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은 나름의 전설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 황당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 귀하께서 머물고 계신 사찰은 쉽게 창건된 것이 아닙니다’라는 것을 귀띔하여, 우리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신심을 돋게 합니다. 
절터 뒤편의 높은 곳 암벽에 굴이 짧게 뚫려있고, 그 아래에 절이 지어졌기 때문에 용덕사는 “굴암사”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파여진 굴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오듯, 암굴을 둔 용덕사에도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신라시대에 효성이 지극한 처녀가 있었답니다. 처녀의 아버지가 위독한 병에 걸렸고, 치료 방법은 성륜산에 살고 있는 용의 여의주 밖에 없었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처녀는 용 굴에 와서 용에게 여의주를 달라고 애원하였답니다. 여의주는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는 구슬로 천년을 단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승천하는데 필수적인 것이기에 용은 단호하게 거절하였답니다. 그렇지만 목숨도 바치겠다는 처녀의 지극한 효심에 감동한 용이 여의주를 주기로 하였답니다.

 

 

 

“여의주를 그대에게 줌으로써 나는 천년 뒤에나 승천할 수 있지만 그대의 효성이 너무 지극하기에 줄 터이니, 아버지 병환을 치료하기 바라오.”
용이 여의주를 주려는 순간, 사냥꾼의 화살을 맞게 된 용은 피가 그치질 않아 목숨이 끊기고 말았답니다. 용이 죽으면서 여의주는 녹아버렸고, 처녀의 아버지 병환도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처녀는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용의 명복을 빌었고, 부친의 병이 완쾌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답니다. 처녀의 간절한 정성과 기도는 부처님께 닿았고, 부친의 병이 나았습니다. 
그 후 용굴 앞에 용의 덕을 기리는 용덕사를 지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병고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백의관음

 

작은 불빛도 굴에서는 주위를 밝히며, 밖에서 들어오는 빛줄기는 신비함을 갖게 합니다. 용 굴은 위쪽에 뚫린 구멍으로 햇빛이 들어와 아래로 내리꽂히는데, 그 자리에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하였습니다.
환한 바깥에서 어두운 용 굴에 들어서면 빛줄기에 드러난 관세음보살상이 눈에 들어차는데, ‘사바세계에서 겪는 일곱 가지 고난에서 구제하여 주실 분이 이곳에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용굴에 모셔진 백의관음상

 

 

많은 사찰에서 관음전 또는 원통전을 세워 관세음보살께 공양을 올리는데, 백의관음을 모신 용 굴을 전각으로 덮을 수가 없어서 암굴 앞에 “관음루”를 지었습니다.

 

 

 

풍광이 탁 트인 시원스런 곳에 관음루를 지은 까닭은 관세음보살께서 중생들의 아픔을 모두 들으시고, 그 괴로움을 큰 자비심으로 건져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생각됩니다.

 

 

극락보전을 오르는 길은 돌계단으로 만들어졌는데, 계단 옆에 설치한 줄을 잡고 오르내려야 안전할 정도로 경사가 급합니다. 
용덕사 전각은 위쪽 전각과 아래쪽 전각이 확연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위쪽 극락보전이 먼저 지어진 전각이고, 앞서 보았던 대웅보전과 미륵전은 아래쪽의 전각으로 최근에 중창불사로 세워졌습니다. 절터가 널따란 평지라면 전각을 짓고 배치하기도 쉬웠을 테지만, 경사가 급한 산자락을 깎아서 대지를 만드는 것은 한 평의 넓이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땅을 북돋아서 짓는 한옥 건축원칙을 지키기 위해, 경사가 급한 좁은 터를 넓히려 많은 흙을 부어 북돋운 다음에, 극락보전이 천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지를 단단하게 다졌을 겁니다. 애써 달구질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어도,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를 만들겠다는 지극한 정성을 쏟은 전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극락보전의 기단은 거친돌로 층을 지어 쌓았는데, 맨 위층에 놓은 갑석만 높이가 가지런하고 그 아래 기단석은 아랫돌에 맞춰 윗돌을 그랭이질로 깎아 맞춘 탓에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립니다.   

 

보전 벽면에는 전설로 내려온 이야기를 동화책의 삽화처럼 일곱 장의 벽화로 그려놓았습니다. 자신을 희생하며 효녀의 아버지를 살리려 했던 용의 보시행과 부처님의 자비심을 바탕으로 용덕사가 창건되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극락보전에는 본존불로 아미타부처님, 좌우보처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셨습니다.

