대답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사리뿟따는 자신의 열정과 욕망을 제어하는 데 전력을 다하여, 마침내 깨달음과 대자유를 이루었다. 사리뿟따는 마침내 자신이 이루어낸 깨달음의 경지를 이렇게 읊었다.

 

눈을 갖춘 님, 깨달은 님, 세존께서는
무지한 자를 위해 가르침을 설하셨으니,
가르침이 설해질 때에,
내가 간절히 원하여 귀를 기울였다.

 

그 경청은 헛되지 않아서,
일체의 번뇌를 여의고 나는 해탈했으니,
그것은 전생의 삶에 관한 것도 아니요
하늘눈에 관한 것도 아니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도,
신통도, 죽음과 태어남에 관한 것도,
귀의 세계의 청정에 관한 것도,
실로 나의 서원에는 없었다.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나무 아래에 의지해서
지혜가 최상인 장로
우빠띠싸가 선정에 들었다.

 

사리뿟따가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자, 그날 밤 붓다는 모든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비구들이여, 나는 얼마 전 새롭게 우리 상가에 입문한 사리뿟따, 목갈라나 두 장로에게 상수제자의 지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모든 비구들은 앞으로 이에 합당한 예의로 두 장로를 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붓다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몇몇 비구들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스승께서는 상수제자의 자리를 먼저 입문한 제자들, 즉 다섯 비구에게 주셨어야 했다. 아니면 야사가 이끄는 55명의 비구들에게, 그도 아니면 까싸빠 3형제에게 주셨어야 했다. 그런데 스승께서는 이 훌륭한 장로들을 모두 제쳐놓고 가장 늦게 입문한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에게 상수제자의 지위를 주셨다. 아무리 스승께서 하신 일이지만 이것은 잘못이다.”

 

비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이런 불만은 곧 붓다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붓다는 제자들을 모아 자신의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비구들이여, 나는 어떤 제자도 편애하지 않고 각자 서원한 대로 성취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안나 꼰단냐는 전생에 한 번의 수확기 동안에 아홉 번이나 공양을 올렸는데, 그때 그는 수제자가 되고자 서원하지 않았다. 그의 서원은 누구보다 먼저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었고 결국 그리 되었다. 그러나 여러 겁(劫) 전 아노마닷시 붓다 때에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는 상수제자가 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이제 그 서원이 성취될 조건이 무르익은 것이다. 나는 그들이 서원했던 바를 성취하도록 한 것이지 편애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붓다에 의해 상수제자가 된 두 사람,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는 상수제자가 담당해야 할 세 가지 역할, 즉 불법이 굳건히 뿌리내려 인간과 천상의 많은 존재에게 정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해탈의 수레가 될 수 있도록 세존을 돕는 것, 다른 비구들이 수행을 지도하면서 진실로 본받을 만한 모범이 되는 것, 승가의 운영을 돕고 특히 붓다가 멀리 길을 떠나 자리를 비웠을 때 승가를 돌보는 것 등을 마지막 순간까지 훌륭하게 수행했다.
붓다는 상가의 여러 비구에게 이 두 상수제자를 본보기로 따르라며 이렇게 훈계하곤 했다.

 

“비구들이여, 신심 깊은 비구는 이와 같은 올바른 서원을 품어야 할 것이다. ‘아, 이 몸도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처럼 되어지이다!’라고. 이는 사리뿟따와 목갈라나가 나의 모든 제자들에게 모범이자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사리뿟따는 자신에게 붓다의 진리를 처음 알게 해준 아싸지를 평생 스승으로 섬겼다. 그는 잠을 잘 때에도 머리를 아싸지가 머물고 있는 방향으로 두었을 만큼 진리의 길을 열어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