 

 

 아미타부처님과 극락세계에 관한 설명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하신 말씀을 떠올리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난아,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여 서쪽 나라에 계시는데, 그 부처님의 이름을 아미타불 혹은 무량수불이라고 하며 그 나라는 10만억의 나라를 지난 먼 나라로서 극락세계라 하느니라.’
‘아미타불이 세운 불국토는 한없이 넓고 청정미묘하여 비할 데 없으며, 영원불멸하여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쇠미하지 않는 극락의 정토이니 법장비구는 이러한 청정하고 장엄한 정토를 세우기 위하여 오래고 오랜 영겁의 세월을 두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쌓았느니라.’
‘아미타불이 설하시는 법회에 모인 성문 대중들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보살과 목건련 같은 지혜를 지닌 사람도 너무나 많아서 그 수를 다 알 수 없느니라.’

 

관세음보살은 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보살로 불자들에게 “대비관세음보살”로 칭송받는 분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스스로 ‘나는 자재한 신통력으로 방편을 베풀어 깨닫게도 하고, 그들과 같은 몸을 나타내어 그들을 건져주기도 한다. 모든 중생들이 험난한 길에서 헤매는 번뇌와 공포, 어리석은 공포, 얽매이는 공포, 살해당하는 공포, 빈궁한 공포, 다투는 공포, 죽는 공포, 나쁜 곳에 떨어지는 공포들을 구원해 주며,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외우거나 나의 몸을 보는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공포를 여의게 하노라’ 하시는 분입니다.
대세지보살은 일체중생에게 지혜의 광명을 비추어 삼도(三道 : 지옥, 아귀, 축생)에 빠져있는 중생들을 제도해 주는 보살입니다. 그렇게나 큰 힘을 갖고 계시기에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고 또 어울립니다.
큰 보살들은 부처님을 따르고 함께 있으면서 보살의 지혜를 얻었고,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았으며, 부처님의 지혜로 중생들을 교화하였고, 항상 보살행을 닦았다고 합니다. 그런 여러 큰 보살 중에서 부처님의 지혜와 복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과 지혜를 상징하는 대세지보살을 공양하는 것이야말로 큰 공덕을 쌓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불보살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광배입니다. 광배가 부처님과 보살님의 신성함, 위없는 진리를 깨달음, 큰 권능과 높은 위신력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불상과 광배를 한 몸으로 조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불상의 크기가 작을 경우이며, 전각 안에서는 후불탱화에 표현된 두광과 신광이 불단 연화좌에 좌정하신 부처님을 장엄하는데, 우리 불자들은 그 광명을 부처님께서 뿜어내는 실제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사찰 여러 곳을 다녀보았다고 자부하고 있다가 용덕사 극락보전 아미타부처님 뒤편 벽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후불탱화 대신 산스크리트어만 크게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후불탱화에 나타난 주된 도상이 왕사성이나 도솔천 등에서 부처님께서 법문을 펴시는 장면으로 구성되었기에, 글자를 보면서‘법회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광경을 글로 나타낸 표현이러니’라 미루어 짐작만 할뿐 아는 글자라고는 말미에 “불기 2563년”(서기 2010년) 뿐이었습니다.
범어를 읽지 못해 아쉬운 것은 극락보전을 마주하면서 처음 느꼈는데, 기둥에 걸려있는 주련도 산스크리트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지스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아미타부처님의 지혜나 복덕을 주련으로 걸었음직한 데, 뜻을 알 수 없는 궁금증과 아쉬움은 그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방 극락세계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도 ‘1겁 동안 밤낮으로 말하여도 다 할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극락전은 7보로 된 갖가지 나무, 그 나무에 온갖 보배로 된 잎과 꽃과 열매, 바람을 타고 들리는 한량없이 미묘한 법음과 의식주의 풍요함 등이 가득한 서방 극락세계를 이곳 남섬부주에 꾸며낸 전각입니다.
극락보전은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계를 화려한 지붕의 닫집 위에 극락조가 날고, 대들보와 중도리에는 남녀 비천이 악기를 연주하고, 천지사방 곳곳마다에 온갖 꽃을 단청으로 피웠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부족하다는 듯, 불단 벽면에는 무량수경에 등장하는 모든 부처님과 성문 연각 보살들의 찬탄하는 모습, 그 부처님마다 법을 설하시는 모습, 중생들이 부처님의 바른 도리에 평안하게 머무르는 모습 등을 조각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극락세계는 법장보살께서 ‘내 불국토에 지옥 아귀 축생 등 삼악도의 불행이 없고, 또 태어나는 중생들은 열반에 들어 반드시 성불할 것 등’의 어렵고 큰 소원 48가지를 성취하시어 만들어진 곳입니다. 극락세계는 근심하면서 살 필요가 없는 이상향의 세계이지만, 놀고 지내는 곳이 아니라 매일매일 여러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야 하는 곳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서방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지만, 노력함이 없이는 어느 것도 이루어짐이 없습니다.
아미타부처님께서 “지극한 마음으로 내 이름을 염(念)하면 극락에 태어날 것이다”라 말씀하셨으니, 좋은 업을 많이 쌓으시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미타부처님이 계심을 확실히 믿는 것이니, 용덕사 극락보전을 방문하시어 극락세계에 나기를 진심으로 발원하시기 바랍니다.  끝.